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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새지평

성매매처벌법 위헌소송, 네 가지 쟁점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15. 4. 9. 14:00

성매매는 개인의 선택? 사회적 책임 외면 말라
헌재로 간 성매매처벌법, 당사자 여성들 목소리 내다 

 

 

오는 4월 9일,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에 대한 헌법재판소 공개 변론을 앞두고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번 위헌법률심판은 성매매처벌법 중 21조 1항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科料)에 처한다’는 조항에 대한 위헌 여부를 가리는 것이다.

 

헌재 공개변론 앞두고 <뭉치> 회원들 입장 발표
 

▲  4월 2일,  성매매처벌법 위헌소송에 대한 ‘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 <뭉치> 입장 발표 기자간담회.
 

이번 심판은 2012년 9월, 성매매 행위로 기소된 여성이 신청한 것을 서울북부지방법원(이하 북부지법)이 제청 결정을 함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 북부지법은 ‘착취나 강요가 아닌 성인간의 성행위는 개인의 자기 결정권에 맡겨야 하고 국가는 형벌권 행사로써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요지의 위헌심판제청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북부지법이 위헌심판을 제청한 것은 자발적 성매매 여성에 대한 처벌에 국한해서이다. 상대방인 성매수 남성을 처벌하는 것도 위헌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어떤 근거로 어떤 판단을 하느냐에 따라, 성매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정책에도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 공개 변론을 앞두고, 성매매 경험이 있는 당사자 여성들이 모여 목소리를 냈다. 4월 2일, 여성미래센터에서는 이번 위헌소송에 대한 ‘성매매 경험 당사자 네트워크’ <뭉치>의 입장발표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전국 각지에서 뭉치 회원 30여명이 모여 의견을 내었다.

 

<뭉치>는 성매매를 개인 간의 성행위로 보아서는 안 되며 국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기존 성매매특별법의 필요성을 밝혔으며, 그러나 현재의 법이 자발적, 비자발적 성매매를 구분하여 자발적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것은 반대하며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쟁점① 개인 간의 성행위, 사생활의 영역인가

 

“여성을 ‘돈’으로 사고 팔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그 대상이 되는 여성을 함부로 하게 만드는 건지, 우리가 경험한 그 시간들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4월 2일, 성매매 경험 당사자 네트워크 뭉치에서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의견서 중에서)

 

<뭉치> 회원들은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개념을 통해, 성매매가 개인 간의 성행위와 같은 것으로 간주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북부지법은 위헌심판제청 결정문에서 “비록 금품 등 재산상 이익을 대가로써 수수하기는 하나, 성교 행위 등은 사생활의 내밀 영역에 속하는 것인바, 착취나 강요가 없는 상태의 성인 간 성매매 행위가 어떠한 법익, 예컨대 성풍속에 대한 중대한 위험을 명백하게 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 조항은 국가형벌권이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 그쳐야 한다는 원칙을 지켰는지 의문”이라고 적시했다.

 

이에 대해 <뭉치> 회원 ‘짤’씨는 돈을 주고 성을 사는 성매매 행위는 “여성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폭력이 없을 수 없다”고 말했다.

 

“업소에 있을 때 준비하고 나가서 앉아있으면 ‘오늘은 어떤 진상이 올까?’ 늘 불안했다. 맨 정신에 오는 게 아니라 2,3차 거쳐서 오는 사람들이 여성을 매너 있게 대접해줄 것이라고 보는가?”

 

<뭉치> 대표인 ‘지음’씨도 “존중 받는 성매매가 있을 수 있나? 돈 많이 주는 것? 한번만 사정하고 집에 가는 것?”이라고 반문하며, “성매매는 섹스가 아닙니다. 섹스였으면 그거 즐기고 있지 왜 여기 있습니까? 섹스가 아니라 폭력입니다. 사람들은 ‘성행위’만 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구매자는 그것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해요. 별별 진상이 다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 2012년 창원에서 성 구매자에 의해 살해된 여성을 추모하는 행사에 참여한 <뭉치> 회원들.  © 뭉치 
  

쟁점② 생계형 vs 비생계형 성매매의 구분

 

이번 헌재의 공개 변론에 패널로 나서 ‘위헌’ 주장을 할 것으로 알려진 김강자 전 종암경찰서장은 3월 17일 SBS 라디오 ‘한수진의 SBS전망대’에서 출연해 ‘집결지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일하는 여성들이고, 집결지를 찾는 성 구매자도 가난한 성적 소외자들이기에 집결지 성매매는 합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와 달리 ‘음성형, 비생계형 성매매는 명품백을 사기 위해서, 성매매를 안 해도 되는 여성들이 성매매를 하는 것으로, 이들은 단속을 당하면 수치스러워하기 때문에 제대로 단속하면 근절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생계형 성매매와 비생계형 성매매를 구분하여 집결지와 그 이외의 곳을 나누는 것에 대해서도, <뭉치> 회원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봄날’씨는 “먹고 살기 위해서 성매매를 하는데 생계형, 비생계형으로 나누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고 말했다. 또한 “사람은 돈 벌어서 차도 사고 밥도 사먹고 여행도 가지 않나. 성매매 여성도 마찬가지”라고 말하며, 성매매 여성의 소비에 대해서만 ‘명품백’ 운운하며 비난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꼬집었다.

 

한편, 기자 간담회에서 사회를 맡은 신박진영 대구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성매매가 생계의 문제라면 합법화할 것이 아니라 더더욱 사회에서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쟁점③ 자발적 성매매 여성만 처벌하라?

 

현행 성매매처벌법은 ‘자발이냐 강제냐’를 구분하여, 강제적인 성매매의 경우에만 피해자로 판단해 처벌하지 않고 있다. 뭉치 회원들은 무엇보다도 자발적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것에 반대하며, ‘성매매 여성 비범죄화’를 요구하고 있다.

 

“자발과 비자발은 나눌 수 없어요. 10대에 성매매 시작하면 피해자고, 20대에 카드 빚 갚으려고 시작하면 자발인가요?”

 

‘지음’씨는 성매매 여성에 대해 ‘자발이냐 강제냐’를 묻는 사회에 대해 이렇게 호소했다.

 

“탈성매매하고 나서야 내가 당한 게 폭력이라는 걸 알았어요. 현장에 있을 땐 폭력을 당하는 것도 당연했고 내가 선택해서 하는 일이라고 합리화하는 게 편했어요. 그 안에 있으면 ‘괜찮다, 할 수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사람들은 ‘괜찮다, 할 수 있다’는 말을 두고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한다고 보는 거죠.”

 

15살에 학교를 그만두고 공장에서 일하다가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성매매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 ‘봄날’씨는 “이런 나에게 ‘자발적인 성매매’를 했다고 한다. 성매매로 내모는 상황은 보지 않고, 개인이 선택했다면서 낙인 찍는다”고 털어놓았다.

 

‘봄날’씨의 이야기대로, 경찰 단속에 걸렸을 때 자신이 강제적으로 성매매를 하게 되었다는 것을 입증하기는 매우 힘들다. 경찰 단속에 걸리면 처벌을 받게 될 확률이 높고, 벌금형을 받게 되면 업자들에게 갚아야 할 선불금만 늘어나게 된다. 결국, 성매매에서 벗어나기는 더 어려워진다.

 

<뭉치>는 이러한 정황을 잘 살펴줄 것을 요구하면서, 헌재에 보낸 의견서에 “경찰 단속을 싫어하는 것이 성매매를 계속하고 싶다는 뜻은 아니었다”고 기술했다.

 

쟁점④ 성매매 합법화의 효과

 

성매매특별법에 대한 논란이 있을 때마다, 성매매를 합법화하는 방안이 제기된다. 성매매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리면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 침해를 막고, 합법화된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에 대한 낙인도 사라질 것이라는 견해이다.

 

<뭉치> 회원들은 성매매가 합법화된다고 해서 성매매 여성에 대한 낙인이 없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엠케이’씨는 “취업할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너 능력 안 되면 성매매라도 해서 돈 벌어. 그거라도 해볼 순 없겠니’ 하고 말하게 될 것 같다”며, 성매매 여성에 대한 사회적 비하는 여전한 채 성매매는 더 확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음’씨도 “독일이 성매매를 합법화한 지 10년이 지났는데, 성매매 비용이 더 싸져서 외국에서도 성구매자들이 구매하러 오는 상황”이라며, 합법화가 가져올 여파에 대해 언급했다.

 

“우리는 성매매가 합법화된 세상이 너무나 끔찍합니다. 알선자들이 사업가로 무한대로 자본을 늘리고, 성매수자가 손님으로 소비자의 권리를 요구할 때,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이미 경험했던 우리는 절대 그런 일은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4월 2일, 성매매처벌법 위헌소송에 대한 뭉치 의견서 중에서) 

 

▲  2010년, 군산 대명동 화재참사 10주기에 성매매 알선업자 처벌을 요구하는 집회에 나온 <뭉치>   

 

<뭉치>는 성매매가 할 만한 어떤 ‘일’로 여겨지고, 여성을 상품처럼 파는 알선업주들이 관리자가 되고, 성 매수자는 소비자가 되는 구조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성매매 알선자와 매수자에 대해서는 단속과 처벌을 하지만 성매매 여성은 처벌하지 않고 보호하는, 대표적인 스웨덴의 성매매 관련 법률과 정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성매매 문제, 국가의 개입과 보호 필요해

 

“이 사회가 성매매 경험 당사자인 우리들의 목소리는 듣지 않고, 성매매를 ‘개인 간의 성적 거래’라고 말하는 목소리만 듣는다. 자신들의 이해 관계가 걸려 있기 때문 아니냐.”

 

<뭉치> 회원들은 간담회에서, ‘성노동’이나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개념을 환영하면서 <뭉치>에서 제기하는 목소리를 불편해하는 사회 분위기에 대해 토로하였다.

 

<뭉치>는 성매매를 개인 간의 성행위나 혹은 상거래쯤으로 취급해선 안 되며, 국가의 개입과 보호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성매매 여성들에게 ‘그 공간에 계속 있으라’고 해선 안 된다는 것.

 

“성매매특별법은 최소한 선택의 기회를 줬어요. 그 전에는 무조건 빚을 까기 전까지는 여기서 못 벗어날 거라고 생각했다면, 성매매특별법이 생긴 후에 ‘그래도 여기서 벗어날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엠케이’씨는 성매매특별법으로 인해 성매매 현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선택’의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뭉치>는 지난 2일 헌법재판소에 보낸 의견서에서 “성매매를 개인의 선택으로 보고 우리 사회가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면, 뭉치 회원 중 많은 이들이 여전히 자신의 선택이라 여기며 성매매 현장의 우울과 두려움 속에 남겨져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나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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