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저널리즘 새지평

‘친권’제도가 입양의 기회를 차단한다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08. 12. 24. 09:26
‘친권, 무엇이 문제인가’② 입양과 위탁

핏줄을 중시하는 한국사회도 점차 입양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어서, 시설에 맡겨진 아이들이나 부모로부터 방치된 아이들에게 국내입양의 기회가 제공될 수 있는 문화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그러나 이 아이들의 권리를 가로막는 것이 있으니, 다름 아닌 ‘친권’이다.

 
친권자가 동의해주지 않으면 입양을 할 수 없게 되어 있는 현행 제도가 시설에 맡겨진 많은 아이들의 행복을 가로막고 있는 현실이다.
 
친권자 동의없어 입양대상에서 제외된 아이들
 
“세 번째로 입양을 한 아이는 생부가 입양동의를 하지 않고 잠적해서, 시설(생활보육기관)로 옮겨가는 시점(36개월~40개월)에서 입양진행이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시설에 간 아이들이 입양이 안되어서 가기보다는 입양대상 아동에서 제외된 아이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부모가 양육을 다시 할 가능성은 희박하죠. 저는 향후 (친권자가) 입양동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인해 (입양을) 취소하거나 이의 제기할 때, 그에 맞서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입양을 했어요.”
 
한국입양홍보회 한연희 이사는 극히 이례적으로 친권자의 동의가 없는 가운데 아이를 입양했다. 생활보육시설(고아원)에는 이처럼 친권자의 동의를 구하지 못해 새로운 가정을 맞이할 수 없는 아이들이 많다. 친부모가 아이를 맡겨놓고서 연락이 두절되거나, 자녀를 시설에 맡긴 채 양육하지 않으면서도 입양에 동의해주지 않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입양을 보내는데 적극적인 시설의 장조차도 직접 나서주지를 못해요. 친부모가 연락두절이 된 경우에 뒷감당을 못하는 거죠. 나중에 찾으러 온다고 말 한마디 해놓으면, 아이를 어떻게 해볼 수가 없어요. 나중에 친권자가 와서 소송했을 때 위협을 느끼는 거죠. 입양부모라면 몰라도, (시설의 장이) 모든 걸 다 내놓아야 할 정도로 감수할 수는 없으니까요.”
 
대안가정운동본부 김명희 사무국장도 친권자의 동의가 없다는 이유로 입양대상에서 아예 제외되어버린 아이들의 안타까운 현실에 대해 말했다. 대다수 부모들은 친권을 둘러싼 복잡한 일에 연루되고 싶지 않고 나중의 상황이 두렵기 때문에, 애초에 입양을 진행하지 않는다고 한다. 시설의 장도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 결국 아이들만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한연희씨가 추후에 친권자가 나타나 친권을 행사한다고 했을 때 이를 수용하겠다는 각서까지 쓰고서 입양을 한 아이는 당시 생후 4개월이었고, 지금 9살이 되었다. 한씨는 아이를 키우면서 “만약 지금이라도 아버지가 나타나 (입양에) 동의한 적 없으니 취하해서 데려가겠다고 한다면?” 이라는 질문을 몇 번이나 던졌다고 한다.
 
의무 다하지 않으면서 권리 놓지 않겠다는 부모들
 
시설에 맡겨진 아이들이 친권자와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에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부모로서 의무는 다하지 않으면서도 ‘내 자식’에 대한 권리는 놓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들로 인해, 아이들의 권리가 침해 당하고 있다.
 
한연희씨는 입양으로 얻은 자녀뿐 아니라 장기위탁을 하는 고등학생 형제가 있다. 한씨는 “원래 위탁이란 원 가정과 재결합 가능성이 있을 때 단기적으로 하는 것이지, 돌아갈 가능성이 없는데 장기적으로 불안정한 가족형태에 머무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9년 간이나 두 아이를 자신의 자녀처럼 키워오면서 입양을 원했지만, 부모가 동의해주지 않기 때문에 할 수 없었다고 한다. “10여 년 간 양육비를 받은 적도 없고, 키우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적도 없습니다. 과연 (친부모를) 이 아이들의 친권자로 놔두는 것이 아이들 복리에 최우선인가요? 친권자가 동의해주지 않으면 입양을 할 수가 없어요.”
 
실제로는 한씨의 가족이나 다름 없지만 법적으론 “아무 관계도 아닌” 까닭에, 아이들이 겪는 정신적, 물질적 피해는 이만 저만이 아니다. 통장개설, 보험가입, 여권발행에도 제동이 걸린다.
 
“스스로를 추스를 수 없이 생활하는 부모가 가끔가다 자기 필요할 때만 전화를 하고 그러면, 아이들이 안전하게 성장하는데 도움이 안 되요. 아이들이 저금통장을 가지고 있으면 부모가 다 써도 누구도 어떻게 할 수 없어요. 그러니 장기적인 계획을 위해 보험 가입할 수도 없고. 우리에게 사고가 있을 때 그 애들은 보상도 못 받아요.”
 
일정기간 자녀 방치하면 국가가 ‘친권’ 개입해야
 
한연희씨는 현행 친권제도가 부모로서의 의무는 이행하지 않으면서 권리는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불합리한 제도라고 지적한다. 위탁중인 아이들은 친권자로부터 성장에 필요한 어떤 도움이나 보호도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성인이 된 후에는 부양의무를 질 수도 있다.
 
한씨는 “심려를 기울여 아이들을 키웠는데 만약 성인이 되었을 때, 그 아버지를 부양하는 책임을 진다든지 하게 된다면, 지금까지의 삶도 힘들었는데 앞으로도 장애물이 될 거라 생각되어서 갑갑하고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입양기관이나 위탁가정의 부모들은 친부모가 장기적으로 양육의지를 보이지 않거나 양육을 하지 않는 경우엔 국가가 ‘친권’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육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친권자로 인해, 아이들이 새로운 가족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차단되고 있는 현실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명희 대안가정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아이들은 나이 들수록 입양되기 어려워진다”면서, 친부모가 아이를 입양기관이나 시설, 혹은 위탁부모에게 맡긴 채 일정 기간이 지나도록 찾지 않거나 방치하거나 연락이 끊기면, “국가가 개입해 일괄적으로 친권상실의 소를 제기해 아이들을 구제해주는 방안” 등을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일다] 조이여울 ☞ 이어진 기사보기: 누구를 위한 친권인가…눈물흘리는 양육자들

댓글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blog.daum.net/kagayaki BlogIcon 경희 항상 글 잘 보고 갑니다. 일본 또한 입양을 원하는 부부가 증가하는데도 불구하고, 시설에 아이들을 맡긴 부모들이 친권만은 포기를 하지 않아서 섣불리 입양하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하다고 해요. 어떤 경우는 어려울 때 내 맡겼다가 시간이 지나 친권을 들먹이며 아이를 무리하게 입양부모에게서 떼 놓고, 그래놓고는 제대로 기르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고요. 혈연이라고 해서 무조건 아이를 잘 키우는 것도 아닌데.. 차라리 처음부터 기혼자들에게 임신 전부터 국가적으로 부모가 되는 것에 대한 의무교육을 시키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혈연이라고 해도 부모자격이 있는 사람이 부모가 되어야 아이도 행복하다고 봐요. 2008.12.24 12:49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www.ildaro.com BlogIcon 일다 경희님의 말씀에 많은 부분 동의합니다. '부모교육'이 반드시 필요한 것 같습니다. 나아가 친부모가 아니더라도 '사회적 양육'의 차원에서 모든 사람들이 '돌봄'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좋겠지요. 2008.12.28 02:58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deborah.tistory.com BlogIcon Deborah 일다님 안녕하세요?
    정말 좋은 글을 포스팅 하셨네요.
    안탑갑네요. 에티오피아에서 입양할때에 물어 보니, 버려진 아이들을 경찰이 데리고 있을 때에는 한달간의 그 아이를 신문에다 포스팅을 한다고 하네요. 그래서 양부모가 나타나서 법원에 가서 이 아이를 포기한다는 각서를 받은 후에 고아원으로 간다고해요. 우리 헵시바는 다행히 친모가 나타난 것이 아니라 헵시바의 핏줄을 지낸 친척이 경찰서 와서 헵시바를 안다고 하면서 친모를 대신해서 아이를 포기 한다는 각서를 받았어요. 그래서 입양의 절차를 밟게 된 것이고요. 또 미국에 들어 와서도 6개월의 의탁부모 기간이 지난 후에 한 달간은 신문에다 입양할 아이에 대해서 입양을 반대하면 법원에 가서 이의를 제기 할 수 있다고 하네요. 법원 사무실에서 일하시는 분이 그러더라고요. 헵시바의 친모가 미국 까지 와서 반대할 리는 없으니 다행이라고 하더군요. 아무런 탈이 없으면 2009년 2월 13일에 헵시바가 정식으로 우리 가족이 됩니다. ^^

    위에 사연을 읽다 보니 한국이라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왜 한국분들은 핏줄을 중요시 여기잖아요. 그런데 부모가 부모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할 바에는 다른 분이 아이의 부모 역활을 해 주는 것이 아이 장래를 봐서도 좋다고 봅니다. 무조건 친부모라고 해서 친권만 가지고 있고 자식을 보살피지 못한다면 어찌 부모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한 번쯤 생각 하게 하는 글이네요.
    많은 분들이 이 글을 읽었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2008.12.25 04:15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www.ildaro.com BlogIcon 일다 친부모라고 해서 자녀에 대한 권리를 무조건 주는 것은 누가봐도 합당하지 않은 처사인 것 같습니다. 한국사회에 아동의 권리에 대한 개념이 전무하다시피 한 것 같아요. 일다에서 앞으로 더 많이 관심을 가지고 보도할 계획입니다. Deborahsla님의 방문 반갑습니다. 2008.12.28 02:56
  • 프로필사진 샤크 혈통주의로 인해서 안타까운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나는군요.
    하루빨리 시정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08.12.28 19:11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