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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어떻게 대응할까>⑧ 군사활동과 기후 안보 
 
기후변화로 인해 인류는 큰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일다>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공동 기획으로 “기후변화, 어떻게 대응할까” 기사를 연재한다. 필자 이정필님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이다. <일다> www.ildaro.com
 
2020년 4월에 남과 북이 통일된다? 어느 용한 점술가의 예언이 아니다. 남북 관계에 정치적으로 획기적인 변화가 있어서도 아니다. 귄 다이어라는 국제안보 전문가는 자신의 책 <기후대전>에서 기후변화로 초래될 가상의 시나리오를 보여준다. 기후변화로 북한의 식량 생산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갑작스레 정권이 붕괴해 한국에 흡수 통일되는 미래상을 그린다.
 
그런 역사적인 사건이 2020년에 일어날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지 평가하는 건 내 능력 밖이다. 중요한 것은 기후변화가 ‘주권’과 ‘안보’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다. 최근 안보 논의에서 ‘에너지 안보’, ‘기후 안보’라는 개념이 부상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그렇다.
 
기후변화가 ‘안보’에 중대한 영향 미쳐
 
기후변화를 분쟁이나 갈등과 연관 짓는 것은 기후변화의 실상을 드러내는 한 방편이다. 기후변화가 직접적이거나 간접적인 원인이 되어 무력충돌로 비화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고,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비극적 전망이 쏟아지고 있으니 더욱 중요하다 할 수 있다.
 
기후변화는 식량, 물, 토지와 같은 물리적 환경의 변화로 이어지고, 국가적으로나 국제적으로 사회정치적 시스템이 이에 대응하지 못하면 폭력적인 갈등 상황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다행히 분쟁이 격화되기 전에 협력 체계가 마련되면, 위기를 기회로 삼아 지속 가능한 상태를 기대할 수 있다. 기후변화를 둘러싼 국가간 민족간 갈등과 협력의 구도, 즉 기후 안보는 기후변화의 결과를 설명하는 방식인 셈이다.

▲ 미국의 기후 안보를 강조하는 이미지  © 출처: Partnership for a Secure America 
 
오죽했으면 온실가스 의무감축을 거부한 미국에서조차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따져보고 있을까. 미 국방부는 공식적으로는 처음으로 2010년판 “4개년 국방검토보고서”에서 기후변화를 미래 안보에서 중요한 요소로 명시했다. 기후변화가 미국의 이익을 위태롭게 할 테니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는 생각에 이른 것이다.
 
예컨대 식량난으로 장차 많은 수의 중남미 기후난민들이 미국 국경을 넘게 될 텐데 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귄 다이어가 예상한 것처럼 국경을 폐쇄해버리고 난민들을 향해 총질을 해대지 않길 바랄 뿐이다.
 
국제적 책임엔 둔감하지만 패권주의를 유지하기 위해서, 미국 국방부와 CIA는 기후변화를 담당하는 조직을 만들기도 했다. 기후라는 새로운 안보 주제를 국가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다루고 있는 곳은 비단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영국에는 ‘기후.에너지 안보대사’가 별도로 있다. 2009년 국방부와 외무부는 기후와 에너지가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해 대사관에 기후 안보 부서를 만들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 군사활동

 
그런데 분쟁과 군사 활동이 기후변화의 ‘결과’라고만 이야기할 수 있을까? 만약 군사주의가 기후변화의 ‘원인’이라면, 왜 이런 이야기를 접하기는 어려운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군사주의는 기후변화의 결과이자 원인이다. 군사주의는 국가 기밀로 취급되는 특성 탓에, 더 중요하게는 미국의 패권주의 때문에, 기후변화에서 예외조항이라는 특혜를 받아왔다.
 
전쟁과 평화는 국제관계를 규정하는 핵심 주제이다. 전쟁이 인간의 삶을 파괴하고 생태계를 황폐화시키는 가장 극단의 위협이라는 진실 때문에, 반전평화운동은 어느 시대고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군사주의의 환경 비용’을 연구하는 브라이언 파렐은 전 세계에서 환경에 가장 큰 위해를 주는 것으로 미국 군대를 꼽는다. 미군이 수행하는 전쟁과 군사 활동은 대기, 물, 토양에 여러 독성 물질들과 방사능 물질을 배출한다. 이런 점에서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펜타곤(미 국방부, 최고 군사기관)을 없애는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수긍이 간다.
 
군사주의는 어떻게 기후변화의 원인이 되는 것인가. 통상 산업화와 열대 우림 파괴가 기후변화의 주된 원인으로 거론된다. 그런데 다른 환경 문제와 마찬가지로 군사주의 역시 기후변화를 초래한 주요 원인이다. 군사 활동과 전쟁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실로 막대하기 때문이다.
 
미 국방부 소속 육해공군은 세계 최대의 단일 ‘석유소비자’이다. 핵잠수함 등 핵발전으로 운영되는 80개를 제외하고 수십만 개의 수송, 공격 장비가 석유로 움직인다(<Energy Bulletin>, 2007년 2월 17일). 세계 210개국 중 35개국만이 펜타곤보다 일일 석유소비가 더 많을 뿐이다. 미군은 공식적으로 일일 석유소비량이 32만 배럴인데(2006 CIA World Factbook), 여기에는 군수물품을 생산하고 실험하는데 들어간 엄청난 에너지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온실가스 배출 제한에서 군대는 예외” 

▲ 미군이 전장에서 태양광 발전 패널을 설치하는 모습.  최근 ‘녹색 국방’이라는 이름으로 군사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대체하고 있다.  © 출처: United States Marine Corps, 2005 
 
전 세계 미군의 전쟁, 군사 활동, 기지 운영, 군수품, 운송 등에서의 배출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군대가 다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데도 국제협상에서 그리고 국가 차원의 온실가스 감축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이유는 뭘까?
 
1997년 교토의정서(기후변화협약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관한 의정서) 협상 시기에 미국은 ‘군사 활동’을 온실가스 감축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시킬 것을 요구했다. 당시 국방부 장관은 협상 중인 의정서에 국가안보 조항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조항의 요지는 ‘온실가스 배출 제한에 군대는 제외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나토와 유엔의 활동과 같은 다국적 활동이 포함됐다.
 
또한 1998년에 미국 의회는 교토의정서 하에서 군대의 배출 감축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펜타곤의 지구적 활동을 완전히 열외로 둠으로써 미국의 이산화탄소 배출은 실제보다 적게 보이는 효과를 낳았다. 최근 중국이 최대 배출 국가가 되었지만, 군사 활동을 포함시키면 여전히 미국이 최대 배출 국가일지 모른다. 미국의 국방비 지출액은 중국, 프랑스, 영국, 러시아, 독일, 일본, 이탈리아,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한국을 다 합친 것보다 많기 때문이다.
 
아무튼 유엔과 각 국가가 제시하는 종이로 만든 온실가스 배출량 통계로는 기후변화의 실상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음은 분명하다.
 
군사주의를 반대하는 것이 '기후 정의'다
 
2010년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16차 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 참가했을 때 “전쟁=기후변화=전쟁=기후변화… 고리를 끊어야 할 때”라는 제목의 국제 성명서에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의 이름을 넣었다. 기후정의, 반전평화, 반세계화, 여성주의 등을 걸고 온 많은 단체들의 주장에 동조해 연명하였다. 군사주의 해결 없이 기후 위기의 해결 없고 기후 정의도 없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성명서는 이렇게 시작한다.
 
“미군과 동맹국들이 배출 오염을 줄이지 않고 생명과 자원을 소비하는 한, 기후 위기에 해결책은 없고 ‘기후 정의’도 없다.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는 한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지금이 기후변화와 전쟁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죽음의 소용돌이를 끝낼 때다.”
 
군사주의는 기후변화를 초래한 원인이자 지금도 곳곳에서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하는 주범이다. 기후변화의 결과로 기후 안보를 둘러싼 경쟁이 심해질수록 군사주의는 더 득세할 수밖에 없다. 기후정의 운동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운동을 통해 우리가 잃을 것은 군사주의와 기후변화 간 속박의 사슬 밖에 없다.  (이정필 /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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