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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니아 트웨인의 속 시원한 ‘미러링’

<블럭의 팝 페미니즘> She’s Not Just a Pretty Face


※ 메인스트림 팝 음악과 페미니즘 사이의 관계를 얘기하면서, 우리가 일상에서, 대중문화 사이에서 페미니즘을 드러내고 실천으로 이을 가능성까지 찾아보고자 합니다. [필자 블럭]  페미니스트저널 <일다> 바로가기


한국에서 샤니아 트웨인(Shania Twain)의 인지도는 그렇게 높지 않지만, 알고 보면 세계적으로 “컨트리 팝의 여왕”으로 불리는 엄청난 스타다. 지금은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가 워낙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그 이전에 샤니아 트웨인이 있었다. 아직도 그는 컨트리 음악 역사상 가장 많은 음반을 판 여성가수라고 한다.


컨트리 음악 내에서만 영향력이 강했던 건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음반을 판 음악가를 순위로 매겼을 때, 샤니아 트웨인은 상위권 안에 든다. 특히 1995년부터 2002년까지 발표한 [The Woman in Me], [Come On Over], [Up!] 세 장의 음반은 미국에서만 4천만 장이 넘게 팔렸으며, 북미 지역에서는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전체 판매량을 합치면 어마어마한 대기록이 되고, 지금은 그 힘이 조금 줄었지만 여전히 건재한 모습으로 활동 중이다.


▶ 샤니아 트웨인 From This Moment On 뮤직비디오 중에서


샤니아 트웨인은 아메리칸 원주민 혈통이며, 보호구역 내에서 생활하기도 했다. (샤니아라는 이름은 오지브와족 언어로 ‘내 길을 간다’on my way라는 뜻이라고 한다.) 가족은 계속 시련을 안겨줬다. 부모의 이별과 재혼, 저임금 등 여러 이유로 그는 어릴 적부터 경제활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 10대가 되기 이전부터 끼니를 구하러 다니거나 일을 해야 했다고 한다.


음악적 재능은 어릴 적부터 뛰어났다. 10살 때 이미 곡을 쓰기 시작했으며, 13살 때는 TV 쇼 프로그램에 초청되어 공연을 했다. 하지만 그는 남은 가족들, 그러니까 동생들이 독립할 때까지 일을 병행해야 했다. 그러던 중 조금씩 기회가 찾아와서 꾸준히 공연 무대에 설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컨트리와 팝, 락 등 다양한 음악을 접하기 시작했다.


데모 테이프를 돌리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대형 레이블과 계약을 했고, 이후 자신의 이름을 건 첫 번째 앨범을 발표할 때까지는 아무도 그의 큰 성공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두 번째 앨범 [The Woman in Me]부터 그는 자신의 목소리를 과감하게 피력하는가 하면, 컨트리 음악에 다양한 장르를 섞어 독특하면서도 대중적인 팝 음악에 가까워졌다. 앨범은 순식간에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이때 발표한 대표적인 곡이 바로 “Any Man of Mine”이다.


내 남자는 누구든 날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해

내가 못날 때도 여전히 날 사랑해야 해

누구든 내 남자는 작년에 입었던 옷이 꽉 끼어도 딱 맞다고 말해야지

내가 백만 번 마음을 바꿔도 괜찮다, 좋다고 하는 걸 듣고 싶어

-Shania Twain, “Any Man of Mine” 중에서


1995년에 발표한 싱글 “Any Man of Mine”은 ‘누구든 내 남자는 이랬으면 좋겠어’를 이야기한다. 남성의 희망사항이 절대적인 팝 음악시장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담아낸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이 작품이 미국에서 50만 장 판매를 기록한 것은 더욱 반가운 일이다. 샤니아 트웨인은 2집 때부터 대부분의 곡을 직접 작사했는데, 이때부터 흥미로운 곡들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 샤니아 트웨인 Life's About To Get Good 뮤직비디오 중에서


세 번째 앨범 [Come On Over]는 더 많은 성공을 거두면고, 더욱 의미 있는 곡들이 발표됐다. 먼저 이야기할 곡은 “Honey, I’m Home”이다.


자기야, 나 집에 왔어. 오늘 되게 힘들었어.

차가운 것 좀 줘, 그리고

발 좀 문질러줘, 먹을 것 좀 가져와줘

내가 제일 좋아하는 요리 만들어 줘

나 쉬면서 TV 봐야 해.

-Shania Twain, “Honey, I’m Home” 중에서


어쩐지 익숙하지 않은가? 샤니아 트웨인은 오늘 자신이 얼마나 힘들었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하면서 집에 왔으니 발 좀 문질러 달라고 한다. 남자들이 말하는 방식을 패러디한 것이다. 여기에 다른 싱글인 “That Don’t Impress Me Much”는 이른바 ‘맨스플레인’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레베카 솔닛(Rebecca Solnit)이 지적한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Men Explain Things To Me)와 정확히 들어맞는 내용이다.


지들이 엄청 똑똑한 줄 아는 남자들을 몇 알고 있어

근데 너도 거의 그 수준인 것 같네

넌 네가 천재라 생각하지, 근데 그게 날 엄청 짜증나게 한단 말이야

전형적인 원조 ‘다 아는 사람’ 중 하나야 너는

오, 당신은 당신이 특별하다 생각하고 뭔가 다른 존재라고 생각하지

아, 그래요, 로켓 과학자라고요

뭐 근데 그게 크게 와 닿진 않네요

- Shania Twain, “That Don’t Impress Me Much” 중에서


외에도 샤니아 트웨인은 ‘내 마음대로 행동하니 여자가 된 기분이다’라는 이야기를 담은 “Man! I Feel Like a Woman!”이라는 싱글과, ‘그녀에게 손을 대고 싶다면 먼저 물어봐야해’ 라는 내용을 담은 “If You Wanna Touch Her, Ask!” 등의 수록곡을 통해 일관된 메시지를 사회에 전달했다. 그의 이야기와 음악은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고, 그래미 시상식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주체로서의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놓은 작품은 대중에게도, 평단에게도 모두 사랑을 받았다.


▶ 샤니아 트웨인 Swingin' With My Eyes Closed 뮤직비디오 중에서

 

몇 곡에서 그가 사용한 방식은 미러링에 가깝고, 또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 만들어졌던 편견을 반대로 재구성하는 이야기도 있다. 이후 앨범 [Up!]을 통해 발표한 싱글 “She’s Not Just a Pretty Face”에서 샤니아 트웨인은 여성이 다양한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단지 예쁜 얼굴만이 아니에요’라는 제목은 여성이 외모로만 평가를 받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곡이 앨범에 들어있음에도, 한국에서 [Up!]이 발표되었을 때 한국 프로모션과 미디어는 샤니아 트웨인의 외모에만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예쁜, 섹시한 스타라는 문구만 내세웠을 뿐 샤니아 트웨인이 어떤 음악을, 어떤 가사를 작품에 담았는지는 크게 알리지 않았다.


세 장의 앨범 내내, 그리고 지금까지도 페미니즘의 목소리를 직접 내며 여성의 힘 모으기, 걸 파워 바람을 이어 나갔던 그는 음악으로 젠더 권력에 담겨 있던 편견을 깼다. 때로는 전복과 공감의 방식을 통해 당연하지만 해야 할 이야기들을 꺼냈다. 이미 성공한 음악가지만, 샤니아 트웨인은 2017년에 [Now]라는 앨범을 발표했으며 그의 음악과 메시지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페미니스트저널 <일다> 바로가기


※ Shania Twain “Any Man of Mine” http://bit.ly/1y0jGFY

 

※ Shania Twain “That Don’t Impress Me Much” http://bit.ly/1lFkwmG

 

※ Shania Twain “She’s Not Just a Pretty Face” http://bit.ly/2oJIku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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