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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인신매매 피해자의 목소리를 들어라
한국에서 인신매매-성 착취당하는 이주여성들과 만나며 (Joyce)
나는 ‘기지촌’이라고 불리는 미군기지 주변 지역에 위치한 성매매 생존자 지원센터 두레방(My Sister's Place. durebang.org) 활동가이다.
기지촌에는 한국인 주인이 이주여성들을 고용해 미국인, 기타 외국인, 한국인 사업가 등의 고객을 접대하는 외국인 전용 술집과 클럽들이 있다. 사실 기지촌 외에도 한국 전역에는 클럽, 성인유흥업소, 마사지업소, 성매매집결지 등이 성행하는데, 이런 곳에 성 착취를 목적으로 인신매매를 당한 이주여성들이 보내진다. 기지촌이나 전국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이주여성 중에는 (전적으로 혹은 부분적으로) 사기를 당하거나, 강요에 의해 성산업에 유입된 인신매매 피해자들이 상당히 많다.
우리 센터는 성 착취와 노동 착취를 당한 한국여성, 그리고 이주여성을 지원하는 활동을 한다. 이주여성들이 기지촌에서 생활하고 일하면서 겪는 여러 문제들을 돕는 것이 내 주요 업무다. 이들이 겪는 어려움에는 성 착취, 노동 착취, 비자, 건강, 자녀양육 문제와 싱글맘으로 생활하며 겪는 문제가 가장 많다.
이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와 자원을 제공하고, 물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인도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성 착취, 노동 착쥐를 당한 생존자들은 그들에게 필요한 서비스와 자원, 안전한 공간과 시간에 대한 접근권이 생겨야 트라우마 치유를 위한 첫 걸음을 내딛을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한국에서 안전한 노동환경을 찾을 수 있도록, 재활 이후나 도중에 원하는 경우 법적 도움까지 요청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목표를 위해 활동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한국에서 젠더(gender)에 기반한 폭력이나 불평등을 타개하는 것은 좋게 말해 ‘도전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러한 도전 외에도 계속하여 우리의 활동에 좌절을 안겨주는 거대한 한계와 문제가 있다.
▶ 외국인 전용업소 종사자들은 E-6-2 비자를 소유하고 있는 이주여성들이다. 손님은 주로 미군이지만, 외국인노동자와 한국남성도 클럽에 온다. ⓒJoyce
이주여성 피해자들은 보호는커녕 추방되고 있다
센터에서 일하며 느낀 문제 중 하나는 성매매 피해자와 생존자에 대한 정부 기관 차원의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출입국관리소로 보내진 이주여성이 관련 정보나 자원을 전혀 제공받지 못한 채 바로 본국으로 송환되는 사례를 우리는 수없이 보아왔다. 그 중에는 인권단체 상담가와의 면담을 요청했다가 오히려 그 즉시 추방된 이주여성도 있었다. 자신을 착취하고 괴롭힌 업주를 대상으로 법적 싸움을 벌이려던 이 여성은 강제송환으로 인해 결국 고소를 취하할 수밖에 없었다. 이와 유사하게, 착취를 이유로 클럽 업주를 고발한 이주여성이 경찰의 현장 급습 이후 바로 추방당한 사례도 있었다.
정부 기관의 공무원들이야말로 이주여성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피해자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인신매매와 젠더 폭력에 관한 교육과 트레이닝을 받아야만 한다.
앞서 말한 두 가지 사례에서, 나는 이 여성들이 왜 해당 NGO나 상담센터로 인계되지 못하고 바로 추방되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정부 기관에서 인신매매 및 성 착취 피해자들에 대한 이해가 바로 잡혀있었더라면, 공무원들은 이 여성들을 관련 NGO로 인계해 상담을 받도록 도왔을 것이다. 그리고 더 많은 여성들이 재활을 받거나, 법적인 정의를 실현할 기회를 얻었을 것이다.
인신매매 생존자 지원 전략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네 가지 원칙이 있다. 4P로 불리는 보호(protection), 기소(prosecution), 예방(prevention), 파트너십(partnership)이다. 그러나 한국의 현장에서는 전혀 지켜지지 않는다.
위 사례에서 보다시피 인신매매 피해자인 이주여성들은 감금당하고, 범죄자 취급을 당하며, 블랙리스트 명단에 오른 뒤, 추방당한다. 즉, 피해자 보호 ‘실패’의 세 가지 원칙인 3D-감금(detention), 추방(deportation), 무력화(disempowerment)만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인신매매 고소, 고발이 현저히 어려운 이유
인신매매 생존자를 지원하며 느낀 두 번째로 심각한 문제는, 인신매매와 성 착취의 가해자를 고발하고 유죄 판결을 받아내어 제대로 된 처벌을 하기까지 과정이 너무나 어렵다는 것이다. 대다수 사례에서 가해자들은 증거 부족을 핑계로 멀쩡히 상황을 빠져나간다. 피해자 이주여성 본인의 증언이나 동료들의 증언은 효력을 얻지 못한다. 피해여성들은 법정에서 수긍할 만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 국무부가 2002년 연례 인신매매 보고서(Trafficking in Persons Report)를 발표한 이래로 대한민국은 항상 최고 등급인 Tier 1등급을 받아왔다. 작년에는 인신매매 예방과 억제, 처벌을 위한 팔레르모 의정서(Palermo Protocol)도 비준했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인신매매 범죄에 있어서 고통스러울 정도로 낮은 기소율과 낮은 유죄 판결율을 보이고 있다.
검거되고 처벌받았다고 하더라도, 가해자들은 간단히 벌금을 문 뒤 여전히 업소를 운영하며 여성들을 착취한다. 행정 기관의 노동위원회는 여성들에게 체불 임금을 주라고 업주에게 명령할 수 있지만, 주지 않고 벌금을 무는 편이 비용이 훨씬 덜 드는데 그들이 뭐 하러 체불임금을 지불하겠는가?
▶ 클럽에서 일하는 이주여성들이 업소를 이탈했을 때,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각 외국인 전용업소 안에 붙여진 안내 표지판. 하지만 업소 이탈 후, 특히 미등록 이주여성들의 삶은 힘겹고 위험하다. ⓒJoyce
성매매업소 탈출한 이주여성에게 ‘임시비자’ 발급해야
세 번째 심각한 문제는 생존자 지원의 네 가지 법칙 중 하나인 ‘보호’와 관련되어 있다. 지원을 요청하러 센터에 방문한 이주여성들은 거의가 어떤 형태로든 성 착취와 노동 착취를 당하고 건강을 잃어 업소를 떠나려고 결심한 이들이다. 예술흥행(E-6) 비자를 소지하고 클럽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선택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클럽에서 일하지만 성매매를 원하지 않는 경우에,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성매매를 하라는 명령에 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괴롭힘, 언어폭력, 감봉, (말 그대로 노동 시간 외에는 밖에 나갈 수 없도록) 감금을 당하는 등 험한 꼴을 겪게 된다. 그곳을 떠나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권이 없다.
하지만 일터를 탈출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일터를 떠난 이주여성에게는 신변에 위협이 따른다. 심지어 본국에 있는 가족들조차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업주와 알선업자, 포주, 포주의 지인과 사업 파트너들은 어떻게든 탈출 여성을 찾아내려 하기 때문이다. 본국의 알선업자에게 연락하여 피해여성의 가족까지 괴롭히며 협박을 한다.
뿐만 아니라 예술흥행(E-6) 비자 소지자들은 클럽을 떠남과 동시에 한국에서 비자의 효력을 잃는다. 비자가 없으면 당연히 그 여성은 한국에서 거주하거나 노동을 할 권리를 잃게 된다. 게다가 업주뿐 아니라 출입국관리소의 감시망까지도 피해야 한다. 매일을 도망 다니며 살다 보면 불안에 사로잡혀 정신적, 신체적 건강도 잃게 된다.
인신매매 생존자들이 취득할 수 있는 기타(miscellaneous) 비자가 존재하긴 하지만, 법적인 조치를 진행하는 중이라야만 취득할 수 있다. 즉, 법적으로 고소를 한 사람만 비자 취득의 자격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 센터에서도 내담자들이 가해자들을 대상으로 법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법적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고소 절차는 지난하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겪게 되는 경우도 많다.
한국 정부 기관의 협조 하에, 업주와 관리자들이 조성한 성 착취 노동 환경으로부터 탈출한 모든 이주여성들에게는 ‘불필요한 조건 없이 취득할 수 있는 새로운 임시 비자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러한 임시 비자가 생기면 이주여성들은 고통스러웠던 경험을 치유하고 새로운 일터를 찾을 시간을 얻게 된다. 이 임시 비자는 적어도 예술흥행비자가 유효한 최대 기간인 2년 동안은 보장되어야 한다. 또한 최초의 재활 과정이 시작되고 생존자가 새로이 일할 준비가 된 직후부터 이 2년의 노동 기간이 주어져야 한다.
임시 비자의 형태로 이주여성이 보호받지 못하는 한, 생존자와 활동가들은 크게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주여성 생존자에게 임시 비자가 제공되지 않으면, 생존자들이 NGO에 도움을 요청할 가능성이 줄어들고, NGO가 운영하는 생존자 지원 서비스나 보호 프로그램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게 된다. 한국에서 비자 없는 외국인이 상처를 치유한 뒤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통역, 심리치유를 동반한 재활-취업프로그램 전무
▶ 기지촌의 한 외국인 전용업소. ⓒ일다
마지막 네 번째 문제는, 한국에서 인신매매 철폐운동과 관련해 흔히 ‘재활’과 ‘사회 복귀’라고 불리는 영역에 커다란 걸림돌이 놓여있다. 이주여성 인신매매 생존자들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한국 사회로 진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사회보장 제도로 갖춰져야 한다. 일시적이더라도 말이다. 그러나 성 착취와 노동 착취를 겪은 이주여성들이 경험하는 후유증을 다룰만한 재활프로그램이 한국에는 아직 없다.
다양한 언어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서 이주여성이 겪는 정서적, 심리적 트라우마까지 다룰 수 있는 심리상담가를 찾기란 쉽지 않다. 마찬가지로, 많은 이주여성들이 자신의 건강과 안전보다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취업’을 지원해주는 직업훈련 과정도 없다. 효과적인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 임시 비자 시스템과 직업훈련이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우리 센터는 이주여성들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다른 이주여성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지지를 할 수 있도록 응원하고, 궁극적으로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서로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항상 노력을 기울인다. 개인적으로 이 작업이야말로 우리 센터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치가 큰, 그러면서도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위에서 언급한 네 가지 커다란 장애물을 해결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정책적인 변화가 수반되지 않는 한, 현장에서의 우리 활동은 성공적일 수 없다고 본다. 안타깝게도, 착취를 규명하거나 가해자를 고발하지 못하고 피해자들을 보호하지 못한 사례들, 생존자들의 의미 있는 재활과 사회복귀를 돕지 못한 구체적인 사례들은 끝없이 많다.
정부가 인신매매 생존자들의 삶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인신매매 생존자와 NGO, 정부 기관 사이에 지금보다 훨씬 강도 높은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정부 기관은 현장에서 일하는 NGO나 생존자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없으며, 다들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 또한 분명하다.
최근에 피해자 중심으로 인신매매를 다루는 국제컨퍼런스에 참가한 적이 있다. 다른 나라에서 온 정부 기관 관계자가 왜 우리 센터는 ‘가해자의 이름을 정보로써 공개하지 않고, 문서상 존재하지 않는 이주여성들을 출입관리소 당국에 보고하지 않는지’ 나에게 물었다. 대답은 굉장히 간단하다. 우리는 내담자들에게 잠재적으로 피해가 갈만한 행동은 절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그렇게 할 경우 이주여성들이 보호를 받기는커녕 쫓기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해결해야 할 일이 태산이고 더 하고 싶은 말도 많지만, 우리 같이 NGO나 정부 기관에서 인신매매 철폐를 위한 활동이나 반착취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모든 활동과 논의와 변화의 중심에 생존자들을 두기를 바란다는 말로 끝맺음을 짓고 싶다. [글: Joyce 번역: 권이은정] Feminist Journal IL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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