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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 보금자리를 그리워하며

사사의 점심(點心) 시골살이[35] 우리 집



※ 경남 함양살이를 시작하며 좌충우돌, 생생멸멸(生生滅滅) 사는 이야기를 스케치해보기도 하고 소소한 단상의 이미지도 내어보려 합니다. [작가의 말]

 

올 겨울 함양의 우리 집은 사람의 발자취가 거의 없어서 온기가 부족하다. 나와 남편이 각자 서울과 경주에서 지냈기 때문에 현관 미닫이문을 열어놓기보다는 걸어 잠근 날이 더 많았다. 어쩌다 한번 남편이 하루나 이틀 정도 머물 때에도 겨울을 대비하기 위해 집을 단도리하는 정도였으니 혼자 지내느라 재미가 없었을 것이다.

 

작년 12월 초에 감을 깎아 매달아 놓고 나는 친정집으로 상경했기 때문에 매달린 감이 곶감으로 되어가며 검붉게 익어가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마당에 오가는 새들이 곶감을 쪼아 먹으며 겨울을 나고 있는 듯하다는 이야기를 남편으로부터 전해 들으며, 작은 집안 정경을 그려볼 뿐이다.


감을 말리던 곳 옆에 가을무를 썰어 매달고 싶었다. 하얀 무말랭이를 나란히 걸어 놓겠다는 계획을 실행하지 못하고 곶감만 걸어 놓고 부랴부랴 서울 친정집으로 온 것이 지난 12월의 일이다. 이제는 2월이 되었다. 남편과 나, 그리고 어린 딸 다연이가 함께 함양 시골집, 우리의 보금자리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 지내고 있는 친정집은 20~30대에 살았던 집임에도 왠지 마음이 안정되지 않고 편하기가 처녀 시절만 못하다. 12층 높이의 아파트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낯설기까지 하다. 날이 갈수록 함양의 시골집이 그립기만 할 뿐이다. 작년 9월에 이사하고 3개월도 채 살아보지 않은 본 집이지만 흙과 보도블록, 나무와 풀이 뒤섞여 있는 앞마당이 눈에 선하다. 하수도 공사 때문에 파헤친 보도블록을 군청에서 정비해 주었을까도 궁금해진다.

 

화단에 있는 나무들의 자태와 가지의 뻗침도 머릿속에 그려진다. 오늘 아침에도 우리집 단골 방문객 새들이 그 가지에 앉았다 갔을까. 부엌 창문에서 보이는 먼 지리산 능선은 아침과 저녁에 보기가 좋았지. 남편이 직접 만들어준 싱크대와 식탁이 있는 부엌에 앉아 차를 한잔 마시면 좋겠구나 싶다.

 

작은 방에는 다연이가 누울 범퍼침대를 준비해 두었다. 동생네에서 준 침대는 아직 만나지 못한 어린 주인을 몹시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우리의 빈집도 겨울 내내 들러주지 않는 주인 부부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다. 내가 그리워하듯이, 우리의 보금자리도 제 주인을 보고파 할 것만 같은 마음이 드는 것은 지나친 감정이입일까.  ▣ 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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