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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감성 충전

고기에는 레드와인, 생선에는 화이트와인?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12.04.03 07:30

어떤 음식과 어떤 와인이 어울릴까?
여라의 와이너리(winery) 만남: 레드우드와 연어 2  
 
삶이 녹아있는 특별한 와인(wine) 이야기, "여라의 와이너리(winery)" 연재가 시작됩니다. 와인전문가가 직접 편견없이 와인을 즐기고 이해하는 법에 대해 말합니다. 
 
▶ 필자 - 여라. 마흔이 되면서 '즐거운 백수건달'을 장래 희망으로 삼았다. 그 길로 가기 위해 지금은 와인 교육, 한옥 홈스테이 운영, 번역 일을 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산과 들로 놀러다니다 와이너리(winery: 와인 양조장) 방문이 이어졌고, 이내 와인의 매력에 빠졌다. 미국 와인교육가협회 공인 와인전문가이며, 현재 영국 Wine & Spirit Education Trust의 디플로마 과정 중이다.  <일다> www.ildaro.com
  
고기에는 레드와인, 생선요리에는 화이트와인?
 
음식과 와인을 어떻게 곁들이느냐를 매칭 (matching), 페어링 (pairing), 마리아쥬(mariage – 불어로 ‘결혼’)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부른다. 강술이 아닌 다음에야 와인도 당연히 음식(혹은 안주)과 함께 존재한다. 

와인만으로도 어려운데 무슨 음식과 어떤 와인을 곁들여야 할지가 어려운 숙제처럼 다가온다.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보면, 음식이 정해졌으면 와인을 고르기가 훨씬 쉽고, 마실 와인이 정해져 있다면 같이 먹을 음식을 정하기가 쉽다는 말이 된다.

▲ 리슬링 품종의 포도. 리슬링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은 튀김 등 기름진 음식과 곁들이면 느끼함을 없애준다.  
 

우리 전통음식에도 음식궁합이라는 게 있다. 같이 요리하면 영양분 파괴 등 문제가 생기는 음식, 함께 먹으면 소화가 잘 되거나 윈윈(win-win) 상황이 되는 음식들이 있다. 와인을 음식에 곁들일 때에도 그런 몇 가지 기본 원칙이 있다. 그러나 모든 원칙이 그렇듯 기본바탕이 되어주는 것이지, 지키지 않는다고 ‘경찰차가 출동하거나 쇠고랑 차는’ 건 결코 아니다. 일단 알고 있는 건 매우 유용하다. 큰 그림 속에서 기능과 용도를 파악하고 나서 되도록 구체적 상황에 유익하게 쓸 수 있으니 말이다.
 
와인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다면 누구나 들어봤음직한 기본지침이 있다. ‘고기에는 레드와인을, 생선요리에는 화이트와인을 곁들인다.’ 이렇게 하는 타당한 이유가 있지만, 이게 언제나 맞아 떨어지는 불문율은 아니다. 저 말은 ‘전통적으로’ 큰 테두리 안에서 좋은 가이드라인이다.
 
와인생산지 영역이 유럽으로부터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이른바 와인의 ‘세계화’가 이루어진 오늘날은 와인 스타일이 너무나도 다양하다. 게다가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음식 종류도 한식에 그치지 않고 이탈리아, 프랑스, 베트남, 태국, 일본 그리고 온갖 퓨전 음식까지 치면 얼마나 많은가? 그런 의미에서 ‘고기-레드와인, 생선-화이트와인’은 어쩌면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지침일 수 있다.
 
또, 사람마다 입맛도 다르고 취향도 다르다. 어떤 사람에게는 삼겹살구이가 밝고 가벼운 느낌을 주는 음식일 수 있다. (개인의 취향!) 그리고 어떤 화이트와인은 어떤 레드와인보다 더 진하고 무거운 느낌을 줄 수 있다.
 
음식도 사람도 서로를 살려줄 때 빛난다
 
가장 좋은 매칭은 와인이나 음식 어느 한 쪽이 다른 쪽 맛을 꺾지 않고 서로 살려주는 것이 좋다. 그런 점에서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기본은 음식과 와인이 가진 크기와 색깔을 맞추는 것이다. 주재료가 크고 무거운 음식은 진하고 강한 레드와인과, 밝고 가벼운 음식은 옅고 상큼한 화이트와인과 곁들인다고 기억하면 좀 쉽다.
 
혹은 아예 대비되는 것도 괜찮다. 사람도 성격이 비슷하다고 꼭 사이가 좋은 건 아니다. 되레 끊임없는 긴장과 갈등을 겪을 수 있지 않은가. 튀김 등 기름진 음식은 화이트와인 중에서 산도가 강한 리슬링과 곁들이면 느끼함이 사라진다.
 
연어의 예를 들어본다. 연어는 참 맛있는 생선이기도 하지만, 여러 가지 요리방법으로 다양하게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사랑 받는 음식재료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바다에서 ‘건져온’ (연어낚시는 실력이 아무런 상관이 없고 순전히 운이란다.) 연어는, 음식 만들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완전히 놀이와 실험 대상이었다.
 
처음에는 쉽게 회로 먹고, 스테이크로 먹었다. 그리고 머리와 뼈는 일단 푹 고아 국물을 냈다. 그 다음에는 연어살을 이런저런 채소와 함께 쪄서 양념을 끼얹거나, 향신료 넣고 염장해서 빵과 크림치즈, 혹은 샐러드에 곁들이기도 하고, 나중에는 국물 내어놓았던 것에 연어 살과 두부 등을 넣고 국도 끓여먹었다. (일본 갔을 때 홋카이도 음식점에 가서 먹었던 것을 떠올려가며 대충 흉내 내 봤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연어로도 육포를 만든다는데 이건 아직 시도해보지 못했다.
 
음식마다 함께 마신 와인이 달랐던 것은 물론이다. 기가 막히게 근사한 짝도 있었지만, 꽝인 커플도 있었다. 이 길고 재미있었던 실험으로 분명해진 것은 ‘정해져 있는 규칙은 없다’는 것.
 
와인과 음식에는 이런 짝, 저런 짝, 수도 없이 많다. 그리고 생각에는 이러저러해서 잘 맞을 것 같거나 아님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데 막상 맞춰보면 잘 맞는 뜻밖의 쌍도 있다. 사람도 그러하듯 결이 비슷하면 어느 맥락에서 만나도 잘 통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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