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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 이야기] 육식주의 스키마(Schema) 

동성애자 여성들의 인터뷰 기록 “Over the rainbow”의 필자 박김수진님이 “동물권 이야기” 칼럼을 연재합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 낯선 개념인 ‘동물권’에 대해 깊이 살펴보며,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생태적 삶을 모색해봅니다.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육식주의 스키마와 ‘정신적 마비’ 상태
 
육식주의(특정 동물을 먹는 일이 윤리적이며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신념 체계) 이데올로기를 내면화한 인간동물이 비인간동물을 착취할 수 있게 만드는 또 다른 장치로 ‘육식주의 스키마’와 ‘정신적 마비’를 들 수 있습니다. 이 역시 멜라니 조이가 제안한 개념인데요. 스키마(Schema)란 우리의 신념과 생각, 인식, 경험을 구조화하는 심리적, 정신적 분류 체계를 뜻합니다.
 
스키마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자동적으로 정리하고 해석하는데, 인간동물은 비인간동물을 포함한 모든 대상에 관해 스키마를 갖고 있습니다. 가령, 인간동물은 비인간동물을 포식동물과 그 먹이가 되는 동물, 유해동물, 애완동물 또는 식용동물 등으로 분류합니다. 이것이 심리적 분류 체계인 스키마에 의한 것이지요.
 
육식주의 스키마는 육식주의 이데올로기에 의해 구성되고, 그렇게 구성된 내용은 위계적입니다. 육식주의 스키마는 비인간동물의 착취에 관한, 그리고 육식에 관한 정보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게 하지요. 

▲  제임스 서펠의 저서 『동물, 인간의 동반자』 
 
육식주의 스키마가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도구는 ‘정신적 마비’(psychic numbing)입니다. 특정 경험으로부터 정신적, 감정적으로 단절시키는 심리 과정이에요. 멜라니 조이, 헬 헤르조그, 제임스 서펠, 마크 베코프 등 학자들에 따르면, 비인간동물에 대한 인간동물의 ‘정신적 마비’ 상태는 이분화와 대상화, 타자화, 무관심, 절연, 회피, 무시, 외면, 망각, 합리화, 정당화 등의 방어기제를 통해 지지되고 강화됩니다.
 
“사람들은 책임을 지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아요. 물고기를 낚는 순간에 느끼는 쾌락을 중시하지만, 그 결과를 책임지고 싶지는 않은 거죠. 의식적으로 그렇다기보다는 진실이 무엇인지 안 보이니까 아예 생각을 못하는 그런 상태요. 비(非)각성상태가 지배하고 있다고 표현하면 될 것 같아요. 인간이 아닌 동물에 관해 생각하는 신경이나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어떤 할당된 공간 자체가 없는 거죠.” (J/ 29세 학생, 채식기간 2년)
 
“윤리적 채식을 시작하면서 더욱 그 동안 인간인 우리가 얼마나 불필요한 상황에서도 동물들을 이용해왔는지 이해하기 시작했어요. 견딜 수 없는 추위가 아닌데도 반드시 동물들의 가죽을 벗겨 옷을 만들어 입어야 한다는 생각, 남용되는 동물실험, 과도한 육식생활 등 일일이 열거할 수조차 없을 지경이죠. 사실이 아닌데도 우유가 칼슘의 보고로 알려져 있고, 고기를 먹지 않으면 단백질을 섭취할 수 없다는 식의 잘못된 정보들이 만연하죠.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그렇게 가르치고 배워 온 거죠. 하지만 우리는 단 한 번도 직접 확인해 본 적이 없잖아요.” (A/ 35세 여성, 채식기간 4년)
 
개와 함께 살고, 소는 먹고, 길냥이는 보호한다?
 
인간동물로서 비인간동물을 대상화하고 타자화하고 이분화하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간주되는데요, 실은 이 자연스러움의 다른 이름이 바로 ‘비각성 상태’입니다. 인간동물은 무엇이 진실인지에 관해 의문을 품지 않습니다. 정보를 왜곡하기도 하지요. 의문을 품을 수 있는 환경에 있지 않으니, 비인간동물들을 사용하지 않을 수 있는 ‘선택의 여지’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 집에서는 개를 키웠지만 아빠는 보신탕을 드셨어요. 아빠가 보신탕을 드시고 집에 들어오시면 우리는 아빠에게 ‘어떻게 개를 먹을 수 있느냐?’ 따져 묻기도 하고 그랬어요. 그러면서도 우리는 돼지고기, 소고기 다 먹었거든요. 36년 이상을 살면서 단 한 번도 개와 돼지, 소를 연결 지어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 너무 기가 막혀요. 농촌 지역에 있던 소의 눈을 바라보면서 ‘참 예쁘구나’ 말하고는 뒤 돌아서서 소고기를 먹으면서는 그 눈동자를 아예 떠올리지를 못하는 거죠. 생각해보면 참 희한한 일이에요.” (C/ 37세 심리상담가, 채식기간 7개월)
 
“직장 동료들 중에서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데 고기를 먹는단 말이죠. 제 눈에 그게 굉장히 분열적으로 보여요. 뭔가 자극이나 위기감은 느낄 것도 같은데 맛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눈에 덩어리로만 보이는 고기를 보고 곧바로 닭이나 돼지로 연결시키지 않는 거죠. 마트에 진열되어 있는 붉은 덩어리 고기들을 보면서 살아있는 닭이나 돼지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의식해서 보려고 하지 않으면 말이에요.” (E/ 36세 여성, 채식기간 2년)
 
“나는 우리 집 강아지를 좋아했어요. 엄마는 강아지가 집에만 갇혀 지내는 것이 안타깝다며 먹는 즐거움을 뺏으면 안 된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우리는 강아지에게 사료만 주지 않았어요. 스팸도 주고, 다양한 고기들도 줬어요. 내가 좋아하는 동물을 위해서 다른 동물로 만든 고기들을 섞어서 준 거죠.” (B/ 32세 기자, 채식기간 2년)
 
“고양이를 키우고 귀엽다고 난리를 피우면서 동시에 개고기 먹으러 간다고 큰소리치는 부류들이 있어요. 귀여운 상태의 동물이나 동물사진을 소비하면서 동시에 동물의 권리 문제는 비하하는 경향이 있죠. 이런 상반되는 반응들, 경향들을 보면 이건 인지부조화의 극단이자 집단 정신병적 상태에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J)
 
비인간동물에 대한 대상화, 타자화는 동물을 인간동물과 비인간동물로 이분화합니다. 그리고 비인간동물 내부에서도 위계화를 양산해내지요. 개는 반려동물이지만, 돼지는 식용동물이고, 길고양이는 보호의 대상일 수 있지만, 소는 식용동물이지요. 또 같은 비인간동물이지만, 인간동물에 의해 서열 1위 반열에 오른 반려동물들은 소, 돼지, 닭 등을 이용한 사료와 간식을 섭취합니다. 육식주의 이데올로기가 만든 종차별이 또 다른 종차별로 분열, 분화되는 것입니다.
 
육식에 대한 심리적 갈등을 회피하다
 
동물이라는 동일한 대상과 비인간동물이라는 동일한 대상을 두고 위계화하고 서열을 생산하는 인간동물의 심리 상태는 일종의 ‘인지부조화’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인지부조화는 1950년대 사회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가 제안한 개념으로, 동일한 대상을 두고도 인간동물이 발휘하는 신념, 행동, 태도가 서로 대립하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헤르조그에 따르면, 인간동물의 인지부조화 상태는 매우 불편한 상태입니다. 인간동물은 인지부조화 상태를 인식하고 이를 극복할 비상한 능력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인식의 불일치 상태가 낳는 불안과 불편 등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신념과 행동을 바꾸어 낼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고기라는 것이 살아있는 동물로 만든 거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죠. 하지만 모르는 것처럼 연기하며 살아온 것 같기도 해요. 살아있는 동물과 식탁 위의 음식을 연결시키고, 그것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연결감을 갖고 유지하려면 의식적인 노력과 실천이 필요한 일인데, 그 연결감을 인식하고 유지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C)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에 학교 앞에서 팔던 병아리를 사다가 나쁜 짓을 했다는 얘기를 듣고도, 직장인이 되어 유기견이나 유기묘에 관한 소식들을 접해도, 그저 ‘불쌍하구나’하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말았지 ‘뭔가를 바로 잡기 위해서 뭐든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못했어요. 불쌍하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내가 무엇인가를 해서 바로 잡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연결시키지를 못했던 거죠.” (B)
 
비인간동물에 대한 대상화와 타자화의 결과는 동물을 이분화하고 위계화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비인간동물 내부의 다분화, 위계화로까지 확대 발전되었습니다. 이러한 분화는 육식주의 스키마에 의해 무의식 차원에서 무관심, 회피, 망각, 절연 등의 방어기제를 통해 유지되고 강화됩니다.
 
인간동물은 이러한 심리적 방어기제들을 통해 비인간동물을 사용하는 것에 관한 부담을 덜 수 있게 되지요. 제레미 리프킨의 설명을 빌자면, 인간동물은 먹이로 이용하는 비인간동물들과 친숙한 관계를 없앰(절연)으로써, 비인간동물과의 뿌리 깊은 연결고리와 생명체 살해에 흔히 수반되는 공포, 혐오, 후회의 감정을 극복할 수 있게 된다는 겁니다.
 
육식을 정당화하고 합리화하다

▲ 제레미 리프킨의 저서 『육식의 종말』  

그런데 육식주의 스키마는 무의식 차원에서 작동하는 방어기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의식적인 차원에서 인간동물이 작동시키는 방어기제이기도 합니다.
 
이를 테면 ‘교육의 부재’ 등 인간동물 중심의 환경은 비인간동물의 존재와 생명에 관한 정보에 접근하는 것을 막아 무의식적으로 무관심 상태에 머물게 하지요. 그러나 적극적인 회피와 무시, 외면하거나 잊으려는 노력, 인간의 이성이나 자연스러움 등을 예로 들며 육식을 합리화하고 정당화하는 것은 의식적인 행위입니다.
 
“나는 불편한 마음을 느끼면서도 고기를 먹기 위해서 엄청난 회피를 하고 있다는 인식을 분명하게 하고 있었어요. 고기를 먹으러 가면 불편한 마음이 들잖아요, 그럼 고개를 좌우로 세게 몇 번 흔들면서 ‘자, 자, 잊어버리자!’ 주문을 외우기도 했어요. 그리고는 딱 잊어버렸어요. 그래야 내 앞의 맛있는 고기를 먹을 수 있었으니까요. 그 전환이 굉장히 빠른 편이었어요. 그만큼 나는 회피 능력이 뛰어난 것 같아요. 아주 오랜 시간 그렇게 했어요. 그러면서 동시에 그런 불편한 마음을 갖는 내가 너무 싫었어요. 그게 얼마나 귀찮은 일이에요? 고기를 먹는 일에 불편한 마음을 갖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극단적으로 회피 능력을 끌어 올려보려고 악착같이 애를 썼던 순간들도 많아요.” (G/ 38세 여성, 채식기간 2년)
 
“채식을 유지하기 위해서 공장식 축산업에 관한 기사, 그림, 영상 등을 지속적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그런 것을 보는 것 자체가 너무 고통스럽더라고요. 여성영화제나 환경영화제에서 상영하는 영화들 중에도 관련 영화들이 종종 있는데, 볼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그런 고통을 감내하면서까지 고통스럽고 불편하게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그 모든 것을 보려고 하지도 않고, 잊어버리려고 애쓰는 거죠. 망각을 해야 살 수 있으니까 망각해버리는 거죠. 그냥, 그야말로 편하게 살고 싶은 거죠. 그저 ‘나는 인간이다’의 생각에 머물도록 하는 거예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식으로요. 참으로 가볍고, 가볍고, 가벼운 존재가 되어버리는 거죠.” (C)
 
“어린 시절 우리 집엔 닭장과 오리장이 있었고, 저는 닭과 오리들을 친구 삼아 지냈어요. 어느 날, 집에서 일하던 언니가 닭의 목을 비틀고 칼로 잘라 죽이는 장면을 본 적이 있어요. 굉장한 충격이었어요. 하지만 저는 아무에게도,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어요. 충격을 그저 마음 한 편에 간직하고 있었달까요. 그 날 목격한 장면은 끔찍하고 무섭고 충격적이었지만, 공포영화를 본 후에 빨리 잊으려고 노력하고 잊어야 일상을 지속하는데 방해 받지 않는 것처럼 그때도 그렇게 했던 것 같아요. 마음이 편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분리해버려야 하는 거죠. 동물을 먹는 영역과 먹기 위해 죽이는 영역으로요. 그리고 먹기 위해 죽이는 영역의 일은 생각하지 않기 위해 애쓰는 거죠.” (A)
 
의식적인 차원의 방어기제들은 인간동물의 의지에 따라 작동할 수 있습니다. 추상적이나마 비인간동물에 대한 연민이나 동정심을 느끼는 상태에서, 인간동물이 원하지 않는다면 이 방어기제들은 연민이나 동정심의 감정 상태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인간동물이 불편과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도 이들 방어기제들은 작동해야만 하지요.
 
“고기 소비를 줄이고는 있지만, 완전히 끊지는 않고 있어요. 저는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데 이 죄책감을 숨기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것 같아요. ‘평생 유지해 온 혀의 미각을 한 순간에 어떻게 버리나?’ 생각하면서 변명하고 합리화해버리는 거죠.” (F/ 32세 여성, 채식기간 2년)
 
“어느 순간부터 엄청난 회피를 하기 시작했어요. 닭을 먹고 싶을 때, 닭을 먹을 때 살아있는 닭을 아예 떠올리지 않기 위해 노력했어요. 그저 맛만을 느끼고자 애를 쓰고, ‘그래, 어차피 먹어야 한다면, 먹기로 했다면 먹을 때에는 맛있게 먹어야지’하는 정당화도 참 잘 했던 것 같아요. 고기 소비를 줄여가던 참이었는데, 어느 날엔가 ‘완전히 끊지 못할 바에는 아예 다 먹어버리자’ 싶더라고요.” (A)
 
육식을 합리화하고 정당화하는 것은 무의식 차원의 회피, 무시, 외면, 망각과는 조금 다릅니다. 인간동물은 동정심이나 죄책감 같은 심리적 피로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인간동물을 사용하는 합당한 이유와 정당성을 찾고서, 비인간동물에 대한 분열적 사고를 분열로서 인식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활용하지요.
 
육식주의 이데올로기가 만들어낸 육식주의 스키마는 무의식의 차원과 의식의 차원 모두에서 기능하고 있습니다. 또한 의식의 차원에서 작동하는 육식주의 스키마는 육식주의 이데올로기를 재 강화시키는 기능을 수행합니다.
 
‘동물을 사용하지 않을 권리’에 대하여
 
육식주의 이데올로기의 결과이자 원인인 ‘정당화의 3N’(Normal, Natural, Necessary)과 육식주의 스키마는 관련한 교육의 부재, 정보 차단과 같은 환경 요인들에 의해 지탱되고 강화됩니다. 그 결과 인간동물이 비인간동물을 ‘사용하지 않을 권리’, ‘육식을 선택하지 않을 권리’ 등의 가능성은 삭제되고 말지요.
 
“학교에서도 배운 적도 없고, 누가 육식에 관해 의문을 제기하도록 주제를 준 적도 없고, 그러니 한 번도 생각을 해 볼 기회가 없었던 거죠. 그런 상황에서 죄책감을 느낄 이유가 어디에 있겠어요. 문제의식 자체가 없는 상태죠. 동물은 그냥 ‘먹는 음식’, ‘맛있는 음식’인 거죠.” (F)
 
“정보가 완전히 차단되어 있었던 것이 문제라고 봐요. 정보가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관심을 가졌을 것이고,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면 내가 직접 정보들을 찾아볼 수도 있었겠죠. 그런데 그런 관심을 불러 일으킬만한 어떤 계기도 없었던 거죠. 육식에 관한 부정적인 정보라고는 ‘고기를 많이 먹으면 건강에 안 좋다’ 정도가 대부분이었으니까요.” (H/ 39세 여성, 채식기간 3년)
 
“아무로 가르쳐주지 않잖아요. ‘너는 고기를 먹지 않아도 된다’는 말 들어본 적 있어요? 단 한 번도 없잖아요. 오히려 어린 시절에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하면 부모님들은 고기를 왜 먹어야 하는지를 더 강하게 설명을 했죠. 책을 통해서든, 방송을 통해서든 의식화가 되지 않으면 고기는 좋은 음식이겠거니 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고기를 먹었겠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처한 상황이죠.” (I)
 
인간동물에게 있어 비인간동물은 ‘식재료’일 뿐입니다. 비인간동물의 일부 근육과 지방 덩어리를 보고 먹으면서, 한 마리의 생명과 의식이 있는 동물로서 온전한 존재를 상상할 수조차 없습니다. 온전한 개체이자 생명체로서의 비인간동물에 관한 정보를 차단한 결과입니다. 이러한 환경이 인간동물의 의식을 마비시키고, 자신의 행위와 실천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바로 육식주의 이데올로기의 작품이지요.
 
육식주의에 대한 ‘대항 담론’을 만드는 일
 
그럼에도 이데올로기는, 지배집단의 영원한 소유물이 아니라 획득해야 할 대상이자 투쟁의 장소입니다. 김소라의 표현을 빌자면, 지배적 담론 아래에서 구성된 지배적 이데올로기는 변형되고 치환되는 과정을 통해 대항적 담론을 생산해 냅니다. 대항 담론을 만드는 일은 우세한 담론에 저항하는 하나의 정치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실천에 의해 이루어지지요.
 
육식주의 이데올로기 역시 지배집단인 인간동물의 영원한 소유물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한 대항적인 담론을 형성하는 것은, 지배 이데올로기에 저항하는 하나의 정치적이고 이데올로기적 실천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다행히 인간동물에겐 회피나 망각 등 심리적 방어기제를 작동시키는 능력만이 아니라, 도덕적 불편과 죄의식 등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능력도 있지요. 인간동물의 성찰적 자기인식 능력이 바로 지배 이데올로기인 육식주의에 대한 대항적 담론을 만들 수 있는 시발점이 될 것입니다.  ▣ 박김수진 
 
[참고문헌]
김소라, 1997. 「동성애 담론의 역학관계」. 성균관대학교.
마크 베코프, 2011. 『동물권리선언』. 윤성호 역, 미래의창.
멜라니 조이, 노순옥 역, 2011.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 모멘토.
제레미 리프킨, 2002. 『육식의 종말』. 신현승 역, 시공사.
제임스 서펠, 2003. 『동물, 인간의 동반자』. 윤영애 역, 들녘.
할 헤르조그, 2011. 『우리가 먹고 사랑하고 혐오하는 동물들』. 김선영 역, 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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