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국경을 넘는 사람들

북한의 젊은 층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악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14. 7. 20. 12:11

한국 아이돌 가수들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북과 남을 가로지르다>⑦ 북한과 남한의 대중음악 

 

10여년 전, 한국으로 와서 살고 있는 북한이주여성 효주 씨가 북한의 서민문화와 남한에서 겪은 경험을 전하는 <북과 남을 가로지르다> 칼럼이 연재됩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을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효주 www.ildaro.com 

 

북한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음악은 OST
 

▲  북한의 5대 혁명가극에 속하는 <당의 참된 딸> 
 

북한의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먼저 가극음악 공연을 들 수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회 위원장이 가극음악을 북한 식으로, 항일유격 투쟁 시기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들이다. 북한 내에 널리 알려진 5대 혁명가극 <피바다>, <꽃파는 처녀>, <밀림아 이야기하라>, <당의 참된 딸>, <금강산 처녀>는 대표적인 대서사시이다.

 

하지만 혁명가극에 삽입된 음악들은 북한 사람들이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하였다. 가극음악이라는 것이 영화나 음악 공연과는 차이가 있어서, 먼저 영화로 만든 작품을 혁명가극으로 재해석하여 보여주는데 무대 위에서 미술과 배우의 연기와 음악 등이 어우러지는 것이라 노래 자체로는 그다지 감흥을 주지 못하는 것 같다.

 

북한의 젊은 층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악은 영화주제가 또는 영화에 삽입된 음악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새로운 영화를 보면 그 영화의 주제가를 금방 배워서, 학교에 오면 바로 칠판에 가사를 써서 반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곤 했다. 수학을 공부할 머리는 부족해도 음악 머리는 좀 있었는지, 가사는 비록 조금 틀릴지언정 음정에 있어서는 잘 따라 부르는 재간이 있어 반 아이들이 ‘네 머리가 정말 비상하다’고 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런 머리는 어디 써먹지도 못하는 것, 잘해 무엇 하나!)

 

북한의 대표적인 영화음악(O.S.T) 가수인 최삼숙의 음악은 그야말로 북한의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고 따라 부를 정도였다. 1951년생인 최삼숙은 현재 예순이 넘은 나이지만 여전히 잔잔하고 애절하고 가슴에 속속 파고들어, 공허함까지 어루만져주는 듯한 목소리로 대중의 극찬을 받으며 활동하고 있다.

 

아낌없는 박수 갈채를 받은 외국가수의 무대

 

북한에서 본 공연 중에서,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무대가 있다.

 

북한에서는 해마다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April Spring Friendship Art Festival)이 열리는데, 북한에 살 적에 이 축제에 가서 외국인들의 공연을 보곤 했다.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은 김일성 주석 때부터 3대째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4월10일 경부터 평양을 비롯해 주요 도시에서 축제가 진행되는데, 북한의 예술인들과 세계 각국에서 온 예술인들이 노래와 춤, 협연, 서커스, 전통무용 등을 선보였다.

 

4월 15일에는 김일성 김정일 부자가 직접 참석한 가운데 여러 나라 예술인들이 무대에 올랐다. 그때 러시아였는지 불가리아였는지 잘 생각나지 않지만, 한 여자가수가 북한 노래 “수령님 밤이 퍽 깊었습니다”를 직접 불러 김일성 김정일 부자는 물론이고 북한 주민들까지 크게 감동시켰다.

 

제목: 수령님 밤이 퍽 깊었습니다

 

행복의 요람 속에 인민을 재우시고

이 밤도 사랑의 길 떠나시는 수령님  (지방에 현지 지도의 길을 떠난다는 뜻)

그 무슨 심려 안고 또 어디 가시옵니까

수령님 수령님 밤이 퍽 깊었습니다

 

▲ 해외에 수출되는 북한의 피바다 가극단 공연 <량산백과 축영대> 
 

심혈을 기울여 절절하게 부르는 그 외국가수의 노래에, 현장에 있던 관람자들과 김일성 김정일 부자는 아낌없는 찬사와 박수를 오래오래 쳐주었다. 나는 물론이고, 텔레비전으로 그 공연을 본 사람들도 다 감동을 받았고 함께 박수를 쳤었다.

 

이 무대에 대해, 나와 같은 일반인들은 김일성 부자를 존경하고 흠모하는 세계 각국의 예술인들이 이 축제를 빛내기 위해 자진해서 오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한국에 와서 알게 된 사실은, 북한 정부가 돈을 주고 그들을 초청해오는 것이라는 거였다. 외국 가수들을 데려오는 데 막대한 돈을 준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어느 나라든지 유명한 예술인들을 공짜로 데려오지는 않을 것인데, 북한이라고 예외겠는가 당연한 일이지 싶다.

 

샘 김의 팬이 되고 싶다

 

북한 사람들도 한국 사람들처럼 유명한 영화배우들을 좋아하고 노래와 가수들도 좋아한다. 그러나 한국 사람들처럼 어떤 가수나 배우를 무작정 좋아하는 팬 클럽이 있다거나, 배우나 가수들을 따라다니면서 난리를 치는 일은 없다. 한국처럼 어떤 배우나 가수가 좋아서 팬클럽을 만들고 그들을 우상화했다면, 벌써 무슨 일이 났을지도 모른다. 북한 사람들은 가수 개인이라기보다는 그 가수의 노래와 목소리를 좋아하고, 또 배우의 배역이나 영화의 주제를 좋아하는 것이다.

 

한국의 음악과 노래는 창법 자체가 일반인들도 쉽게 따라 부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또 북한의 음악과 노래는 김일성, 김정일 부자를 찬양하는 가사가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에 반해 한국의 음악과 노래는 시대에 어울리는 음악과 가사가 담겨 있어 더 마음에 와 닿았다.

 

대중가요로는 이승철의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사랑 참 어렵다” 라는 곡을 들을 때마다 참 좋다는 느낌을 받는다.

 

노래를 썩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요즘에는 아이돌 가수들의 노래도 조금씩 흥얼거려본다.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들은 엑소(EXO), 동방신기, 씨엔블루(CNBLUE), 2AM, 2PM, 걸스데이, 에일리 등이다. 또 배우 중에서 신인 연예인임에도 주인공역을 실감나게 해서 내 눈길을 끄는 이들이 있는데, 대표적인 인물이 이종석, 진세연, 윤계상, 황정음, 류수영 등이다.

 

그리고 지난 <K팝스타 4>에 출연해 마지막 결승전에서 아쉽게 2등을 한 샘 김은, 나이는 열 다섯 살에 불과하지만 유명한 음악인들과 기타리스트들이 극찬하리만큼 출중한 실력으로 재미와 감동을 주었었다. 빨리 앨범을 내서 무대에 서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샘 김의 모습을 보고 싶다. 그리고 그의 팬도 되고 싶은 마음이다.

 

음악 장르는 아니지만, 요즘 나는 TV프로그램 <댄싱9>, <런닝맨>, <진짜 사나이> 그리고 <동물농장>에 푹 빠져있다. 지난 방송을 다시 봐도 또 웃겨서 배꼽을 잡고 눈물콧물 짠다. 그리고 국민의 딸, 피겨의 여왕 김연아의 갈라쇼와 경기는 볼 때마다 가슴 뭉클해져 눈물을 흘리면서 보았다. 어린 나이에 세계적인 피겨 여왕으로 등극하기까지 뒤에서 자신들을 희생해가며 응원했을 가족들을 노고와, 김연아의 피나는 노력이 느껴지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기도 하였다.

 

북한 예술인들에 대한 루머를 접하며
 

▲ 북한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보천보전자악단의 음반. 새로운 리듬과 스타일의 전자음악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예술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이 지면을 빌어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있다. 북한 사람들은 북한에서 살면서도 몰랐던 북한에 대한 이야기들을 한국에 와서 듣는 것은 계속 미스테리인 것 같다. 북한 사람들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가족의 기본적인 뼈대는 알아도, 구체적인 가정사 내막까지는 모른다. 한국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 사생활에 대해 알고 있을까?

 

이를 테면 북한의 대표적인 악단인 보천보 전자악단과 왕재산 경음악단에 대해, 한국에서 김정일의 ‘기쁨조’라고 말하는 것이다. 도대체 기쁨조라는 뜻조차 지금까지도 모르겠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 북한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고 듣고 싶어하는 노래가 바로 이들 악단의 연주인데 말이다.

 

북한 사회에 대해 정확한 정보가 아닌 어떤 확인되지 않은 개인들의 말을 통해 ‘기쁨조’니 뭐니 이런 저런 얘기들이 생겨난 것 같은데, 아무리 적대국가라고 해도 과장되거나 비하하는 얘기들이 이곳에선 사실화되는 것 같아 마음이 무척 좋지 않다.

 

모쪼록 탈북자들이 북한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려거든, 나와 같은 일반인이면 스스로 겪고 듣고 보아서 알고 있는 딱 그만큼만, 북한에서 대학을 다녔던 고위층들은 또 그들이 알고 있는 만큼만 더도 덜도 말고 보태지 말고, 양심껏 전달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알겠는가. 한반도가 통일이 되었을 때 서로 불신하고 당황하지 않도록, 또 서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한발 먼저 경험을 한 우리 탈북자들이 양심적으로 정확하고 의미 있는 정보들을 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이어서, 북한이어서, 무조건 좋고 또 나쁘다는 관념을 버리고 서로에게 배울 수 있기를 소망한다. ▣ 효주

 

<여성주의 저널 일다> http://www.ildaro.com <영문 사이트> http://ildaro.blogspot.kr 

 

댓글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s://yeogangyeoho.tistory.com BlogIcon 여강여호 가끔 종편을 보면 북한에서의 사회적 위치와 상관없이 탈북자들이 김정은 가족사와 사생활을 털어놓는 걸 보면서 어떻게 저런 폐쇄적인 사회에서 지도자의 사생활까지 일반 대중들이 속속들이 알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고, 뭔가 종편의 의도적인 왜곡이 있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이 글을 읽다보니 궁금증이 다 해결된 듯....탈북자들도 소문을 사실처럼 얘기하고 있거나 종편의 의도적인 왜곡이거나 둘 중 하나구나 싶네요.
    이렇게 양측이 서로에 대해 왜곡된 정보만 쏟아내니 통일의 길이 점점 요원해지는 게 아닐까요.
    2014.07.20 15:45 신고
  • 프로필사진 더러운 현실 북한가수들의 노래를 들어보면 서정적이고 우아한멋이 강한데 대신 우리같은 젊은세대들에게는 너무 지루하다못해 어르신들이나 좋아할법한음악이라고 싫어한다!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란 대한민국여성인 나로서 공감이 갈거다! 하지만 장점이 있다면 알아듣기가 쉽고 가사도 쉬운가사들인지라 탈북여성들도 까먹는경우가 결코없다! 2015.01.28 18:28
  • 프로필사진 더러운 현실 1990년대중반까지만해도 우리나라 대중음악계에서는 남자가수들이거나 남성그룹 혹은 혼성그룹이 위주였고 걸그룹이 별로없었지만 북한은 이미 1950년대에 여성기악단을 만들었고 1980년대에는 왕재산경음악단 보천보전자악단등 선진국 팝뮤지션 기준으로는 자기네들 1950년대 스탠다드팝밴드수준이지만 북한기준으로는 최신유행의 노래와 음악 옷차림을 선보였던 악단이 생겼다! 2015.03.07 12:36
  • 프로필사진 더러운 현실 더군다나 북한에서 노출심한 드레스나 무대의상을 처음으로 선보였던 사람들이 무용수들이었으며 여가수들은 1980년대초반까지만해도 전부 무채색(이라기보다는 주로 흰색, 분홍색, 자주색, 붉은색, 다홍색등 파스텔톤)의 한복을 입고 노래불렀었다고~!!!! 그러다가 1980년대중반부터 여가수들도 드레스를 입고 노래부르기 시작했다는거~!!!! 2015.06.27 13:37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