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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대해 보다 열려있기를 희망하며…
“어떻게 그렇게 외국어를 잘해요?”
“다른 언어 배우는 걸 재미있어했어요.”
문연진(27세)씨는 특별히 재능이 있는 사람이다. 허나 재능이라는 것도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법은 없으니, 남들보다 더 많은 애정과 공을 들여 실력이 향상되고, 이윽고 시간이 지나 재능을 인정받게 되었으리라.
“중학교 때 놀면서 일본어를 독학했었어요. 그때부터 언어에 소질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됐죠. 잘하게 된 계기는, 정말 재미있게 했어요.”
연진씨는 지금은 영어, 불어 통번역 일을 하고 있고 경력을 쌓아가고 있다. 지금은 스페인어까지 “배우고 있는 중”이라고 하지만, 몇 달 후면 또 훌쩍 향상된 실력을 가지고 나타날 것 같다. 그가 “재미있다”고 하면 왠지 거기서 그칠 것 같지가 않다.
지난 겨울 불어 닥친 혹독한 추위
원래 계획대로라면 연진씨는 지금 제네바에서 공부를 하고 있어야 한다. 지난해 9월, 국제대학원에 진학해 스위스로 떠났다. “국제관계 쪽에 관심이 많아서” 더 배우기로 생각하고 긴 시간을 예정하고 떠났는데, 2개월 만에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그는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전갈을 받고 먼 이국 땅에서 망설였다.
오래 고민하지 않고 바삐 발걸음을 돌렸던 가장 큰 이유는, 4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임종 전에 어머니 곁에 오래 있어드리지 못했는데, 그게 마음에 많이 남았다. 한국에 돌아온 지난 겨울, 그에게 불어 닥친 추위는 어느 때보다 혹독했던 듯하다.
“이번 달 내로 결정해야 하는데…”
제네바로 돌아가 공부를 계속하려면 “이번 달에” 신청해야 한다며 그는 말꼬리를 흐렸다. 병석에 누워계시는 아버지를 두고는 발걸음이 떼지지 않은 모양이었다.
연진씨가 국제관계 쪽으로 관심을 가지고 경험을 쌓기 시작한 건 오래됐다. 그는 특히 인권사안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학교에 다니면서부터 여러 인권단체에서 자원활동을 했다. 특히 초국적 기업들에 의한 제3세계 인권침해 실태를 한국사회에 알리고 있는 NGO에서 4년째 통번역과 함께 힘이 닿는 대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자본과 힘에 의해 인권침해와 환경피해가 일어나는 곳 어디든, 남다른 관심을 보인다. 그러다 보니 “연대를 생각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서 다른 언어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자신이 세상에 대해 보다 열려있기를 희망하며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통역 일은 마치 역할극과 같아요
통역을 하면서 생각이 더 많아졌다. “성공적인 통역은 되도록이면 통역자가 상대방의 얘기를 재연해내고” 그러면서 “통역을 듣는 사람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스스로 판단하게 내버려 두어야 한다”는 지론도, 일하면서 깨닫게 됐다. 그게 마치 역할극 같다고. 그래서 그에게 통역 일은 재미있다.
“역할극의 즐거움이 있고, 재미있기도 한데 고생스럽죠. 통역은 스트레스가 심해요.”
어떤 점이 가장 힘드냐는 질문에 “욕먹는 게 제일 무서운 것 같다”고 말했다. 자기가 한 말 때문이 아니라, 남의 말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것 같을 때 드는 스트레스도 심한 편이다. 그러고 보면 연진씨는 적극적이기도 하지만, 섬세하고 내성적인 면이 많은 것 같다.
“내가 갇혀있었구나 라고 깨달은 적이 있었어요. 끊임없이 자기반성, 성찰을 한다고 하면서 실제론 벽을 쌓아두고…. 정작 자기함정에 빠져있는 경우 말이에요. 그러면서 ‘나는 성찰 중이야’ 라고 말하는 거죠.”
연진씨는 남들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조금 더 고민하는 사람들이 쉽게 빠지는 “함정”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명 “철학 하는 사람들의 함정”이라고 말하는데, “합리적으로 따지고 고민하면서, 정작 상대에 대해서는 더 알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의 관계가 갈등하고 서로 반목하는 건 “우리들의 나약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로가 가진 틀에 가두어놓고 소리지르고, ‘너 그렇지?’라고 상대를 규정해버리는 것. 그런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결국은 삶의 방식이 맞닿아 있다는 걸 이해할 수 있어요.”
‘발전 없이 견뎌야만 하는 시기도 있다’는 말
연진씨와 인터뷰한 곳은 한 국제토론회가 열린 회의실 뒤쪽, 다소 어두운 불빛 아래였다. 하루 종일 빼먹어야 할만큼 먼 거리였고, 확정되지 않은 스케줄로 번거로움이 많았을 텐데 그는 “(국제토론회의) 내용이 좋은 것 같다”며 고생스러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행사 중 빠져 나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그가 가진 삶의 에너지가 적극적이고 성실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부단히 날개를 퍼덕이고 있다는 사실도.
누군가에서 들은 얘기인데, 요즘 같은 때는 그 얘기를 듣고 힘을 얻고 있다고 했다.
“발전 없이 견뎌야만 하는 시기도 있다는 말이었어요.”
힘든 겨울을 지내면서 수없이 그 말을 되뇌었을 것 같기도 하고, 목표에 성큼성큼 다가가고 싶은데 상황이 쉽지 않아 자신을 다독이는 말 같기도 하고.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는, 자연의 순리에 대한 이야기가 연진씨의 마음 언저리를 따뜻하게 위로해주길 바란다. “견뎌야만 하는 시기”를 거치고 나면, 어느덧 부쩍 성장해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믿으면서. 윤정은 기자▣ 여성주의 저널 일다는 어떤 곳?
“어떻게 그렇게 외국어를 잘해요?”
“다른 언어 배우는 걸 재미있어했어요.”
문연진(27세)씨는 특별히 재능이 있는 사람이다. 허나 재능이라는 것도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법은 없으니, 남들보다 더 많은 애정과 공을 들여 실력이 향상되고, 이윽고 시간이 지나 재능을 인정받게 되었으리라.
“중학교 때 놀면서 일본어를 독학했었어요. 그때부터 언어에 소질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됐죠. 잘하게 된 계기는, 정말 재미있게 했어요.”
연진씨는 지금은 영어, 불어 통번역 일을 하고 있고 경력을 쌓아가고 있다. 지금은 스페인어까지 “배우고 있는 중”이라고 하지만, 몇 달 후면 또 훌쩍 향상된 실력을 가지고 나타날 것 같다. 그가 “재미있다”고 하면 왠지 거기서 그칠 것 같지가 않다.
지난 겨울 불어 닥친 혹독한 추위
원래 계획대로라면 연진씨는 지금 제네바에서 공부를 하고 있어야 한다. 지난해 9월, 국제대학원에 진학해 스위스로 떠났다. “국제관계 쪽에 관심이 많아서” 더 배우기로 생각하고 긴 시간을 예정하고 떠났는데, 2개월 만에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그는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전갈을 받고 먼 이국 땅에서 망설였다.
오래 고민하지 않고 바삐 발걸음을 돌렸던 가장 큰 이유는, 4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임종 전에 어머니 곁에 오래 있어드리지 못했는데, 그게 마음에 많이 남았다. 한국에 돌아온 지난 겨울, 그에게 불어 닥친 추위는 어느 때보다 혹독했던 듯하다.
“이번 달 내로 결정해야 하는데…”
제네바로 돌아가 공부를 계속하려면 “이번 달에” 신청해야 한다며 그는 말꼬리를 흐렸다. 병석에 누워계시는 아버지를 두고는 발걸음이 떼지지 않은 모양이었다.
연진씨가 국제관계 쪽으로 관심을 가지고 경험을 쌓기 시작한 건 오래됐다. 그는 특히 인권사안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학교에 다니면서부터 여러 인권단체에서 자원활동을 했다. 특히 초국적 기업들에 의한 제3세계 인권침해 실태를 한국사회에 알리고 있는 NGO에서 4년째 통번역과 함께 힘이 닿는 대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자본과 힘에 의해 인권침해와 환경피해가 일어나는 곳 어디든, 남다른 관심을 보인다. 그러다 보니 “연대를 생각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서 다른 언어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자신이 세상에 대해 보다 열려있기를 희망하며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통역 일은 마치 역할극과 같아요
통역을 하면서 생각이 더 많아졌다. “성공적인 통역은 되도록이면 통역자가 상대방의 얘기를 재연해내고” 그러면서 “통역을 듣는 사람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스스로 판단하게 내버려 두어야 한다”는 지론도, 일하면서 깨닫게 됐다. 그게 마치 역할극 같다고. 그래서 그에게 통역 일은 재미있다.
“역할극의 즐거움이 있고, 재미있기도 한데 고생스럽죠. 통역은 스트레스가 심해요.”
어떤 점이 가장 힘드냐는 질문에 “욕먹는 게 제일 무서운 것 같다”고 말했다. 자기가 한 말 때문이 아니라, 남의 말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것 같을 때 드는 스트레스도 심한 편이다. 그러고 보면 연진씨는 적극적이기도 하지만, 섬세하고 내성적인 면이 많은 것 같다.
“내가 갇혀있었구나 라고 깨달은 적이 있었어요. 끊임없이 자기반성, 성찰을 한다고 하면서 실제론 벽을 쌓아두고…. 정작 자기함정에 빠져있는 경우 말이에요. 그러면서 ‘나는 성찰 중이야’ 라고 말하는 거죠.”
연진씨는 남들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조금 더 고민하는 사람들이 쉽게 빠지는 “함정”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명 “철학 하는 사람들의 함정”이라고 말하는데, “합리적으로 따지고 고민하면서, 정작 상대에 대해서는 더 알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의 관계가 갈등하고 서로 반목하는 건 “우리들의 나약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로가 가진 틀에 가두어놓고 소리지르고, ‘너 그렇지?’라고 상대를 규정해버리는 것. 그런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결국은 삶의 방식이 맞닿아 있다는 걸 이해할 수 있어요.”
‘발전 없이 견뎌야만 하는 시기도 있다’는 말
연진씨와 인터뷰한 곳은 한 국제토론회가 열린 회의실 뒤쪽, 다소 어두운 불빛 아래였다. 하루 종일 빼먹어야 할만큼 먼 거리였고, 확정되지 않은 스케줄로 번거로움이 많았을 텐데 그는 “(국제토론회의) 내용이 좋은 것 같다”며 고생스러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행사 중 빠져 나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그가 가진 삶의 에너지가 적극적이고 성실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부단히 날개를 퍼덕이고 있다는 사실도.
누군가에서 들은 얘기인데, 요즘 같은 때는 그 얘기를 듣고 힘을 얻고 있다고 했다.
“발전 없이 견뎌야만 하는 시기도 있다는 말이었어요.”
힘든 겨울을 지내면서 수없이 그 말을 되뇌었을 것 같기도 하고, 목표에 성큼성큼 다가가고 싶은데 상황이 쉽지 않아 자신을 다독이는 말 같기도 하고.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는, 자연의 순리에 대한 이야기가 연진씨의 마음 언저리를 따뜻하게 위로해주길 바란다. “견뎌야만 하는 시기”를 거치고 나면, 어느덧 부쩍 성장해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믿으면서. 윤정은 기자▣ 여성주의 저널 일다는 어떤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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