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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새지평

사각지대에 놓인 트랜스젠더 성매매여성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14. 10. 24. 10:00

사각지대에 놓인 트랜스젠더 성매매여성
[내가 만난 세상, 사람] 오늘 하루도 그녀가 안전하길… 

 

- <꽃을 던지고 싶다>(아동 성폭력 피해자로 산다는 것)의 저자 너울의 “내가 만난 세상, 사람” 연재.

 

 

나에게 마음 가는 친구가 있다. 그녀는 그리 예쁘지도 날씬하지도 않지만 서글한 눈매가 매력적인 사람이다. 이 친구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 정체성을 거부당한다는 것

 

그녀는 트랜스젠더(transgender. 생물학적 성별과 스스로 인지하는 성별 정체성이 다른 사람)이다. 하리수 씨나 드라마에 나오는 여성처럼 예쁘고 날씬하고 ‘여성스러운’ 사람을 떠올린다면 오산이다. 많은 트랜스젠더 여성들이 그러하듯이, 우리가 길을 가다가 마주칠 수 있는 수많은 사람 중의 한 명이다.

 

그녀는 여자다. 아주 어릴 적 그녀 스스로 기억을 하는 순간부터 여자였다. 그 여자라는 사실, 당연히 믿었던 사실은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의심을 받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남자 줄에 가서 서라고 했고, 팔랑거리는 치마 유치원복 대신 남아 옷을 입게 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이 여자임을 의심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더 이상 여자 목욕탕을 들어갈 수 없게 되었을 때, 그 믿음이 흔들리게 되었다.

 

학교에 입학하면서 그녀는 ‘남자 행세’를 하기로 했다. 머리도 빡빡 밀고, 다른 친구들보다 더 터프하게, 더 남자답게 굴었다. 그러한 방법이 그녀를 보호해줄 유일한 수단이었기 때문에.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더 이상 남자인 척하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고, 롱 스커트를 입고 여자로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집안에서는 허락되지 않았다.

 

그녀는 호주로 유학을 갔다. 그곳에서 간호학을 전공하면서, 조금씩 여자로 살아갈 수 있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호주에선 ‘여성의 몸’에 대해 획일적인 기준을 들이대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다양한 몸이 존재했다. 우락부락한 몸, 근육질의 몸, 어깨가 많이 벌어진 몸이 이상한 취급을 받지 않았다. 여자화장실을 이용할 때도 한국에서처럼 저지당하는 일이 없었다.

 

그러나 졸업을 앞두고 간호 실습을 하게 되면서, 다시 그녀는 ‘여자’임을 거부당하게 되었다. 생물학적 성별이 ‘남성’이기 때문에, 병원에서 여성들과는 다른 일이 주어졌다. 환자를 돌보는 일은 여성들의 몫이었다. 그녀는 그토록 바라던 ‘백의의 천사’가 될 수 없었다. 처음으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자살 시도를 했고, 정신병동에 입원하게 되었다.

 

위험하고 비싼 ‘성확정 수술’을 요구하는 사회

 

한국으로 돌아온 후, 여성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 그러나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몸과 마음의 성별 정체성이 다른 트랜스젠더들이 우리 나라에서 성별을 정정하려면 성확정 수술(성기 성형 수술, 성전환 수술의 대체 용어)을 해야 한다. 2013년 3월,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성기 성형 수술을 하지 않은 성전환 남성(여->남) 5명에 대해 이례적으로 성별 정정을 허가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례와 예규에서는 성별 정정의 요건으로 정신과적 성전환증 진단, 성전환 수술, 생식 능력 상실 등을 제시하고 있다.

 

성확정 수술은 돈도 많이 들뿐 아니라, 목숨까지 걸어야 할 정도로 위험하고 고통스럽다. 그럼에도 많은 트랜스젠더들이 이 수술을 감행하려고 하는 이유는, 남성과 여성의 몸에 대해 획일적인 기준을 들이대는 사회적 강요 때문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트랜스젠더 여성들이 몸에 대해 갖는 생각은 다양하다. 어떤 사람은 호르몬 치료만으로 만족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가슴 성형 수술로 만족스러워 한다. 그녀의 경우, 자신의 몸에 대해 거부감이 든다기보다는 ‘남성’이라는 꼬리표가 싫다고 한다.

 

사실 그녀는 호르몬 요법과 제모를 하는 만으로도 스스로 여성으로 살아가는데 별 다른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의 대사에도 나오듯 ‘여성이 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여성으로 살고 싶기에’, 성확정 수술은 선택이 아닌 ‘해야만 하는 일’이 되었다.

 

그녀는 수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나섰다. 부모님에게 경제적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너의 선택이니까’ 비용 마련도 알아서 하라고 했다. 소위 ‘유리천정을 뚫고 성공한 여성’인 어머니는 그녀에게 ‘여자로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왜 굳이 여자로 살기를 선택했냐’고 하셨단다. 그녀는 만약 ‘선택’의 문제라면 자신이 이토록 힘든 트랜스젠더의 삶을 선택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말한다. 그리고 주변의 다른 트랜스젠더들처럼 집에서 쫓겨나거나 가족들과 단절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처음 했던 아르바이트는 주방 보조와 주유소였다. 그러나 저임금의 노동을 해서는 여성으로 살아갈 수가 없었다. 성기 성형 수술 비용뿐만 아니라, 수술을 허가 받기 위해서는 오랜 정신과 상담을 통해 ‘성정체성 장애’라는 진단을 받아야 했다. 평생 호르몬 치료를 받아야 하고, 제모 비용과 체형 교정까지 수천 만원이 드는 비용을 마련해야 했다.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쌍꺼풀 수술과 코 수술을 하고 제모도 했다. 그녀가 성형 수술을 한 것은 예뻐지기 위한 노력이었다기보다는 여성으로서 일상을 무리 없이 살아가기 위한 방법이었다. 아무리 치마를 입고 화장을 해서 외모를 꾸며도 여자화장실에서 쫓겨나는 일이 많았었다. 수술 후에야 자연스럽게 여자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호로몬 요법을 통해서 그녀는 점점 여성의 몸을 갖추기 시작했다. 우연히 영화 보조출연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는데, 많은 돈을 받는 일은 아니지만 일 자체에 재미를 느꼈다. 이 일을 계속하고 싶어 지원을 하였다. 그녀를 보고 간호사 역할 등 실감나게 보조 출연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던 관리자는, 그녀의 주민등록증을 보고 나서는 일 주는 것을 거부했단다. 성별과 일치하지 않는 몸을 가진 사람들은 일자리를 구할 때마다 거부당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  2012년 9월 6일 케이블 채널 KBS Joy에서 방송한 트랜스젠더 집단 토크쇼 <XY그녀>는 트랜스젠더가 출연한다는 이유만으로 방송 중단을 촉구하는 여론에 밀려 첫 방송이 마지막 방송이 되고 말았다.  © KBS Joy  

 

트랜스젠더 성판매 여성, ‘선택’의 의미를 묻다

 

거부당한 경험이 계속해서 쌓이게 되면 우리는 다시 시도하는 법을 잊게 된다. 다시 시도하는 법을 잊을 무렵, 그녀는 성판매를 ‘선택’하게 되었다. 트랜스젠더 여성들은 직장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먹고 살기 위해 그녀처럼 성매매를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꽤 있다. 우리 나라에서 얼마나 많은 트랜스젠더 여성들이 성 산업에 종사하는지는 집계된 바 없다.

 

올해 8월 18일, 트랜스젠더 여성이 성구매 남성에게 잔혹하게 20군데나 칼에 찔려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람들은 성산업 종사자들에 대해 흔히 ‘선택’이라는 말을 한다. ‘네가 선택했으니, 맞거나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다 네 선택의 결과’라고. 그러나 사회에서 그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며 소수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선택’이라는 말은 적절치 않을 때가 많다. “자유 의지란 단연코 환상”이라고 했던 미국의 신경과학자 샘 해리스의 말이 더 적절해 보인다.

 

그녀도 자신이 하는 일이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언제든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상한 사람들을 만나지 않으려고 나름 애써보지만 예상을 빗나가는 경우도 흔하다고 했다. 최근에 그녀는 ‘돈을 요구하면 신고하겠다’면서 협박한 남성에게 결국 화대를 지불 받지 못한 경우가 몇 번이나 있었다고 한다.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이 정하고 있는 “성매매 피해자”의 범주에 그녀는 속하지 않는다. 위력이나 강요에 의해 성매매를 하게 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때문에 성구매 남성이 돈을 주지 않거나 폭력을 행사하더라도 그녀는 경찰에 신고조차 할 수 없다. 오히려 성매매 혐의로 그녀가 처벌을 받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나중에 성별 정정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고 들은 터라, 폭력도 감내해야 한다.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지 10년. 성판매 여성들의 ‘비범죄화’는 여성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게다가 현재 성매매 여성을 위한 상담소나 자활기관, 쉼터에서도 트랜스젠더들이 지원받을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 법에서 제외되었던 사람들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이다.

 

그녀는 오늘도 아침에 눈을 뜨면 물을 한 컵 마시고, 운동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선다.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 컴퓨터를 켜고 일을 하기 위해 성구매 남성을 찾는다. 그녀는 트.랜.스.젠.더.성.판.매.여.성.이므로.

 

여성학자 수잔 보르도는 여성의 몸이 ‘문화의 매체’이며, 사회적 통제가 직접적으로 행해지는 장이라는 말을 했다. 우리 사회가 획일적인 여성의 몸을 요구하는 한, 다양한 몸을 인정해주지 않는 한, 트랜스젠더 성판매 여성들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 또 성별 정정을 하지 못한 트랜스젠더 성판매 여성들이 위험한 상황에서도 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이 지속될 것이다.

 

나는 그녀가 성판매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면, 오늘 하루도 안전하길, 그리고 필요한 때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존재하기를 바란다. ▣ 너울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영문 번역기사 사이트ildaro.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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