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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남성들의 탈(脫) 성구매는 가능한가
성매매 ‘수요 차단’이 해결책이다
지난 달, 현직 부장판사가 서울 강남의 한 오피스텔에서 성매수를 하다 현장에서 적발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그러자 한 변호사가 페이스북을 통해 “인간은 성적 충동을 해결할 권리가 있다”, “판사는 명예와 직위를 잃고 처벌까지 받을 지경인데 너무 억울하다고 생각한다”며 해당 판사에 대한 처벌을 반대하는 입장을 표했다. 이런 태도는 비단 한 법조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배은경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부장판사의 성매수 사건을 보도한 기사에 대한 인터넷 상의 댓글을 분석했다. “부장판사도 남자지”, “엉뚱한 법이 사람 잡는구나”와 같이 판사의 성매수 행위를 옹호하는가 하면, “하필이면 40대 여성이랑 했네, 돈 아깝다” 같은 여성혐오 시각을 보이거나, “정말 정직한 판사 같다. 얼마나 접대를 안 받았으면 자기 돈으로 가나” 등 성구매를 남성일반의 정상적인 행위로 보는 관점이 드러났다.
▶ 성매매 수요 차단 캠페인 이미지 중에서. ⓒ 전국연대
한국남성 절반은 평생 성구매 안 한다
올해 성매매방지법 시행 12주년을 기념하며 9월 22일 오후 2시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이하 전국연대)에서 주최한 토론회는 ‘성산업 수요를 차단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배은경 교수는 “한국 남성들의 성매매 문제에 대한 인식이 너무나 후진적이며 지독하게 남성중심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성매매를 ‘남성문화’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0년 여성가족부가 서울대사회발전연구소에 위탁하여 수행한 <성매수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평생 한 번도 성구매를 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남성이 49%나 되기 때문이다. 배은경 교수는 한국남성들이 대부분 성구매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성매매를 하는 남성들은 ‘그들끼리’ 친한 경향이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 성구매가 ‘남성일반’의 문화인 것처럼 이야기되는 것은 “성구매를 하지 않는 남성들의 존재와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성매매의 고객으로 성매매 산업과 구조의 재생산에 일조한 남자들의 목소리만 크게 울려 퍼진다”는데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남성들이 타인을 착취하지 않는 방식으로 ‘남성성’을 취득하기보다는, 여성을 대상화하고 성적 도구화하면서 남성적 연대를 만들어가는 ‘여성혐오’ 구조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런 문화에서는 남성들이 성구매를 제안 받더라도 거부하기 힘들며, 자신이 성구매를 하지 않는 남성이라는 것을 드러내기도 어렵다는 것. 남성들은 성구매를 거절할 경우 “고자냐”, “게이냐” 같은 질문을 받게 된다.
성매수에 반대하는 남성들의 목소리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성매매와 여성의 성적 도구화에 찬성하지 않는, 여성을 평등한 인간으로 대하려는 남성들의 목소리가 좀 더 힘을 얻을 필요가 있다.
▶ 전북지역 남성모임의 시시콜콜한 이야기. ⓒ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정하람 활동가가 소개한 ‘성구매에 반대하는 남성모임’의 사례는 그런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 단체는 2004년부터 전주 지역에서 남성모임을 운영해왔다. 올해 14명의 남성모임 회원들이 스스로 지은 모임 이름은 ‘공감 능력을 상실한 외로운 짐승에서 탈출하기’다. 정하람 활동가는 남성들도 남성중심사회에서 느끼는 고독과 외로움, 당연히 여겨왔던 남성중심적 가치를 돌아보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특히 ‘성구매에 반대하는 남성모임’은 우리 사회에서 성매매 문제를 이야기할 때 주로 성매매 여성들을 대상으로 탈(脫)성매매, 자발성 여부를 논하는 것을 풍자하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남성중심적 사회에서 남성들의 탈(脫)성구매는 가능한가, 성구매는 자발인가 비자발인가!
전국연대 조안창혜 연구활동가는 해외에서 진행된, 성매수에 반대하는 남성 캠페인의 사례를 전했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Just Say No’ 캠페인은, 남성들로 하여금 “자신의 권리를 위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시민으로서 “남성을 핑계로 성매매를 정당화하지 말라”는 내용의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또한 이 내용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공유하도록 독려함으로써 성매수에 반대하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성매수, 성매매 알선에 더욱 관대해진 검찰과 법원
한편, 사법기관에서는 성매매에 대해 더욱 관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2014년에 성매매 범죄에 대해 양형기준을 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위원회 소속 원민경 변호사가 최근 판례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성매매 ‘알선’ 범죄에 대해 실형보다는 가벼운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경향이 있다.
작년 7월, 경기도 소재 건물에서 마사지실 형태의 성매매 업소를 운영한 피고인 A에 대하여, 법원은 “동종 또는 유사한 행위로 수 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다시 이 사건 성매매 알선 범죄를 하였을 뿐만 아니라 형사처벌을 면하기 위하여 피고인 B로 하여금 허위 진술을 교사”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행 사실을 인정하면서 반성”했다는 등의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 성매매 수요 차단 캠페인 이미지. ⓒ 전국연대
법원은 또 올해 4월, 인터넷 사이트에 업소 광고를 올려놓고 서울에서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면서 베트남 국적 여성 두 명에게 성매매를 알선한 피고인 C에 대해서도 유사한 판결을 내렸다. C가 “단속 후에도 업소를 확장하여 다시 범행을 저지르는 등 그 정상이 좋지 않음”을 지적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의 연령, 성행, 전과, 가정환경 등 제반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이다.
성매매 알선 ‘재범’이거나, 바지사장을 앞세워 허위 진술을 교사하는 등 죄질이 매우 나쁜 경우조차 실형이 내려지지 않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장임다혜 부연구위원은 성매매 범죄를 담당하는 형사사법 관계자들을 인터뷰하면서, ‘법집행 과정에서 보이는 성매수자에 대한 관대함’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성매매방지법 시행 초기엔 정책담당자들이 처벌 강화의 의지를 가지고 적극 법집행에 관심을 기울였지만, 2010년 이후에 ‘성매수자에 대한 관대함’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성매수자에 대한 수사 방식의 변화만 봐도 여실히 드러난다. 법 시행 초기에는 성매매 업소로 확인된 업소에서 신용카드 전표를 수사하여 결제 기록이 있는 자들을 성매수 행위를 한 자로 추정하여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그러나 2010년 이후부터는 신용카드 전표 수사 시 2회 이상 기록이 있는 자들만을 대상으로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한다.
또한, 성매매 업소로 확인된 업소의 신용카드 전표로 성매수 행위를 입증하던 것에서, 최근에는 성매매 현장에서 성교 행위 등 사진이나 동영상, 사정한 콘돔을 확보해야만 성매수를 입증하는 것으로 변화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경찰이 성매수 현장을 적발하기란 상당히 어려우며, 그 과정에서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 우려가 있다.
성매수자에 대한 법원의 관대한 태도는 성매수자에 대한 처분통지 과정에서도 발견된다. 검찰은 성매수 행위로 처분 받은 내용이 피의자 거주 주소지로 송달되는 경우, 배우자가 성매수 사실을 알게 되어 혼인이 파탄 날 경우를 우려하여, 처분통지를 받을 주소지를 확인하고 변경 여부를 문의하도록 지침을 하달했다고 한다.
‘수요 차단’ 정책이 성매매 문제 해결에 효과적
성매매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정책적 모델은 무엇일까. 중앙대 사회학과 이나영 교수는 여성운동계가 오랫동안 지지해 온 ‘노르딕 모델’, 즉 성판매자는 처벌하지 않고 지원하며 구매와 알선, 업소 운영과 착취만을 처벌하는 정책의 특징과 효과를 분석했다.
1997년에 스웨덴에서 처음 입법된 후로 노르웨이, 캐나다, 프랑스 등에서 유사한 입법이 이루어진 이 모델은, 무엇보다 성매매의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을 통해서 성매매 산업의 규모를 줄이는 효과가 드러나고 있다.
▶ 성매수에 반대하는 남성들의 Just Say No 캠페인 ⓒehrlich.tv/zeromachos.pdf
2008년 실시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경제, 사회 규모가 유사한 덴마크와 비교했을 때 스웨덴의 성판매자 수는 덴마크의 10분의 1 수준이라고 한다. 또한 스웨덴에서 법안 도입 이후 성구매 수요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으며, 그로 인해 스웨덴은 인신매매 시장으로서의 매력을 상실하게 되어 인신매매 규모 또한 축소되었다. 성매매를 비범죄화한 국가들이 타 국가에서 유입되는 인력의 인신매매 문제로 큰 갈등을 겪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나영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기되는 ‘성매매 수요 차단이 정말 가능한가?’라는 질문의 배후를 문제 제기했다. 거기에는 남성들의 성적 욕망은 통제 불가능하다는 신화, 혹은 ‘나는 내가 원할 때 (되도록 많은) 여자와 자고 싶다’는 여성비하적 사고방식이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지구상에서 가장 젠더평등 지수가 높고 복지국가의 전통이 오래된 국가들이 성매매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수요 차단’ 정책을 채택했다는 사실이 무엇을 보여주는가에 대해 설파했다. 결국 여성에 대한 폭력과 젠더평등의 이슈를 한 사회가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박혜정) 여성주의 저널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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