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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 소비자들도 인권침해 현실을 알아야 한다
AV 피해여성을 한 명이라도 줄일 수 있기를…
많은 젊은이들로 활기를 띄는 도쿄 시부야의 하치코 동상 앞 광장. 올해 4월 26일 이곳에서 일본 내각부와 경찰청이 AV(Adult video, 성인 동영상) 출연 강요, JK비지니스(여고생을 뜻하는 일본어 Joshi Kosei의 약자. 여고생의 밀착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거래 유형) 등 피해 방지의 달 홍보 캠페인을 진행했다.
마이크를 잡은 사람 중 한 명인 구루민 아로마 씨는 AV 출연 강요 피해를 당했고, 그 체험을 발표했다.
작년 3월에 국제인권 비정부기구 ‘휴먼 라이츠 나우’((Human Rights Now)가 이 문제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해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하지만 “실제 피해자가 존재하는가”라는 비겁한 비난의 목소리도 있었다. 그때, 얼굴을 드러내고 피해를 고발한 것이 구루민 아로마 씨(1990년 생)였다.
단상에서 마이크를 잡은 구루민 씨는 힘 있게 호소했다.
“저는 피해를 당하는 여성을 한 명이라도 줄이고 싶고, 이 문제를 뿌리 뽑고 싶다는 마음으로 여기에 서 있습니다. 여성들의 꿈을 악용하거나, 뭔가 중요한 걸 얻기 위한 단계라고 유혹하면서 여성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을 저는 용납할 수 없습니다.”
AV 출연 강요 피해를 증언한 구루민 아로마 씨
▶ AV 출연 강요 피해를 증언한 유튜버이자 액티비스트, 구루민 아로마 씨 ⓒ페민 제공
고등학교 시절, 관악부에서 드럼과 타악기를 쳤고 밴드를 꾸려 보컬을 맡았던 구루민 씨. 본격적으로 음악활동을 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고, 대학에서 윤리학과 종교학 등의 철학을 공부했다. 구직 활동의 결과 취업까지 확정되었다. 하지만 “이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대학에 들어갔었나 생각해보니 그건 아닌 것 같아서…” 구루민 씨는 취업을 하는 대신 자신의 세계관을 표현하는 가사를 꾸준히 썼다.
2012년 여름, 도쿄 신주쿠에서 “사진집 모델을 할 여성을 찾고 있다”며 남성이 캐스팅을 제안했다. 길거리캐스팅을 당한 게 처음은 아니었다. 구루민 씨가 “음악이라면 관심이 있다”고 하자, 남성은 성의 있게 이야기를 들어주며 다양한 활동을 제안했다. 명함도 “그럴듯하게 보였”고, 사무실 사람들도 하나같이 그 남성은 과거에 몇 사람이나 연예계 데뷔를 시킨 사람이라고 했다. “내 꿈을 이루고 싶다. 여기에 걸어보자”며 그 회사와 계약했다.
그런데, 음악가로서 이름을 알리기 위해 도전한 사진집 촬영이었는데 출판사와의 미팅에서 소속사 사장이 “이 친구는 누드도 괜찮다”고 말했고, 누드 사진과 동영상 촬영으로 이어졌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울고 있는 구루민 씨에게 사장은 “먼저 벗어야 화제를 모을 수 있다”고 단언했다.
촬영 마지막 날, 소속사 스태프가 “시대가 변했다. 지금은 AV에 나온 다음 음악활동을 하는 게 주류”라고 이야기했다. 이후 반년 간 소속사가 총 동원되어 AV 촬영을 거부하는 구루민 씨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AV를 찍은 다음에 보이스 트레이닝을 하자. 그 프로그램에 나가자”, “AV 여배우는 하기 싫다니 직업차별이다” 등등. 결국 구루민 씨는 ‘책임감’을 느껴 출연하기로 했다.
하지만, 촬영 전날 미팅을 가지고 합의했던 NG 항목(할 수 없는 행위)은 현장에서 모조리 깨졌다. 촬영을 하기 싫다고 울부짖는 구루민 씨에게 몇 명이나 되는 남자들이 모여들어 “너처럼 시간이 걸리는 사람은 처음이다”, “모두의 생활이 걸려있다”고 말했다.
“거기서 하지 않으면 살해당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정말로… 무서웠다”고 말하는 구루민 씨. 촬영 후에는 몸이 아프고 정신적으로 불안정해져 몇 번이고 그날의 일이 꿈에 나왔다.
2년 계약이 끝날 무렵, “사장이 돈을 가지고 도망쳤다”며 소속사가 ‘부도’났다. AV여배우만 다른 회사로 소속사가 이적된다고 통보를 받았다. “돈은 나중에 주겠다”는 소속사의 말을 믿고 개런티도 받지 않은 상태였다. 음악 활동을 할 수 있는 전망이 없다고 판단한 구루민 씨는 소속사를 그만뒀다.
당시에는 우울감에 빠져 “당신이 나쁘다”는 얘기를 들을 것 같아 피해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구루민 씨지만, “소속사를 그만 둔다”고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이 기자의 눈에 띄었고, 언론사를 통해 많은 여성들이 자신과 같은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때마침, 유튜브에 자신이 아로마테라피를 가르치는 영상을 올렸더니, 열띤 반응이 있었다. (구루민 씨는 아로마 코디네이터이자, 요가 강사 자격도 가지고 있다.)
“나는 전하는 사람이다. 나라면 여성들에게 속 시원히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해 자신이 겪은 피해 사실을 공표하기로 했다.
지금은 유튜버(유튜브에 동영상을 계속 올리는 사람)로서 동영상에서 AV 출연 강요 문제를 호소하거나, 젊은 여성들 대상의 강연과 행사 등에도 출연하고 있다. 구루민 씨는 이렇게 말한다.
“무엇에 도전한들 마이너스에서 시작하게 됩니다. 속으로는 내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자신감도 떨어지고, 내 영상은 계속 남을 거고, 연인이 될 사람 역시 분명히 싫어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 포기해버리곤 하죠. 하지만 지금도 그 소용돌이 속에 있는 사람들은 꿈을 위해서거나, 계약을 했으니 최선을 다하려고 아무한테도 얘기할 수 없는 상태에 있습니다. 그럴 때, 어딘가에서 문득 내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랍니다.”
▶ AV 출연 강요 문제를 알리기 위한 라이트하우스 제작 만화 <블루 하트> 홍보영상 중 ⓒhttp://lhj.jp/804
디지털 낙인, 피해는 계속해서 확산되고 있어
AV 출연 피해의 특징적인 문제는 그 영상이 온라인상에 남는다는 점이다.
“디지털 타투라고도 하는데, 자신의 피해가 계속해서 확산됨으로써 피해자는 상상하기 힘든 고통을 떠안게 됩니다.” (인신매매 피해자 지원센터 ‘라이트하우스’의 후지와라 시호코 대표)
영상을 삭제해달라고 요청을 해도, 다른 사이트에서 다시 유출되어 모든 영상을 온라인상에서 완전히 삭제하는 것은 현재의 기술로는 불가능하다. 현재로서는 지원하는 변호사나 지원인력 모두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와 사회 전체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노력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
AV을 소비하는 문화가 더 친숙하기 때문인지, AV 출연 강요 피해와 인권침해를 겪는 여성들을 돕는 자원활동가들 중에는 남성이 많다. 앞으로 인권보호를 위한 법 정비에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여성들이 이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휴먼라이츠 나우’(HRN)의 이토 가즈코 활동가는 말한다.
“피해자가 목소리를 냈다가는 심한 비난을 받을 뿐 아니라 정신적인 면이나 직업 생활면에서도 고립으로 내몰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운동에서 노력할 과제의 하나로 보고, 이들을 따뜻하게 지원해줬으면 합니다.”
성인비디오 제작 과정에서 일어나는 인권침해를 알리기 위해 ‘휴먼라이츠 나우’는 “AV 출연 강요 피해를 없애자! 홍보영상과 피해를 없애는 시스템 만들기”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6월에는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기도 했다.
포르노 피해와 성폭력을 생각하는 모임 <PAPA>의 지원활동가 미야모토 세츠코 씨는 현재의 상황을 이렇게 진단한다.
“피해여성들 중에는 이제 ‘자기 책임’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상담할 수 있는 피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마음 속 깊이에 있는 자신에 대한 죄책감이 치유하기 어려울 정도로 깊은 상처가 남아 있는 사람들도 아직 있을 겁니다. 정부, 경찰, 내각부가 얼마 전부터 진전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지만 지역 간 격차도 드러나고 있고, 경찰에서 적절한 대응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오히려 2차 피해를 당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미야모토 씨는 또한 AV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이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AV 출연 강요 피해가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었지만, AV를 소비하는 사회구조는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방대한 AV 시장 속에서 납득할 수 없는 성폭력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소비자들은 알 필요가 있습니다.”
※ AV 출연 강요 문제를 알리기 위해 라이트하우스가 제작한 홍보만화 <블루 하트> 신청 및 무료 다운로드 http://lhj.jp/804 홍보영상 <너에게>(あなたへ)는 유튜브에 올라와 있다. 라이트하우스 +81-120(879)971 soudan@ihj.jp <일다>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여성주의 언론 <페민> 제공 기사. 고주영 번역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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