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비판적 책읽기: <종이 봉지 공주>를 중심으로 
  
현지, 수빈이, 민규, 승찬이와 이번 주에는 <종이 봉지 공주>(로버트 문치 글/마이클 마첸코 그림, 비룡소)라는 동화책을 가지고 공부했다. 이 공부는 ‘비판적 책읽기’를 위해 만들어졌다.
 

로버트 문치 작 "종이 봉지 공주"

이 책의 주인공인 엘리자베스는 옷이 모두 불타버린 상황에서 종이 봉지를 걸치고, 용에게 잡혀간 약혼자인 로널드 왕자를 구하러 간다. 그리고 힘이 아닌 꾀로 용을 물리치고는 약혼자를 구한다. 하지만 왕자는 자기를 구해준 엘리자베스에게 고맙다고 말하기는커녕 “꼴이 그게 뭐냐! 잘 차려 입고 다시 오라”며 핀잔을 준다. 엘리자베스는 그런 로널드에게 “넌 겉만 번지르르한 껍데기야!”라고 말하고 그와 결혼하지 않기로 한다.
 
아이들에게 먼저 로널드의 행동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고, 또 엘리자베스가 로널드와 결혼하지 않은 건 잘했다고 생각하는지, 잘못했다고 생각하는지 의견을 나누었다. 그리고 나서 본격적으로 엘리자베스를 다른 동화 속 주인공인 신데렐라나 백설공주, 벨(미녀와 야수)과 같은 여성들과 비교해보았다.
 
엘리자베스와 다른 동화 속 주인공들은 어떻게 다른가를 묻는 질문에, 승찬이는 “백설공주, 신데렐라 등의 여자들은 모두 왕자의 성격을 알아보지 않고 결혼했는데, 엘리자베스는 로널드의 성격이 맘에 들지 않다는 이유로 결혼하지 않았다. 또, 다른 이야기 속에서는 거의 다 왕자가 공주를 구해주는데 이 이야기에서는 공주가 용감하게 왕자를 구해준다”고 대답했다.
 
현지도 “신데렐라는 용기가 없어서 새언니들과 계모에게 대들지도 못했지만, 엘리자베스는 용감해서 용과 싸우러 갔다. 그리고 백설공주는 어리석어서 못된 왕비에게 세 번이나 속았다.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용기와 뛰어난 지혜로 위험한 일을 당하지 않았다”며 엘리자베스의 용기를 높이 샀다.
 
"신데렐라는 용기가 없고 백설공주는 어리석어요"
 
이들 여성들과 엘리자베스 중 누가 더 마음에 드느냐는 질문을 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엘리자베스가 맘에 든다고 대답했다.
 
수빈이는 “엘리자베스는 기존의 동화 속 여자주인공들과 달리 당당하고 용감하다. 소심한 아이들은 우물쭈물 말을 하여 답답하지만, 당당하고 용감한 아이들은 씩씩하게 말해 속이 시원해 당당한 아이가 더 좋다”고 이유를 밝혔다.
 
민규만 기존의 동화책의 주인공들이 마음에 든다고 대답했는데, 이유는 “벨(미녀와 야수)은 부모님을 존경해서 효도를 많이 할 것 같고 신데렐라는 일을 많이 해서 집안일을 잘하고 엘리제(백조왕자)는 옷을 잘 만들 것” 같기 때문이란다. 민규의 재미있는 생각을 들으면서 모두 많이 웃었다.

끝으로 기존 동화들이 가지고 있는 상투적인 내용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찾아보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남자가 여자를 구한다’는 대답은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다 골랐다. 그렇지만 나머지 대답들은 각자의 개성이 잘 담겨 있었다.
 
‘누군가 죽거나 후회한다. 누군가 다른 사람을 저주하는데 더욱 행복해진다’는 민규, ‘언제나 착한 주인공 곁에는 나쁜 사람이 있다. 언제나 공주는 자신을 구해준 사람과 결혼한다. 계모는 언제나 나쁘다. 주인공은 나쁜 사람을 견딘다’는 수빈이, ‘여자들은 대부분 약하다. 여자들은 겁이 많다. 항상 공주와 왕자의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방해꾼이 있다’는 현지, ‘여자들은 착하기는 한데, 좀 둔하고 머리를 잘 쓰지 않는다’는 승찬.
 
나는 아이들이 동화책을 읽을 때, 혹시 책에 실린 이야기는 모두 본받을 만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그래서 매 단계마다 1회 이상, 비판적으로 텍스트를 검토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있다. 이번에도 엘리자베스와 기존 동화책 속의 여자주인공들을 비교하면서, 소위 고전이라 불리는 동화 속에 담겨 있는 왜곡된 생각들에 대해 문제 제기해보길 바랬다.
 
이렇게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다른 책을 읽을 때도 배울 점과 잘못된 점을 꼼꼼하게 생각하며 책을 읽는 아이들이 되길 바란다. 그래서 아이들의 사고의 폭이 좀 더 확장될 수 있길 늘 바란다. 
일다▣ 정인진 (교육일기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어린이문학] 죽음을 수용하는 어린이들의 모습 김윤은미  2005/08/29/
[어린이문학] 자연감수성을 키워주는 동화 김윤은미  2005/07/18/
[어린이문학]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세계 김윤은미  2005/02/07/
댓글
  • 프로필사진 eye <종이 봉지 공주>같은 동화책이 나와서 다행이네요.
    백설공주, 신데렐라, 인어공주, 미녀와야수, 잠자는 숲속의 미녀.. 등의 고전동화에 대해서 걱정스러워하느니, 한권의 다른 얘기를 하는 동화책을 보여주는 편이 낫지요. ^^
    2009.03.09 13:07
  • 프로필사진 베트 아이들의 다양한 의견이 재밌네요. 2009.03.09 13:15
  • 프로필사진 고전은 미학은 미학대로 감상하고, 인습이나 통념은 걸러낼 필요가 있죠.
    아이들이 직접 구성하는 동화도 씩씩하고 흥미로운 얘기들이 많이 나오지요~
    2009.03.09 18:03
  • 프로필사진 시대가그래서 서양식 동화를 보면 왕자가 공주를 구하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한국 전래동화를 보면
    여자역할이 크게 나오는 경우가 있죠. 심청전, 바보온달이야기, 나무꾼과 선녀 등등 공주와 왕자이야기가
    한국에 있지만 그다지 해피앤딩이 아니네요. 호동왕자와 선화공주이야기도 그렇고요. 제 생각에 왕자가 공주를 구하는 이야기가 서양에서 널리 펴진 것은 판타지를 충족시키기에는 그만한 이야기가 없기 때문에 그런 것 같네요.
    2009.03.10 08:13
  • 프로필사진 asd 만약 아이 낳는다면 신데렐라 백설공주 이런거 절대 안읽힐.......................수가 있으려나요.
    아 이놈의 세상은 ㅠ
    2009.03.10 09:19
  • 프로필사진 꼭 필요할때만 남녀평등 엄연히 다른데... 왜 같을려고 하는지... 군대를 가세요.
    애기를 낳을 수가 없어요. 어쩔 수 없잖아요. 다른걸.... 물리적인 힘이 강한 사람이 약한 사람을 구하는게
    상식적으로 맞는거지.... 힘없고 약한 친구가 강한 친구를 구해준다?? 상식 밖의 이야기죠.
    2009.03.10 16:29
  • 프로필사진 사일라 고전동화의 폐해에 대해서 얘기하지 않습니까...
    그리고꼭 남녀평등하면 군대와 출산얘기 합니까 나참...꼭 무식하게 맨날 군대랑 출산 들이대더라.
    2009.06.10 00:41
  • 프로필사진 ssari 아이들 생각과 의견을 직접 들으니 재밌네요... 2009.03.11 03:07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fairy-tale.tistory.com BlogIcon 동화사랑 트랙백 타고 왔어요. 책을 읽은후 아이들의 느낌을 알수있어 더 좋네요. 백설공주와 신데렐라.. 좋은 고전이긴 하지만, 지금 우리네 의식과는 안맞는 부분이 많죠. 역시 아이들이 그러한 시각의 차이를 자연스럽게 느끼고 깨트릴수 있어 좋네요^^ 자주 놀러오겠습니다~` 2009.04.28 08:58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www.ildaro.com BlogIcon 일다 동화사랑님 반갑습니다. 좋은 글 많이 부탁드려요. 방문도 감사드립니다~ 2009.04.28 11:41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