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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를 위한 셀프 디펜스
[최하란의 No Woman No Cry] ‘삶’은 우리의 권리다
※ 여성을 위한 자기방어 훈련과 몸에 관한 칼럼 ‘No Woman No Cry’가 연재됩니다. 최하란 씨는 스쿨오브무브먼트 대표이자, 호신술의 하나인 크라브마가 지도자입니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십대를 위한 셀프 디펜스 설명 ⓒ스쿨오브무브먼트
수업을 하고 나면 “이런 걸(셀프 디펜스)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가르쳐 주면 좋겠어요” 라는 소감이 정말 많다.
그 이유는 첫째, 타인을 존중하고 자신을 지키는 방법을 각자의 특별한 노력을 통해서가 아니라 누구나 쉽게 경험하길 바라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물고기처럼 자유로워지고 싶다
“왜 어른보다 어린이가 자유 시간이 적은지 이해할 수 없다.”
“바다 속의 물고기처럼 자유로워지고 싶다.”
자살을 선택한 초등학교 5학년의 일기였다. 십오 년 전이지만, 그 사이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 2014년(세월호)을 제외하고 ‘자살’은 여전히 십대 사망 원인 1위다. 총성 없는 전쟁이 따로 없다. 누구나 알지만 끝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어쩌면 전쟁보다 더 잔인하다.
무한경쟁 입시 지옥의 핵심은 소수의 승자 다수의 패배자다. 호기심과 열정에 빛나던 눈망울의 아이는 어떻게 변하는가. 자유롭게 생각하는 습관과 능력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불안과 냉소, 열등감을 배우게 된다.
단순암기 주입식 교육은 공장의 논리와 같다. 싼값에 적정한 노동력을 대량 생산해내기 위한 논리다. 이 논리에 따르면 개성과 다양성, 창의력의 계발은 당장의 이윤 증대에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소수만 적당한 수준에서 발휘할 줄 아는 것이 더 적절하다. 따라서 무시되기 마련이다.
요컨대, 노동자들이 월요일을 싫어하듯 학생들에게도 이러한 교육은 재미없고 지루하기만 하다.
경쟁은 학생들 사이의 관계도 심각하게 왜곡한다. 협력과 우애가 아니라 밟고 올라서 억누르는 폭력적 ‘이치’가 아주 어릴 때부터 내면화되기 때문이다. 집단 괴롭힘이나 따돌림, 외톨이 현상은 결과다. 자포자기하고 배제하는 문화에 오염된 희생자들이 흔히 다른 희생자들에게 화살을 돌리게 된다.
가난, 차별, 소외도 십대들에게 큰 영향을 준다. 불행은 주로 가난 주위를 맴돌고, 부유한 가정의 아이들은 시작부터 훨씬 더 나은 기회를 얻는다. 실직, 파산, 가정불화가 십대들의 삶까지 짓누른다. 가정은 사회와 동떨어진 섬이 아니고, 가정에서도 가장 약한 존재는 아이들이다.
대다수 교사, 학부모, 학생들 모두 이러한 교육 위기의 최대 원인으로 “입시 지옥”을 꼽는다. 교육이 경쟁적인 노동시장에 종속되는 한 학생들의 경쟁도 사라질 수 없다. 즉 사회가 변해야 교육도 변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성별이나 나이에 관계없이 존중받아야 한다.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또래든 선배든, 어른이든 가족이든 선생님이든 누구든 어떤 이유로든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무한 경쟁과 서열이 아니라 평등과 존중, 협력이 기초가 되는 사회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차별과 배제, 소외와 억압이 아니라 사랑과 애정, 성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와 배려가 있을 때 우리 사회는 폭력을 멀리하게 될 것이다.
▶ 십대를 위한 셀프 디펜스 활동 ⓒ스쿨오브무브먼트
여자는 무드에 약하고 남자는 누드에 약하다?
셀프 디펜스 수업 참가자들이 학교에서 이런 훈련을 받았으면 좋았겠다고 말하는 이유는 둘째, 실제로 성폭력을 경험하는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연구가 청소년기와 청년기(10대와 20대 전후시기)가 강간에 가장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상품화 됐다. 특히 여성의 몸은 방송, 잡지, 광고 등에서 물건처럼 전시된다. 그리고 여성이 성적 대상이 되는 연령대가 점점 더 낮아졌다. 사람이 인격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눈요깃거리가 되는 사회에서 성의식은 왜곡된다. 십대들은 성적 주체가 아니라고 하면서도 십대 여성들을 성적 대상화함으로써 성폭력의 양상이 다양해지고, 어린 나이에 성폭력의 피해자나 가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아진다.
현재 초·중·고등학교에서는 연간 15시간 이상 의무적으로 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교육부가 배포한 초중고 성교육 표준안에는 “여자는 무드에 약하고, 남자는 누드에 약하다”, “성폭력은 이성친구와 단둘이 집에 있을 때, 친구들끼리 여행 갔을 때 일어날 수 있으니 단둘이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고, 친구들끼리 여행가지 않는다” 등의 내용이 실려 있다. 성소수자를 배제하고 성별 고정관념과 금욕을 강조하는 성적 보수주의, 성폭력을 여성의 잘못으로 돌리는 성교육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성sexuality”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며 탐구할 수 있어야 하고, 폭력을 경험한 이들이 자신이 겪은 일을 죄책감 없이 말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나는 이러한 인식의 바탕 위에서 독자들이 폭력에 대한 두려움이나 걱정보다, 좋은 운동이자 즐거운 활동으로서 셀프 디펜스를 접하고 훈련할 수 있길 바란다.
아래 내용은 십대를 위한 셀프 디펜스 수업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그러나 위험한 상황에서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좋은 운동이면서 즐거운 활동이기도 한 게임을 통해 테크닉을 훈련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어렵지 않다. 재미있다. 읽고 보는 것 뿐 아니라 직접 해보길 바란다.
테크닉: 터치 게임
셀프 디펜스 훈련은 반드시 다른 사람의 몸과 움직임, 심리를 다뤄야 한다. 운동으로서 셀프 디펜스는 복합운동이자 대인운동이다.
▶ 터치 게임 ⓒ스쿨오브무브먼트
우리는 터치 게임을 초보자부터 오래 수련한 학생들까지 거의 매번 모든 수업에서 한다. 동료들과 몸을 접촉하며 그들의 템포와 타이밍에 감응한다는 것은 매우 좋은 훈련법이자 오랫동안 내 몸조차 잊고 살게 만드는 세상에서 좀처럼 얻기 힘든 건강한 자극이다.
1. 제너럴 레디 스탠스(한 발 앞에 두고 선 자세)
이 자세는 이동하기 쉽고, 공격하고 방어하기에 유리하다. 한 자리에 서있지 않고, 자유롭게 이동한다.
① 턱을 내리고 손을 얼굴 높이로 들고 어깨 너비 정도로 벌리고, 양 팔꿈치를 갈비뼈 앞에 둔다.
② 엉덩이를 뒤로 빼지 않고 오른손잡이는 왼발을, 왼손잡이는 오른발을 앞에 둔다.
③ 양발은 옆으로 어깨 너비 정도 벌린다. 앞발과 앞다리를 살짝 안으로 돌려놓고 뒷발의 발뒤꿈치를 살짝 든다.
2. 정해진 신체 부위 터치하기
① 점수를 내는 게임이다. 정해진 신체 부위를 터치한 사람은 1점을 얻는다. 득점을 더 많이 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터치하는 것뿐 아니라 상대가 나를 터치하려고 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② 때리는 것이 아니라 가볍게 터치하는 것이다. 서로 머리가 충돌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눈을 찌르지 않도록 조심한다.
③ 참여자가 많다면, 여러 사람을 경험해볼 수 있도록 짝을 바꾼다. 익숙해지면 1대1 게임이 아니라 누구든 서로 터치하기로 할 수도 있다.
테크닉: 360 디펜스
누군가를 상대할 때 손을 들고 있을 것을 권한다. 손이 올라가 있을 때 방어가 훨씬 더 신속하고 유리하다. 앞에 소개한 터치 게임을 해보았다면, 손을 들고 있는 효과를 분명히 경험했을 것이다. 여기서는 일단 뺨을 때리는 공격을 막고 (때리거나 차는) 반격이 없는 소프트 솔루션을 소개한다. 강제로 머리나 귀를 만지거나 어깨를 잡으려고 하는 것처럼 바깥쪽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공격이라면 어느 것이든 막을 수 있는 기술이다.
▶ 360 아웃사이드 디펜스 ⓒ스쿨오브무브먼트
이 360 디펜스 기술에 때리거나 차는 반격 기술을 함께 쓰면, 칼로 찌르는 공격과 같은 심각한 위험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하드 솔루션으로도 이어지니 꼭 이 테크닉을 알아두었으면 좋겠다. (관련칼럼: 꼭 알아야 할 다섯 가지 ‘반격’ 테크닉)
① 자연스러운 반응에서 시작해 공격적으로
→ 뭔가 내게 갑자기 다가오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바깥쪽으로 손을 보내서 그것을 밀어내려고 한다. 그 반응을 기초로 더 강력한 공격 같은 방어를 하는 것이 우리 목표다.
② 손부터 팔꿈치까지
→ 반드시 손끝까지 손을 쭉 펴서 전완(아래 팔) 전체에 탄탄히 힘을 준다. 그러면 더 넓고 안전하게 막을 수 있다. 팔꿈치의 구부러진 각도를 100~120도 정도로 만든다. 반드시 90도 보다는 커야 한다.
③ 바깥쪽으로 막는 방어
→ 단단한 것을 격파하는 느낌으로 위험한 것을 내 몸에서 멀리 바깥쪽으로 보낸다. 반대쪽 팔의 팔꿈치는 갈비뼈 앞에 있고 손은 얼굴 앞에 있으며 가드를 한다.
우선, 행동에 집중하고 나중에 말한다. 즉 먼저 막는 육체적 테크닉에 집중하고, 거리나 각도 상으로 멀어진 다음, 언어 테크닉을 사용한다. “하지 마세요.” “저리 가세요.” “하지마!” “저리가!” 등. 왜냐하면 말과 행동을 동시에 해내는 것이 훨씬 더 어렵기 때문이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 언어 테크닉의 기본사항
- 경어 사용
- 상대에게 ‘어떻게’(해야 하는 지)를 짧고 분명하게 말해주기
- 강약 변화는 상황에 맞게 (주로 처음에 강하게 그 다음 약하게, 타이르듯)
상대에게서 멀어질 때는 아래 영상처럼 거리와 각도 상으로 모두 멀어지는 것이 가장 좋다.
※ 360 디펜스 영상 http://bit.ly/2vyj40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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