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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에는 어떤 운동을 할까?

[최하란의 No Woman No Cry] 인체는 움직이게 고안되었다


※ 여성을 위한 자기방어 훈련과 몸에 관한 칼럼 ‘No Woman No Cry’가 연재됩니다. 최하란 씨는 스쿨오브무브먼트 대표이자, 호신술의 하나인 크라브마가 지도자입니다.  Feminist Journal ILDA


한 해가 가고 1월이 오면, 많은 사람들이 새해 계획을 세운다. 다이어트, 운동, 건강 관리는 가장 인기 있는 계획들 중 하나다.


나는 지난 13년 동안 운동을 지도해왔다. 내 활동은 여러 분야에 걸쳐있어 때때로 나에 대해 서로 다르게 알 수 있다. 요가를 가장 오랫동안 가르쳐왔고 명상, 움직임 교정, 케틀벨/인디언 클럽/헤비 줄넘기 같은 도구 운동들, 달리기, 셀프 디펜스를 지도하고 있다.


가장 어린 학생은 5세, 가장 나이 많은 학생은 85세 할머니였다. 내 본거지 뿐 아니라 유아체능단에서 미취학 아동, 청소년수련관에서 취학 아동, 중고등학교에서 청소년, 병원에서 중증 알코올중독 환자들과 정신증 환자들, 노인복지관에서 어르신들을 지도했다. 회사들에서 주로 휴식과 건강을 위한 명상과 움직임을 지도하고 여성-사회단체들에서 셀프 디펜스를 지도한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서 다양한 사람들의 몸을 관찰하고 변화를 지켜볼 수 있었다. 서로 차이점도 있지만 중요한 공통점도 있다. 이 글은 공통점에 대한 글이다. 이 시대를 사는 보통 사람들로서의 공통점이다.


▶ 인간의 진화? vectoropenstock.com  ⓒVector Open Stock


제 몸은 왜 이렇게 되었나요?


22세인 내 학생은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답답해했다. 청춘이었지만, 매우 기본적인 움직임을 할 수 없었다.

“선생님, 제 몸은 왜 이렇게 되었나요?”


나는 반문했다. 

“고등학생 때 몇 시에 집으로 ‘퇴근’했었죠? 시험 때 말고 보통 때요.” 

“(밤) 11시요.” 

“몇 시까지 등교했나요?”

“8시까지… 아니 7시 40분까지요.”

“중학생 때는 몇 시에 ‘퇴근’했었죠?” 

“(밤) 10시요.”

“초등학생 때는 학원 끝나고 몇 시에 집에 들어왔나요?” 

“저학년 때는 3일만 (저녁) 8시요. 6학년 때는 중학생 때랑 같았어요.” 

“그러면 그 시간까지 거의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었죠?” 

“네….”


이 시대 한국 사람들이, 학생들이 대부분 그렇게 지내니 당연한 것처럼 여겨질 뿐, 이 사실 자체는 너무나 부자연스럽지 않나? 게다가 성인이 아니라 아동과 청소년이다!


<OECD 통계>를 보면 우리는 학습시간 1위, 노동시간 2위, 수면시간 최하위다.


미국 수면재단이 정하는 하루 적정 수면시간이 8~10시간(14~17세 기준)이다. 그런데 서울 지역 중고생 2천91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주간 경향 2014년 9월 2일자 기사에서 재인용)에 따르면, 서울 지역 중고생의 평일 평균 수면시간은 5시간 48분이다. OECD 최하위인 한국 성인들의 평균 수면시간보다도 1시간 이상 짧았다.


되든 안 되든, 놀든 졸든 초등학교 때부터 19세까지 (운동부 빼고) 학교에 다니는 아동과 청소년 모두 획일적으로 거의 하루 종일 ‘앉혀’ 지낸다. 한국 교육 시스템에서 탈출한 소수를 제외하고 이 과정은 빈부나 성별의 차이도 거의 없을 정도다.


▶ 획일화된 교육 시스템을 비판한 영화 <핑크 플로이드의 더 월> 1982. ⓒPink Floyd: The Wall

 

1만 시간의 법칙


무한경쟁 속에서 무조건 앉혀놓는 시스템은 대놓고 비효율적이다. 오직 한 가지 관점에서만 합리적으로 보인다. 하루 11시간, 12시간씩 궁둥이를 의자에 붙이고 버텨야 하는 노동환경을 미리 훈련한다는 점이다.


‘1만 시간의 법칙’(하루 세 시간씩, 주 20시간씩 10년, 1만 시간을 투자하면 한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이론)에 최소 3을 곱한만큼 훈련시킨 결과는 성공일지 모른다. (노동시간 세계 2위) 하지만 개인들 즉 우리 자신들에게는 재앙이다. (자살률 세계 1위)


순전히 몸의 측면에서만 볼 때도 재앙이다. 성장기 내내 인간이란 동(움직일 動)물이 의자라는 틀에 갇혀 성장하는 것이다. 동물다운 움직임이 소멸되고 의자에 뿌리 내리고 사는 것은 인간에게 너무나 부자연스럽다.


성장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래서 모든 체육 선수들은 성장기를 관통해 연습한다. 성장이 끝나고 시작한 발레리나는 없다. 성장이 끝나고 시작한 야구 선수도 없다. 성장이 끝나고 시작한 육상 선수도 없다. 성장기 내내 특정 행위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면 몸이 그것에 맞게 성장하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십대 후반 청소년을 포함해서 대부분 발레리나와 야구 선수와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그랬듯이 ‘앉아있기 선수’로 성장기를 보냈거나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온전한 출발선에 서 보자


옛날 사람들, 즉 현대 사회 이전 사람들은 더 죽도록 일만 했을 거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풍족하지 않고 가난했을 뿐이지 농경 사회는 기본적으로 계절노동이 주류였다. 1년 내내 바쁘기 어려웠다. 전깃불이 있어야 야근을 시킬 게 아닌가. 인터넷이 있어야 추가 업무를 시킬 게 아닌가. 시간은 돈이라고 강조할 시계도 없었는데!


농경 사회 사람들에게 산업혁명기의 현실-해와 나무와 꽃을 보지 못하고 새들의 노래 소리도 듣지 못한 채 거의 하루 종일 밀폐된 곳에서 일만 해야 한다는 것-은 괴롭고 이상한 일이었다. 인류 역사의 최소 95퍼센트 이상은 이런 괴이한 상황이 아니었다.


그때는 하루 평균 10시간 46분 (주로 앉아서) 일하고, 하루 평균 6시간 12분 자고, 1주일에 평균 3.5회 야근(잡코리아 직장인 1천461명 설문조사 결과, 2015년 11월)하는 이런 생활을 하지 않았다.


우리가 매우 부자연스럽게 사는 사람들임을 잘 알수록 좋다. 그래야 시장이 밀어 넣는 압력과 조바심에서 좀 물러나 온전한 출발선에 더 가까이 서서 생각하고 시작할 수 있다.


▶ 내가 소망하는 회복  ⓒ스쿨오브무브먼트


필요한 건 ‘회복’이다


그러면 어떤 운동을 해야 할까?


많은 사람들이 새해 소망으로 다이어트와 건강을 꼽는 것이 마음 편히 다가오지는 않는다. 시장은 “섹시한 건강미” 판매에 성업 중이다. 우리의 황량한 몸에 강렬한 욕망을 불어 넣기 위한 영업 행위들이 미디어를 지배한다.


필요한 것은 회복이다. 회복해야 한다. (피로 회복은 물론이고!) 인간의 몸은 움직이라고 디자인된 것이다. 장시간 거의 움직이지 않고 버티라고 진화된 구조물이 아니다.


지난 칼럼에도 이야기했듯이, 당신은 일생 동안 달리는 양의 삼분의 일을 그 시기에 달린다고 할만큼 달리기를 사랑한 어린 아이였다. 그러나 그렇게 달리기(달리기는 역동적인 움직임을 대표한다)를 사랑하는 인간인 채 성인으로 성장할 기회가 이 시스템에서는 거의 없다. 그리고 현재는 어린 시절도 위태로워 보인다.


내가 소망하는 회복은 소박하다. 우리가 다시 달리기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달리기와, 직립을 사용하는 역동적인 활동들을 즐거워할 수 있는 것이다.


인체의 디자인은 움직이기 위한 것이다. 운동을 하려고 한다면 이것을 제안한다. 움직임 건강과 능력을 회복하는 것.  일다 Feminist Journal IL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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