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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뜨거운 햇살을 나누는 사람들

<아맙이 만난 베트남 사회적기업> 솔라서브 
 

공정여행과 공정무역을 통해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사회적 기업 ‘아맙’(A-MAP)이 베트남 곳곳에서 지역공동체를 위해 활동하는 사회적 기업을 소개합니다. www.ildaro.com

 

▮ 솔라서브(Solar Serve)

 

2000년, 베트남 산간 벽지 주민들과 소수민족들에게 태양열 조리기를 비롯 친환경 에너지 설비를 지원하는 비영리단체로 출발하였다. 2009년부터 친환경에너지 설비 판매와 지원 사업을 함께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 생산품은 태양열 조리기, 태양열 온수기, 태양열 발전기, 친환경 풍로. 또한 해수 담수화와 풍력발전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장애인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홍수 피해자들을 위한 집 짓기, 쌀 나눔 등 지원사업에도 힘쓰고 있다.

  

▲ <솔라서브>와 다낭시 과학기술청의 지원을 받아, 태영열 조리기가 설치 운영되고 있는 오행산 인근 응우한선군의 한 마을 (2010년)   © 솔라서브  

 

전기 없는 마을에 자연에너지를!

 

다낭 사람들에게 성스러운 산으로 알려진 오행산(五行山) 인근에 위치한 <솔라서브>. 사무실에 도착하자 앞마당에 펼쳐져 있는 태양열 조리기가 <아맙>을 반겼다. 만개한 꽃처럼 두 팔을 벌려 따사로운 햇살을 받고 있는 태양열 조리기 옆에 빅 씨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어린 시절 제 고향은 숲이 참 아름다웠어요. 아버지를 따라 숲에 들어가 땔감을 구해오는 게 일이었죠. 전기도 가스도 없었기 때문에 장작이 아니면 밥을 지을 수가 없었어요. 30여 년 전의 이야기인데, 아직도 베트남의 산간지방이나 농촌에는 전기가 없어 장작불로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는 <솔라서브>의 친환경 에너지 설비를 설명할 때마다 농민과 소수민족, 해마다 태풍 피해를 입는 난민들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가난을 온몸으로 겪어온 그의 눈빛은 도시 사람들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어렵고 헐벗은 사람들을 향하고 있었다.

 

친환경 에너지 설비를 통해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은 <솔라서브>. 햇살과 바람과 물의 힘을 빌려 사람과 자연 모두가 행복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일구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아맙>이 들어보았다.

 

전쟁의 상처, 한국군에 의해 희생된 고향마을

 

구수정(아맙 베트남 본부장, 이하 ‘수정’): 베트남 중부를 대표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많은 사람들이 <솔라서브>를 꼽더군요. 예전부터 인터뷰를 하고 싶었는데 이제야 뵙게 되네요. 
 

▲  솔라서브 사장 응우옌 떤 빅    © 아맙 
 

응우옌 떤 빅(솔라서브 사장, 이하 ‘빅’): 저도 반갑습니다. <아맙>이 꽝남성과 꽝아이성에서 오랫동안 지원 사업을 해오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에는 꽝아이성의 빈호아 마을을 방문했죠? 실은 제 고향이 빈호아 마을과 이웃한 빈미 마을입니다.

 

베트남전쟁 당시 제 친인척들도 한국군에 의해 희생되었습니다. 건넛마을의 빈롱에 한국군이 주둔했던 산이 있었는데 주민들은 ‘따이한(Dai Han) 산’이라 불렀지요. 그곳에 있던 한국군들이 마을로 들어와 수백 명의 양민을 죽였어요. 다른 학살처럼 주민들을 한 곳에 모아놓고 집단학살을 한 것이 아니라 행군을 하면서 집집마다 수색을 해 총을 쏘아 죽였지요.

 

수정: 십여 년 전 제가 빈선현 일대의 ‘한국군 민간인 학살’을 조사한 적이 있는데, 빈미 마을에 관한 이야기는 처음 듣네요. 베트남 측 자료에서도 본 적이 없어요.

 

빅: 정부도 알고는 있지만 빈미 학살에 대해서 조사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죽은 탓에 조사가 좀 어렵기도 했겠지요. 당시 친척 여섯 명이 방공호에서 밥을 먹고 있다가 한국군에게 발각되었는데 큰아버지, 사촌 형 둘, 사촌 누나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학살이 알려지지 않아 외부의 도움도 받지 못했어요. 빈호아 마을처럼 위령비를 세우지도 못했고요.

 

십여 년 전에 빈선현 의료센터에 ‘베트남평화의료연대’란 한국 의료단체가 왔었는데 그때도 빈미 마을까지는 들어오지 못했었어요. 아, 그때 수정 씨도 함께 있었다고요? 우리가 보통 인연은 아닌 것 같군요.

 

태양열로 연료공급, 여성건강, 삼림보호

 

수정: 베트남에서는 태양열 조리기나 온수기 등이 대중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는데요,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빅: 저는 태국에서 4년간 체류하며 일을 했는데, 그때 자원활동을 하면서 요하네스 반 비크(Johannes Van Beek)라는 네덜란드 친구를 알게 되었어요. 베트남에 돌아왔을 때 그 친구가 다낭외국어대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었는데, 태양열 조리 기구 관련 자료를 읽어보라며 건네줬어요. 저는 영어 자료를 번역해 읽으며 태양열 조리기 연구에 푹 빠지게 되었죠. 그렇게 비크의 도움을 받아 2000년에 <솔라서브>를 창립한 겁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고향에서 아내와 함께 산에 들어가 나무를 베어 장작을 얻었습니다. 전기는 물론, 기름이나 가스를 구하기도 힘든 곳이라 땔감으로 쓸 수 있는 건 나무밖에 없었죠. 그런 경험 때문에, 태양열 조리기가 산간 벽지나 농촌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아주 유용하게 쓰일 것이란 걸 대번에 알 수 있었어요.

 

수정: 태양열 기구가 베트남 농촌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어떠한 도움을 주는지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한데요.

 

빅: 태양열 조리기는 아주 간편하고 안전합니다. 그리고 전기나 가스, 기름 등의 연료가 필요하지 않아 경제적 부담이 없죠. 특히 주민들은 태양열 조리기로 간편하게 물을 끓여 먹을 수 있어 좋아합니다. 낙후된 지역일수록 어린이들이 오염된 물을 그대로 마셔서 각종 질병에 걸리는 경우가 많거든요.

 

여성들이 요리를 하기 위해 장작불을 때다가 들이마시는 연기 때문에 폐병을 앓거나 눈병에 걸리기도 하지요.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에이즈나 말라리아에 걸리는 사람보다 부엌 연기로 인한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이 더 많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아주 적지요. 경제적인 효과에 더해서, 태양열 조리기가 어린이와 여성 건강에도 기여하는 바가 큽니다. 게다가 산림 벌채가 줄게 되니 환경 보호로 이어지게 되죠.

 

친환경 적정기술로 2천5백 가구를 지원하다
 

▲ <솔라서브>의 친환경 풍로   © 솔라서브 
 

수정: <솔라서브>를 대표하는 상품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나요?

 

빅: 태양열 조리기 외에도 친환경 풍로가 있습니다. 태양열 조리기는 비가 올 때는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는데요, 우기에도 사용할 수 있는 조리기를 고민하다 친환경 풍로를 개발하게 되었어요. 화로 밑에 바람 구멍을 내고 공기가 통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열효율을 높였습니다. <솔라서브>의 친환경 풍로는 일반 풍로에 비해 절반의 연료만으로, 요리 시간도 40퍼센트 단축됩니다. 장작을 태울 때 발생하는 연기는 60퍼센트 절감되고요. 가격도 20달러 정도로 저렴한 편입니다. 가난한 주민들도 큰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도록 최대한 값을 낮추었지요.

 

베트남 중부는 우기 때마다 태풍과 홍수 피해를 겪곤 하는데 전기나 가스가 없어도 조리할 수 있는 <솔라서브>의 풍로가 큰 도움이 됩니다. 그 밖에도 태양열 온수기와 태양열 발전기 등이 있고요, 우리 사무실에서 멀지 않은 호텔과 회사 등에서 입 소문 듣고 찾아와 우리 상품을 구매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섬 주민들의 식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수 담수화 기술을 연구하고, 바람을 이용한 소형 풍력발전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요.

 

수정: 베트남의 지형이나 기후가 태양열 설비를 사용하기에 적합한 편인가요? 그리고 어느 정도의 효용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빅: 베트남 중부와 남부는 1년 중 9개월 이상 햇살이 강하고 연간 평균 일조 시간이 4천 시간에 이릅니다. 반면 북부는 2천~3천 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지요. 중부와 남부는 태양열 에너지의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곳이라 볼 수 있죠.

 

태양열 조리기는 7년간, 태양열 온수기는 12년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태양열 온수기 하나를 설치하면 화장실 네 곳에 온수기를 가동할 수 있고 가격은 750달러에 불과하죠. 전기 온수기를 설치했을 때보다 훨씬 저렴할 뿐만 아니라 전기세가 들지 않아 경비도 많이 절감할 수 있죠. 또 감전의 위험도 없어 안전합니다. 우기에는 태양열이 아닌 전기를 동력으로 온수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장치가 되어 있고요.

 

수정: 태양열 설비를 지원하는 사업과 판매하는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빅: 처음에 <솔라서브>는 기업이 아니라 가난한 농촌의 주민들과 소수민족들에게 태양열 설비를 지원하는 비영리단체였습니다. 그러다 점점 <솔라서브>의 상품을 구매하고 싶다는 일반인들의 요청이 늘어나게 되어, 2009년에 회사를 창립해 영업 허가를 받고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여전히 태양열 및 신재생 친환경 에너지 설비 지원사업을 함께하고 있죠. 2천5백 가구 이상을 지원했고요, 내년에는 태양열 조리기구 5백개와 친환경 풍로 7천개를 지원하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을 고용하기 위해 ‘수화’를 배우며

 

수정: <솔라서브>에서 장애인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빅: <솔라서브>는 제 고향인 꽝아이성의 빈선현에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다낭시에 사무실을 연 것은 2007년이죠. 초창기에는 사업이 불안하고 전망도 불투명하니까 직원 이직률이 아주 높았어요. 몇몇 직원이 사직서를 내고 떠나 사무실 한구석이 텅 비어 있는데 마침 일자리를 간절히 원하던 마을 장애인들이 눈에 들어왔지요. 허나 처음에는 그들과 대화하는 방법도 몰랐고 말이 통하지 않아 일을 가르칠 엄두도 내지 못했어요.
 

▲  장애인 노동자를 고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솔라서브의 작업장   © 아맙  

 

하루는 세 명의 청각장애인이 찾아와 <솔라서브>에서 일을 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열과 성을 다했고, 저도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 수화를 배워 본격적으로 일을 가르쳤지요. 이제는 수화로 회의가 가능할 정도입니다. 현재 <솔라서브> 전체 직원은 10명인데요, 이 중 장애인 노동자는 3명으로, 모두 언어장애가 있습니다.

 

수정: 2011년에 베트남 사회적기업지원센터(CSIP)가 선정한 ‘올해의 사회적 기업인’으로 선정되셨죠. 사회적 기업에 대해선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빅: 하노이에 있는 한 친구가 <CSIP>의 사회적 기업가 지원 프로그램에 응모해보라고 권유한 것이 계기가 되었어요. 친환경 에너지, 환경보호, 취약계층 지원 등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 <솔라서브>가 바로 사회적 기업이구나, 하고 그때 깨닫게 되었어요.

 

2011년에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되어 2만 달러의 지원금을 받았죠. 하지만 재정 지원보다 더 큰 의미가 있었던 건 <CSIP>로부터 기업 운영과 마케팅에 관해 자문을 받고, 다른 사회적 기업이나 NGO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베트남의 뜨거운 햇살은 미래의 큰 자산입니다”

 

수정: <솔라서브>를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앞으로 <솔라서브>를 어떻게 키워갈 계획인지 듣고 싶습니다.

 

빅: <솔라서브>의 상품이 주로 가난하고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것인데, 정작 그들은 경제적 부담 때문에 상품을 구매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리 쪽에서 가격의 절반을 지원하는 등의 방안을 세워야 하는 실정이지요. 앞으로 기술 개발을 통해 상품 단가를 더욱 낮추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충분한 자본금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어려운 상황이죠. 그렇다고 우리는 움츠러들지 않습니다. (웃음)
 

▲  주민들에게 친환경 풍로를 소개하고 있는 빅 씨.   © 솔라서브 

 

앞으로는 사업을 베트남 남부로 확장하려는 포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메콩델타 지역에 관심이 많은데요, 인도차이나 반도 최고의 곡창 지대라 농업 폐기물이 엄청납니다. 추수기에 벼를 탈곡하고 쌀을 도정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쌀겨가 나오는데, 농민들이 쌀겨를 그냥 강에 내버려 오염되기도 하지요. 저는 그 쌀겨를 모아 연료용 쌀겨펠렛을 생산할 계획이에요.

 

또 메콩델타에는 아직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마을이 많습니다. 하지만 일조량이 풍부하기 때문에 가정용 태양열 발전기를 설치할 수 있죠. 가격은 3백달러 정도이고, 태양열 발전기 하나로 전등 3개, 선풍기 3개, 텔레비전 1개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습니다. 가능한 가격을 낮춰 되도록 많은 가정이 태양열 발전 시스템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베트남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은 보통 햇살이 너무 뜨겁다, 날씨가 무덥다고 난리죠. 하지만 제가 볼 때 베트남에게 이 뜨거운 햇살은 미래의 큰 자산입니다. 그리고 이 햇살을 나누면 우리가 함께 나아갈 수 있는 희망을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 www.ildaro.com 

 

* 기록 정리 : 권현우 (아맙 마케팅 팀장)

 

<아맙> 카페:http://cafe.daum.net/doanhnhanxahoi  연락처: 070-7554-5670  (베트남 사무소)

<아맙> 후원 계좌: 신한은행 110-313-503660 (예금주: 김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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