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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의 학생을 위해 학업-가정 양립 지원해
<서정원의 미국대학 탐방>3. 시카고대학 ‘부모학생 지원센터’
서울대 부모학생조합 <맘인스누> 대표 서정원씨(33세)가 양육과 학업을 병행하는 학생들을 위한 정책을 살펴보기 위해 미국 대학들을 탐방하고 온 이야기를 5회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미국으로 출발하기 전, 수도 없는 메일이 오갔다. 우리의 방학과 미국의 학기 중 시기로 방문 일정을 맞추고, 동부에서 서부로 각 대학의 일-가정 지원팀 스텝들과 만날 약속을 잡느라 스마트폰과 아이패드는 풀 가동 상태였다.
그렇게 하버드, MIT, 시카고, 스탠포드, UC버클리 총 5개 대학의 7개 기관과 공식 일정을 잡아 부모학생을 지원하는 전문가들을 만났다. 이중 가장 직접적으로 부모학생과 만나고 이들을 지원하는 사람과 나눈 대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다음은 시카고대학 <부모학생 지원센터>에서 일하는 라잔(Lazanne)과의 인터뷰이다.
- 시카고대학의 부모학생 지원센터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소개해주세요.
“우린 최근에 이곳으로 이사를 왔어요. 이 공간은 새로 만들어진 곳입니다. 이전에는 다른 건물에 좀더 작은 공간을 사용하고 있었죠. 그곳에는 놀이터가 없었습니다. 이곳은 기존에 데이케어(daycare. 낮 시간에 이용하는 어린이집)로 쓰이던 곳이었는데, 대학 소속이 아닌 민간 탁아소였기 때문에 대학 측에서 이전하도록 조치하고 ‘부모학생 지원센터’를 이곳으로 옮길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 시카고대학의 부모학생지원 스텝 Lazanne가 우리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사진: 이진화
우리 센터의 시작은 10년쯤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부모학생들이 대학 측에 ‘우리를 위해 무언가를 해달라’고 요구를 했고, 대학에서는 아이가 있는 학생들을 위해 명절이나 휴일에 파티를 열어주기 시작했지요. 또, 대학 여성위원회에서 센터를 만드는데 5만달러의 예산을 확보해주었습니다. 처음에는 그 예산을 학교 소속 교회들에서 지원을 했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장난감과 가전제품 등을 기부해서 운영했답니다.
몇 년이 지나면서 이곳의 이용 수요가 많다는 것이 증명되자, 대학 측에서는 저를 전업 관리자로 채용했습니다. 그리고 몇 년 전까지는 이곳에 사회복지 실습을 하는 학생들이 와서 보조로 일했기 때문에, 따로 인건비를 지급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첫해에는 주2회, 다음 해에는 주3회 실습을 했는데, 학생들은 불만족스러워했지요. 이곳에서는 실습 경험이 제한되어 있으니까요. 우리는 정식 보육기관이 아니고, 향후에도 그럴 계획은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돌보미가 아이를 데려오거나, 부모학생들이 아이와 친구를 함께 데려오기도 해서 공동 육아를 할 수 있어요.
-대학에서 센터의 운영을 지원하나요?
“네, 대학에서 지원을 합니다. 지원금으로 우리는 교구를 구입하고, 간식과 차를 사다 놓죠. 점심은 사람들이 직접 준비해 와서 이곳 냉장고에 보관합니다. 오전에 와서 수업을 듣고 아이와 놀아준 다음에 점심을 먹고 집으로 간다든지 하지요. 매일 오는 경우는 하루 5시간 데이케어(daycare. 낮 시간에 보육을 맡기는 것)를 맡기고요, 수업이 있는 날에만 오는 학생들도 있죠. 이곳을 이용하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유학생들은 별도의 커뮤니티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곳에서 같은 지역의 유학생끼리 아이와 함께 어울릴 수 있습니다. 방금 다녀간 독일인 두 분의 경우가 그래요. 저도 그들을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그들은 이곳에 아이와 함께 와서 독일어로 대화를 나눈답니다. 이런 곳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만 있으면, 이렇게 아이와 함께 나와서 어울릴 수 있죠. 또, 겨울에는 이곳이 만남의 장소가 되기도 합니다. 대학원생 본인보다는 배우자와 아이가 주로 이곳을 찾습니다.
-시카고대학 내 어떤 부서가 이곳의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지요?
“대학원 학생위원회입니다. 대학원생과 관련된 일 제반을 담당하는데요. 학사과정, 장학금, 졸업 후 취업 문제 등과 관련된 일을 합니다. 가정을 이루고 있는 학생에 대한 지원도 담당하죠. 가정을 이루고 있는 학생의 비율은 전체의 4% 정도입니다. 이 4%의 학생을 위해 자원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합니다. 형평성의 이슈가 발생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 고려 속에서 작년에 대학이 이 센터에 지원한 예산은 140만 달러입니다. 청소나 시설 관리는 대학이 일임하고 있어서, 저도 자세한 액수는 알지 못합니다.”
-학생들이 부모학생 지원센터를 이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우리 웹사이트에 접속해서 요구하는 양식을 채워 보내면 됩니다. 하나의 간단한 양식으로, 기본 신상과 누가 주로 아이를 데리고 오는지, 이곳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 등에 대한 법적 책임을 명시해놓았습니다.
지하에는 논문 집필방이 있어요. 학생이 이곳을 예약하면 해당 시간 동안 아이를 맡길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토요일 아침 10시에 와서 아이를 이곳 돌보미에게 맡기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세 시간 동안 논문을 쓸 수 있습니다.”
-그러면 아이돌보미도 이곳에서 구하는 것인가요?
“제가 직접 돌보미를 고용하지는 않습니다. 제게 그럴 권한은 없지요. 하지만 학생들이 그룹을 구성할 수 있어요. 이곳 규칙에 따라 아이 세 명당 보육자 한 명의 비율을 맞추어 이 장소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지요. 이를테면 최대 열두 명의 아이에 어른 네 명이 와서 이용하는 식으로요.
학생들이 직접 그룹을 조직합니다. 부모학생 리스트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메일로 고지를 하기도 하고, 온라인상으로 참여 여부를 확인해서 시간과 날짜를 맞춰 공동육아 그룹을 만듭니다. 그리고 학생 활동 명목으로 대학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아이돌보미 고용비를 마련하지요.”
▲ 미시건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는 후배(우측)가 우리를 만나러 시카고에 왔다. 시카고대학의 부모학생 지원센터를 방문해, 보조 인력인 시카고대학 사회복지학 대학원생(좌측)과 악수하는 모습. 중간이 필자. ©사진: 이진화
-이용자들이 이곳에 프로그램을 요청하기도 하나요? 이를테면 아이를 위해 어떤 수업을 마련해주었으면 좋겠다든지.
“네, 그렇게 합니다. 올해는 좀 특별한 해였어요. 장소를 옮겼기 때문에 이용자가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매해 가을이 되면 새로운 학생들이 캠퍼스로 유입되지요. 이런 이유로 40~50명의 가족들이 새로 오게 되었어요. 올해는 특별히 영아들이 많다고들 합니다. 영아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개설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요. 하지만 영아 수업에 대한 수요가 생겼기 때문에 그에 맞는 미술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에는 연령대가 조금 높은 아이들이 몇 있었는데 기타 수업을 원하더군요. 그래서 기타 여덟 개를 구입하고, 기타 선생님을 섭외해 2년간 기타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부모학생들은 이 같은 요청을 종종 합니다.
매주 수요일 오전에 월드뮤직이라는 수입이 있는데, 짐보리(영유아 교육사업체) 같은 곳에서 하는 것과 비슷한 수업입니다. 노래를 부르고 신체 활동을 하는 등. 사설업체에서 이러한 수업은 시간당 25달러 정도로 비싸지요. 수요일 오전 수업은 이곳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수업 중 하나인데요, 아이와 함께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죠. 또 가격도 회당 4달러로 사설업체에 비해 저렴해요.
하지만 그러한 이유보다는, 수업 자체를 경험하고 친구를 사귀는데 더 의의가 있습니다. 부모들 역시 서로 어울릴 수가 있죠. 시카고에 달리 아는 사람이 없고 특히 유학생이라면, 남편 혹은 부인이 바쁘거나 어디로 떠나 있을 때 혼자서 아이와 갈 곳이 필요하거든요.”
-센터를 이용하는 인원에 제한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특별히 인원이 문제가 되었던 적은 없습니다. 장소가 넓기도 하고요. 하지만 한번은 돌보미가 아이를 데리고 오는 것에 관해 문제가 있었던 적은 있습니다. 교직원 자녀를 돌보는 돌보미들이 아이를 데리고 이곳에 오기 시작한 것이지요. 그런데 어느 시점이 되자 교직원 자녀를 동반한 돌보미의 수가 너무 많아져서 대학원생 자녀 수보다도 많아지게 되었습니다. 이곳은 엄밀히 대학원생을 위해 만들어진 곳인데 말이죠.
그래서 이곳을 이용하는 교직원들에게는 추가 요금을 지불하도록 했습니다. 교직원과 그 자녀도 환영하지만, 대학원생 이용자를 넘어설 경우에는 문제가 되는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묻고 싶네요. 시카고대학에서는 왜 4%의 비율밖에 되지 않는 부모대학원생들을 위해서 이렇게 큰 투자를 하는 것인가요?
“시카고대학은 미국 내 우수한 연구중심 대학 중 하나예요. 이곳에서 공부하는 대학원생들은 전문 연구인력인데, 대학이 이들의 학업-가정 양립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이들은 시카고 대학을 떠나가겠지요. 그래서 미국의 연구중심 대학들은 대학원생의 가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점점 증가하는 추세이지요. 다른 대학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도입하면, 그것을 벤치마킹 하기도 하구요. 얼마 전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이곳을 방문했었죠.”
작년에 서울대학교 대학신문에는 학 대학원생의 죽음을 애도하는 글이 실렸다. 학문을 업으로 삼은 대학원생이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병에 걸린 줄도 모르고 갑자기 죽음을 맞은 사건이었다. 글쓴이는 대학이 연구자를 직접 양성하기보다는 수입하는 편을 택하고 있으며, 이를 더 수지에 맞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누군가 조국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태평양 너머를 보라’고 일침을 가했다.
나는 그 글이 아팠다. 병에 걸린 줄도 모르고 생활고에 시달리며 학문에 매진했던 한 사람의 죽음이 아팠고, 그 죽음을 기억하며 애도의 글을 쓴 이의 아픈 마음도 아팠다.
그리고 학생의 소임을 다하며 학문을 해나가고 있는 엄마학생들, 그들의 숨가쁜 오늘이라는 삶의 무게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 4%를 차지하는 부모학생을 위해 연간 140만 달러의 예산을 배정하는 태평양 너머의 학교를 보며, 학내에 수유할 곳이 없어 아기를 안고 화장실에 가서 젖을 물려야 하는 우리의 현실도 아프다. ▣ 서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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