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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럭의 한곡 들여다보기> 케이난 “wavin’ flag”
블럭(bluc)님은 음악웹진 스캐터브레인 편집자이자 흑인음악 매거진 힙합엘이 운영진입니다. www.ildaro.com
힙합으로 영어를 배운 소말리아 난민, 케이난
▲ 소말리아 출신의 이주민 아티스트 케이난(K’naan)
케이난(K’naan)이라는 아티스트는 소말리아 출신이다. 지금은 난민 자격을 얻어 캐나다 국적을 획득하였지만, 여전히 소말리아를 위한 활동과 발언을 하고 있다.
그가 열세 살이 되던 해에 소말리아는 내전을 겪게 된다. 내전의 한가운데서 케이난은 친구의 죽음을 직접 목격하는 등 온몸으로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그 후 미국 뉴욕을 거쳐 캐나다 토론토로 이민을 가게 된다.
소말리아는 내전을 멈추지 않았다. 20년 가까이 진행된 전쟁 때문에 케이난은 모국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게다가 외부 국가들의 힘이 개입하며 소말리아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장이 되어갔다. 무작정 뉴욕으로, 또 토론토로 건너오는 동안 영어를 전혀 배우지 못했던 그는 독특하게도 힙합 앨범을 통해 영어를 익힌다. 특히 나스(Nas)와 라킴(Rakim)의 앨범을 통해 영어를 접할 수 있었다고 한다. 말 그대로 영어를 독학한 그는 자연스럽게 랩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케이난은 1999년 UN의 행사에서 자신의 랩을 선보이게 된다. 정확하게 말하면 랩이 아니라 시를 리듬감 있게 읊으며 음악과 함께 약간의 퍼포먼스를 보이는, 이른바 ‘스포큰 워드’를 펼쳐 보였다. 워낙 큰 무대에서 경력이 시작된 관계로, 자연스럽게 규모가 있는 행사에 초대되었고 활동을 유지할 수 있었다. 2004년 독자적으로 앨범을 발표하고, 2005년에 첫 스튜디오 앨범을 발표하며 공식적으로 아티스트로서 행보를 선보였다.
그는 자신이 전장의 한 가운데 있었던 경험이 있는 만큼, 흑인음악의 갈래 중 하나인 ‘갱스터 힙합’의 모습을 피하려고 한다. 대신 박애적이고 긍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려고 노력하며, 때로는 자신이 겪은 비참한 현실을 보여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그 비참한 광경들이 여전히 현재에도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계속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폭발적 호응 얻은 “wavin flag”
▲ 2009년 케이난의 두번째 스튜디오 앨범 [Troubadour]
2009년에 발표한 케이난의 두 번째 스튜디오 앨범 [Troubadour]가 크게 성공한다. “Wavin’ Flag”은 이 앨범에 수록된 곡이다. 이 곡은 2010 남아공 월드컵 파트너 중 코카콜라와 함께 리믹스한 버전이 세계적으로 큰 히트를 기록하기도 하였다. 원곡 역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곡과 원곡의 가사는 상당히 다르다.
잘 알려진 곡의 경우 비교적 쉽고 단순한, 평화로운 느낌의 가사가 전부이지만, 원곡의 메시지는 소말리아 난민으로서 보고 겪은 이야기들을 그대로 담고 있다. 소말리아를 로마보다 강한 나라라고 비유하면서, 문을 여는 가사에는 그런 소말리아라는 국가가 얼마나 처참한 곳이 되었는지 말한다.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자유에 관한 의문을 품으면서도 믿음으로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담아낸 가사는 애잔함이 강하게 느껴진다.
“나이가 든다면 나는 강해지겠다, 사람들은 날 자유라 부를 것이다, 마치 휘날리는 깃발처럼. 그런 다음 다시 돌아가” (When I get older I will be stronger, They’ll call me freedom Just like the a waving flag And then it goes back) 라는 가사는 바뀐 버전에도 여전히 남아 있다. 그의 의지가 그대로 담겨있는 말일 것이다. 처참한 공간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그 곳에 평화를 담고 싶다는 마음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케이난은 힙합 아티스트로 분류되지만, 이 곡만 하더라도 특정 장르의 이름을 붙이기 힘들다. 그의 음악은 서사적 요소들이 많이 적용된다. 케이난 스스로 밝힌 것처럼 그의 음악은 소말리아 음악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더불어 아프리카 음악들도 잘 느껴진다. 이 곡이 실린 앨범의 경우, 에티오피아 재즈 음악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외에도 독특한 그만의 보컬이 담겨 있어서 레게 바탕의 음악이 보이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그의 음악을 결국 ‘월드 뮤직’ 카테고리에 담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장르가 섞여 있는 음악이지만, 소말리안 특유의 리듬과 정서를 담기 위해 노력하는 만큼 독특함을 많이 풍기고 있다. 케이난은 아프리카를 위한 사회 활동도 끊임없이 펼치고 있다. 음악으로도 자신이 경험했던 것과 지금의 현실을 풀어내면서, 음악 밖에서도 그러한 움직임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 케이난의 <Country, God or the Girl> 앨범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일명 코카콜라 리믹스 버전의 “Wavin’ Flag”가 많은 사랑을 받았고, 그 덕분에 케이난은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더 크게 낼 수 있었다. 또한 이 곡은 2010년 아이티 대지진 당시 구호 기금을 마련하는 데에도 쓰였다.
원곡과 다른 대중적인 리믹스 버전을 만들었을 때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그는 월드컵 개막 전야제에서 원곡의 가사를 부르며 소말리아 국기를 들었다. 그의 진심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케이난은 지금도 꾸준히 음악활동을 하고 있으니, 관심을 가져보면 좋겠다. ▣ 블럭 www.ildaro.com
* "wavin' flag" original ver. https://www.youtube.com/watch?v=bBXsbgxp0MQ
* "wavin' flag" cocacola ver. https://www.youtube.com/watch?v=WTJSt4wP2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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