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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임신하면 퇴사’하는 현실이 바뀌려면?
은수미 의원·여성노동자회 등 ‘모성보호’ 실태, 정책제안

 
50명 규모의 인테리어 업체에서 3년간 디자이너로 일한 김미정씨(40, 가명)는 출산 후 육아휴직을 신청했다가 권고사직 당했다.
 
김씨는 아르바이트로 입사한 후 정규직으로 채용되었는데, 매번 “임신해서 계속 다닐 거냐”는 질문을 받아야 했다. 김씨에 앞서 임신한 다른 직원은 법률적으로 보장된 육아휴직을 회사 측이 거부해 산전후휴가(출산휴가)만 쓰고 결국 퇴사했다. 회사에서는 이 사례를 ‘(출산휴가를 쓰게 해주어) 배려를 많이 했는데 퇴사했다’며 여직원에 대해 부정적으로 자주 언급했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김씨와 주위 여직원은 ‘이 회사는 임신해가지고 애를 낳고 계속 다니기는 어렵겠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김씨는 임신 4개월이 되도록 임신 사실을 숨기게 되었고, 몸의 변화가 겉으로 드러나 본부장이 ‘임신한 것 아니냐’고 물었을 때에야 농담 식으로 임신했다고 얼핏 흘렸다. 출산일이 다가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계를 동시에 냈는데, 이때까지도 가타부타 말이 없던 회사는 출산휴가로 쉬고 있던 김씨는 불러 ‘육아휴직을 줄 수 없다’며 사직할 것을 종용했다. 김씨는 회사를 그만두어야 했다.
 
서비스업종, 출산휴가 사용률 절반에 불과

▲ 정부는 저출산대책을 내놓으며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여성노동자들은 임신과 출산, 양육을 이유로 해고되고 있다.      © 일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여성노동자의 65%가 종사하는 30인 미만 사업장 중 특히 여성들이 밀집된 서비스 업종을 대상으로 모성보호·성희롱 실태를 조사하였다. 실태조사는 90일간 서울, 부산, 광주, 안산 등 12개 지역에서 병의원, 어린이집, 학원 등 서비스업 부문의 30인 미만 영세사업체에서 일하는 2천351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모성보호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여성노동자들이 체감하는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기만 했다. 김씨와 같은 사례는 지금도 특별한 어떤 직장만의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소규모 사업장의 여성노동자, 특히 비정규직은 모성권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설문에 참여한 여성 중 출산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경우는 421명이었으며, 이 중 산전후휴가(출산휴가)를 사용한 경우는 52.5%에 불과했다. 절반에 가까운 47.5%는 산전후휴가를 사용하지 못하고 퇴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전후휴가를 사용하지 못한 이유는 이미 회사를 그만두었기 때문(63.9%)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설문조사를 진행한 김영옥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출산 전에 출산휴가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와 일·양육 병행의 어려움으로 미리 퇴사하는 것”이라고 추정했다.
 
응답자를 포함해 직장에 임신한 여성이 있었던 경우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4명 중에 1명이 ‘출산휴가를 신청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25.4%)고 답변하였으며 ‘출산휴가 신청에 부담을 느낀다’는 답변도 46.6%에 달해 이러한 추정을 뒷받침한다. 앞서 산전후휴가를 사용하지 못한 이유에 대한 응답 중 ‘회사에서 출산휴가를 주지 않았다’는 답변도 14.3%에 달했다.
 
산전후휴가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사업체라고 하더라도 법정 휴가일수 90일이 지켜지지 않는 사업장의 비율도 38.2%에 이르렀다. 육아휴직 이용률은 23.8%로, 산전후휴가에 비해서 더욱 낮았다.
 
육아휴직을 사용한 여성이 겪을 수 있는 불이익에 대해 질문할 결과(복수응답), 35% 이상의 응답자가 ‘승진 및 교육기회의 누락 또는 불이익’과 ‘휴직 후 원치 않는 다른 업무로 배치전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하였다.
 
휴가 사용뿐만 아니라 ‘임신한 여성이 태아검진 시간을 이용하는 것’은 27.7%에 불과하고 ‘수유시설이 없고 수유시간을 이용한 직원을 본 적이 없다’도 72.2%에 이를 정도로 모성보호 보장은 척박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여성들은 임신을 기점으로 퇴직과 이직을 경험하게 되고, 이는 여성노동자의 경력단절로 이어지고 있다.
 
기업부담 줄이되 위법 시 행정처분 강화해야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설문조사와 심층면접으로 진행된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9월 18일 전국여성노동조합, 민주통합당 은수미 의원과 함께 <여성노동자의 모성보호를 위한 정책대안>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국회도서관에서 열었다.
 
기업들이 육아휴직을 거부하는 이유는 대체인력을 뽑기 어렵다는 점과 비용 부담의 문제로 요약된다. 이에 대해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부대표는 심층면접에서 드러난 여성노동자들의 요구를 반영해 구체적인 정책들을 제안했다.
 
임윤옥 부대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중소·영세기업이 이런 부담을 다 지면서 출산휴가, 육아휴직을 보장하기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현재 육아휴직을 부여하는 사업주에게 지원되는 육아휴직장려금을 100%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또한 “지자체나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우선적으로 여성 집중 업종을 대상으로 대체인력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대체인력 채용장려금도 100% 인상할 것을 주문했다.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또한 “점진적으로 출산휴가 급여의 사회분담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했다. “OECD국가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출산휴가 급여를 개별기업이 부담하는 국가는 거의 없다”는 것.
 
박선영 연구위원은 “모성보호에 관한 ILO협약도 출산휴가 시 임금을 보전하되 이 비용을 개별기업이 부담하지 않도록 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며 “우선지원 대상기업 뿐 만 아니라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출산휴가 급여 90일분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여성노동자회 임윤옥 부대표는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는 지원책과 함께 한편으로 “임신·출산 해고 시 더 강력한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는 가중 처벌 조항을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현행법에서 임신, 출산을 이유로 한 해고는 금지되어 있으며 위법 시 과태료를 물게 되어 있지만, 사업주들은 여성노동자들이 ‘스스로 지쳐 포기하도록’ 유도하면서 과태료 처분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위법사항이 빈번히 발생하는 사업장은 ‘영업정지’와 같이 강력한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는 법 조항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모성보호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비정규직 여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정책도 요구했다. 일하는 여성의 62%를 차지하는 여성 비정규직 규모를 대대적으로 축소하고, 영세사업장 비정규직 여성의 모성보호 확대를 위해 사회보험 가입률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비정규직 여성의 지속 고용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임신․출산 후 계속고용지원금 제도를 적극 홍보하고 지원 액수도 100% 인상하여 현실화할 것을 제안했다.
 
임윤옥 부대표는 이와 같은 정책 제안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 현재 여성가족부와 노동부로 나뉘어 추진되고 있는 여성노동정책을 통합해 추진할 전담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통령 직속의 ‘일-가족양립 사회조성위원회’를 설치해달라는 주장이다.
 
노동시간 줄이고 아버지의 양육 참여 늘인다면

▲ 여성단체들은 일-가족 양립을 위해서는 노동시간 단축 등 사회 전반의 구조 변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일다 
 
한편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가족양립을 위해서는 관련 제도를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사회전체의 구성원리가 일-가족양립을 추구하는 사회로 변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질적으로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돌봄노동에 남성이 참여하고, 인프라로서 보육정책은 지속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양육에 남성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출산휴가를 마친 배우자가 있는 남성노동자에게 30일간의 영아육아휴직을 부여하는 것과 ▲육아휴직기간을 12개월 14개월로 2개월 연장하고, ▲노동자 1인이 사용할 수 있는 육아휴직 기간은 12개월을 넘을 수 없도록 하여 나머지 2개월은 남성노동자만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19대 국회에서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이 방안은 지난 18대 국회에 민주당 홍영표 의원이 발의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담긴 내용이나 당시 정부 측의 반대로 의결되지 못했다.
 
박선영 연구위원은 이와 함께 노동시간 단축과 야간노동 규제를 중요한 방편으로 제시했다. “장시간근로는 성별분업을 전제로 형성된 것”이므로 “남녀근로자에게 근로시간과 가족시간을 적절하게 배분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을 가족 친화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가족친화적인 근로시간’에 대해 ILO의 협약은 “여성은 물론 남성까지 포함하는 부모가 그들의 가족을 돌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박선영 연구위원은 현행 근로기준법이 “연장근로 및 야간근로와 휴일근로에 대해 임금할증만 규정하고 있을 뿐 야간근로에 대한 규제는 하고 있지 않다”며 “야간노동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필요한 경우에 한해 인정하는 방식”으로 야간근로를 규제하는 것을 제안했다.  (박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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