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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공화국을 뒷받침해 온 법, ‘무고죄’

[성폭력 무고 다시 보기] 무고의 유죄/무죄 판례 분석


※ 사회 각 영역으로 번져가는 미투(MeToo) 운동을 통해, 우리 사회가 성폭력을 방관하고 조장하면서 피해자를 고립시켜왔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일다>는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함께, 성폭력 피해자들을 침묵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성폭력 무고’에 관한 문제를 다룹니다. 두 번째 기사는 판례 분석으로, 필자 김보화님은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 책임연구원입니다.  페미니스트저널 <일다> 바로가기


법의 판단이 공정하다면, 미투도 없었을 것


아직, 성폭력 피해자들의 말하기는 계속되고 있다. “괘념치 않고” 싶은데 반드시 괘념해야 하는 일들이 넘쳐나는, 바야흐로 총칼 없이, 무력충돌이나 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 조용하면서도 강력한 새로운 유형의 혁명, #MeToo 운동이 진행 중이다.


지난 3월 22일 오전 9시 22분부터 23일 오후 7시까지 2018분 동안 196명의 여성/피해자들이 멈추지 않고 성폭력 피해를 말했다. 이 모든 ‘진실’을 목도하는 것이 두려운 일부 사람들은 여전히 ‘피해자 유발론/책임론/꽃뱀론’, 펜스룰 등등을 들먹이고 있지만, 이제 한국은 강간공화국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어 보인다.


▶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주최, 서울 청계광장에서 3월 22~23일 계속된 2018분의 이어말하기에서 촛불을 든 참가자들. ⓒ일다


한국이 오랜 시간 세계 최상위 수준의 강간공화국을 유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무엇일까? 남성중심의 경험에 기댄 성폭력 통념, 그리고 그 경험들을 지지하면서 계속 그래도 된다고, 그것은 성폭력이 아니라고 위안해주는 든든한 법과 제도 덕택이다.


특히나 피해자가 가해자를 고소한 후 가해자가 무혐의 처분되었을 때 무고로 고소당하거나, 검사로부터 무고로 기소되거나, 혹은 피해자가 먼저 신고/고소하지 않았더라도 SNS 등을 통해 피해 사실을 말한 것을 빌미로 명예훼손, 모욕 등의 고소를 남발하는 가해자의 보복성 고소, 이른바 ‘역고소’가 그 정점에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 한국여성의전화, 2017, 『성폭력역고소 피해자 지원을 위한 안내서』 참고)


‘피해자다운 피해자’, ‘피해자다운 행동’, ‘진짜 피해자라면…’과 같이 피해자를 비난하는 언행들은 ‘법의 객관성과 합리성’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그대로 판례 속에 드러난다. 이 기사에서는 법의 합리성이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지를 보기 위해 최근 몇 년 간의 무고 판결문들을 통해 무고의 유죄와 무죄 성립 과정을 살펴보려고 한다.


‘저항’ 여부가 아니라 ‘적극적 합의’ 여부로!


현재 한국에서 강간과 강제추행의 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폭행, 또는 협박이 있었거나 이를 항거하기 현저히 곤란한 상태’였음이 증명되어야 한다. 이는 성폭력이 성별 권력관계에서 발생하는 일상적인 일이라는 것을 드러내지 못하게 만든다. ‘끝까지 저항하면 성폭력은 불가능’하다는 강간 신화를 유지시켜주는 전제이기도 하다. 아래 판례의 경우 재판부는 CCTV 영상을 빌미로, 여성이 저항하지 않았다는 것을 근거로 삼아 성폭력 무고 ‘유죄’ 판결을 내렸다.


피고인(피해자)과 000(가해자)이 술집에서 나온 뒤의 상황이 촬영된 CCTV 영상에는 000이 피고인을 추행하였다고 볼 만한 장면을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피고인과 000이 자연스럽게 신체적인 접촉을 하는 듯한 장면이 다수 나타난다(피고인이 000의 신체적 접촉을 저지하려는 모습이나 000에게 거부감을 표현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2017노2773 무고 유죄 판결문 중)


그러나 성폭력 피해자가 ‘거부감을 표현’했다거나 ‘강한 저항’을 했는지를 기준으로 범죄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한계가 많다. ‘저항’ 정도의 신호는 사람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침묵이 가장 큰 저항이다. 누군가는 분명히 저항했다고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가해자들은 피해자의 NO를 YES로 듣거나, 그것을 저항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성폭력은 물리적인 폭행이나 협박이 없더라도 발생할 수 있다. 사실은 물리적인 폭행, 협박이 없이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친밀한 관계에서 동의/제안/강요/위협은 동시에 출현한다. 폭행/협박과 실망/두려움/위기감의 경계를 파악하는 일은 생각보다 매우 어려운 일이다. 캐서린 맥키넌의 말대로 반쯤 얻어진 동의를 동의로 생각한다면, 왜 반쯤 거절된 것은 강간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는지 질문할 필요가 있다. (Mackinnon, Catharine A. 1989, “Rape: on coercion and consent”, Toward a Feminist of the State, Harvard University Press, pp.171-183)


뿐만 아니라 성별 권력관계를 포함하여, 피해자와 가해자는 권력 관계나 위계적인 관계가 많기 때문에 강한 폭행이나 협박을 동반할 필요 없이 ‘존재’ 자체가 위협적인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폭행, 협박’ 여부가 아니라, 상대의 ‘의사에 반한’ 행동이 아니었다는 것을, 무엇을 동의라고 생각했는지를 가해자가 입증하도록 해야 한다. 아래 사례에서 재판부는 피해자의 무고를 ‘무죄’ 판결하면서 피해자의 의사를 어떻게 확인하였는지 가해자에게 묻는다.


피고인이 어떠한 다른 의도를 가지고 000(가해자)과 성관계를 맺은 것이라고 볼 만한 사정도 드러나지 않는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적극적으로 성관계에 응하였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고, 오히려 피고인이 그 의사에 반하여 성행위가 이루어졌다고 여겼을 개연성도 충분하다. …000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000과 피고인 사이의 성관계에 대하여 피고인이 명시적으로 동의한 사실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000이 피고인에게 그 의사를 간접적으로나마 물어본 적도 없었던 점…(2016고단9011 무고 무죄 판결문 중)


극도의 폭행이나 협박이 수반된 강간을 당한 것은 아니지만 다소의 강압이 수반된 상태에서 내심 원하지 않는 성관계를 가졌다는 사실도 배척할 수 없다. …(성폭력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합의금을 요구한 적이 없고, 모텔에 가자고 먼저 제의하지도 않았으며, 성관계를 하는 과정에서도 시종일관 소극적이었다.(2017노8907 무고 무죄 판결문 중) (법률신문 2018년 3월 5일자 기사 참조. https://www.lawtimes.co.kr/Legal-News/Legal-News-View?serial=140750


이처럼 한국의 법정에서도 단순한 폭행, 협박 여부를 떠나 ‘의사에 반한’ 행위로 성폭력을 넓게 해석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하지만 최협의설(강간죄의 범위를 최대한 좁게 해석하여, 피해자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이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존재하는 한, 개별 법관들의 의식 수준에 맡길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좀 더 기대를 걸어보자면, 성폭력의 판단 기준은 ‘의사에 반한’ 행위에서 더 나아가 ‘적극적 합의 여부’로 가야 한다. 2016년 캐나다 온타리오 법원의 판결은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준다.


적극적 합의란 성적 행위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적극적이고, 의식적이며, 자발적인 동의이다. 적극적 합의는 성적 행위 도중에도 계속해서 지속되어야하며, 어느 때에든지 철회될 수 있다. 성적 행위에 관련된 행위자들이 평소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것이나, 과거에 성적 관계가 있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는 절대 합의라고 볼 수 없다. (캐나다 온타리오 법원 2016.07.21. 선고, 2016INCJ448 판결 중 일부) (이 자료는 한국성폭력상담소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아볼 수 있다. www.sisters.or.kr)


▶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주최, 서울 청계광장에서 3월 22~23일 계속된 2018분의 이어말하기 현장 ⓒ일다


“진짜 성폭행 피해자라면~” 편견 난무한 판결


성폭력 무고가 유죄 판결되는 판결문들의 공통점은 “성폭행 당한 피해자의 일반적인 모습”이라는 전혀 일반적이지 않은, 특정한 편견이 드러난다는 점이다. 대략의 예시는 이렇다.


성폭행 당한 피해자라면 화장실에서 나온 직후 빠져 나와 신고를 하든지 아니면 직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이라 할 것이고, 일부로 성폭행 당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00에 남아서…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성폭행 당한 직후의 피해자의 일반적인 행동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 성폭행을 당하였다면 000과 전화통화하면서 이러한 사실을 얘기하지 않았을 이유가 없다… 피고인(피해자)은 평소와 다름없이 클럽에서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놀기까지 하였다. 이 역시 성폭행당한 직후의 피해자의 행동으로 보기에는 어려운 정황이라고 할 것이다… 시끄러운 상황이었다고 하더라도 사정이 다급했다면 소리를 지르는 등으로 외부인의 도움을 요청하였을 것인데, 피고인이 이러한 방법으로 외부인의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았다. (2016고단 5886 판결문 중)


피고인(피해자)은 000(가해자)와 단둘이서 4시간 동안이나 함께 술을 마시고 그 후 상당한 시간 동안 산책을 하기도 했는데, 그 과정에서 피고인이 성적수치심을 느꼈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피고인은 000에 대하여 호의적인 태도를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만약 피고인이 갑작스러운 000의 행위로 인해 실제 두려움을 느꼈던 것이라면 근처 편의점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근처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남자친구에게 연락을 하여 도와달라고 하였을 것으로 봄이 상당한데, 그와 같이 대처하지 아니하고 000이 뒤따라오는 상황에서 단순히 택시를 탔다는 것은 쉽사리 납득하기 어렵다(심지어 피고인은 자신이 탄 택시에 000이 따라 타자 택시기사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그대로 하차하여 다른 택시를 탔고, 그 택시기사에게도 별다른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2017노2773 판결문 중)


위의 판결문들에는 추측과 짐작이 난무한다. “실제 성폭행을 당하였다면~”, “성폭행 당한 피해자라면~”, “도와달라고 하였을 것으로 봄이 상당한데~” 등등. 이는 ‘진짜 성폭력 피해자’ 또는 ‘피해자다운 피해자’에 대한 비논리적이고 비합리적인 법관 개인의 통념이 작동된 결과다.


전형적인 성폭력 피해자는 존재할 수 없다. 모든 성폭력 사건, 그리고 피해자와 가해자는 각각의 다른 맥락과 관계, 조건 속에서 반응하고, 인간이라는 존재는 매뉴얼화 될 수 없는 다양한 방식으로 판단하며 사고하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피해자들은 남성중심적 경험이 ‘객관’으로 사고되는 사회에서 항변할 언어가 부족하다. 믿고 도움을 구하기 어려운 사회적 약자이자, 자원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반면, 아래 판결들의 경우에는 피해자가 사건 이후 ‘쾌활한 모습’을 보였다거나 ‘추가음주’한 것이 성폭력 무고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명시한다.


회식이 끝날 무렵 피고인(피해자)이 쾌활한 모습을 보였다거나 회식 이후 000의 집에 가서 추가로 음주를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의 신고사실이 허위사실이라는 요건에 관하여 적극적인 증명이 되었다고 볼 수 없다.(의정부지법 2014고단1992 무고 무죄 판결문)


무고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있는지, 허위사실임이 ‘적극적으로 증명’되어야 한다. 이는 우리 법원에서도 채택하고 있는 무고의 구성 요건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합리적 의심’과 ‘적극적 증명’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판례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위에 소개한 캐다나 온타리오 판결에서는 “합리적 의심이란 상상되거나 하찮은 의심이 아니고, 동정 혹은 편견에 기반하지 않아야 하며, 이성과 상식에 기반해야 한다. 합리적 의심은 증거의 존재 혹은 부재에 의해 논리적으로 추론된 것이어야 한다”고 적시한다. 무고로 기소된 피해자를 합리적으로 의심하는 과정은 ‘상상되거나’, ‘편견에 기반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법과 사회가 기억할 것은 “성폭행 당한 피해자라면~”과 같은 추정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같은 추정이 어떠한 통념에 기반하고 있는 것인지를 살펴야 하는 일이다. 성폭력은 극도의 수치심과 두려움으로 처음 보는 낯선 사람을 붙잡고 하소연해야하는 문제라기보다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 더 나아가 성적 온전성/통합성(integrity)을 침해하는 권리 침해의 문제로 봐야 한다.


‘죄질이 불량한’ 역고소의 행렬이 중단되려면


미국의 연방 증거법 412조(Federal Rules of Evidence Rule 412)는 “강간 피해자에 대한 보호막(rape shield)규정”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성적 위법 행위와 관련된 사건의 민/형사 소송에서 피해자의 과거의 성적 행위나 성적 성향에 관한 증거를 배척하고 있다. 또 피해자의 과거 고소 전력을 문제 삼는 것 또한 판례를 통해 금지하고 있다.


영국 역시 성범죄법(Sexual Offences Act)에서 피해자의 과거 성 경험에 대한 질문을 제한하고 있다. 영국 검찰청 수사지침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강간 피해자에 대한 평소 행실을 비난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여러 건의 강간 피해자가 된 경우에 더욱 무고죄로 판단하는 실수를 범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강간 피해자는 외관상 약해 보이는 경향이 있어 다른 사람에 비해 강간죄의 피해자가 될 확률이 높다. 그러므로 과거 강간 신고 사실은 현재 강간 신고 사실의 진실성을 의심하는 자료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고미경, 2016, “성폭력 피해자가 피소된 사건에서의 법적지원”, 한국성폭력위기센터, 『성폭력피해자가 피소되 사건에서의 법적지원』, pp.55-56)


우리 사회의 성폭력에 대한 편견과 통념이 한 순간에 바뀔 수 없다면, 과도기적으로 법과 제도적인 차원에서의 보완책이 필요하다. 피해자를 위축시키고, 자신의 가해 행위를 무마하기 위해 ‘밑져야 본전’으로 진행되는 역고소를 막기 위해서는 수사/재판 담당자들의 편견과 인식을 바꾸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절실하다.


또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지난 2월 제네바에서 열린 UN CEDAW(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젠더폭력과 관련해 한국정부에 권고한 7개의 사항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1. 형법 297조 개정(폭행과 협박이 아닌 동의여부로 강간 판단)

2. 가정폭력 상담조건 기소유예 폐지하고 화해와 중재 사용 금지하고 형사처벌 받는 것 보장하기

3.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형사소송 남용(무고, 명예훼손 역고소 등)을 막기 위한 모든 조치 취할 것.  피해자의 성적 배경을 사법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하는 것 금할 것.

4. 온라인 플랫폼 및 온라인 배포자에 대한 상당한 재정적 제재 및 예방조치 강화

5. 직장 내 성희롱 사례에 대한 예방과 효과적인 관리 및 감독 체제 확립

6. 학교, 대학, 군대 포함한 공공기관에서의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보장, 보고 및 상담을 용이하게 하기위한 엄격한 비밀보장

7. 탈북여성들에게 적절한 상담 등을 위해 탈북여성센터에 적절한 재원 제공


뿐만 아니라 성폭력으로 고소된 이들에게 무죄나 기소유예를 받아주겠다고 부추기는 변호사 시장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도 필요하다.


▶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주최, 서울 청계광장에서 3월 22~23일 계속된 2018분의 이어말하기 현장 ⓒ일다


세상아 들어라, 우리가 증거다!


2014년 수원지방법원은 강제추행 가해자가 피해여성을 무고로 고소한 사건에 대하여, 죄질 불량으로 징역 2년 6월을 선고하면서 아래와 같이 말한다.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가해자)이 평소 알고 지내던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여 상해를 입게 하고, 위 피해사실을 신고한 피해자를 무고한 것으로 그 죄질이 불량한 점, 이 사건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상당한 육체적ㆍ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을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 [수원지방법원 2014고합255 판결문 중]


자신의 가해사실을 무마하기 위한 ‘옵션’으로 활용되는, ‘죄질이 불량한’ 역고소의 행렬들은 이제 그 수법의 효용 가치가 떨어질 때가 되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지난 3월 23일 밤, 청계광장에서 촛불을 밝힌 많은 여성들은 이렇게 외쳤다.

“세상아, 들어라! 나는 말한다. 이제 제발 좀 들어라! 내가 증거다, 우리가 증거다!”


많은 여성/소수자/피해자들의 기억이, 몸이, 삶이 성폭력 피해를 증명하고 있다. 일부 왜곡된 수사/재판관들과 허술한 법의 판단 기준들이 그것이 성폭력임을 인정하길 주저하더라도, 때로는 가해자의 경험을 우선하더라도, 우리는 끊임없이 우리의 증거를 외치고 말하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미투가 바꿀 세상, 우리가 만들자!”    페미니스트저널 <일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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