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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럭의 한곡 들여다보기> Beyonce “Drunk In Love” 
 
[필자 ‘블럭(bluc)’님은 음악웹진 스캐터브레인의 편집자이자 흑인음악 매거진 힙합엘이의 운영진입니다. www.ildaro.com ]
 
홍보도, 예고도 없이 발매된 앨범 [Beyonce]
 

▲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아티스트 비욘세(Beyonce) 
 
비욘세(Beyonce)는 미국 전역에서 각종 매체들에게 가장 인정을 받고 있는 동시에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아티스트이다. 세계적인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 최고의 부자 래퍼로 알려진 제이지와의 결혼으로도 화제가 되었다.
 
그녀는 어린 시절 ‘데스티니스 차일드’(Destiny’s Child)라는 그룹을 통해 데뷔하였다. 2003년 첫 솔로 앨범을 발표한 이후, 꾸준히 개인 활동을 해오고 있다. 각종 사업으로 큰 돈을 벌어 미국 내 손꼽히는 부자 연예인이기도 하며, 17개의 그래미 시상식 트로피는 물론 연기 활동을 통해서도 많은 호평을 얻었다.
 
이 칼럼에서 팝 음악 스타에 대해 다루는 것에 대해 고민해보게 되었지만, 비욘세만큼은 쓸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미국 내 페미니스트들에게도 끊임없이 이슈가 되었고 스스로도 페미니즘과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꺼냈으며, 이번에 발표한 앨범 역시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앨범 [Beyonce]는 그 어떤 홍보와 예고도 없이 발매되었다. 그리고 전곡의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앨범에 담았다는 점에서도 화제가 되었다. 자신의 고향인 휴스턴 특유의 힙합 음악과 알앤비 음악 시장에서 유행하는 흐름을 적극적으로 차용했다는 점 역시 특징적이다.
 
비욘세의 또다른 자아 ‘사샤 피어스’
 
무엇보다 이 앨범은 비욘세가 지금까지 가지고 온 맥락을 모두 선보이는 동시에 비로소 진짜 자신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비욘세는 아주 어릴 적부터 활동하며 ‘나’라는 존재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고 한다. 대중들에게 나서는 자신이 진짜 자신인지 많이 고민했고, 그러면서 ‘비욘세’라는 가수의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스스로는 그 뒤에 있었다.  

▲ 여성들 간의 임파워먼트를 외친 곡 "Run The World (Girls)" 
 
솔로 활동 중반에는 ‘사샤 피어스’(Sasha Fierce)라는 또 다른 자아를 내세웠다. 사샤 피어스는 비욘세의 다른 자아이며, 댄스 음악에 집중하며 좀더 거칠고 섹스어필하는 존재였다. 사샤 피어스 역시 비욘세 본인이 안고 가는 정체성이었지만, 그녀는 자신과 ‘사샤 피어스’를 분리함으로써 ‘성녀 vs. 창녀’ 콤플렉스를 답습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그러한 과정에서 비욘세는 끊임없이 여성들 간의 임파워먼트(empowerment, 권리를 인식하고 공유하며 스스로 힘을 모으는 과정)를 외쳤다. “Run The World (Girls)”가 가장 대표적인 곡이다. 비욘세는 어릴 적 그룹활동 때부터 조금씩 여성의식을 담아왔고, 영화 <드림걸즈>에 출연한 이후 두 번째 솔로 앨범 [B’Day]에서부터는 적극적으로 담아내기 시작했다.
 
그녀의 감수성이 처음부터 뛰어났던 건 아니었다. 임파워먼트를 주장하는 과정에서 그녀는 ‘주체’로서의 여성을 이야기하면서 끊임없이 남성과 비교하며 우열을 가르기도 하였다. 또, 이성애 관계를 중심으로 한 ‘성별 역할 모델’이라는 한계를 두기도 하였다.
 
그녀의 이야기들이 여성주의적으로 보았을 때 애매한 지점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것을 포장하거나 해석하는 미국 주류 사회의 프레임 때문에 더욱 그렇게 보이기도 한 것 같다. 예를 들어 “If I Were A Boy”를 포함한 몇 곡의 경우, 이성간의 관계에서 여성의 모습을 이야기한 것일 뿐인데 ‘여성들의 임파워먼트’와 엮여서 해석되곤 하였다.
 
비욘세가 인터뷰에서 페미니즘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면, 페미니즘 포럼이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일부는 그녀의 생각을 방어했고, 또 일부는 비판했다. 다행히 그런 과정들은 본인에게도, 비욘세를 접하는 사람들에게도 논의를 확장하고 생각을 넓힐 여지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투어 이름을 “Mrs. Carter Show World Tour”로 하면서 비욘세는 ‘아내’로서의 정체성으로 꺼내기도 하였는데, 이를 놓고도 많은 이들이 갑론을박을 펼쳤다.
 
거침 없는 사랑 노래 “Drunk In Love”
 
그간의 복잡한 맥락들을 한 방에 정리한 것이 이번 앨범 [Beyonce]이다. 비욘세는 자신의 이름을 건 앨범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모두 보여준다. ‘성녀’였던 그녀는 ‘악녀’가 되고, ‘가수’ 비욘세는 제이지의 ‘아내’이자 딸을 둔 ‘엄마’가 된다. 이 앨범은 각각의 정체성을 개별적으로 전시하거나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이어가며 그 모든 모습이 자기 자신이며 하나임을 보여준다. 그래서 그녀는 더욱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 비욘세의 5집 [Beyonce]에 수록된 곡 “Drunk In Love”  뮤직비디오  
 
음악 역시 솔직함을 담아낼 만큼 자유롭고 관능적이다. 때로는 욕망에 충실하면서 자신에게 부과된 ‘역할’에 집착하지 않는다. 동시에, 아직도 다수가 지니고 있는 페미니즘에 대한 편견들(페미니스트들은 섹스를 싫어한다, 반사회적이다 등)을 이야기한다. 더불어 외모에 관해서나 남성과 여성의 전형적인 역할에 대한 화두를 꺼내며, 그녀가 얼마나 정신적으로 성장했는지 보여준다.
 
이번에 소개하는 곡 “Drunk In Love”는 개인의 욕망에 솔직한 곡이다. 여기서 그녀는 뛰어난 가창력을 선보이는 디바도, 여성의 임파워먼트를 주장하는 팝 아티스트도, 섹시함을 어필해야 하는 상품도, 누군가의 아내도 아니다. 그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한 사람일 뿐이다.
 
이 곡을 비롯해 앨범 곳곳에서 섹슈얼한 부분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것이 스스로를 어필하는 방식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Drunk In Love”의 경우 섹스 어필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대상이다. 또 다른 곡에서는 스스로의 자부심을 내보이는 방식으로 표현된다. 이는 뮤직비디오들을 통해 잘 이해할 수 있으며, 왜 이번 앨범에서 모든 곡의 뮤직비디오를 찍었는지 알 수 있다.
 
일각에서는 그녀의 자유롭고 관능적인 면모가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며, 그녀가 흑인이라는 사실과 엮어 논란을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앨범에서는, 비욘세라는 아티스트 자체를 통합적으로 보여주면서 이전보다 훨씬 멋진 모습들을 담고 있다. 더불어 훨씬 명확한 메시지를 지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메시지가 명확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들도 있다. 스스로 페미니스트임을 알렸을 때, 그 자체만으로도 공격을 당하는 경우는 있기 마련이니까. 더 이상 비욘세는 누군가의 해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의 세계에서 주체가 되었을 때의 멋진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니까. 그리고 그녀는 오랫동안 기분 좋게 감상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을 만들었다.  ▣ 블럭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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