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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자보다 성매매여성이 더 많이 기소돼
<성매매방지법 시행 10년, 쟁점과 대안>

 

 

9월 23일 오늘로 시행 10년을 맞는 성매매방지법의 효과에 대해 진단하는 자리가 곳곳에서 마련되고 있다.

 

2000년 9월 군산 대명동 화재와 2002년 1월 군산 개복동 화재로 성매매 여성 19명이 사망한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를 계기로 성매매 여성의 인권 문제가 부상하면서, 2003년 성매매방지법(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다.

 

기존 윤락행위등방지법은 ‘윤리적으로 타락한 행위’를 한 여성을 ‘선도’하는 것에 맞추어져 있었다. 이에 비해 성매매방지법은 성 산업에 유입된 여성들이 겪는 인권침해에 주목하고, 성을 거래하는 ‘알선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다는 의지를 담아 제정되었다.

 

그렇다면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된 지난 10년간,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특히 성매매 여성들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인터넷사이트 운영자 등 ‘알선업자’ 이익금 추징 

 

▲  9월 19일 <성매매방지법 10년, 성평등 사회를 향한 길찾기> 토론회. 국회 성평등정책연구포럼,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주최. © 일다 
 

지난 9월 1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성매매방지법 10년, 성평등 사회를 향한 길찾기> 토론회에서, 원민경 변호사는 성매매방지법에 의거한 최근 판례들을 소개했다.

 

회원 수가 36만 명에 이르고 회원 대부분이 남성인 인터넷 사이트 운영자가 유사성행위 업소들을 찾아가 광고 제휴를 체결하고 매월 7억 넘게 챙긴 사건에서, 2013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성매매 광고 행위, 성매매 알선 방조 행위로 운영자에게 징역 1년의 실형과 7억 여 원을 추징하는 판결을 내렸다. (2013고단2768)

 

인터넷 사이트나 스포츠신문 등에 성매매 업소 광고 행위가 넘쳐나고 있지만, 직접적인 성매매 알선 행위가 아니라고 여겨져 단속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 판결은 성매매 업소를 광고하는 행위도 성매매 알선에 해당한다고 보고, 해당 수익금을 추징한 것으로서 의미를 갖는다.

 

또 업소에서 성매매가 이루어지지는 않지만, 2차를 나가 성매매를 하는 유흥주점 여종업원들에게 선불금을 준 업주도 처벌 받은 판례도 있다. 대법원은 2005년, 성매매 업소와 같이 직접적인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방식이 아니라, 유흥주점처럼 부수적으로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경우라 해도 성매매 알선 행위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2005도8095)

 

실제 성 산업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겉으로는 합법적인 경제 활동처럼 보이는 영업 행위에 대해 법적 제재를 강화한 것이다.

 

구매자보다 여성들이 더 많이 기소되는 현실

 

현행 성매매방지법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성매매 여성에 대한 처벌이다.

 

성매매방지법은 성 판매 행위가 ‘자발이냐 강제냐’를 구분하여 적용되고 있으며, 그 입증 책임도 성매매 여성에게 두고 있다. 성매매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경우는 ‘위계, 위력 등으로 성매매를 강요당한 자, 마약 등에 중독된 자, 장애가 있는 자, 청소년, 그리고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를 당한 자’이다. 자발적인 경우는 알선자, 구매자와 공범 관계에 놓이게 된다.

 

국회 성평등정책연구포럼과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가 함께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 이나영 중앙대 교수는 성매매방지법의 처벌 규정이 성구매자보다 성매매 여성에게 좀더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2013년 경찰청 내부 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3년간 피의자 신분 성매매 여성 중 실제 기소로 이어진 비율은 23.2%였지만, 성구매 남성의 기소율은 17.3%에 그치고 있다.

 

장임다혜 형사정책연구원 일반사회범죄연구실 부연구위원은 “경찰 단속에 걸렸을 때 성매매 피해자로 인정을 못 받으면 성매매 여성은 기소 유예 처분을 받게 된다. 경찰의 단속으로 이 여성이 또 잡혀서 재범, 3범이 되면 벌금형을 받게 된다. 그리고 그 벌금을 내기 위해 또 다시 성매매로 유입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매매 여성에 대한 처벌이 오히려 탈(脫)성매매에 방해가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장임다혜 연구원은 ‘입증 책임 전환’에 관한 입법을 제안했다. 성매매 여성이 자신의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 방식이 아니라, ‘수사 시 성매매 여성을 우선 피해자로 추정하고, 이 여성이 피해자가 아님을 수사 기관이 입증하는’ 방식으로 변경하는 방안이다.

 

또한 “법개정이 이루어지기 전이라도 수사 기관은 성매매 여성을 수사할 때 피해자 규정을 적극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설사 성매매 여성이 자발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하는 경우라도, 성매매 피해자에 해당하는지 수사관이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주들이 예전만큼 함부로 대하지는 못한다’ 

 

▲  <벌거숭이-잃어버린 열쇠> 부산자활지원센터 숨.  
 

이번 토론회 방청석에 있었던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의 기용 활동가는 성매매방지법이 현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오래 일한 성매매 여성들을 만나면 ‘그래도 옛날보다 많이 좋아졌지’라고 한다. 성매매방지법에 있는 보호 조항 덕분에, 아무래도 업주들이 예전만큼 함부로 대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또한 성매매방지법 제정 이후 ‘선불금 채권은 무효’라는 규정이 현실화된 것도(이 규정은 윤락행위등방지법에도 있었으나 효력을 갖지 못했다), 여성들이 성산업의 고리에서 빠져나가는 데에 도움이 되고 있다. 성매매 현장을 떠난 여성들에 대해 업주들이 차용증을 가지고 빚을 갚으라고 민사소송을 제기할 경우, 여성들이 성매매 선불금임을 주장하면 차용증은 무효가 된다.

 

기용 활동가는 “하지만 현재 성매매를 하고 있는 여성들이 업주나 알선자를 고소하거나, 단속 당했을 때 자신의 피해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성매매 여성들이 자신도 행위자로 처벌받을까 봐 선뜻 고소를 결심하지 못한다. 성매매 여성이 고소를 하겠다고 찾아오면, 지원하는 활동가들도 이 여성이 처벌받지 않을까 우려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단속에 걸리는 경우에는 더더욱 자신의 피해를 말하지 못한다.”

 

기용 활동가는 덧붙여 “선불금을 받았다는 것 자체를 위계, 위력이라고 본다면, ‘피해자’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 여성은 거의 없다. 실제로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이 법을 협소하게 해석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여성들을 보호하며 성산업 축소하는 노르딕 모델

 

사실상 ‘자발이냐 강제냐’는 잣대로 성매매 여성을 바라보는 것은, 성매매의 원인을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서 찾지 않고 성매매 여성에게 전가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성매매 업소에 들어간 이후에도 매순간 다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사람들은 생각하지만요. 그 생활 안에서는 그 업소에 더 있을 것인가, 다른 업소로 갈 것인가에 대한 선택만 계속 있을 뿐이에요. 그런 선택조차도 내가 할 수 없었던 경우가 더 많았지만.” – 성매매 당사자 네트워크 ‘뭉치’ 대담, <일다> 2013년 3월 29일자 기사 <성매매 “자발, 비자발 따위는 없다”>

 

성매매 당사자 네트워크 조직인 <뭉치> 회원의 말은 성매매로 유입된 후 빠져 나오는 것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 9월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014국회의원과 함께하는 성매매 경험여성 자활 이야기> 여성가족부, 여성자활네트워크 주최 
 

이번 토론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성매매 여성 비범죄화’가 시급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김영주 충남여성정책개발원 정책연구실장은 “올해 2월 유럽의회에서는 성매매 축소를 위해서는 성 판매자가 아닌 성 구매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고 소개하면서, 강력한 성구매 제재 정책을 취하되 성 판매에 대해서 비범죄화하고 있는 노르딕 모델을 제시했다.

 

노르딕 모델은 스웨덴을 중심으로 노르딕 국가의 일부가 채택하고 있는 성매매 관련 법 제도, 정책을 칭한다. 스웨덴에서는 1980년대부터 성 구매를 범죄화하는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성매매가 성 구매자와 성 판매자 간의 불평등한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많은 성매매 여성들이 성적 학대, 경제적 사회적 주변화, 약물 남용, 국제적 인신매매 등 여러 요인들 때문에 사실상 ‘강제적으로’ 성매매에 진입하거나 남아있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스웨덴에서는 1999년부터 ‘성적 서비스 구매 금지법’이 시행되었고, 2000년대 후반부터 인접한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등에서 주목 받기 시작했다. 법 시행 후 스웨덴 정부는 2010년 보고서에서, 거리 성매매 여성이 약 절반 가량 감소하였고 성매매가 다른 지역으로 옮겨갔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성 구매 금지법 시행 전에는 13.6%, 법 시행 이후에는 7.8%의 남성이 성 구매를 한 것으로 나타나, 결과적으로 성 구매 감소 효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김영주 정책실장은 최근 유럽 지역에서 노르딕 모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노르딕 모델을 채택했거나 채택하려고 하는 국가들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성매매방지법에도 노르딕 모델처럼 “사실상 성을 판매하는 대다수의 여성이 성 불평등한 사회 구조의 피해자라는 관점이 보다 강력하게 반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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