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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어른과 ‘평등한 관계’를 맺는 세상
<아맙이 만난 베트남 사회적기업> 아이들의 친구 
 

공정여행과 공정무역을 통해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사회적 기업 ‘아맙’(A-MAP)이 베트남 곳곳에서 지역공동체를 위해 활동하는 사회적 기업을 소개합니다. www.ildaro.com

 

아이들의 친구 (Ban cua Be)

 

2010년 6월에 창립된 <아이들의 친구>는 부모를 대상으로 자녀 양육과 소통에 대한 강의, 놀이를 통한 아이들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 사회적기업이다. 자원활동가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운영하고 있으며, 수익금은 빈곤 지역의 아이들을 돕는 대학생들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에 환원하고 있다.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받는 것이 ‘관계’

 

자원활동을 좋아하는 베트남 젊은이들. 이력서에 적을 한 줄을 위한, 혹은 졸업 요건을 채우기 위한 봉사활동이 아니라 순수한 마음에서 타인을 돕는 그들. <아이들의 친구>에서 만난 대학생들도 그랬다. 이들은 어떤 단체의 봉사활동 프로그램에 단순히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고 직접 프로그램을 꾸리며 적극적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아이들의 친구>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나흘 후 남깟띠엔 숲으로 떠나는 가족 야외캠프를 준비하느라 너 나 할 것 없이 분주했다. 식사 준비는? 텐트는? 숲 탐방 조별 편성은? 번잡한 가운데서도 쾌활함을 잃지 않고 서로를 다독이며 움직이는 사람들. <아이들의 친구>는 자원활동가들의 구슬땀과 열정을 에너지로 즐거운 행진 중이다. 

 

▲ <아이들의 친구> 창립자 쩐 티 아이 리엔   © 아맙 
 

구수정(아맙 베트남 본부장, 이하 ‘수정’): 드디어 리엔을 만나게 되었네요. 한 달 전부터 인터뷰 요청을 해놓고 마음을 졸이고 있었답니다. <아이들의 친구>라는 기업명이 아주 간단하면서도 인상적인데요, 어떠한 뜻이 담겨 있나요?

 

쩐 티 아이 리엔(아이들의 친구 창립자, 이하 ‘리엔’): 친구는 서로 평등한 관계를 유지해요. 성별, 계급, 나이, 종교, 출신 성분에 관계없이 서로가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친구가 되죠. 그런데 ‘아이와 부모의 관계는 과연 평등한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어요. 아이가 어른에게 종속되거나 어른의 소유물에 불과한 존재로 전락해버리는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었지요.

 

아이가 가족 안에서 부모로부터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받는 존재가 되는 것이 부모와 아이의 진정한 관계라고 생각해요. 부모가 아이의 보호자일뿐만 아니라 동반자적 입장에서 아이와 함께 길을 걷는 진정한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이름을 <아이들의 친구>로 지었어요.

 

수정: 어떠한 계기로 <아이들의 친구>를 창립하게 되셨나요?

 

리엔: 1975년 전쟁이 끝나고 남베트남 편에 가담했던 아버지는 일명 ‘사상개조 수용소’에 수감되었지요. 그래서 어렸을 때 저와 오빠는 큰아버지 밑에서 자랐어요. 큰아버지가 오빠를 심하게 때리는 것을 종종 봤고, 울기도 참 많이 울었지요.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학생을 때리고, 고용주가 어린 종업원을 때리는 장면도 목격하게 되었지요. 그것이 유년 시절의 상처가 되었는데, 성인이 되어서도 폭력에 대한 트라우마로 남게 되었죠.

 

1990년대 초 미국이 베트남과의 협상을 통해 남베트남 수용자들을 대거 미국으로 실어가면서 우리 가족도 모두 미국으로 이주하게 되었어요. 저는 버클리 대학에서 공공정책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에는 베트남으로 돌아가 불공정한 대접을 받는 아이들을 위한 사업을 벌이기겠다고 결심했죠. 가족들의 반대가 극심했지만, 베트남 아이들이 마음껏 놀고 자유롭게 말하고 들을 수 있는 세상, 아이들이 어른과 평등한 관계 속에서 중요한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들고 싶었어요.

 

‘희생을 강요하지 않는’ 자발성의 원칙

 

수정: <아이들의 친구>에서 자원활동가들의 역할이 아주 활발하다고 들었습니다.

 

리엔: 저를 제외한 모두가 자원활동가에요. <아이들의 친구>는 이분들의 힘으로 운영되는 사회적 기업이죠. 우리가 일하는 방식은 물레방아가 돌아가는 것과 비슷해요. 자원활동가 대부분이 대학생들인데, 그들이 <아이들의 친구>라는 물레방아를 돌리는 강물과도 같은 존재죠. 부모를 대상으로 한 강의는 제가 맡고 있지만, 그 외 모든 프로그램의 준비, 모집, 운영 등은 자원활동가들이 담당하고 있어요. 빈곤 지역의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대학생 자원활동가들이 운영하고요.

 

수정: 자원활동가들의 참여와 역할이 그렇게 크다니 놀랍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운영 방식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요.

 

리엔: 그렇죠.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베트남 대학생들 중에는 자원활동을 좋아하고 사회적 약자를 돕는 활동에 관심있는 친구들이 많아요. 하지만 능동적이고 자발적으로 무언가를 계획하고 실천하는 것에는 익숙하지가 않아요. <아이들의 친구>에서 자원활동가를 모집할 때는 ‘자발성’의 원칙을 강조해요. 달리 말하자면 ‘희생을 강요하지 않는 것’이기도 하고요. 베트남은 오랜 전쟁의 영향으로 ‘희생’이 숭고한 가치라고 여겨지는 경향이 강한데, 저는 ‘희생의 이면’에는 전체주의가 개인을 이용하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친구>는 오고 싶으면 언제든지 올 수 있고, 떠나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자유로운 조직이에요. 누군가를 위해 나를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원해서 참여하고 즐기는 그런 자원활동가 커뮤니티입니다.

 

아이를 이해하고 함께 어울리는 부모 되기

 

▲ "이해하는 부모" 강의. 참가자들이 토론을 하는 모습   
 

수정: <아이들의 친구>는 부모들을 위해 어떠한 강의를 하고 있나요?

 

리엔: “이해하는 부모”, “천진난만한 부모”, “훌륭한 부모" 총 3개의 강의를 진행하고 있어요. “이해하는 부모”는 10살 미만의 자녀를 둔 부모를 대상으로 하는데, 어떻게 하면 자녀를 때리거나 강요하지 않고 양육할 수 있는지 이야기해요. “천진난만한 부모”는 21살 미만의 자녀를 둔 부모를 대상으로 아이들에게 요구하는 방법, 교감하고 소통하는 방법, 함께 어울리는 방법에 대해 강의해요. 그리고 “훌륭한 부모”는 10세 이상의 부모를 대상으로 하는데 다른 강의보다 범주가 넓고 더 심도 깊은 주제를 다뤄요. 아이의 인생 방향을 결정하는 진로와 직업 선택의 문제, 연애, 결혼, 성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지요.

 

보통 한 강의에 40~50명 정도의 부모가 수강하고 있고,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프로그램을 진행해요. 수강생들 대부분이 어머니인데, 아버지들도 강의에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어요. 그 밖에 10대 청소년, 대학생, 가족을 대상으로 한 야외캠프 사업도 있는데요. 숲이나 정글에서 캠프를 진행하는데 벽돌로 화로 만들기, 텐트 치기, 숲길 걷기, 감자, 고구마 구워 먹기, 레크리에이션, 캠프파이어, 진실게임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해요.

 

수정: 홈페이지를 보니 농촌 사업도 있던데요, 농촌에서는 주로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나요?

 

리엔: 도시에 비해 농촌은 경제력도 뒤떨어져 있고, 특히 교육과 관련한 새로운 정보나 지식에 대해 아주 취약한 상황이지요. 역설적이게도 경제가 발전하면 할수록 도시와 농촌 간의 격차는 더욱 심화되고 있어요. 농촌이야말로 <아이들의 친구> 강의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지요. 아직까지는 도시권에 사업을 집중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윤 환원 사업의 일환으로 농촌에서의 무료 강의를 계획하고 있어요.

 

그리고 대학생 자원활동가들이 가난한 농촌의 아이들과 친구가 되어주는 프로그램을 벌이고 있습니다. 2주에 한 번씩 농촌 마을을 찾아가 적게는 50명, 많게는 200명의 아이들과 즐거운 하루를 보내요. 언니, 오빠와 함께 책 읽기, 그림 그리기, 만화영화 보기, 놀이 등 프로그램도 다양하죠. 특히 아이들에게 놀이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고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고자 합니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조직하는 데 비용이 200~500달러 정도밖에 들지 않아요. 자원활동가들이 프로그램을 총괄 진행하기 때문에 인건비가 들지 않고, 아이들에게 줄 간식이나 학용품, 책 등은 외부에서 후원을 받거든요.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기 위해 자원활동가들은 머리를 쥐어짜내고 하나같이 마당발이 되어야 하죠. (웃음)

 

수정: 자원활동가들의 힘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친구>에서는 주로 어떤 경로로 자원활동가들을 모집하고 있나요? 자원활동가들의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리엔: 자원활동가 모집을 위해 특정 학교나 기관과 연대하고 있지는 않아요. 대부분 지인들의 소개로 <아이들의 친구>에 찾아옵니다. 자원활동가는 앞서 말한 ‘자발성’의 원칙 아래 시간 약속 잘 지키기, 잘못이나 실수를 했을 때 미안하다고 말하기 등의 규율을 정해서 일하고 있어요. 농경 사회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베트남 사람들은 시간 개념이 약한 편이지요. 또 자존심이 강한 베트남 사람들은 “미안하다”는 말을 잘 안하는 경향이 있어요. 자원활동가는 직원이 아니라 아무래도 조금은 느슨한 분위기 속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책임감이 중요하지요.

 

차이를 통해 서로에게 배우는 자원활동가들

 

수정: 그동안 <아이들의 친구>를 운영해오면서 감동적인 사연들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리엔: 예전에 껀터의 한 농촌 마을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3천3백여 명의 아이들과 함께하는 큰 행사였어요. 예산이 약 5천달러가 나왔고 45명의 자원활동가들이 모금을 통해 충당하기로 했죠. 그런데 행사를 2주 앞둔 시점에 모금액이 겨우 5백달러에 불과했어요. 모두들 기운이 빠져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죠.

 

저는 자원활동가들에게 지금이라도 이 프로그램에서 빠지고 싶은 사람은 그만두어도 좋다고 진심으로 말했어요. 그리고 누구도 그 사람들을 질책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죠. 그런데 눈을 떠보니 한 명도 빠짐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어요. 그 후 다시 모금운동을 벌였는데 놀랍게도 이틀 만에 목표액의 70%가 모였고, 결국 마을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었지요. 당시 45명의 자원할동가들이 3천3백여 명의 아이들과 행사를 진행했는데 아무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고, 아이들에게 간식을 주고 선물을 나눠주는 데도 무리가 없었어요. 작은 기적이었죠. 

 

▲ 아이들과 베트남 전통 놀이 '까케오'를 하고 있는 <아이들의 친구> 자원활동가들.  
  

수정: 자원활동가들에게는 <아이들의 친구> 활동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리엔: 자원활동가 대부분이 대학생들인데, 배우는 점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토론을 통해 일을 계획하고, 역할 분담을 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리더십을 배우게 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해결하는 노하우를 익히게 되지요. 그리고 고향, 나이, 학교, 전공 등이 서로 달라 구성원들이 다양한 것도 장점이에요.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각자의 재능을 나누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으니까요. 실제로 다양한 재능을 가진 친구들이 사무실 인테리어, 홈페이지 관리, 홍보 자료 제작과 인쇄, 후원 단체와의 네트워크 조직 등을 해결하며 서로에게서 배우면서 성장해갑니다. 또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새로운 지역에 가보고 여행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하고요.

 

수정: <아이들의 친구>를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리엔: 저는 미국 사회를 경험했기 때문에, 타지에서 온 사람으로서 보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베트남을 바라보게 돼요. 베트남의 관료주의와 그에 따른 부정부패 등 부조리한 일들에 부딪히면 아주 큰 스트레스를 받죠. 정부로부터 프로그램 허가를 받는 문제 때문에 골치가 아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지원을 약속했던 지방 인민위원회나 외부 단체가 갑자기 행사를 취소하거나 파기하는 경우도 자주 겪었죠.

 

통제된 사회에서 수동적으로 살아온 젊은이들은 타성에 젖은 사고를 하기 쉽고, 인권이나 환경에 대해 낮은 의식 수준을 갖게 되는 등. 물론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긴 하지만 가끔씩 참기 어려울 때가 있고 감정적으로 폭발할 때도 있었죠. 제가 좀 다혈질이라… (웃음) 저도 반성하고 있고 고쳐나가려 애쓰고 있어요.

 

수정: 그러한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저도 공감합니다. (웃음) 마지막 질문인데요, 앞으로 <아이들의 친구>를 어떻게 꾸려가고 싶으신지요?

 

리엔: 현재는 <아이들의 친구>가 운영의 측면에서는 제 개인에 의해 좌우되는 측면이 강하지요. <아이들의 친구>를 지금보다 훨씬 더 독립적이고 자립적인 조직으로 키우고 싶어요. 그래서 현재의 자원활동가 시스템을 토대로 이 조직을 책임지고 운영해나갈 관리직을 채용할 계획이에요. 그리고 <아이들의 친구>의 활동 무대를 라오스, 캄보디아까지 넓혀서 인도차이나 단체로 성장시키는 게 꿈입니다.

 

또 현재 미국의 버클리 대학과 함께 외국인 대학생들을 위한 베트남 자원활동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아시아 각국의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키우고 싶어요. 여태까지 한국과는 특별한 인연이 없었는데, 이번 <아맙> 인터뷰를 통해 좋은 한국 친구들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네요.  ▣ 일다 www.ildaro.com 

 

기록 정리 : 권현우 (아맙 마케팅 팀장)

 

<아맙> 카페: http://cafe.daum.net/doanhnhanxahoi   연락처:  070-7554-5670   (베트남 사무소)
<아맙> 후원 계좌: 신한은행 110-313-503660 (예금주: 김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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