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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정신적 자원’을 확보하는 법

[최하란의 No Woman No Cry] 명상은 시간낭비가 아니다


※ 여성을 위한 자기방어 훈련과 몸에 관한 칼럼 ‘No Woman No Cry’가 연재됩니다. 최하란 씨는 스쿨오브무브먼트 대표이자, 호신술의 하나인 크라브마가 지도자입니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일상에서 경험하는 사람 대 사람의 긴장 상태는 흔히 폭력적이거나 육체적이지 않다. 대부분 정신적이다. 이메일, 문자메시지, SNS, 전화통화, 일상의 대화, 회의와 업무 속에서 겪는 일들에는 크고 작은 갈등과 스트레스가 숨어있다. 집중과 주의력 분할이 동시에 필요한 이런 일들을 하면서 의사 결정을 내리려면, 우리에게 충분한 정신적 자원이 존재해야 한다.

 

충분한 정신적 자원이란, 정신적 건강함을 말한다. 폭풍우처럼 몰아치는 파괴적인 감정을 완화하고, 부정적인 내적 독백을 스스로 변화시킬 수 있는 건강함이다. 어떻게 정신적 자원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까?

 

고요히 앉기, 고요히 걷기

 

효과가 입증된 호흡법, 심상화 기법, 명상법들이 있다. 그러나 일단 고요히 앉는 것과 고요히 걷는 것부터 제안한다.

 

고요히 앉아서 호흡 알아차리기? 맞다. 하지만 그렇게 못해도 상관없다. 하던 일을 멈추고 숨 쉬는 것을 느껴보자. 서너 번의 호흡이라도 좋다. 고요히 걷기? 그러면 걸으면서 무엇을 하나요? 걸으면서 다른 무엇을 하느냐고 물을 만큼, 고요히 걷는 것은 우리 인생에서 사치스러운 일이 되어 버렸다. 한가하게 걷는 것은 인생을 낭비하는 것인가.

 

▶ 고요히 앉기   ⓒ스쿨오브무브먼트

 

▷ 고요히 앉기

 

의자나 바닥에 앉는다. 무릎을 꿇거나 다리를 뻗고 앉아도 좋다. 나는 등과 머리를 벽에 대고 앉는 것을 좋아한다. 척추를 펴고 앉는데 좋기 때문이다. 물론 무릎을 꿇고 앉는 것도 매우 좋아한다. 발과 다리를 스트레치하면서 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편안히 앉아서 숨 쉬는 것을 느낀다. 잘 느끼지 못할 뿐, 우리는 태어나서부터 생을 마감할 때까지 계속 숨 쉬고 있다. 서너 번의 호흡을 느끼는 것으로 마음이 고요해질 수 있다. 마음이 고요해지면 자연스레 호흡이 깊어진다. 호흡이 깊어지면 숨을 마실 때 배가 가볍게 부풀고, 숨을 내쉴 때 가볍게 내려갈 것이다. 그러면 배의 움직임에 편안히 집중해본다. 생각이 많고 마음이 바쁘다는 것만 알게 돼도 성공이다.

 

고요히 앉기로 마음먹으면, 타이머를 맞춘다. 5분. 더 앉고 싶어질 때 10분, 15분, 20분으로 늘릴 수 있다.

 

▷ 고요히 걷기

 

발이 바닥을 딛고 나아가는 과정을 느껴보자. 그러면 걷는 것을 느끼기 쉽다. 자연스레 말은 거의 하지 않게 될 것이다. 풍경을 보고 걸을 수도 있고, 바람이나 햇살을 느끼며 걸을 수도 있다.

 

고요히 걷기는 치열하게 양팔을 휘저으며 칼로리를 소모하기 위해 걷는 것과 완전히 다르다. 고요한 시간은 시간낭비가 아니다. 누군가 “무엇을 하고 있나요?” 묻는다면 “고요하게 있어요” 라고 답할 수 있다.

 

▶ 고요히 걷기    ⓒ스쿨오브무브먼트

 

흔히 이 둘을 앉기 명상과 걷기 명상이라 부른다. 명상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서, 나는 한번 다른 이름을 붙여봤다. 노르웨이의 공수부대원들은 고공낙하 훈련 전에 명상을 한다. 전투기 파일럿들도 비행 훈련 전에 명상을 한다. 입증된 연구 결과, 명상이 그들의 스트레스와 사고율을 획기적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연주자들, 공연자들, 다양한 현장의 다양한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정신적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명상을 이용한다.

 

우리 대부분(성인은 물론이고 성장기 내내)은 하루 종일 자극은 너무 많고 움직임은 너무 적다. 피할 수 없는 폭우처럼 온종일 쏟아지는 자극들은 신경계를 극도로 소진시키지만 다양한 움직임과 활동은 누리지 못한다. 지적 활동의 자유도 육체적 활동의 자유도 없는 것이다.

 

나는 4년 째 광고회사 직원들에게 명상 수업을 지도하고 있다. 상반기 수업을 마무리할 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머리는 너무 양陽하고 몸은 너무 음陰합니다. 머리 즉 정신에는 음, 명상이 필요하고 몸에는 양, 움직임이 필요합니다.”

 

수련, 선택한 일과를 꾸준히 완수하는 것

 

그래서 나는 몇 가지 일과를 정해놓았다. 6월 15일 기준으로 532일째 하루도 빠짐없이 틱낫한 스님의 영어책을 읽고, 번역하고, 필사한다. 오른손잡이지만 필사는 왼손으로 한다. 필사는 가장 느린 독서고, 왼손 쓰기는 새로운 일이다.

 

두 달 전부터 매일 주먹 쥐고 푸쉬업을 60회씩 한다. 이번 달부터는 아침에 일어나서 30분, 밤에 잠들기 전 30분 명상을 추가했다. 내 삶을 관찰하고 필요한 것들을 선택해서 꾸준히 하는 것이다.

 

▶ 왼손으로 필사하기   ⓒ스쿨오브무브먼트

 

‘틀에 박힌 것을 지겹게 반복하는 것’과 ‘정해놓은 일과를 꾸준히 완수하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같은 일을 계속 반복한다는 점에서 둘은 같다. 그러나 전자는 ‘노동의 소외’이고 후자는 ‘수련’이다.

 

내 스승님은 전 세계를 돌며 40년 넘게 셀프 디펜스(self-defense)를 가르치고 계신다. 그런데 지난 10여 년 동안 인도에 매년 두 차례씩 가셔서 20일간 명상 수련을 하신다. 나머지 시간에는 어디서든 매일 아침 30분간 명상을 하신다. 셀프 디펜스 강사는 폭력을 다루는 직업이다. 목소리를 높이고, 강하게 움직이고, 공격성을 시연하고, 사람들의 에너지를 북돋아야 하는 일은 불가피하게 자신을 흥분시키고 강한 스트레스를 선사한다. 나 역시 내적 고요함과 정신적 자원의 회복이 필요하다.

 

그런데, 꼭 셀프 디펜스 강사만 그런 건 아닐 것이다. 우리가 하는 일, 우리 삶에는 크고 작은 갈등, 사람 사이 대립과 긴장, 그로 인한 스트레스들이 많다. 일단, 고요히 앉거나 걸어보자. 나중에는 멘탈 트레이닝(강인한 정신 훈련법)도 소개할 것이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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