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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치료, 창작과 과학 사이

연탄과 함께하는 글쓰기치료(3) 치료적 글쓰기의 유형



※ 글쓰기 치료를 전공하고 지속적으로 공부하고 있는 ‘연탄’이 글쓰기를 통해 과연 심리적 치유가 가능한지, 글쓰기 치료는 어떻게 하는 건지, 왜 굳이 글쓰기 치료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최근 들어 ‘치료적 글쓰기’라는 말이 대중화될 정도로 글쓰기를 통한 심리치료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관련 저술도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필자가 글쓰기 치료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면서 느낀 점은, 많은 이들이 글쓰기 치료를 창작과 과학 중 어느 한 쪽에 치우쳐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인문학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이들은, 글을 쓰는 창작의 과정은 그 자체로 위로와 치유의 과정인데 “굳이 과학적 설명이 필요한가”, “창의성은 도구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반면 면역학이나 보건심리학의 과학적 패러다임을 따르는 사람들은 글쓰기의 치료적 메커니즘을 밝혀야지 ‘모호하고 신비한 영역’으로 남겨둬서는 안 된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글쓰기 치료는 그 발전 과정을 보면 예술창작과 과학의 연속선상에 있어 왔다. 실제 현장에서도 ‘시 치료’에서부터 인지 치료 글쓰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무엇보다 글쓰기 치료에 대한 양쪽 모두의 접근, 다양하고 열린 접근은 학제간 연구를 발전시키고 전문적인 실천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다음에서 몇 가지 글쓰기 치료 유형을 소개하고자 한다.

 

은유와 이미지를 매개한 ‘시 치료’


▲ 글쓰기 치료의 발전 과정을 보면, 예술창작과 과학의 연속선상에 있어 왔다.   © 연탄


글쓰기 치료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은 창의성과 상상력을 가장 중요한 측면으로 인정한다는 점에서 다른 접근과 차별화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시 치료’(Poetry Therapy)다. 시 치료사들은 “아폴로 신이 시(poetry)와 치유(healing)의 신이었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예로부터 시는 치유와 뗄래야 뗄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미국에서 1981년 설립된 전미시치료협회(The National Association for Poetry Therapy)는 시 치료의 특징을 “은유, 이미지, 리듬과 같은 독특한 시적 장치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시 쓰기는 자기 자신과 소통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과정이고, 이는 바로 시가 은유나 이미지와 같은 효과적인 매체를 통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신분석학자 아놀드 모델(Arnold Modell)은 “은유는 우리의 경험을 정리하고 경험으로부터 의미를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인간의 이해 구조”라고도 말한다. 시 치료사들은 시를 통해 자신의 잠재의식을 드러내고, 시를 고쳐 쓰거나 자신이 신뢰하는 누군가와 그 시를 공유하는 과정이 곧 치유의 과정이라고 본다.

 

이야기 치료, 내담자는 ‘새로운 이야기’의 저자

 

이야기 치료(Narrative Therapy)는 글쓰기를 기반으로 하는 심리치료로 출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야기를 쓴다’는 기본 개념을 취하고 실제 치료 과정에도 글쓰기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이론가들이 글쓰기 치료에 포함시키고 있다.

 

또한 이야기 치료는 기존의 심리치료 가운데 문학이론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 이야기 치료의 창시자인 마이클 화이트(Michael White)는 “문학적 이야기를 쓰는 행위와 치료적 행위간에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야기 치료는 인간의 삶이 여러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고, 심리적 문제를 호소하는 내담자로 하여금 자신의 삶에서 ‘문제적 이야기’를 해체하여 새로운 삶의 이야기, 대안적 이야기를 다시 쓰도록 격려한다.

 

무엇보다 이야기 치료에서는 ‘내담자가 중심’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이야기 치료는 “사람들은 자기 삶에 대해 전문성을 가지고 있고, 자기 삶의 주요한 저자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내담자가 문제적 이야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이야기를 쓸 때, 그 새로운 이야기의 저자이자 최고 권위자는 치료사가 아니라 바로 내담자 자신이 된다.

 

심리적 외상을 표출하는 ‘표현적 글쓰기’

 

과학적 패러다임의 대표적인 글쓰기 치료는 이전 기사에서 언급한 바 있는 페니베이커(Pennebaker)식 ‘표현적 글쓰기’다. 표현적 글쓰기 방법은 연속적으로 3~4일 동안 하루 한 번(최소한 15분에서 20분) 자신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심리적 외상이나 스트레스에 대해 깊은 내면의 생각과 감정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다.

 

글을 쓸 때는 철자나 문법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 할 말을 다 해서 더 쓸 것이 없다면, 이미 썼던 것을 다시 반복해서 쓰도록 한다. 중요한 것은 글을 쓰면서 쉬거나 멈추지 않는 것이다.

 

페니베이커의 표현적 글쓰기를 비판적으로 발전시킨 연구자들이 있는데, 쇼트롭(Schoutrop)과 반 주렌(Van Zuuren) 등의 ‘암스테르담 글쓰기 집단’(Amsterdam Writing Group)이다. 페니베이커가 ‘직면’과 ‘노출’에 초점을 맞춘 글쓰기 치료를 실시했다면, 암스테르담 글쓰기 집단은 자기직면과 인지적 재검토, 사회적 공감, 이렇게 세 단계로 구성된 글쓰기를 진행한다.

 

첫째, 자기 직면 단계에서는 외상 사건에 대한 자세한 묘사와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두려움과 감정, 당시 경험했던 시각, 청각, 후각 등 감각들을 묘사한다. 이 때 철자, 문법, 시간 순서에 신경 쓰지 말고 자유롭게 쓴다.

 

둘째, 인지적 재검토 단계에서는 같은 외상을 가진 가상의 친구를 상정하고 그를 격려하고 조언하는 글을 쓴다. 조언의 내용은 그 사람의 삶에서 그 사건이 가져다 준 긍정적 영향과 그 사건으로부터 배운 점 등이다.

 

셋째, 사회적 공감 단계에서는 당당한 스타일로 에세이를 쓰고 그것을 자신에게 중요한 다른 사람에게 보낸다. 만약 그들이 신뢰할 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에세이를 부치지 않고 단지 다듬어진 형태로 편지를 쓴다.

 

내면의 기록, 저널 치료의 유용한 기법들

 

이외에도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저널 치료(Journal Therapy)가 있다. 여기서 저널(Journal)은 우리가 말하는 잡지(신문)나 학술지가 아니라 일기나 일지(diary)를 의미한다. 그러나 통상 일기라 하면 일상적인 기록인 반면에, 저널은 정서적이고 내면적인 삶에 더 집중하면서 좀 더 주체적인 기록이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저널 치료에서는 저널을 쓸 때마다 날짜를 기입하도록 한다. 이전에 쓴 저널을 재검토할 수도 있고 일정 기간 동안의 치유에 대한 기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저널 치료는 여러 가지 글쓰기 기법들(techniques)을 발전시켜서 많은 이들이 저널 치료의 유용한 기법들을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저널 치료사인 캐슬린 애덤스(Kathleen Adams)가 발전시킨 저널 치료의 기술로는 5분간 전력 질주하기, 목록 만들기, 클러스터 기법(cluster technique), 순간 포착, 100가지 목록, 보내지 않는 편지, 대화, 관점의 변화, 자유로운 글쓰기 등이 있다.  연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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