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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성들 反트럼프 행진 “여성의 권리가 인권이다”
서울에서 열린 ‘세계여성공동행진’에 시민 2천명 참가
‘세계여성공동행진 서울’(Women's March on Seoul)이 21일 한국의 서울 강남역 부근에서 진행됐다.
‘여성행진’은 미국 워싱턴에서 최초로 기획됐다.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노골적으로 쏟아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 바로 다음날, 워싱턴에서 ‘워싱턴 여성행진’(Women's March on Washington)을 하겠다는 기획이었다. 이는 삽시간에 전 세계로 퍼져 40여개 국가와 80여개 도시가 동참을 선언했고 ‘세계여성공동행진’으로 확대됐다.
▲ 21일 강남역 부근에서 진행된 '세계여성공동행진 서울' © 일다
이 날 서울 여성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은 작년 5월 여성혐오 살인 사건이 일어났던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모였다. 주최 측 추산 2천명의 시민이 행진에 참가했으며, 참가자들은 “여권이 인권이고 인권이 여권이다!”, “페미니즘이 한국을 바꾼다!”, “누구에게도 차별 없는 세상을!” 등의 구호를 외치며 약 2시간 동안 강남역 부근을 행진했다. 눈발이 날리는 궂은 날씨에도 줄곧 즐겁게 환호하고 서로를 응원하며 행진을 이어갔다.
이번 행진은 세계적인 흐름과 더불어 작년 한 해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군 페미니즘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행진에 함께한 총 28개 단체 중에는 작년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 사건 이후 활발하게 활동을 펼쳐 온 젊은 페미니스트 그룹 <불꽃페미액션>, <페미당당>, <강남역10번출구> 등이 있었다.
또 작년 하반기 #문화예술계_성폭력 폭로 이후 생겨난 문화예술계 페미니스트들의 모임인 <찍는 페미>, <페미라이터>, <페미로그> 등도 함께 했다. 꾸준히 임신중단 합법화 촉구 활동을 벌여오고 있는 <BEWAVE>(비웨이브)와 온라인 게임 상에서의 여성혐오와 차별에 반대하는 활동을 하는 <전국디바협회>의 깃발도 보였다.
개인 참가자도 많았다. 서울에 사는 박지연(30세)씨는 “얼마 전 내셔널지오그래픽 젠더 특집 편에서 한국이 ‘세계 성 격차 보고서’에서 109개국 중 89위를 차지했다는 내용을 봤다. 중국, 일본보다도 낮고 예멘 수준이라고 한다. 한국 여성의 인권을 지지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부천에서 혼자 참가한 백선영(35세)씨는 “작년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 이곳에 꼭 와보고 싶었는데 오늘에서야 오게 됐다. 페미니스트들의 행진이 신선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 '세계여성공동행진 서울'에 참가한 외국인 소녀가 직접 만든 손팻말 "girls are equal"을 치켜들고 있다. ⓒ일다
이 날 참가자들 중 절반은 외국인이었다. 한국에 살고 있는 미국인 메릴린(31세)씨는 “트럼프가 당선된 걸 보고 여성으로서 너무 화가 났고, 미국인으로서 창피하기도 했다. 다른 여성들과 연대하고 싶어서 이 자리에 나왔다”고 참가 이유를 밝혔다. 메릴린씨는 같이 페미니즘 공부를 하고 있는 외국인 친구 6명과 함께 나왔다면서 “트럼프에 반대하는 마음에 많은 외국인들이 오늘 행진에 참여한 것 같다. 워싱턴에서도 여성행진이 트럼프 취임식보다 더 큰 규모로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에 살고 있는 미국 입양인 애니 킴(30세)씨는 “여성으로서, 해외 입양인으로서, 미국 이민자로서 행진에 참가했다”고 말하면서 “나의 친엄마가 싱글맘으로서 당시 여성의 권리를 보장해 주지 않던 한국 사회로 인해 나를 입양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태어난 후 30년이 흘렀는데도 한국사회는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킴 씨는 덧붙여 “한국, 미국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여성행진에 참여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독일 입양인인 익명의 참가자는 “오늘 행진엔 외국인들이 많이 나왔는데, 더 많은 한국인들이 함께 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한편, 같은 날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여성행진에는 50만 명의 시민들이 참가했으며 이로써 1월 21일 세계 각지에서 열린 ‘세계여성공동행진’에는 총 300만 명의 인원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랑 기자) feminist journal ILDA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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