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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성희롱도 안 돼’ 일본 대법원 판결
기업에 성희롱 발언 예방 노력 강조 

 

 

일본에서는 올해 2월, 대법원에서 ‘성희롱 발언’과 관련하여 중요한 판결이 나왔다. 수족관을 운영하는 한 회사에서 여성직원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남성직원에게 징계 처분을 내린 것은 ‘타당’하다고 판결한 것. 이 판결의 의의에 대해, 일본에서 수많은 직장 내 성희롱 소송을 맡은 바 있는 츠노다 유키코 변호사에게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정리: 시미즈 사츠키, 구리하라 준코]

 

말로 이루어지는 성희롱도 분명한 위법

 

이번 사건은 회사에서 ‘언어 성희롱’으로 징계 처분을 받은 원고남성 두 명이 그 처분이 부당하다며 오사카지방법원에 제소한 사건입니다. 

 

▲  올해 2월, 일본 대법원에서 ‘성희롱 발언’의 위법성을 인정하는 중요한 판결이 나왔다.   © 페민 제공 
  

오사카시의 수족관 ‘해유관’의 운영회사에서 관리직 남성직원 두 명이 여성종업원 두 명에게 2010년 11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약 1년 2개월간 ‘극히 노골적이고 야비하고 외설적’인 말로 성희롱을 반복하였습니다. 회사는 남성직원들에게 출근 정지와 좌천의 징계 처분을 내렸습니다. 그러자 남성직원 두 명은 회사를 상대로 처분무효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에서 오사카지방법원은 회사의 처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으나, 2심에서 오사카고등법원은 ‘처분이 과중하다’며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판결은 “성희롱 방지를 위해 직원들을 지도해야 하는 입장임에도, 여성직원들을 상대로 여러 차례에 걸쳐 성희롱 행위를 반복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2심 판결을 파기하였습니다. 남성직원들에 대한 징계 처분이 타당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 판결은 즉시 대법원 웹사이트에 게재되었습니다. 이는 이례적인 일로, 대법원 역시 판결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즉시 대중에게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언론에서도 ‘언어 성폭력’을 키워드로 화제가 되고 있으며, 대부분의 신문 사설에서 이 사안을 다루었습니다.

 

해당 남성직원들은 여성직원 두 명에게 자신과 불륜 상대와의 성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거나, 여성고객을 두고 “내 타입”이라고 말하는 등 성적인 발언을 반복했습니다. 말만으로 이루어지는 성희롱은 가볍게 여겨지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대법원은 남성직원들의 행위가 ‘직장 내 성희롱’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인정했습니다.

 

2심 판결에서는 피해를 당한 여성직원들이 ‘거부 의사를 분명하게 피력하지 않았기 때문에’ 피고들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행위가 용납되었다고 오해한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는 ‘여성이 저항하지 않았으므로’ 등의 이유를 대며 강간을 정당화할 때와 같은 비상식적인 논리입니다. 2심 재판관은 권력 관계가 영향을 미치는 성폭력의 본질을 모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성희롱 예방과 대처…기업의 책임 강조해

 

대법원은 성희롱 피해자가 실제로는 혐오감을 느끼면서도 직장 내 인간관계가 악화될 것을 우려해 가해자에게 적극적으로 항의하거나, 회사에 신고하기를 주저한 것이라고 인정하였습니다. 2심 판결의 오류를 지적한 것입니다.

 

이 판결은 기업에게 정확하게 직장 내 성희롱에 대응하도록 책임을 부여했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물리적인 성희롱뿐 아니라 언어 성희롱도 듣는 입장에서는 굴욕감, 혐오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로 인해 직원의 일할 의욕이 저하되고 그에 따라 생산성도 떨어지기 때문에 회사 측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대법원은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이 접수되면 정확히 대응하고, 성희롱 행위가 있었다고 인정되면 적절한 처분을 해야 한다고 판결한 것입니다.

 

해당 회사는 직원의 절반, 그리고 고객의 60%가 여성이었기 때문에 직장 내 성희롱을 금지하는 내용의 문서를 사내에 게시하고, 전체 직원에게 성희롱 예방교육을 의무화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복무 규정을 위반한 가해남성들에게 무거운 처분을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정신적 스트레스로 직장을 그만둔 피해자의 고통

 

▲  츠노다 유키코 변호사   © 페민 제공 
 

이번 재판은 다른 성희롱 사건 재판과는 달리 피해자가 제기한 소송이 아닙니다. 소송의 원고가 회사로부터 징계 처분을 받은 성희롱 가해자들이고, 피고는 회사이기 때문에 성희롱 피해자들은 재판의 당사자가 아니었습니다.

 

재판부는 회사 측의 처분이 타당한지를 판단하기 위해 피해자의 진술을 확보하였습니다. 그렇게 된 데에는 사법부가 여성의 인권을 전보다 존중하게 된 최근의 변화가 그 배경에 있습니다.

 

하지만 성희롱 피해자였던 여성들 중에 한 명은 상사의 계속되는 성희롱 발언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이 여성직원은 퇴사를 할 때 회사에 자신이 성희롱 피해를 당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회사측은 성희롱 피해자에게 ‘당사자 과실이 없었는지’를 묻는 등, 그 피해를 과소평가했습니다. 또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의 심각한 정신적 피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쉽게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2심 판결은 역으로, 회사 내에서 성희롱 피해자가 얼마나 열악한 위치에 있는지를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작년 12월 후쿠오카 고등법원 미야자키지부에서도 가고시마의 골프학원 강습생에 대한 준강간죄로 기소된 남성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려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성희롱은 ‘성차별’이라는 인식 확산되어야

 

법학 교육과 의학 교육에서는 장래에 사람의 생명과 인권을 다루는 일을 할 사람들의 ‘질’을 보장하는 일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법적 생활의 질을 보장하는 것과 직결되는 일입니다. 선진국에서는 ‘젠더의 법조 지속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실시되고 있지 않습니다. 법학대학원도 제대로 된 젠더 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사법시험 합격률이 떨어지는 가운데, 당장 눈앞의 합격을 위한 노하우만을 떠받들 뿐, 법학대학원에서의 젠더 교육은 점점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현실입니다.

 

정치인의 성희롱 발언이 이슈화되어도 역시 일회성으로 끝나고 맙니다. 일본에서는 아직도 성희롱이 성차별이라는 인식이 확립되어 있지 않습니다. ‘성적으로 반복되는 공격’임에도 ‘성희롱’이라는 다소 가벼운 말로 치부되면서 성차별의 의미가 퇴색된 것은 큰 문제입니다.

 

대법원의 판결문은 상식적인 내용에 불과하지만, 그 영향력은 큽니다. 이번 판례를 잘 활용해 성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움직임을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일본의 주요 성희롱, 성추행 사건 판례]

 

니시후나바시역 사건: 치바현 JR니시후나바시역 플랫폼에서 취한 남성이 다가오자 여성이 이를 피하려고 남성을 떠밀었는데, 그로 인해 추락한 남성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1986년) 여성은 기소되었지만, 정당방위임을 주장하는 많은 지원자들이 모였고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일본에서 성희롱이라는 용어가 처음 판결에 등장한 사례이다.

 

후쿠오카 사건: 직장상사가 여성직원의 연애 관계 등에 대해 소문을 퍼뜨려, 여성직원이 어쩔 수 없이 회사를 그만두게 된 사건으로, 퇴사 후 여성직원은 상사와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1992년) 언어 성희롱에 의한 피해를 인정한 효시가 된 판결이다.

 

야노 사건: 교토대학의 한 남성교수가 비서를 강간하고 그 후에도 성관계를 강요하여, 비서가 인권구제를 신청한 사건이다.(1993년) 이 사건에 대해 신문에 논평을 쓴 여성교수에 대해 가해 교수가 명예훼손이라며 기소를 했지만 패소했다.

 

아키타 사건: 아키타현립 농업전문대에서 지도교수의 외설적인 발언에 대해 연구보조원 여성이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다. 1심에서는 피고인 가해교수의 주장이 받아들여졌지만(1997년), 2심에서는 세 명의 여성변호인단이 결성되어 연구보조원 여성을 지원했고 결국 원고가 승소했다.(1998년)

 

※ <일다>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여성주의 언론 <페민>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츠노다 유키코 씨가 작성하고 고주영 씨가 번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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