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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정치 영역으로 들어와야 합니다”
세계 최연소 의원이었던 안나 뤼어만 인터뷰
지난 9일 정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만19세 미만 청소년의 선거운동을 불법으로 규정한 선거법에 항의하며 ‘청소년운동 총선대응 네트워크’가 “19금 선거법 불복종”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청소년 여덟 명이 각자 지지하는 정당과 후보에 대해 지지,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했고, 노동당 용혜인 후보(26세, 비례대표 1번)가 지지 발언을 했다.
한국에서는 19세가 되어야 선거권과 선거운동을 할 권리가 주어진다. 그것도 만 나이로, 대부분 국가에서 시민들이 18세부터 선거권을 갖게 되는 것에 비해 상당히 늦다.
또한 선거권이 있는 사람만 정당의 당원이 될 수 있다고 정한 정당법에 따라, 만19세 미만은 정당에도 가입할 수 없다. 이 조항이 부당하다며 지난 달 20일, 녹색당은 청소년단체들과 함께 헌법소원을 냈다. 정치는 특정한 나이, 어떤 조건을 갖춘 사람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청소년이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나라에서 바람직한 교육이 이루어지기 힘들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 4월 9일 '청소년운동 총선대응 네트워크'의 "19금 선거법 불복종" 기자회견 ⓒ청소년운동 총선대응 네트워크 제공
그렇다면 피선거권은 어떨까. 국회의원선거와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자격 연령 기준은 만25세 이상이다. 이에 대해서도 최근 헌법소원이 제기되었다. 민중연합당 공동대표인 손솔(흙수저당 대표)씨가 제기한 것으로, 올해 21세의 손솔 대표는 피선거권이 없는 정당 대표로 활약 중이다.
청년의 정치 참여에 대해, 독일 ‘청년정치’의 상징 안나 뤼어만이 전하는 메시지를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19세 연방의원’…청년정치의 상징, 안나 뤼어만
<전세계 1/3 국가들에서 피선거권 나이는 25살 이상으로 되어 있다. 이는 더 낮은 선거권 나이에 맞춰 조정될 필요가 있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2013년에 펴낸 ‘청년 정치참여 보고서’의 핵심 내용 가운데 하나다.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연령을 투표할 수 있는 연령에 맞게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이는 세계 최연소 의원으로 활동하며 주목을 받았던 독일의 안나 뤼어만(1983년생)이다. 2002년에 녹색당 소속 비례대표로 독일연방의회 의원에 당선되었을 때 나이는 19살이었다. 한국에서라면 피선거권은커녕 선거권(만19세)도 갖지 못하는 나이다. 안나 뤼어만이 세계 최연소 의원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독일 피선거권 연령이 선거권 연령과 같은 18세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국 총선을 앞두고, 지금은 스웨덴 요테보리대학교 박사후 연구원으로 있는 뤼어만과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 세계 최연소 의원이었던 안나 뤼어만 박사.
“청년들은 사회의 중요한 일원입니다. 민주적인 사회에서 청년들의 꿈과 요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그들의 목소리가 존중받아야 해요.”
안나 뤼어만 박사는 “청년들이 정치 영역으로 들여오는 신선한 생각들은 사회 전체에 도움이 된다”며,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막고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최연소 의원’ 직함이 항상 따라다닌 것이 정치 활동을 하는데 부담스럽지 않았는지 묻자, 뤼어만은 “청년도 의회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정말 열심히 일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직함은 “정말 많은 걸 의미했다”라고도.
“임기 시작 2년 뒤에 (꽤 권위있는) 예산위원회에 자리가 있다고 제안이 오더라고요. 얼마나 좋은 정치인이냐는 흰머리 수가 아니라, 그 사람의 생각과 역량, 그리고 성실성에 달려 있습니다.”
안나 뤼어만은 재선에 성공해 두 번의 임기를 마쳤고 청년의 정당 활동, 나아가 청년의 국회 활동의 긍정적인 힘을 보여주는 세계적인 상징이 되었다.
“중요한 건, 더 나은 세상에 대한 비전입니다”
정치인이 되길 꿈꾸거나 정치에 참여하고자 하는 청년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묻자 뤼어만은 이렇게 답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더 나은 세상에 대한 비전과 이를 위해 싸우려는 진정한 욕망을 갖는 것입니다. 이외의 것들은 정치적 활동들을 해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된답니다.”
안나 뤼어만이 품었던, “더 나은 세상에 대한 비전”은 다름 아닌 ‘녹색정치’였다.
“녹색정치란 자유, 그리고 모든 인간을 위한 정의를 목표로 합니다. 그 사람이 언제, 또는 어디에서 태어났느냐를 떠나서요. 이 소박한 생각이 여러 정책 분야에서, 예컨대 환경보호, 사회정의, 갈등예방 등에서 굉장한 결과를 가져옵니다. 모든 이들이 균등한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뜻이지요. 일상 생활뿐만 아니라 정치에서도 그렇고요, 젊고 늙음, 여성 남성을 떠나서 말이예요.”
여성이든 남성이든, 젠더를 떠나 모든 인간이 평등한 권리와 기회, 역할을 갖도록 노력한다는 점에서 “여성주의는 녹색정치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라는 말도 덧붙였다.
뤼어만 박사는 이번 한국 총선에 최연소 후보로 출마한 김주온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25세, 3번)를 비롯해 한국의 녹색당에 대해서도 응원하며, “변화의 가능성을 믿으세요!”라고 말했다.
“30년의 계속된 노력을 통해, 이제 녹색당은 독일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 가운데 한 곳(Baden-Württemberg)에서 주지사가 나올 정도예요.”
15세에 정당 활동을 시작했고, 하원의원 시절에 대학에서 정치학과 조직학을 공부했으며, 이후 연구자로서 유엔개발계획 ‘청년 정치참여 보고서’를 만드는 데에도 기여한 안나 뤼어만 박사. 정치인으로 숨가쁘게 달렸을 때보다 “중요한 문제에 대해 더 깊게 성찰할 수 있게 되었다”고, 계속해서 배우고 성찰해나가는 자신의 삶을 전했다. ▣ 박강성주 /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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