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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좋아하는 게 뭘까?
춤을 추는 이선아

[여성주의 저널 일다] 윤정은

 
“이상해요. 지금이 나답고, 지금 이 모습이 예전부터 나였던 것 같은 느낌. 1년 6개월 전만 해도 다른 꿈을 꾸었을 텐데.”

선아씨는 “지금 너무 행복하고 좋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고 말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인터뷰 약속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상기시키며 한번 생각해봤다.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한 그때부터 지금까지의 시간들이 어땠나를. “행복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했다. 그를 이렇게까지 행복한 느낌으로 이끈 것은 “춤”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게 뭐냐? 라고 물었을 때는 춤이었어요. 할 수 있을 때 해보자 라는 생각이 들었죠.”
 
마주한 시간 동안 선아씨는 “내 안에 있는 어떤 리듬이나 움직임”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춤에 관련한 얘기뿐이었다. 춤을 더 전문적으로 배우기 위해 진학을 결심한 이래, 현재 그는 몇 개월 앞으로 다가온 시험 준비로 여념이 없다.
 
“춤이 곧 나구나”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한 그때부터 삶이 행복하다

결심을 하고 목표를 향해 달리기 시작한 건 1년 6개월 전부터다. 어렸을 적부터 춤이 언제나 옆에 있었지만, 무용이라는 것을 접해본 적은 없었다고 한다. 그냥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들이랑 모여서 연습하고 사람들 앞에서 춤추며 놀고 했던 게 좋았던 기억 정도다.
 
그리고 이십대가 되어 다른 진로를 택해 공부하면서 춤은 취미 정도가 되었다. “재즈댄스”를 배우기도 했지만, 춤 추는 걸 좋아하는 자신을 보며 괜한 고민도 많았다.
 
“춤이 마치 저의 욕망 같고, 춤에 대해 이분법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춤을 추러 다니면서 이제 춤은 안 하겠다, 내려놓겠다고 생각했었어요.”
 
춤을 좋아하는 자신을 단죄하는 시간도 있었고, 춤을 선택하기까지 번민의 시간을 거쳤다. 그러나 이제 선아씨는 “춤은 나의 도구”라고 말하고, “춤이 곧 나”라는 경험을 했다고 말한다.
 
“지난해 너무 힘들 때 춤을 못 추겠더라구요. 감정과 상관없이 춤을 출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춤이 나구나 라는 걸 느꼈어요. 나의 춤이 나를 위로하고, 내가 힘들고 지쳐있을 때 의지를 가지고 경쾌한 움직임을 하니까 감정도 따라오더라구요. 나 스스로를 치유한 경험이랄까. 물론 춤이 다른 사람들과 소통의 수단일 수도 있지만, 스스로 자기를 도울 수 있고 좀더 솔직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감추고 싶은 부분도 춤을 보면 감출 수 없죠.”
 
수요시위, 할머니들 앞에서 춤을


수요시위, 할머니들 앞에서 춤을

최근에 사람들 앞에 자신의 춤을 보여줬던 경험은 지난 8월 13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서 주최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공연을 했던 것이다.

 
“너무 부끄러웠어요. 이런 문제에 대해 잘 몰랐고, 이 시대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몰라도 된다고 책임을 회피하고 살아왔던 게 아닐까 라는 생각에 부끄러웠죠.”
 
또 부끄러웠던 이유는 타인의 고통, “남에게서 전해들은 얘기와 주제”를 춤으로 표현하고 자기 속으로 소화하고 타인과 교감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아직 경험하고, 배워야 할 게 많다”며 그는 부끄러운 미소를 다시 지었다.
 
춤을 추면서 “나를 더 많이 발견하고 자유로워진 것 같다”고 말하는 선아씨.
 
“내 안에 갇혀 있던 여성성을 발견한 경험이 있었어요. 집안에서 맏이로 컸는데, 가정에서 요구 받았던 모습은 씩씩하고 의지적인 모습이었죠. 춤을 추면서 보니, 제가 부드럽고 예쁜 거 좋아하는 사람인 거에요. 그 동안 그런 저를 무시하고 부끄러워했던 거죠. 그리고 내 안에 힘이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어요. 몸이 더 잘 아는 것 같아요. 저는 아직도 저를 잘 모르는데.”
 
버려진 자전거를 타고도 마음이 부자인 하루하루
 

"춤은 나의 도구"이자 "춤이 곧 나"라고 말한다

하루 바쁘게 움직이며 자신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는 선아씨를 보자니, 삶의 활력 같은 게 느껴졌다. 딱 2년 전 춤을 배우겠다고 생각하고 일해서 모은 돈과, 시간 날 때마다 하는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활을 이어가느라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생활이지만 그의 마음은 어느 때보다 부자다.

 
최근에는 버려져 있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버스 값도 아낀다고 한다. 오랫동안 한 곳에 버려져 방치된 자전거라서 살펴보니, ‘Hi 서울’이 붙어있어 구청서 관리하던 자전거 같아 전화해봤더니 ‘알아서 쓰라’고 하더란다. 바퀴 빵구난 거 때우고 손을 좀 봐서 잘 타고 있다.
 
“주변에 유기된 게 있으면, 저희 같은 사람들에겐 좋죠”라며 그는 막 웃었다. 사람들이 물질적으로 풍요로우니 아까운 줄 모르고 막 버리고 사는 것 같다고. 그는 주변에 버리진 책상이나 재활용할 수 있는 물건들은 주워다 손질해서 쓴다고 했다. 아쉬운 게 많을 텐데도 지금은 “춤만 계속 출 수 있다면”이라는 생각밖에 없다.
 
“내가 선택해서 한 일인데, 힘든 게 있다면 외로운 거, 고독한 거 같아요. 그리고 내가 할 수 있을까 라고 스스로를 의심할 때, 그때가 제일 힘든 것 같아요. 그러나 점점 더 확실해져요. 이게 내 거 같다는 생각이 드니까.”
 
춤이라는 도구를 통해 사람을 만나고, 이해하고,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사람, 이선아. 그와 헤어지면서, 나의 움직임과 내 속에 있는 리듬감은 뭘까. 지금 내 속에 든 것들을 춤으로 표현한다면 어떻게 나올까. 그런 생각이 미치자 발걸음이 경쾌한 리듬감을 타고 한결 가벼워지는 것만 같았다. ⓒ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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