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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교사는 경력이 늘면 불안해요”
<기록되지 않은 노동> 보육교사가 말하는 보육 현실① 

 

 

일다는 여성노동자글쓰기모임과 공동 기획으로, 기록되지 않았던 여성노동자들의 일과 삶을 이야기하는 기사를 연재합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을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일다 www.ildaro.com  

 

무상급식에 이어 무상보육에 대한 논의가 뜨거웠다. 2013년 3월부터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만 6세 미만 영유아의 보육비가 전액 지원된다. 양육 수당도 소득과 재산에 관계없이 지급된다. 이른바 무상보육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보육 재정 문제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갈등이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다. 공공보육 인프라 부족과 보육서비스 질에 대한 부모들의 문제 제기도 끊이지 않는다.

 

민간 어린이집들은 보육료 현실화를 요구하며 집단 휴업을 예고한 적도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 보육 담론은 주로 보육서비스 이용자인 부모의 입장에서 다루어지고, 민간 어린이집 시설장들의 이해관계가 이슈화 되어왔다.

 

정작 보육 현장에서 일하는 보육교직원의 목소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보육교직원은 원장, 보육교사, 특수교사, 치료사, 영양사, 간호사, 사무원, 취사부 등을 포괄한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보육교직원 30만 명이 넘고 이중 보육교사의 수는 21만명을 웃돈다.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보육교직원들의 노동 환경은 어떠할까?

 

아이들은 나를 괜찮은 사람으로 여기게 해준다

 

보육교사로 십 년 이상 근무한 박미경(가명, 42세) 선생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박미경 선생님은 어린이집 보육교사와 방과후교실 교사로 12년 남짓 일해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아이들이 좋아서” 어린이집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1년 뒤 보육교사 자격도 취득했다. 그렇지만 보육교사 일만 해온 것은 아니다. 요리하는 일도 하고, 바느질 가게와 옷 가게 등에서 다양한 일을 했다.

 

“아이들이 예쁘게 보이지 않는 순간이 오면, (보육교사) 일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판단했어요.  그게 대략 3년 간격이었어요. 일을 그만두고 평소에 관심을 가졌던 것, 취미를 직업으로 삼았죠.”

 

보육교사로 일하면서 스스로 몰랐었던 자신의 재주를 찾게 되었다고 했다.

 

“애들이 주는 긍정적인 것도 많죠. 그런데 아이들에게는 엄청나게 에너지를 쏟아야 하거든요. 굉장히 말을 많이 해야 하고, 움직임도 되게 많고, 굉장히 에너지를 쏟아요. (…) 어린이집 서너 군데 다니다가 중간에 쉬면, 주위에서 ‘어, 얼굴 좋아졌다’는 얘기를 많이 듣죠.”

 

박미경 선생님은 보육교사 일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면서 몸과 마음을 회복한 다음, 다시 보육교사 일을 찾았다. 자신이 가장 잘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교사들에게는 이 일을 계속하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후배 보육교사에게) 정말 즐겁게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아서 하라고 얘기를 해요. 이곳에서 오랫동안 가만히 있으면서 퇴색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더 빛이 났으면 좋겠는데, 나이가 좀더 젊었을 때 다른 일도 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나중에 돌아오더라도. 보육교사 일은 정체되어 있기가 정말 쉬워요. 일반 회사는 그래도 드나드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보육교사로서 일에 보람을 느끼지만, 후배들이 열악한 조건에서 어렵게 일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더 나은 환경에서 자신의 일을 발견하고 능력을 발휘하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오래 일하면 정체되고 퇴보하는 느낌을 받아요”
 

▲  보건복지부. 어린이집 정보 제공 <아이사랑보육포털> childcare.go.kr 
 

박미경 선생님이 처음 어린이집에서 근무를 시작한 때는 1994년이다. 20년이 지난 지금, 그 때와 비교해 일터의 상황은 얼만큼, 어떻게 달라졌을까?

 

“거의 똑같아요. 9시간 근무죠. 보육교사 중에 8시간 근무하는 사람은 없어요. 노동의 특성상 점심 시간을 휴식 시간으로 볼 수 없잖아요. 점심 시간이 가장 힘든 시간이고, 그래서 9시간 근무를 해야 할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그리고 애들이 오후 7시까지 남아있기도 하는데 (아이들을 두고) 퇴근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9시간 근무를 하겠다, 대신 1시간을 추가 수당으로 달라고 요구했죠. 추가 수당을 안 주는 데가 대부분이에요.”

 

영유아보호법에 따르면, 어린이집 표준 보육시간은 주 6일 이상 12시간 이상이다. 주중엔 오전 7시 30분부터 저녁 7시 30분까지, 토요일은 오후 3시 30분까지다. 보육교사의 근무 시간은 하루 8시간을 원칙으로 하되, 어린이집 운영 시간을 고려해 출퇴근 시간을 탄력적으로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1일 8시간을 초과하면 교사에게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박미경 선생님의 이야기대로, 현실에서 이러한 규정이 지켜지긴 힘든 구조이다.

 

근로기준법은 주 40시간 노동을 기준으로 삼는다. 그런데 어린이집 운영 시간은 주 68시간이며 보육에 필요한 다른 노동까지 포함하면 그 시간은 훨씬 초과된다. 보육교사들은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역할 이상을 하고 있다. 영유아기는 전인적인 발달이 필요한 시기인데, 실상 보육교사들에게 그런 ‘교육 활동’을 준비할 시간이 보장되지 않는다.

 

박미경 선생님은 정규 출근 시간보다 1시간 일찍 출근을 해왔다. 아이들을 돌보는 시간에는 다른 업무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일년 계획, 월 계획, 주간 계획과 평가서를 준비하고, 아동관찰일지, 부모면담과 회의 등 보육교사의 고유 업무가 상당하다. 더욱이 최근에는 정부가 요구하는 보육시설 평가인증에 필요한 행정 서류를 구비하는 것도 보육교사의 몫이다.

 

“근무하는 시간 내내 애가 내 옆에 떨어지는 때가 없기 때문에, 서류 업무나 그런 것을 할 수 없어요. 어린이집에 일찍 출근해서 한두 시간이라도 일을 하지 않으면 일이 진행이 안 되고 밀리니까. 아침에 일 할래? 저녁에 일 할래? 아님 집에 가서 할래? 셋 중에 하나예요.”

 

부모는, 사회는 보육노동의 가치를 인정하는가?

 

“보육교사는 경력이 많아지면 취업을 하는 것도 어려워요. 일반(민간) 어린이집 들어갈 때는 경력을 깎고 들어갈 때도 있어요. 내가 15년차 되는데 15년차 월급, 호봉을 다 주기에 어린이집이 너무 부담스러운 거예요. 그럼 5호봉 정도 깎고 10호봉으로 들어갈까요? 이렇게 얘기를 해요. 경력 많은 선생님들이 많아지면 (어린이집) 운영에 차질을 많이 준다는 거죠. 인건비 비율이 너무 높아지는 거죠.”

 

정부에서 인가 받은 어린이집은 정부 지원금을 받는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보육교사 인건비의 일부(영아반 80%, 유아반 30%)를 직접 지원받고, 보육비 지원금에서 나머지 인건비와 운영비를 충당해야 한다. 그런데 민간 어린이집에 대해선 보육교직원의 인건비를 직접 지원하지 않고 아동 수에 따라 지원금을 준다. 이런 예산지원체계 안에서는 인건비 비율이 높아지면 다른 운영 경비를 집행하기 어렵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간 어린이집 시설장들은 경력이 적은 보육교사 채용을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보육교사의 직업 안정성이 위협받고, 보육의 질도 낮아지게 된다.

 

박미경 선생님은 여러 유형의 어린이집에서 근무했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특히 회의가 많다. 교사들 간에, 교사와 부모가 함께, 퇴근 후나 주말에 깊이 있는 얘기를 나누었다. 회의가 많아 힘들어도, 탁 열어놓고 이야기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부모들과 긴밀하게 관계 맺고, 평소에 고맙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다.

 

그러나 막상 임금 협상을 하는 자리에서는 부모들은 보육교사의 현실을 외면하곤 하였다. 그런 모습을 보며 과연 “보육노동”의 가치를 귀하게 여기는 것인지 반문하게 되기도 했다.

 

어린이집 운영 상황에 따라 보육교사의 임금이 온전히 보장되지 못하기도 한다. 법인이 있는 경우나 공동육아 어린이집의 경우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입금 협상이 어느 정도 가능하고, 어떤 것은 부당하다고 얘기할 수 있는 통로가 있다. 그러나 민간 어린이집은 원장의 재량권에 모든 것이 맡겨진다.

 

보건복지부는 <보육교직원 인건비 지급 기준>은 제시하지만 강제 사항이 아니다. 정부 지침에는 “시설의 재정 형편에 따라” 원장과 교직원이 협의하여 인건비 지급 기준과 보수 기준을 달리 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 교직원의 보수를 심히 불리하게 책정해서는 안 된다는 애매한 설명을 덧붙였다.

 

‘하루 종일 웃는다는 것도 웃긴 일이죠’

 

보육교사가 요구 받는 것은 힘든 노동 강도와 열악한 급여 조건만은 아니다.

 

“웃어주는 게 좋은 거라는 것은 아는데, 하루 종일 웃고 다니는 것도 웃긴 일이죠. 애가 (선생님의)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저 사람 화가 났구나, 그런 걸 느낄 수도 있는 거죠. 아침에 등원을 했는데 교사가 밝지 않는 표정이었다고 부모들이 얘기할 때가 있죠.”

 

박미경 선생님은 보육교사 일을 하면서 ‘어떤 태도로 아이들을 대해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했다. 아이들도 따뜻함을 원하고 부모도 “엄마 같은 교사”를 원한다. 그렇지만 자신이 그렇게 하는 것이 맞는지 질문하게 되었다. 현재 도달한 결론은, “나는 교사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역할을 부모의 역할과 구분했고, “엄마 같은 교사”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기로 했다.

 

그는 끊임없이 아이 안색을 살피고 부모의 안색을 살펴야 되는 상황에서 감정노동에 지쳤다. 보육교사는 아이의 기쁨과 슬픔을 모두 받아주도록 요구 받고, 부모는 부모대로 교사에게 자신의 감정을 쏟아낸다. 반면, 어린이집 교사가 부모에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낸다면 교사로서의 태도를 지적 받게 된다.

 

지역공동체의 돌봄 담론과 체계가 만들어지길

 

박미경 선생님은 그나마 공동육아나 부모협동어린이집의 경우는 보육서비스 이용자에 머물렀던 부모들이 적극적인 참여자가 된다는 점에서, 부모와 보육교사가 협력해 아이들 문제를 상의해왔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한다. 하지만 다른 어린이집에 비해 부모 품이 많이 들고 비용 부담도 큰 편이라, 저소득층이나 한부모 가정에서 이용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또 부모들은 자녀들이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기간이 지나면, 보육 환경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다.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몇몇 가정이나 부모 개개인의 변화만으로 아이들이 잘 성장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지역공동체에 기반을 둔 돌봄 체계에 대한 논의가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지역 사회의 돌봄 문제를 주민들 스스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더 활발해지고 있다.

 

사실 돌봄의 대상은 아이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서, 1인 가구가 급증하는 요즘 자녀 유무를 떠나 많은 이들에게 돌봄은 당면 과제가 되고 있다. 사회적 협동조합의 경우 공익 사업을 40% 수행하여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대안 모델로 기대를 모으고 있기도 하다.

 

현재, 박미경 선생님은 보육교사 일을 그만두고 방과후교사로 일하고 있다. 그리고 비혼여성으로서, 자신의 노후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노후를 위해 아직 무엇을 할지 구체적인 준비를 시작하지 않았지만, 자신이 즐겁게 할 일을 발견하면 또 새롭게 도전해 볼 것이다. ▣ 은아 
 

          <여성주의 저널 일다> http://www.ildaro.com         <영문 사이트> http://ildaro.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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