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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잇따른 핵발전 사고, 생명위협하는 핵발전 폐기해야  
 
10월 29일, 월성1호기에 올해 들어서만 네 번째 발전정지 사고가 발생해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월성1호기는 오는 11월 20일로 설계수명 30년이 마감되는 노후 핵발전소이다.
 
신고리, 영광5호기, 울진2호기, 월성1호기 사고…

 
지난 10월은 그야말로 핵발전소 정지사고로 점철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월 2일에는 신고리 핵발전소가 제어봉 제어계통 이상으로 가동 중단되었다. 같은 날, 영광5호기도 원인미상으로 가동이 중단되어 국민 불안을 증폭시켰다. 더구나 이 두 핵발전소 모두 재가동 시작 하루 만에 다시 고장을 일으키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그리고 10월 28일에는 울진 2호기가 정지터빈 제어계통 이상으로 자동 정지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월성1호기 고장사고에 대해 자체조사를 벌인 결과 “당시 발전소 운전원이 차단기를 잘못 조작하여 일부 기기에 전원이 공급되지 않았으며, 이에 따른 발전기고정자 냉각수계통 이상으로 발전기를 보호하는 계전기가 동작되어 정지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경북매일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해당 운전원은 “입사 1년을 겨우 넘긴 2년차 직원”으로 “해당 보직을 맡은 지 겨우 4개월” 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상급자가 동행하도록 한 내부규정도 지키지 않고 혼자서 발전기를 조작”시켜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올해 2월 9일 발생한 고리1호기 사고 때도 업무숙련도가 낮은 협력업체 직원이 작업순서를 무시하고 차단기를 작동시킨 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이었다. 당시 고리1호기에 12분 동안 전원공급이 전면 중단되어 냉각기능이 상실되는 위기상황에 놓였었다.
 
한수원의 업무관리부실로 발생한 심각한 사고임에도 당시 한수원은 한 달 가까이 사고 발생사실과 원인을 은폐하기까지 해 충격을 준 바 있다.
 
수명연장 허가도 받기 전에 설비투자부터?
 
월성1호기는 고리1호기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핵발전소이다. 그러나 한수원은 월성1호기 수명 연장이 결정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미 7천억 원을 투입해 설비교체를 단행한 상태이다. 안전성 등에 대해 충분한 검토를 거친 후 허가를 받고 수명연장을 한다는 기본적인 절차를 깡그리 무시한 것이다.
 
핵발전소의 수명연장과 같이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할 문제에서조차 한수원이 이런 ‘막가파’식 발상을 밀어붙이니, 핵발전소 가동현장에서 중요한 안전수칙이 무시되고 있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허가를 받기 전에 설비투자부터 밀어붙인 한수원의 속내에는 ‘이미 들어간 돈이 아까우니 수명연장 해야 하지 않겠나’는 반응을 노린 것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정부 주도의 사업에서 이런 식의 세금을 볼모로 한 협박을 종종 목격해왔다.
 
월성1호기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안정성과 경제성 측면에서 여러 문제를 지적 받았다. 전문가들은 월성1호기와 같은 중수로 핵발전소의 경우, 다른 핵발전소보다 안전장치가 더 필요한 유형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제작국인 캐나다에서도 퀘벡주의 젠틀리 핵발전소와 같이 수명연장을 포기한 사례가 나오고 있다.
 
핵발전소에 ‘작은 사고’란 있을 수 없어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월성1호기 정지사고가 있은 후 지식경제부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우리나라의 핵발전소 정지빈도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면 우수한 편"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일본, 미국과 우리(나라)가 매우 우수하고 프랑스는 우리보다 10배 가까운 정지 빈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우수’한 나라 중 이미 두 곳-일본 후쿠시마와 미국 스리마일섬-에서 끔찍한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했다.
 
또 홍 장관은 "원전 정지는 최소화해야겠지만 100만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진 원전이니 정지사태를 어느 정도는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아찔한 말도 쓴 것으로 밝혀졌다.
 
핵발전소 사고는 ‘작은’ 사고도 얼마든지 끔찍한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점에서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원천적으로 핵발전 폐기를 선언하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홍석우 장관이 보여주는 핵발전소 사고에 대한 인식수준은 장관으로서의 자질뿐 아니라 현 정부의 수준을 다시 되묻게 만든다.
 
“월성원전을 포함해 대한민국 원전에는 단 한 차례의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으며 단지 고장이 일어났을 뿐”이라는 한수원 발표에서도 이러한 입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위험발생 가능성에 대해 신중하지 않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절차를 무시하는 한수원과 정부의 태도를 보며, 핵발전소사고가 발생했을 때 적절한 대처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신뢰를 어떻게 가질 수 있겠는가.
 
세계는 이미 탈핵과 재생에너지를 향해가고 있다
 
우리는 국민의 생명이 달린 문제가 정권의 이해에 따라 너무 쉽게 은폐되는 현실을 계속 목도하고 있다. 구미 불산가스 폭발사고 때에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축소와 은폐로 일관했다. 4대강에서 벌어지고 있는 물고기들의 떼죽음은 또 어떤가. 대구환경운동연합 현장조사단에 따르면, 낙동강에서는 오염에 견디는 힘이 강한 붕어나 메기를 포함해 수십만 마리의 물고기가 폐사된 것으로 추정했지만 환경부는 고작 “4,400여 마리”라고 발표했을 뿐이다.
 
4대강 사업과 구미 불산가스 폭발사고와의 관련성에 대해서 무조건 ‘관련 없다’는 태도만 고수하던 환경부는, 사태가 심각해지자 마지못해 물고기 떼죽음 사건에 대해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리기로 했다. 그러나 민관합동조사단이 얼마나 공정하고 성실한 조사결과를 발표할지에 대해서도 시민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핵발전소 사고는 오염범위가 광대하고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오염회복이 매우 어렵다는 점에서, 사고가 발생할 아주 낮은 가능성마저도 완전히 차단해야 한다. “정지사태를 어느 정도는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의 말은 어찌 보면 핵발전 폐기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말이 될 것이다.
 
더구나 핵발전은 수만 년간 안전한 콘크리트 더미 속에 보관해야 할 핵폐기물을 계속 쌓아가는 것을 포함한다. 인간의 평균 수명은 고작 100년도 채 되지 않는다. 그러니 수만 년은 영원이라는 말로 대체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핵발전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불안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는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핵발전을 멈추는 일이 될 것이다. 세계는 이미 탈핵과 재생에너지를 향해가고 있다. 핵발전은 낡고, 위험하고, 비싸기 때문이다. (박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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