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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유모’와 ‘위대한 사진작가’ 사이
다큐멘터리 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  존 말루프, 찰리 시스켈이 공동 연출한 다큐멘터리 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 Vivian Maier 

 

‘은밀하고 기이한 괴짜’, ‘나치군대 같은 걸음걸이’, ‘서쪽마녀 같은 모습.’ 비비안 마이어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평범하지 않은 수식어들로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존 말루프, 찰리 시스켈이 공동 연출한 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Finding Vivian Maier. 미국. 2013)는 감독 본인이 15만장의 네거티브 필름이 든 박스를 경매소에서 구입한 뒤, 그 사진을 찍었던 비비안 마이어라는 여성 사진작가의 삶을 추적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이다.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는 비비안이 자신에 대한 개인적인 정보를 주변 사람들에게 거의 공개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그녀의 출신, 언어, 배경 등에 의혹을 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배치하면서 미스테리적 요소를 부각시킨다.

 

감독은 자신이 구매한 사진들은 물론, 비비안이 모아두었던 쿠폰, 메모, 전단, 기차표 등 각종 세간을 휘저으며 단서들을 모은다. 비비안을 찾아나서는 과정 전반에서 감독 중 한 명인 존 말루프는 카메라 뒤보다는 앞에 위치한다. 추적하는 감독과 추적당하는 비비안 마이어의 삶, 이 영화는 두 가지 축을 가지고 속도감 있게 앞으로 나아간다. 

 

           ▲  다큐멘터리 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중에서    

 

유모의 삶과 예술가의 삶 사이의 간극

 

영화는 몇 가지 단서들을 통해 비비안이 긴 시간 유모라는 직업을 가지고 살았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유모라는 직업과 사진 작업은 상당히 이질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모는 아이들을 돌보며 “밖에 나갈 수도 있고, 돌아다닐 수도 있고, 햇빛도 볼 수 있는” 직업으로, 비비안이 자기충족적인 삶을 유지하기 위해 협상한, 최선의 가능성일지도 모른다.

 

앞서 언급했던 비비안의 독특한 외모나 기이한 행동에 대한 증언들과 그녀의 사진을 앞에 두고 예술적 가치를 논하는 몇 예술가들의 찬사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다. 살아생전 비비안 마이어의 삶은 그 큰 간극 어딘가에 존재했을 것이다.

 

유모라는 직업은 일에 따라 하나의 가정에서 또 다른 가정으로 거주지와 생활 동반인을 바꿔야 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비비안은 자신의 삶을 구분하고 분리하는 것이 용이한, 혹은 불가피한 조건의 생활을 했을 것이라 추측된다.

 

가난하거나 병들고 ‘비정상’으로 간주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은 그녀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어떤 피사체에 감정이입하고 있는지 드러낸다. 이 영화가 그녀가 살았던 삶의 다양한 결들을 포착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스테리한 유모’와 ‘훌륭한 예술가’ 사이의 커다란 간극에서 통합되지 못하고 분리되어버린 삶의 흔적들을 상상한다.
 

▲  다큐멘터리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중에서,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작품  © Vivian Maier  

 

감독은 ‘비비안 마이어는 왜 그렇게 많은 사진을 찍었고, 그 사진들을 왜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나’라는 질문을 제기한다. 하지만 예술작품이 사람들 눈앞에 전시되지 않았다고 해서 그 의미를 잃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진이 그녀 생전에 명성이나 경제적 여유를 보장해주지 못한 것은 안타깝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확실히 알고 타협 없이 그대로 나아가는 삶을 살았다면 그것으로 괜찮은 삶 아닌가.

 

어쩌면 사진이, 사진을 찍는 작업이 그녀를 살게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영화에 등장하는 한 예술가의 말처럼 그녀는 “자신을 예술가로 주장”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녀는 분명 예술가로 살았다.

 

가려진 여성예술가의 삶을 ‘기억하기’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는 84분의 러닝타임 동안 그녀와 삶의 특정 시기를 같이 했던 사람들의 진술, 그녀가 남긴 ‘과거 집착’의 흔적들, 공기관에서 얻은 정보들, 사진 속 단서들로 퍼즐을 맞춰간다.
 

감독은 그녀의 지인들에게 비비안이 이 작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 것 같냐고 물으며, 드러나고 싶지 않았던 사람의 삶을 드러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죄책감을 고백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비비안을 역사책에 실리게 하는 것이 목표’라는 분명한 동기와, ‘훌륭한 예술은 기억되어야 한다’는 명확한 입장을 가지고 작업에 임한다.
 

▲  다큐멘터리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중에서,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작품  © Vivian Maier  

 

결말로 향하며 영화는 그녀 안의 어두운 부분이나 지인들에게 가시처럼 남은 기억들을 복기한다. 모든 불편하고 어려운 기억들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좋은 사진을 찍은 것이 분명하고, 위대한 예술은 세상에 보여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영화는 다소 급하게 마무리된다.

 

한 사람의 삶을 ‘찾아서 안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발견할 수 있는 조각들을 한 데 모아 구성한 것을 얼마만큼 그 사람의 삶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남지만, 가려진 여성예술가의 삶을 찾아가려는 시도와 그 과정에서 의미를 발견한다.

 

감독 존 말루프가 시카고에서 첫 전시를 기획한 이래로 암스테르담, 베를린, 런던, 뉴욕, 부다페스트, 모스크바, 토론토 등 세계곳곳에서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전이 열렸다. 서울에서도 7월부터 9월까지 <내니의 비밀>(The Revealed World of Vivian Maier)이라는 제목의 전시가 예정되어 있다. 이 영화를 통해서 ‘비비안 마이어’라는 이름을 알았으니, 이제 사진을 통해 보다 직접적으로 그녀를 마주할 차례다.  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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