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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메갈리아가 공공의 적이 되어야하나!
웹툰 작가들의 <메갈리아> 회원 고소 사태에 부쳐
※ 필자 김진숙 님은 언론학을 전공하고 있는 여성주의 연구활동가입니다. -편집자 주
ⓒ출처: 나무위키의 “성형괴물(성괴)” 설명에 인용된 마인드C 작가 그림.
2015년 11월, 웹툰 작가 마인드C가 명예훼손 및 모욕죄로 일부 독자들을 고소하겠다고 알렸다. 이를 시작으로 최근 또다른 웹툰 작가 낢, 사야카 역시 비슷한 이유로 고소 방침을 밝혔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웹툰의 내용 중 ‘여성혐오’와 관련된 논란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중 마인드C와 낢 작가는 고소 관련 입장글에서 반(反)여성혐오 커뮤니티 <메갈리아>를 특정하여 언급했다. 낢 작가는 자신의 블로그에 “여성운동이 익명성 뒤에 숨어 무차별적 인신공격을 가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까지 밝혔다.
이후 여러 언론에는 <메갈리아> 회원들이 고소를 당했다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그리고 이에 대한 여론은 “여자일베 메갈리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악플러와 악성댓글에 대한 고소는 당연하다”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웹툰 작가들의 고소 건은 현재 경찰의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본 기사는 개별 피고소인들의 잘잘못을 법리적으로 따져보기 위한 것이 아니다. 필자는 현재 이어지고 있는 웹툰작가들의 고소 고발과 <메갈리아>에 대한 비난 여론을 ‘만연한 여성혐오 컨텐츠와 혐오 표현에 대한 개입’이라는 보다 큰 그림 속에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당연시되던 ‘여성혐오’가 화두로 떠오른 이유
<메갈리아>는 반(反)여성혐오 커뮤니티다. 기존의 여성혐오 발언들을 뒤집는 미러링(거울처럼 상대방의 언행을 따라하여 타산지석으로 삼도록 비추어 보여주는 것)은 물론, 성인남성잡지 <맥심> 표지 등 대중문화 속에 뿌리 내린 다양한 여성혐오 컨텐츠들을 비판해왔다.
작년 한 해 언론에서 “혐오의 시대”라고 부를 만큼 혐오가 사회적인 화두가 되었다. 하지만 이것이 갑자기 우리 사회에서 여성혐오가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정희진은 <여성 혐오가 어쨌다구?>(윤보라 외 5인 저, 현실문화연구, 2015)에서 “여성혐오는 공기와 같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에 그것이 문제화되었을 때만, 우리는 공기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왜 이제서야 여성혐오가 문제가 되었는가? 필자는 그 이유가 <메갈리아>를 비롯한 여성들이 ‘여혐’이라는 명명을 통해 “설치고 떠들고 말하고 생각하며” 끊임없이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들 덕분에 우리는 과거 같았으면 공기처럼 당연하게 여기고 지나갔을 많은 이슈들을 비로소 ‘문제’로, ‘논란’으로 여기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제서야, 여성혐오 발언을 한 개그맨들의 TV 출연과, 여성혐오를 쏟아내는 “김치녀” 페이지는 놔두고 반(反)여성혐오를 표방한 “메갈리아” 페이지만 삭제하는 페이스북 코리아의 커뮤니티 표준과, 몰카와 <소라넷>(몰카 영상 배포의 온상이 된 성인사이트)이 ‘문제’가 된 것이다.
메갈리안은 단순 악플러들인가?
ⓒ출처: 마인드C 작가 웹툰 <윌유메리미> 108화 따라해 中
앞서 언급했듯이, 해당 작가들의 웹툰 일부는 최근 여성혐오와 관련된 논란을 겪었다. 그 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성역할 재생산, 차별 발언, 여성의 외모 비하 및 성적 대상화를 담은 대사와 그림들을 포함한다.
예를 들어 <강남미인도>라는 그림으로 한 차례 여성혐오 논란을 겪은 바 있는 작가 마인드C의 경우, 웹툰 <윌유메리미> 108화에서 “뚱메리를 패자”라는 노래 대사로 인해 논란이 되었다. 해당 화는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자기도 모르게 그 사람을 따라하게 될 때가 있다는 내용인데, “구구단을 외자” 리듬에 맞춰 남편 윌이 “뚱(뚱뚱한) 메리를 패자”는 노래를 부르고, 아내 메리가 자기도 모르게 이를 따라하게 되는 장면이 나온다.
마인드C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메리를 패자’가 등장한 에피소드의 취지는 남녀 간의 폭력은 절대 있어선 안 된다는 것”이라며 “일부 장면·대사만 발췌해 공격하는 것은 허위비방”이라고 반박했다. 또 “재미를 위한 장면을 멋대로 해석해놓고 여성혐오자 딱지를 붙이니 황당하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2015-11-02 “‘강남 언니’ 유명 웹툰 작가, 여성 네티즌들 고소…”천편일률적 ‘강남성형’ 비판에 ‘여성혐오’ 딱지 붙여”)
그러나 아내폭력이나 데이트 폭력이 아직도 부부 간의 일, 사적인 일로 인식되고 있고 ‘삼일한’(여자는 삼일에 한 번씩 패야 한다)이 유행어가 되며, 여자친구를 때리는 폭력의 가해자를 “상남자”로 부르는 만화(페이스북 상남자 만화)가 “좋아요”를 수만 회 이상 받는 사회에 살면서, 어떻게 독자들은 “뚱메리를 패자”를 “재미를 위한 장면”, “귀여운 애정표현”으로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니면 그런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에 “여자 때리면 쓰레기”라는 대사를 보고 심쿵해야 하는 것인가.
웹툰 아래 달린 한 베스트 댓글은 이렇게 말했다. “내 남친이 내 이름 넣어서 ‘~를 패자’ 이딴 노래 부르면 진짜 소름끼치고 짜증날 것 같다. 아무리 장난이어도.” 이런 반응은 단지 <메갈리아>만의 것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정치적 맥락과 무관하게, 최근 JTBC 탐사플러스에서는 <메갈리아>가 남성혐오를 퍼뜨리는 “여자 일베”로 언급되었으며, 작가 마인드C는 악성댓글의 피해자로만 소개되었다.(JTBC 탐사플러스, “그들은 왜 ‘혐오’를…열등감 피해의식 혐오 원인” 2015-01-27)
2016년 한국 사회는 “여성혐오 엔터테인먼트”(최지은, 웹매거진 iZE 2015-04-21)라고 불릴 만큼 여성혐오 컨텐츠가 넘쳐나다 못해 마케팅의 수단, 오락거리가 되고 있다. 웹툰만 보더라도, 네이버 웹툰 <마음의 소리>에서는 최악의 소개팅 상대로 ‘페미니즘’을 언급하여 여성네티즌들의 항의를 받았고, <뷰티풀 군바리>는 여군에 대한 왜곡과 특정 신체 부위를 부각하는 등 성적 대상화로 인해 연재중단 서명운동이 진행됐으며, 레진코믹스는 신작 성인만화 <속죄캠프> 소개글에서 보복 강간 및 집단 성폭행을 암시하는 이미지를 사용해 논란이 일었다.
ⓒ 출처: 선관위 사전투표 홍보 웹툰 中에서. <여성신문> 2014년 5월 23일자 기사 “선관위 홍보물 ‘여성 비하’ 논란” 재인용.
정부의 정책 홍보 광고 역시 여성혐오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2014년 선거관리위원회는 “美리미리사전투표”라는 사전투표 홍보 웹툰에서 성형수술을 하기 위해 투표를 하지 않는 여성의 모습을 그려 논란이 되었다.(여성신문 “선관위 홍보물 ‘여성 비하’ 논란” 2014-05-24) 이는 20~30대 여성은 정치에 무관심하며 자기 외모에만 관심이 있다는 정치적 통념, 성별 편견을 재생산하고 조장하는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웹툰과 관련한 여성혐오 논란에 대해 (정치와 관계없이) 단순한 재미를 위해 보는 것일 뿐이라거나, 싫으면 안 보면 그만이라는 여론이 우세하다.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에 대해 “진지충”, “관심종자”, “프로불편러”라는 딱지를 붙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김수아(2015)는 대중문화 전반에 걸친 지속적인 여성혐오 논란에도 불구하고, 컨텐츠 생산자들에게 문제가 생기기보다는 오히려 관심과 주목이 높아져 상업적인 성공으로 이어진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한다. (김수아 “온라인상의 여성 혐오 표현”, <페미니즘 연구> 제15권 제2호)
‘여성혐오’의 정상화(正常化)를 우려하며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공적인 혐오 표현(hate speech)에 대해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이 존재하지 않는다. 현행법 상 사적인 혐오 표현에 한해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로 처벌할 가능성이 있지만, 공적인 혐오 표현은 규제할 수 없다(김민정 “일베식 “욕”의 법적 규제에 대하여”, <언론과 법> 제13권 제2호, 2014).
지난해 강용석 전 국회의원의 아나운서 비하 발언과 관련, 재판부가 “여성 아나운서 일반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서 개별 구성원들에 이르러서는 비난의 정도가 희석돼 피해자 개개인의 사회적 평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까지는 이르지 않으므로 형법상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 판결을 내린 것 또한, 집단에 대한 모욕죄를 인정하지 않는 예시로 볼 수 있다.
혐오는 단순히 “나는 네가 싫다”는 개인적이고 일시적인 선호나 감정 상태를 지칭하는 말이 아니다. 혐오 표현은 사회구조적이고 집단적인 차별과 역사적 권력 관계가 반영된 표현이다. 그러므로 개인 간의 모욕 문제로만 다루어질 수 없으며, 반드시 사회적 차원의 개입이 필요하다.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국가별로 차별받는 집단(인종, 성별, 성적 지향, 종교 등)에 대한 정의와 혐오 규제의 방법이 각기 다르며, 우리나라에서도 어떻게 혐오 표현에 개입할 것인지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출처: JTBC 탐사플러스 <그들은 왜 ‘혐오’를…“열등감 피해의식 혐오 원인”> 2016.01.27 <메갈리아>를 ‘여자 일베’로 다루었다.
문제는 현재와 같이 공적인 혐오 표현이나 혐오 컨텐츠에 대해 개입하거나 규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논란이 있을 때마다 작가들이 독자 개개인에 대해 명예훼손 및 모욕죄로 고소 고발 대응하는 분위기가 확산된다면, 작품에 대한 정당한 비판마저 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작품과 작품 속 캐릭터들이 담고 있는 성차별적, 여성비하적 내용과 이를 가능케 만드는 한국의 여성차별, 여성혐오 문화 전반에 대한 비판과 토론이, 작가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이나 모욕으로 축소될 소지도 있다. 사실 이 둘에 대한 판단이 분명하게 구분되는 것도 아니다. 정말로 악플러 개개인들이 문제라면, 왜 <메갈리아>가 특정되어 공공의 적이 되는 것인가.
지금와 같은 고소대란의 결과가 가져올 파장은 무엇일까? 여성이나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 혐오를 조장하는 컨텐츠는 공기와 같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지속되는 반면, 반(反)혐오를 내건 이들의 문제 제기는 다수의 목소리에 의해 비난받고 단속되어, 결국 여성혐오가 ‘정상화’(normalization)되는 사회에 대해 침묵하게 될 것이다.
필자는 ‘여성혐오의 정상화’와 ‘반여성혐오의 비정상화’를 우려하며, 반(反)여성혐오 커뮤니티 <메갈리아>에 집중된 고소 고발과 여론몰이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 문화를 더욱 지속,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여성혐오에 문제 제기하는 이들에 대한 고소 고발과 입단속이 아니라 더 많이 “설치고 떠들고 말하는” 입들이 아닐까?
흔히들 표현의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희진은 표현의 자유는 모든 이에게 동등하게 적용되지 않으며, 표현의 자유는 태생적으로 약자의 목소리를 보장하기 위한 권리였다고 지적한다. “표현의 자유는 보편적인 권리가 아니라 보편성을 향한 권리다.”(정희진, “언어가 성별을 만든다”, <여성 혐오가 어쨌다구?> 2015) 그러므로 우리는 누구를 위한, 누구의 표현의 자유인지를 되물어야 한다. 현재의 혐오 표현과 혐오 문화가 뿌리 깊은 성차별과 여성혐오를 정당화시킬 뿐 아니라, 여성들의 말할 권리를 침묵시키고 희생시켜서 얻어지는 것이라면, 그것은 누구를 위한 표현의 자유인가. ▣ 김진숙/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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