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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위로의 노래
<블럭의 한곡 들여다보기> 김창완밴드의 “노란 리본”
블럭(bluc)님은 음악평론가이자 흑인음악 매거진 힙합엘이 운영진입니다. www.ildaro.com
세월호 침몰 참사로 나라 전체의 감정이 슬픔으로 채워져 있다. 그런 와중에 이 사건을 통해 드러난 사회 곳곳의 문제점들이 더욱 크게 다가오고 있다. 국가 재난구조의 사유화, 직업의식의 문제, 정부의 잘못된 대응과 시스템의 미비 등. 어떤 사람들은 슬픔이나 분노의 감정을 강요하고, 어떤 언론은 말도 안되는 기사들을 내보내며 지금 상황을 더 어지럽게 만든다. 심지어는 정부와 기업까지도 말이다.
특히 이번 사태에서 일부 언론의 폭력적인 모습이 드러났고, 권위주의적 정부가 갖는 폐해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인간에 대한 존중과 배려, 세심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에서 사람들을 다치게 하기 바빴다. 언론은 감정적인 동요를 부추기면서도 정작 스스로는 희생자들의 슬픔에 공감하거나 정당하게 분노하지 않았다. 정부는 오히려 고통을 느끼는 사람들과 적대적인 위치에 서있는 모습이었다. 사과해야 할 사람들은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를 제대로 할 줄 몰랐다.
수많은 소리들로 인해 정작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묻히기도 하였다. 여기서 당사자는 사망한 사람들의 가족이기도 하지만, 배 안에 있던 사람들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들어야 할 이야기는 듣지 않고 그보다 더 자극적인 목소리에 집중한다. 분노를 풀어내기 위한 대상을 찾고, 그렇게 자신의 감정적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한다.
지금의 이 시기에 새삼, 우리 사회에 여성주의의 필요성을 느낀다.
이 사건과 관련된 곡은 아니지만, 악동 뮤지션의 “얼음들”이라는 노래가 있다. ‘얼음들’과 ‘어른들’이 비슷한 발음이라는 점에서 차용한 표현인데, 가사는 어른들은 얼음들같아서 그들이 녹으면 따뜻해질텐데 왜 그렇게 차가울까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곡을 쓴 열아홉 살 이찬혁 군은 한국에서 교육받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래서 이런 가사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얼음들이 만든 차가운 세상에 대한 비유와 원망하는 듯한 목소리가, 지금의 현실과 맞아 떨어진다.
© 출처 : SBS 파워FM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
얼마 전 김창완밴드의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위로의 노래 “노란 리본”이 나왔다. 짧고 명료한 가사 속에 그는 자신의 진심을 담았다. 나는 이 곡의 색채가 구슬프지 않아서 좋았고, 가사가 구구절절하지 않아서 좋았다. 정작 본인은 노래를 부를 때마다 울어서 겨우 녹음했다고 하는데, 그런 응어리의 잔해만 남아있는 듯하다. 가사는 다음과 같다.
너를 기다려 니가 보고싶어 교문에 매달린 노란리본
너를 사랑해 목소리 듣고싶어 가슴에 매달린 노란리본
푸른 하늘도 초록 나무도 활짝 핀 꽃도 장식품 같아
너의 웃음이 너의 체온이 그립고 그립다 노란리본
계속되는 뉴스와 현실 속에서 힘이 빠지고 무기력해진다. 나 역시 이럴 때는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단편적인 사안에 맞서왔던 순간들은 있지만, 이처럼 큰 일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진다. 텍스트들이 흘러가는 속도도 불편하고 세상의 온갖 부조리들이 새삼스럽게 드러나는 과정에서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서도 처음부터 다시 고민하게 된다.
정답이라는 건 없지만 태도를 선별해야 할 필요는 분명히 존재한다. 기도하고 애도한다. 그리고 분노한다. 지금의 분노를 아주 오랫동안 간직하고 기억할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부당한 사회에 대해, 정의로움에 대해 생각에 그치지 않고 좀더 행동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지금부터 더 많이 고민하고, 그것들을 행동으로 이어나갈 것이다. ▣ 블럭 www.ildaro.com
* 김창완밴드 “노란 리본” http://youtu.be/6VG-yvtiRq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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