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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이런 일 하기 싫으면 공부 열심히 해’
[사람, 그리고 노동의 기록] 노동에 대한 존중 

 

※ 일상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노동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풀어서 삶의 방식, 삶의 속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박조건형)

 

  

한 달에 한번 폐수처리장에서 활성탄을 교체한다. OO업체에서 직원이 한 분 오시고 우리 회사에서 직원 둘이 나와 함께 교체를 하는데, 그날은 OO사장님이 20대 초반의 대학생 아들과 함께 오셨다. 아들에게 경험 삼아 일을 시키게 하려는 의도인 것 같았다. 활성탄 교체 작업은 아침 일찍 하는데, 잠자다가 끌려온 듯한 아들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아버지 일을 도왔다.

 

           ▲  일요일. 자고 있던 아들을 깨워 데리고 나와서 아버지 일을 돕게 하는 OO사장님. © 박조건형 
 

사장님은 아들에게 “아들, 이런 일 하기 싫으면 공부 열심히 해!” 라고 말씀하셨다. 자식이 조금은 편하고, 보수가 좋고, 지저분하지 않은 일을 했으면 하는 것이 부모마음이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그 말을 옆에서 듣는 나는 씁쓸했다. 이런 일을 하고 있는 우리는 무엇이란 말인가.

 

대부분의 청년들이 비정규직이 되거나 아예 취직을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OO사장님의 아들도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청년이다. 아버지가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어떤 고충이 있는지 충분히 설명을 해주고, 네가 원한다면 아버지 일을 나중에 같이 해도 좋겠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일까. 우리는 서로 타인들의 노동에 기대어 살기 때문에, 힘든 일을 하는 사람일수록 그 노동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 된다고 설명해줄 수는 없는 걸까.

 

일러스트와 짧은 글을 묶어 낸, 어느 책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샐러리맨으로 보이는 아빠와 어린 아들이 높은 건물 위에서 폐지를 수거하는 어르신을 내려다보며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저 할아버지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들어?’ ‘미래를 위한 투자!!’ 그림 아래에는 ‘세상을 너무 빨리 알아버린 아들’이라는 설명이 달려 있었다. (글귀가 정확하게 기억 나지는 않는다.)

 

아버지의 노동관이 아들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장면이었다. 과연, 아이는 세상을 빨리 알아버린 것일까? 남들보다 지저분하고 힘든 일을 하는 사람들은 미래를 위해 투자하지 않은 사람일까? 열심히 살지 않아서 그런 일을 하는 것일까? 하는 일의 보수나 노동 강도만으로, 그 사람이 열심히 살았는지 그렇지 않았는지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나의 얘기로 돌아가서, OO사장님이 아들에게 건넨 말은 물론 심각하게 한 말씀이 아니다. 무심결에 농담 삼아 나온 얘기다. 그러나 사람들의 그런 무심한 말들 속에서, 노동을 경시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읽어내고 생각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박조건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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