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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럭의 한곡 들여다보기] 17. 제리케이 “You’re Not A Lady” 
  
‘블럭(bluc)’님은 음악웹진 스캐터브레인의 편집자이자 흑인음악 매거진 힙합엘이의 운영진입니다. www.ildaro.com 
 
힙합 곡에 대한 소개를 계속하고 싶었는데 때마침 제리케이(Jerry.k)라는 한국 래퍼의 “You’re Not A Lady”라는 곡이 생각났다. 장점을 많이 가지고 있는 곡이라서 소개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작년에 발표된 곡이라 이내 잊고 지냈다. 그러다 이 곡을 생각나게 만든 사건이 있었다.
 
먼저, 이 곡을 떠오르게 만든 곡에 대해 이야기해야겠다. 한창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신인 걸그룹에게 쓴 소리하는 것은 미안한 일이지만, AOA(에이오에이)라는 그룹이 얼마 전 싱글 “짧은 치마”를 발표하였다. 깔끔하고 요즘 유행하는 복고풍 사운드를 가져온 팝 음악이며 신시사이저 운용이 빛을 발한다. ‘용감한 형제’가 최근 선보였던 음악들과 결을 같이한다는 점은, 좋은 곡을 만든다는 점에서 장점이지만 비슷한 곡의 반복이라는 점에서는 단점이기도 하다.
 
“난 아직도 쓸만한데”와 같은 가사는 다소 불편하다. 굳이 이 가사의 화자가 걸그룹 이면에 있는 남성 작사가라는 점을 주목해 다루지는 않겠다. 가사를 쓸 때 직접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의 의견이 반영되었을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당당한 여잔데” 바로 다음 나오는 내용이 “왜 나를 힘들게 해”, “넌 나만 무시해”라는 것은, 그 당당함의 기준이 어떤 것인지 되짚게 한다. 여성의 외모에만 초점이 잡힌 가사들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짧은 치마”에 등장하는 화자는 외모로 어떻게든 상대를 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짐작해보건대, 화자가 그런 생각을 하므로 상대방은 별 관심 없을 수도 있다. 뻔한 이야기지만 중요한 것은 사람 자체가 가진 매력일 것이다. 그래서 제리케이의 곡 “You’re Not A Lady”가 생각났다. 일종의 답가로서, 적절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짧은 치마 vs. You’re Not A Lady

▲ 제리케이(Jerry.k)의 싱글 "You’re Not A Lady" 
 
제리케이(Jerry.k)는 한국의 힙합 아티스트이다. 서울대 재학 중에 음악 활동을 하였고 이후 대기업에 입사했다가 다시 음악에 전업한 사례로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곤 하였다. 작년에는 두 장의 앨범을 발표하고 자신의 회사를 설립하여 더욱 공격적인 활동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DOPE DYED]라는 앨범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You’re Not A Lady”라는 곡은 스테레오 타입의 여성 중 두 가지 모습을 보여준다. 하나는 일명 ‘어장관리녀’의 모습, 다른 하나는 열등감에 시달리는 여성의 모습이다. 여성들이 다 이렇다는 식의 이야기가 아니라, 각각의 형상화된 모습에는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두 경우 모두 내면에 자신을 채우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서.
 
곡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자기를 찾아. 그 자기 말고 너”라는 말을 강조한다. “직접 벌어서 써” 같은 표현은 식상하다 느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이 표현을 써왔던 사람들이 여성이었다는 점에서 조금 다르게 다가오기도 한다.
 
나를 온전히 세우는 과정은 중요한 것이다. 그 과정을 이야기하는 모습 중에는 상업적 존재 또는 ‘멘토’들이 계몽의식에 근거해 ‘당신의 자존감을 세우라’고 하는 경우도 있고, 이성애 관계 속에서 그런 사람들을 (이성이) 더 좋아한다는 이유로 강권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유형들은 차치하고, 꼭 어떤 사회운동의 일환이나 과정이 아니더라도 늘 자긍심을 가지고 자신을 지켜나가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나’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사유의 출발점에 있기 때문에, 사유하지 않는 시대에서 이러한 과정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뚜렷한 방법이 있다거나 시간과 노력을 꾸준히 투자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민하는 자가 가지는 것들은 그렇지 않은 자보다 훨씬 많기에 다시금 강조하게 된다.  ▣ 블럭 www.ildaro.com 
 
* 제리케이의 You’re Not A Lady 라이브
* “You’re Not A Lady”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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