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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충동 겪는 성소수자, 더 방치할 순 없어
‘LGBT 인권포럼’서 자살 위기 실태와 예방 활동 논의돼 

 

 

통계청이 전국 1만7천664 가구에 상주하는 만 13세 이상 가구원 3만7천명을 대상으로 벌인 ‘2014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중 6.8%가 자살 충동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100명 중 7명 정도가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적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성소수자들의 경우는 어떨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석사과정 중인 이호림씨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연구대상자인 성소수자 548명 중에서 지난 1년간 한 번 이상 “자살을 할까 생각했다”고 말한 동성애자, 양성애자가 64.8%에 달했다. 10명 중 6~7명의 성소수자가 자살 충동을 경험한 셈이다. 굉장히 높은 수치다.

 

성 정체성을 ‘인정’받을수록 정신 건강 회복

 

▲ <2015 LGBT 인권포럼> ‘성소수자 자살 예방 활동을 위한 커뮤니티 간담회’ 사진 중앙, 발표하고 있는 이호림씨.  ©일다 
 

지난 3월 21일~22일 이틀에 걸쳐 서강대학교 김대건관에서 열린 <2015 LGBT 인권포럼> 중 ‘성소수자 자살 예방 활동을 위한 커뮤니티 간담회’에서는 성소수자의 자살 위험 현황과 자살 예방 활동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이날 이호림씨는 ‘소수자 스트레스가 한국 성소수자(게이, 레즈비언, 바이섹슈얼)의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소수자 스트레스’(minority stress)란 미국의 정신역학자인 Iilan H. Meyer가 소수자 집단의 정신 건강을 설명하는 이론 틀로 제시한 용어이다. ‘성소수자와 같은, 낙인을 받는 소수자 집단의 구성원이 자신의 사회적 지위로 인해 직면하게 되는 높은 수준의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의미한다. 인종 차별이 유색 인종의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 미치는지 등의 연구를 통해 만들어지게 된 개념이다.

 

성소수자는 다수의 사람들과 다른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을 지녔다는 사실로 인해 사회적인 낙인에 시달리는 집단이다. 때문에 이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개개인의 특성이라기보다는 성소수자라는 공통된 ‘지위’에 따른 특유한 스트레스라는 것이다.

 

이호림씨는 작년 8월초부터 9월 중순까지, 한국 국적을 가지고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동성애자와 양성애자 중에서 만 18세 이상 성인 548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를 바탕으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첫째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인식하는 수준이 높을수록, 둘째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스스로에 대해 갖는 부정적 태도(자기 낙인: Self-stigma)의 수준이 높을수록, 셋째 반(反)동성애 폭력 경험이 많을수록 성소수자의 우울과 불안의 수준이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자신이 커밍아웃을 하는 상대방이 자신의 정체성을 수용하거나 수용할 가능성이 높을수록, 스스로에 대해 갖는 부정적 태도가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이나 친구들 같은 주변인이나 사회 공동체가 성소수자에 대해 수용적인 분위기일 경우, 성소수자의 우울과 불안 등도 감소함을 뜻한다.

 

자살 위기 상담 지원하는 ‘마음연결’ 프로젝트

 

▲ 가족이나 친구들이 성소수자에 대해 수용적일 경우, 성소수자의 우울과 불안 등도 감소한다. © 출처: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성소수자 자살 예방 활동을 위한 커뮤니티 간담회’에서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의 <마음연결> 프로젝트도 소개되었다. 자살 위기에 놓인 성소수자들을 돕는 프로젝트로, ASSIST(조력자) 훈련을 받은 자원활동가들이 직접 위기 상담에 나선다.

 

‘친구사이’에서 제안하고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가 실시한 <한국 성소수자(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 조사> 최종 보고서(2014)에 따르면 4천176명의 전체 응답자 중 28.4%가 자살을, 35.0%가 자해를 시도한 적이 있다.

 

특히 연령이 낮은 18세 이하 응답자 중 45.7%가 자살 시도를 한 적이 있고, 53.3%가 자해를 시도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거의 두 명 중 한 명꼴로 그 비율이 심각하게 높다.

 

<마음연결> 프로젝트의 팀장 박재완씨는 “국내 성소수자의 자살 위험은 이성애자에 견줘 심각하지만 이에 대한 연구나 국가 차원의 예방 노력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 문헌을 보면 성인 성소수자들의 경우, 네트워크를 만드는 게 자살을 막을 수 있는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사회적 지지가 중요한 것이다. 청소년들의 경우는 부모나 교사 등 자신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예상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도움을 줬는가와 또래에 의한 지지도가 중요하다.”

 

정부 차원에서 정확한 실태 파악에 나서야

 

박재완 팀장은 성소수자 자살 예방에 있어 “커뮤니티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소수의 전문가에게 의존하기보다는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속한 사람들이 함께 자살 예방 교육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음연결>은 앞으로 전화나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을 통한 위기 상담을 지속적으로 해나가며 자살 예방 관련 홍보물도 발행할 예정이다. 또 주로 게이에 한정되어 있던 영역을 넓혀 레즈비언, 트랜스젠더나 HIV 감염인들과도 간담회를 가질 계획이다.

 

국가와 지자체에서 자살 예방 정책이 논의되고 실시된 지는 오래되었지만, 성소수자의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활동은 이제야 출발 단계에 있다. 성소수자 커뮤니티만이 아닌 정부 차원의 정책과 지원도 시급하다. 이호림씨는 “상황의 심각성에 비해 출발이 너무 늦었다”고 말하며 “국가에서 정확한 실태 파악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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