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불안이 떠나지 않아요”

[연탄과 함께하는 글쓰기치료] 미소님의 사례①



연탄이 진행한 글쓰기 치료 프로그램의 한 사례를 10회에 걸쳐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는 글쓰기 치료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 결코 아니며, 다양한 글쓰기 치료 중 하나임을 밝힙니다.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사례는, 40대 여성으로 3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두 아이를 혼자 돌보면서 항상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는 ‘미소’(별칭)님의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공개하는 내용은 실제 진행한 회기와는 다르며, 매회 글쓰기 과제와 미소님이 작성한 글, 연탄의 피드백 중 주요 내용을 중심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 비슷한 상처로 힘들어하고 있을지 모를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사례를 공유하도록 허락해 주신 미소님께 감사 드립니다.

 

[연탄]

 

○○님, 반갑습니다. 앞으로 글쓰기 치료 프로그램을 함께 할 연탄입니다. 프로그램을 하는 동안은 서로 별칭을 부르려고 합니다. 제가 ○○님을 부를 수 있는 ‘별칭’을 하나 만들어 주세요. 그리고 왜 그 별칭을 선택했는지 이유도 함께 적어주세요. 별칭 짓기와 함께 글쓰기 프로그램에서 원하는 것,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말씀해 주셔도 좋습니다.

 

오늘 연탄이 첫 번째로 제시할 글쓰기는 다음입니다.

“내 마음은 ____이다. 왜냐하면 ____이기 때문이다.” 빈칸을 채워주세요.

 

현재 또는 최근 본인의 마음 상태를 한 단어로 자유롭게 이름 붙여보고, 왜 그렇게 붙였는지 이유를 적어주시면 됩니다. 본인의 마음의 소리에 한번 귀 기울여 보고 솔직하게 표현해 보세요.

 

[미소]

 

내 얼굴은 항상 굳어 있고 웃는 얼굴이 어색해 보인다고 늘 생각했습니다. 웃는 얼굴이 자연스러운 사람이 부러웠습니다. 미소를 간직한 얼굴로 나를 보는 사람들에게 기분 좋은 에너지를 전달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제 별칭을 ‘미소’라고 짓고 싶습니다.

 

글쓰기 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내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들여다보고 내 자신을 되돌아보기 위해서입니다. 지금까지 스스로에게 한번도 솔직한 적이 없었습니다.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행동한 적도 거의 없습니다. 최근 3년 동안 내가 왜 그렇게 살았는지 곰곰이 생각하는 중이었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정말 궁금했기 때문에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   “내 마음은 바다이다. 왜냐하면 바다는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소)  [pixabay.com]

 

내 마음은 바다이다. 왜냐하면 바다는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바다는 여러 가지 형태와 소리로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기도 하고 두려움과 불안함을 안겨준다. 바다를 멀리서 보면 잔잔하고 고요해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쉬지 않고 일렁인다. 바람(외부 환경)에 따라 크고 작은 파도를 일으킨다. 때론 거친 파도와 해일을 일으킨다. 바다가 어떻게 돌변할지 예측할 수 없다.

 

[연탄]

 

미소님, 부를 때마다 미소 짓게 하는 이름이네요. 정말 미소님 바람대로 사람들에게 기분 좋은 에너지를 전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소님은 이번 글쓰기 치료 프로그램을 함께 하면서 본인을 솔직하게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고 싶으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제부터 글쓰기를 통해 자신과 소통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첫 번째 과제를 잘해주셨습니다. “내 마음은 바다다. 왜냐하면 바다는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소님의 마음인 ‘바다’는 고요해 보이지만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군요. 일렁이는 바다의 마음은 불안해 보일 수도 있지만, 잘 다스리면 역동적인 에너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두 번째 글쓰기 주제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미소님께서 현재 삶에서 가장 힘든 문제, 해소해야 할 것 같은 문제가 있다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주세요. 그리고 그 문제에 대해 하나의 ‘제목’이나 ‘이름’을 붙여주세요. 그러면 좀더 문제가 선명하고 명료하게 정리될 수 있을 것입니다.

 

[미소]

 

요즘 나에게 가장 힘든 부분은 ‘불안한 마음’이 떠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원래 어려서부터 잔걱정이 많은 성격이긴 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어쩌나’, 개 짖는 소리에도 잠을 깨서 ‘도둑이 들면 어쩌나’ 등등 이렇게 항상 걱정이 많았습니다.

 

남편이 먼저 하늘나라로 가고 나서부터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이 점점 커집니다. 스스로 불안을 잠재우려 노력하기도 합니다. 내 마음을 편하게 하기 위해 기도도 하고 성경도 읽고 인간 심리에 관한 책도 보며 작게나마 위로를 받고 내 마음 상태를 확인하고 괜찮아지려 애씁니다.

 

아이들이 다치지 않을까, 사고가 나지 않을까, 아이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어떻게 위로해줄까, 내가 혹시 나쁜 병에 걸리지 않을까…. 어린 아이들을 두고 내가 먼저 죽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가장 나를 힘들게 합니다.

 

잠잠했던 마음은 등본이나 가족관계증명서를 떼면서 매번 소용돌이 칩니다. 그 서류들은 남편의 부재를 늘 확인시켜주지요. 아이들에게는 아빠의 부재를 늘 확인시켜주겠지요. 그러면 다시 마음이 어두워집니다. 옛날보다 사회가 달라졌으니 신경 쓰지 말라는 주변의 말들이 가장 듣기 싫습니다. 전혀 위로가 되지 않거든요. 이러한 저의 상황에 제목을 붙인다면 ‘불안’입니다.  연탄

 

 여성주의 저널 일다      |     영문 사이트        |           일다 트위터     |           일다 페이스북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