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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일용파견 금지, 여성 다수업무는 예외?
파견법 개정, 여성노동 또다시 소외될까 우려
 
[여성주의 저널 일다] 아카이시 치에코 

일본사회에서는 최근 들어 ‘근로빈곤’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일용 파견노동을 하는 사람들의 비참한 실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용 파견이란 날마다, 혹은 3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해 고용하는 것을 말한다.

 
노동정책심의회는 일용 파견을 규제하는 내용의 ‘노동자파견법 개정에 관한 건의’를 제출했고, 현 국회나 다음 국회에서 노동자파견법 개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하지만 일용 파견 외 파견직 다수를 점하고 있는 여성노동자와 관련된 파견 문제들은 그대로 방치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대두되고 있다.
 
파견되어 일하는 여성들의 열악한 노동현실
 

“여성이 말하는 파견노동” 모임 [페민 제공]


일용 파견으로 일하는 여성 A씨는 사무, 판매 등의 일을 하며 임금은 교통비 포함 7천 엔 이하를 받았다. A씨는 급작스럽게 일이 취소된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고 한다. 심지어 아침에 집합소에 나갔다가 일이 취소된 사실을 통보 받은 적도 있다.

 
한 국립대학의 비상근직원으로 파견이 된 B씨. 그곳에서 7년간 일했지만, 대학이 독립법인화하면서 고용을 해지했다. 결국 B씨는 같은 대학에 ‘파견’이 되어 같은 일을 하고 있다. 시급은 1천170엔에서 1천100엔으로 하락했다. 파견노동자는 노조를 통한 교섭도 불가능하다.

 
파견으로 편집업무를 담당했던 C씨. 계약상 근로시간은 7시간임에도 잔업이 많았고, 점차 업무량이 늘었다. 시간이 지나 C씨는 해당업체의 자회사로 파견되면서 급여는 더욱 하락했고, 결국 병으로 퇴직했다.

 
파견 간병인으로 일했던 D씨. 일에 익숙한 간병인이 세심하게 돌봐야 할 그룹홈으로 파견되었다. 시급은 1천300엔. 목숨이 위태로웠던 사고도 있었다. 간병 대상자의 결핵 병력 등도 통보를 받지 못해 위험을 무릅쓰고 직장에 다니고 있는 상황이다.

 
파견 걷잡을 수없이 확대, 女 불안정고용 떠밀어

 
원래 노동은 ‘사용자’가 곧 ‘고용자’여야 한다. 그런데 파견노동은 ‘사용자’와 ‘고용자’가 다르다. 노동자는 파견업체인 A회사에 고용되어 있으면서, 실제로는 B회사 사업장에 파견되어 사측의 관리를 받으며 노동력을 제공한다.

 
이런 시스템으로 인해, 파견노동자가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한 채 일하며 부당하게 해고를 당한다 해도, 책임업체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억울한 처지에 놓이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파견법 제정 당시 정부와 재계는, 고용주인 파견회사를 정부가 단속하고 관리함으로써 파견노동자의 권리가 지켜질 수 있다는 논리로 법을 만들었다. 그 후 파견법은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었고, 파견노동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어왔다.

 

변호사 나가시마 사토에씨 [페민 제공]


변호사 나가시마 사토에씨는 “파견노동이 여성을 불안정한 기간제 고용과 단시간 노동자로 떠미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대부분 산업에서 비정규직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여성노동자의 57% (남성은 20%), 즉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이다.

 
사측 입장에서 파트타이머는 인건비가 싸고 구조조정이 쉽다. 파견의 경우 인건비가 파트타임에 비해서는 비싸지만, 노무관리가 필요하지 않고 구조조정도 쉽다는 이점이 있다. 한편, 노동자 측에게는 근로 시간과 일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이야기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육아와 간병의 책임을 떠안고 있는 여성노동자들의 경우, 정규직을 포기하고 ‘소극적인 선택’으로서 파견을 택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제조업 남성의 파견문제만 해결하면 그만?

 
파견 중에서도 바로 하루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일용 파견노동자들의 힘겨운 삶의 모습이 미디어를 통해 부각되면서, 결국 일본 정부는 일용 파견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정책방향을 정했다. 그러나 노동정책심의회가 제출한 파견법 개정 건의 내용은 여성노동의 관점에서 큰 한계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11일, 아시아여성자료센터와 ACW2가 공동주최한 모임 “여성이 말하는 파견노동”에서 이 같은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일용 파견 금지 ‘예외’로 정해놓은 업무들이 주로 여성들이 많이 종사하는 업무들이라는 점이다. 통역ㆍ번역ㆍ속기, 비서, 문서관리, 조사, 재무처리, 여행가이드, 안내ㆍ접수, 광고디자인, 서적 등의 제작ㆍ편집, 세일즈엔지니어 영업ㆍ금융상품 영업 등 18개 업무다.

 
개정안은 또한 일용 파견 외의 파견노동에 대해서는 규제의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상용근로자화 노력 의무’라든지, ‘동 업종 노동자의 임금을 고려’해서 처우를 결정하도록 지침을 두는 정도로는 강제력이 없다는 것.

 
그 외에도 파견회사의 수수료 비율에 대한 제한이 없으며, ‘고용계약상 기간을 정하지 않은 파견노동자’의 경우 고용계약 신청의무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큰 한계가 있다고 분석됐다.

 
한편 일명 “무조건 파견”으로 불리는 대기업의 자회사들에 대해, 본래 직접 고용해야 할 사람을 파견으로 충원한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에 파견하는 인원이 80% 이하면 인정한다고 함으로써 파견회사가 대기업의 제2인사부로서 역할을 할 여지를 남긴 셈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여성노조의 이토 미도리씨는 “노동자파견법이 실행됐을 당시는 정사원보다 파견의 수입이 높았지만, 그 후 파견의 급여는 하락하고 일반직, 사무직에서 모두 파견이 확대되면서 여성의 노동은 악화되었다”고 진단했다. 이어, 현재 파견법 개정방향이 “제조현장에서 일하는 남성의 파견문제만 언급하고 있다”며 “남녀의 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www.ildaro.com
 
※ 이 기사는 <일다>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여성언론 <페민>에서 제공한 10월 25일자 기사입니다. 고주영님이 번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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