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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맙이 만난 베트남 사회적기업> (2) 헬프코퍼레이션 
 
아맙(A-MAP)은 공정여행과 공정무역을 통해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사회적기업입니다. 베트남에 사무실을 두고, 한국인과 베트남인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을 찾는 여행자들에게 베트남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도록 안내해온 아맙이, 베트남 곳곳에서 지역공동체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사회적기업과 모임을 소개합니다. 필자 구수정씨는 아맙 베트남 본부장입니다. www.ildaro.com

 
“의사들이 직접 여러분의 집을 찾아갑니다.”
 
‘2011년 베트남 사회적기업 페스티발’ 본 행사가 끝난 후, 사회적기업 <헬프>의 부스가 있는 쪽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2009년에 창립된 <헬프코퍼레이션(HELP Corporation, 이하 헬프)>은 환자에게 담당 주치의를 배정하여 의사가 개인, 가정 또는 회사 등을 직접 찾아가는 방문 진료를 통해, 보다 정기적이고 섬세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사회적기업이다.

총 35명의 의사와 15명의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로 구성된 <헬프>는 병의 치료보다는 건강관리와 예방 진료에 중점을 둔 주치의 시스템을 통해 베트남의 의료 환경 개선에 힘쓰고 있다.
 
<헬프>에 대한 참가자들의 관심과 열기를 나타내듯 <헬프>의 사장 따 민 뚜언이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쏟아지는 질문 세례에 차근차근 답변을 하는 모습이 편안하고 따뜻한 인상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그는 또 앳된 얼굴의 청년이기도 했다. 무엇이 이토록 젊은 그에게 사회적기업이라는 쉽지 않은 도전을 하게 만들었을까? 한 청년의 눈물 젖은 밥에서 시작된 사회적기업 <헬프>의 이야기를 <아맙>이 들어보았다.
 
왜 ‘예방 의료’인가

▲ 베트남 사회적기업 지원센터(CSIP)가 선정한 2011년 올해의 사회적기업인. 가운데 검은색 와이셔츠 차림의 뚜언   ©아맙  
 
구수정(이하 수정): 2011년에 하노이에서 개최되었던 ‘베트남 사회적기업 페스티발’에서 뵌 적이 있어요. 그해에 ‘올해의 사회적기업인’으로 선정이 되셨죠? 행사가 끝난 후에도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인터뷰를 하느라 정신이 없으시더라고요. (웃음) <헬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유독 뜨거웠던 걸로 기억해요.
 
따 민 뚜언(이하 뚜언): 네. 그날 오신 분들이 기대 이상의 관심과 격려를 보내주셔서 많은 힘을 얻을 수 있었죠.
 
수정: 당시 행사장에서 <헬프>에 대한 소개 자료를 처음 봤는데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의료 서비스를 하고 있는 사회적기업이 생소하기도 했고 특히 <헬프>가 예방 진료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내용에 공감이 가기도 했구요.
 
뚜언: 네, 맞습니다. <헬프>가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는 치료보다는 예방에 중점을 두고 있고 그것이 사회적기업 <헬프>의 정체성이기도 해요. 현재 베트남의 의료 시스템은 예방보다는 치료에만 95퍼센트 이상 집중되어 있거든요. 저는 <헬프>가 그러한 의료 시스템을 바꾸는 데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수정: 예방 진료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뚜언: 세계보건기구(WHO)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1인당 질병 예방에 1달러를 쓰고 있는 반면 치료에는 20달러를 쓰고 있다는 보고가 있어요. 달리 말하자면 예방 비용이 치료비용보다 20배는 싸다는 결론인데, 베트남은 가난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치료 부문에만 투자가 집중되어 있지요.
 
게다가 베트남의 의료 환경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에요. 베트남의 대부분의 병원은 환자들로 발 디딜 틈도 없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지요. 심지어 의사 한 명이 하루에 300명의 환자를 진료하기도 해요. 한나절 이상 기다려 겨우 진찰실에 들어가도 의사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은 평균 2분에 불과해요. 한 번의 진료를 위해 엄청난 시간과 돈, 체력을 낭비하게 되는 거죠.

▲ 환자들로 발디딜 틈 조차 없는 베트남 병원의 현실     © 아맙 
 
수정: 베트남 병원이 미어터지는 건 저도 잘 알죠. 병원에 갈 생각만 해도 긴 대기 시간과 덥고 북적북적한 복도가 떠올라 지레 머리가 지끈거려 오지요.
 
뚜언: 베트남은 특히 암, 당뇨, 심장계 질환 등의 발병률이 세계적으로 높은 국가에 속해요. 암, 그밖에 다른 질병의 약 80%는 자신의 좋지 않은 생활 습관과 주변 환경 때문에 발병하며 예방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지요. 그래서 전 주치의 시스템(family doctor system)을 기반으로 한 예방 의료 서비스 사업을 결심하게 되었어요.
 
보통 질병 치료는 대체로 치료가 끝나면 더 이상 병원을 찾지 않게 되지요. 하지만 통증 등과 같은 증상이 있어 진료를 받는 질병 치료 영역과는 달리 예방 의료는 아직 질병이 진단되지 않거나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합니다.
 
건강검진이나 예방접종 등과 같은 예방 의료의 양극화는 이를 이용할 수 있는 부유층과 그렇지 않은 빈곤층 사이에 사회적인 위화감을 조성합니다. 또한 예방 의료를 과잉 이용하거나 아예 이용하기 힘든 두 집단 모두에게 피해를 주게 되지요. 의료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들은 무조건 값비싼 검사나 예방접종이 좋은 것으로 생각하기 쉬워요. 하지만 방사선 노출량이 많은 고가의 검사를 자주 받다가는 오히려 암에 걸릴 위험만 높아지게 됩니다.
 
이런 예방 의료의 불평등을 해소하고 국민들의 건강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키려면, 필수 예방 의료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되, 평소 건강한 생활습관을 실천하도록 돕고 제때에 꼭 필요한 검사만 받도록 권고해주는 주치의 제도가 도입돼야 합니다.
 
그러나 아직 베트남 정부가 유럽 대다수 나라들이 시행하고 있는 주치의 제도를 도입하는 건 요원하다고 보구요. 그래서 <헬프>를 창업하게 된 거지요.
 
<헬프>의 주치의 시스템, 어떻게 운영되나
 
수정: 주치의 시스템은 한국에서도 보편화되어 있지 않아서요, <헬프>의 주치의 시스템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을까요?
 
뚜언: <헬프>의 의사들은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고객의 집을 방문하여 건강 검진을 하고 또 필요에 따라 수시로 방문 진료를 해요. 상담이 필요할 때는 꼭 방문이 아니더라도 의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문의할 수 있는 직통 전화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고요. 고객의 입장에서는 일반 병원 진료에 드는 교통비, 시간, 체력 등을 절약할 수 있고 자신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주는 주치의를 갖게 되는 셈이죠.
 
평소 생활습관이나 건강 위해 요인을 잘 파악하고 있는 주치의가 판단하기에 고객이 특정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라면 이를 예방할 수 있도록 운동이나 식습관 개선을 권고합니다. 이를 통해 현재의 질병 관리뿐만 아니라 미래의 질병까지 예방이 가능하도록 도울 수 있지요.
 
수정: 한국에서도 주치의를 둔다는 건 부유층의 전유물로 인식되고 있는데요, <헬프>를 통해 진료를 받게 되면 비용이 어느 정도 되나요? 그리고 실제 방문 진료 시 어떤 검사를 받을 수 있나요?
 
뚜언: <헬프>를 통해 진료를 받을 경우 한 달에 40만동(약 20달러), 1년에 5백만동(약 250달러) 정도예요. 교통비와 시간이 절감되는 것까지 감안하면 아주 저렴한 편이지요. 방문 진료 시 기본적인 진찰과 상담 및 처방을 하고 기본적인 피검사는 물론 휴대용 초음파 기계가 있어 집에서 바로 진단이 가능하지요. 그 밖의 의료 장비를 동반한 검사나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헬프>와 연대하고 있는 병원과 의사를 바로 연결해주고요. 주기적인 검진과 치료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보다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고 병을 조기에 발견하거나 최적의 치료가 가능하지요.

▲ 휴대용 초음파 기기가 있어 환자의 집에서도 초음파 검사가 가능하다     © 아맙 
 
수정: <헬프>의 의사와 간호사들은 총 몇 명인가요? 어떤 분들이 <헬프>에서 진료를 하고 있는지도 궁금하고요.
 
뚜언: 의사가 35명,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가 15명이에요. 의사들은 모두 진료 경력이 9년차 이상의 분들로 여러 분야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주치의 자격을 갖고 계세요. 모두가 <헬프> 사업의 취지에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신 분들이지요.
 
환자 중심의 진료로 공감 이끌어내

 
수정: 환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헬프>를 통해 건강을 지킨 사례 등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다면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뚜언: 우선 환자들이 보다 편하게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아주 좋아해요. 예방 의료의 중요성도 알게 되고 자신의 건강관리에 보다 적극적이게 되죠. 의사와 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도 환자들에게 큰 힘이 되고요.
 
작년 12월, 위암을 앓고 있던 한 환자분이 뇌까지 전이되어 더 이상 치료 가망성이 없다는 선고를 받게 되었지요. 환자가 거의 식물인간 상태였고 가족들도 막대한 치료비 부담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고 집으로 데려왔죠. 살 가망은 없었지만 그래도 환자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자 가족들이 <헬프>를 찾았어요.
 
그런데 <헬프>의 주치의가 진단서를 다시 검토한 후 뇌까지 암이 전이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어요. 당시 환자의 인지 기능이 거의 마비된 상태였는데 그 원인은 뇌로 전이된 암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 뇌에 산소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판단했고 병원과는 다른 방법으로 치료를 시작했어요.
 
그랬더니 환자의 상태가 조금씩 호전되기 시작했지요. 예전에는 사람을 봐도 전혀 반응이 없었는데 지금은 부끄러워하기도 하고 낯을 가리기도 하고요. 환자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주치의와 함께 치료를 해 병세가 호전된 사례에요. 이밖에도 갖가지 종류의 질병이나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헬프>의 주치의와 함께 치료를 시작하면서 건강을 회복하고 있는 이야기들이 곳곳에서 진행 중이고요.  
 
의료시스템의 변화는 시작되었다

▲ 사회적기업 <헬프>의 사장 뚜언     ©아맙  
 
수정: <헬프>의 주치의 시스템이 일반인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아 홍보나 마케팅이 필요했을 것 같은데요.
 
뚜언: 기존에도 주치의 시스템이 있긴 했지만 부유층의 전유물이었어요. 보통 사람들은 주치의를 갖는다는 것 자체를 생각지도 못했죠. 저희가 대기업도 아니고 자그마한 사회적기업으로 출발하던 차에 당연히 대대적인 홍보나 마케팅은 꿈도 꾸지 못했는데 그래도 한 번 저희 서비스를 이용해본 분들의 반응은 절대적이에요. 별도의 홍보나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입소문을 타고 고객이 확산되고 있지요. 덕분에 저희는 홍보 및 마케팅비를 절약해서 <헬프>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고요.
 
수정: <헬프>를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뚜언: 제가 의료인 출신도 아니고 게다가 앳돼 보일 정도로 젊은 나이에 손에 쥔 자본도 없었지요. 달랑 <헬프> 사업계획서 하나만을 들고 주변의 지인들을 한 명씩 설득해 나갔어요. 그가 출자에 동의를 하던 안 하던 이 사업에 적당한 사람을 세 명만 소개해달라고 청했지요. 만약 다섯 명을 만났는데 그 다섯이 모두 고개를 젓는다면 내 사업계획서에 문제가 있는 거지요.
 
중도에 두 손 들고 기권하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만약 출자가 어렵다면 옵서버, 어드바이저, 또는 자원봉사자로라도 참여해 달라고 진심으로 부탁을 했지요. 그렇게 해서 모두 500명이 <헬프> 사업의 조사단으로 참여하게 되었어요.
 
저는 끊임없이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렇게 업데이트된 데이터를 토대로 사업계획서와 경영전략을 수정, 보완해갔지요. 동시에 업무평가, 고객관리, 예측시스템, 세일즈, 마케팅 등의 소프트웨어 시스템들도 하나하나 개발해가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어요. 그렇게 해서 <헬프>의 초기 출자금 140억 동(약 70만 달러)을 모으는 데 성공하게 되었지요.
 
수정: 앞으로 사회적기업 <헬프>를 어떻게 꾸려나가고 싶으신가요?
 
뚜언: <헬프>의 궁극적인 목적은 현행 의료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하고 베트남 사회에 예방의료 시스템을 보편화시키는 것이에요.
 
또 다른 하나는 예방 의료와 관련한 교육 사업을 벌이는 것이에요. 제가 교육자 집안에서 자란 탓에 개인적인 관심도 크겠지만, 현재 베트남의 교육 제도가 의학 상식이나 위생, 질병 예방에 아주 취약한 것 또한 사실이지요. 어려서부터 제대로 된 의학 교육을 받아야 예방 의료의 중요성도 알 수 있고 효율적인 건강관리도 해나갈 수 있겠지요.
 
생활 속에서 조금만 노력하면 우리 모두가 보다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엄청난 인내심과 의지, 그리고 지속적인 실천을 요구하는 어려운 일이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의료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의식 개선이 필요하고 의료 환경 등 현행 의료 시스템이 변해야 합니다. 굉장히 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저는 <헬프>를 통해 그러한 변화를 꼭 이루어내고 싶어요.
 
*기록 정리 : 권현우 (아맙 마케팅 팀장)
 
아맙 카페주소: http://cafe.daum.net/doanhnhanxa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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