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문화감성 충전

“텃밭 연극 축제” 탄생하다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12. 3. 31. 22:10

세상과 새롭게 만나는 지역연극축제를 열다
<뛰다의 시골마을 예술텃밭> 13. 제1회 텃밭연극축제  
 
※ 뛰다는 2001년 ‘열린 연극’, ‘자연친화적인 연극’, ‘움직이는 연극’을 표방하며 창단한 극단입니다. 지난해 강원도 화천으로 이주해 20여 명 단원들이 폐교를 재활 공사하여 “시골마을 예술텃밭”이라 이름 짓고, 예술가들의 창작공간이자 지역의 문화예술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일다> www.ildaro.com
 
“텃밭연극축제” 탄생하다

▲ 텃밭연극축제에서 공연된 뛰다의 연극 <광대> 중 한 장면.    © 뛰다 
 
2011년 7월 11일부터 8월 4일까지 약 4주간에 걸쳐 ‘시골마을 예술텃밭(이하 텃밭)’에서 제1회 ‘텃밭연극축제’가 열렸다. 축제라고 명명하기는 했으나, 일반적인 의미의 축제 형식을 띠고 있지는 않다. 처음 생각했던 것은 배우와 무용수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워크숍이 마치 축제처럼 이루어지는 형태였다. 평소 알고 지내던 다른 극단이나 무용단들과 의기투합하여 서로의 단원들에게 신선한 재교육의 기회를 제공해 보자는 소박한 의도를 가지고 출발했다.
 
그러다가 우리 작업에 관심을 가진 다른 배우/무용수들에게도 워크숍을 개방하기로 했고, 워크숍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물이나 과정을 마을 주민들, 혹은 우리 작업에 관심을 가진 분들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에 의견이 모아졌다. 비슷한 시기에 예정되어 있던 일본 ‘새’극단과의 교류 프로그램도 그러한 취지에 맞추어 공연과 워크숍, 포럼 등을 프로그램하기로 했다.
 
이렇게 하여, 좀 복잡한 듯 하면서도 텃밭에 꼭 필요한 맞춤형 축제가 탄생했다. 이 축제는 전체가 4주로 구성되어 있고, 마지막 주를 제외한 3주는 주중의 워크숍과 토요일의 공연으로 나뉘어졌다. 그러니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각종 워크숍이 열리고, 토요일에는 그 워크숍의 결과물 + 초청 공연을 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또한 매 주마다 각기 다른 형식의 워크숍에 각기 다른 참가자들이 모였고 토요일의 공연 역시 그 형태가 매주 달랐다. 이렇게 축제의 커다란 꼴이 갖춰지자 이제 남은 것은, 텃밭에 처음으로 많은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였다.

 
모두의 참여로 완성된 ‘손님맞이’

▲ 공연장 풍경. 돔 형태의 무대 주위로 관객들의 모습이 보인다.    © 뛰다 
 
축제는 무엇보다 사람들이 어우러지는 것이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기 위해서는 모여서 놀기 위한 공간, 쉬고 잠잘 공간, 그리고 먹을 것이 필요하다. 모여서 놀 공간은 ‘시골마을 예술텃밭.’ 뛰다 단원들은 다시 한 번 공간을 정비하기 위한 고된 노동을 시작했다. 스튜디오를 새로 만들고, 돔 극장을 세우고, 축제를 위한 각종 시설들을 갖추어 나갔다.
 
쉬고 잠자는 공간과 먹을거리는 감사하게도 마을의 도움을 받아 해결되었다. 노인회장님, 이장님과의 협의 하에 마을회관을 숙소로 이용하게 되었고, 부녀회에서는 한 달에 가까운 기간 동안 참여자들의 점심, 저녁 식사를 선뜻 맡아주셨다. 텃밭연극축제가 예술가들만의 것이 아니라 마을과 함께 하는 마을축제가 되기 위한 소중한 첫걸음이었다.
 
걱정했던 워크숍 참여자 모집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신 덕분에 조기에 마감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서로 만나는 것, 그리고 그 만남의 시간이 모두에게 힘이 되도록 매 순간 진심을 다 하는 것뿐이었다. 가슴이 뛰었다. 화천에 내려와서 처음 여는 축제가 아닌가. 그리고 처음은 언제나 그렇듯이 기대와 불안이 뒤섞인 묘한 두근거림으로 우리와 텃밭을 가득 채웠다. 두근거리던 그 공기를 뚫고 트러스트 무용단이 도착했다.
 
自願方來(자원방래) – 뛰다와 트러스트의 찐한 내통
 
첫번째 주는 극단 뛰다와 트러스트 무용단의 물물교환 창작워크숍이 열렸다. 이름하여 ‘자원방래(自願方來)’ 서로 멀리 두고 그리워하던 두 집단이 만나 서로의 배우/무용수, 안무가/연출을 교환했다 - 뛰다의 배우들은 트러스트의 안무가에게, 트러스트의 무용수들은 뛰다의 연출에게로.
 
오전에는 각자의 훈련 프로그램들을 교환하고, 오후에는 토요일에 있을 공연을 위한 즉흥연습의 시간을 가졌다. 평소 무용수/배우로서의 훈련에서 느꼈던 아쉬운 점들, 안무가/연출가로서 무용수/배우들과 만나며 아쉬웠던 것들을 상대편 단원들과의 만남을 통해 해소하고, 서로의 다른 문법들을 익히며 귀한 배움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공연을 지역주민들, 전국 각지에서 찾아주신 관객들과 나누는 짜릿한 시간을 가졌다. 또 이날 뛰다와 각별한 관계인 ‘쏭퐁 밴드’가 오프닝 축하 공연을 맡아 텃밭연극축제의 흥겨운 장을 열었다.

 
苦盡甘來(고진감래) – 배움을 향한 즐거운 진통
 
두 번째 주는 그야말로 배움을 향한 열기로 가득한 한 주로 계획했다. 뛰다의 ‘광대’, ‘인형과 사물’ 일본 ‘새’극단의 ‘스즈키 메쏘드와 뷰포인트’, 인도 팔라니 무르간의 ‘떼룩뚜’, 미국 류태훈의 ‘캬바레’ 등 다섯 개의 워크숍을 열었고, 전국에서 참여한 30여 명의 예술가들이 텃밭 곳곳에서 배움의 즐거운 진통을 겪었다.
 
예술가가 된다는 것은 외롭기를 자청하는 일이기도 하다. 두 번째 주에 모인 다양한 예술가들은 그 간의 외로움을 동료들과 함께 흘리는 땀 속에서, 별들 수놓은 텃밭의 밤하늘 아래서 기울이는 술잔 속에서, 서로를 향한 말없는 미소 속에서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돌아보면 그런 동지애와 유대감 속에서 준비하는 공연이었기에, 관객들과 더더욱 끈끈한 소통이 가능했던 것 같다.
 
토요일의 공연에는 또한 각 워크숍을 진행한 강사들의 특별공연과 퓨전국악그룹 ‘고래야’, 국악 인디밴드 ‘잠비나이’의 축하공연이 이어졌다. 한 가지 더, 첫째 주에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텃밭을 찾아주셨고, 이에 따라 마을에서는 둘째 주 공연 날에 먹거리 장터를 열어 감자전과 묵사발, 김밥과 막걸리 등을 판매했다. 
 
說往說來(설왕설래) – 삶과 연극의 소박한 소통

▲ 팔라니의 '떼룩뚜' 공연   ©뛰다  
 
일본에는 강원도와 비슷한 지리적, 경제적 조건을 가진 ‘돗토리’ 현이 있다. 그 돗토리현의 ‘시카노’라는 작은 마을에 뛰다와 참 비슷한 생각과 과거사를 가진 ‘새BIRD’ 극단이 있다. 도쿄에서 활동하던 연극인들이 시골에서 연극이 가진 또 다른 소통의 가능성을 찾고자 그 곳의 폐교에 둥지를 틀었다.
 
2009년 동경 아트마켓에서 처음 만난 두 극단은 서로의 닮은꼴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좀 더 가까이에서 서로를 알고 싶어 하게 되었다. 마침내 2010년, ‘새’극단이 먼저 뛰다를 ‘BIRD Theatre Festival’에 초청했다. 이제 막 화천으로 이주한 뛰다는 그 곳에 자리를 잡은 지 5년째인 ‘새’극단의 모습을 보며 많은 것을 배웠다. 그리고 다시 2011년, 뛰다는 ‘새’극단을 텃밭으로 초청하여 깊은 사귐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작업들을 서로 이해하기 위해 ‘새’극단은 화천의 주부들과 함께 워크숍을 진행했고, 뛰다는 화천 청소년들과 함께 워크숍을 진행했다. 토요일에는 두 팀의 발표를 지켜보고, 지역주민들과 함께 하는 작업에 대한 토론의 자리도 따로 가졌다.
 
토요일 밤, 10시에는 ‘새’극단의 <백설공주> 공연이 있었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객들이 텃밭을 찾아주셨다. 시골에서는 보통 9시가 지나면 불이 켜진 집을 찾기 힘들다. 우리 마을 어르신들도 9시면 모두들 주무신다. 그러니 피치 못할 사정이 있기는 했으나 밤 10시 공연은 사실 모험이었다. 그런데, 이런 사정에 익숙한 뛰다와 ‘새’극단의 예상을 깨고, 먼 곳에서 오신 손님들뿐만 아니라 마을 어르신들까지 밤잠을 미루고 공연장을 찾아 주신 것이다.
 
예상치 못했던 기쁨과 뿌듯함 속에 공연이 시작되었고, 관객들은 공연이 끝난 후에도 연출가 나카시마 마코토 상에게 이런 저런 질문을 던지며 자정이 다 되도록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텃밭연극축제는 그 다음 주까지 이어졌다. 밤 10시 공연을 보지 못하신 마을 어르신들을 위해 <백설공주> 특별 공연이 열렸고, ‘지역 공연예술단체의 창작활성화 방안’ 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심포지엄을 열었다. 주최 측인 뛰다의 협력 프로듀서인 AsiaNow의 최석규가 사회를 맡고, 뛰다의 상임연출 배요섭, ‘새’극단의 연출 나카시마 마코토 외에 연극평론가 안치운, 극단 노뜰의 부대표 이지현, 문화컨설팅 바라의 권순석, 경기문화재단의 오세형씨가 패널로 참여하여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단체들에 대한 다양한 관점의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또한 화천군의 협조 덕분에 ‘새’극단 단원들과 함께 평화의 댐을 방문 할 수 있었는데, 한, 일 양국에 전쟁이 남긴 흔적들을 생각할 때, 이날의 답사과정에서 보고 느끼고 이야기 나눈 것들은 앞으로 양 극단의 공동작업을 위한 기초가 될 것이 분명했다.
 
축제가 끝나고, 꿈이 시작되다

▲ 공연이 끝난 뒤에 관객과 어울려 한 판 춤마당이 벌어졌다.     © 뛰다 
 
텃밭연극축제는 숨어 있던 ‘시골마을 예술텃밭’의 가능성들을 한껏 펼쳐 보였다. 지역주민들과의 소통과 공생의 장으로서의 가능성, 국내 예술가들을 위한 워크숍과 네트워킹의 공간으로서의 가능성, 공연예술집단 간의 교류를 통한 아시아 네트워크 구축의 비전 등 축제를 통해 뛰다와 텃밭이 새로운 만남을 갖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극단의 연출 나카시마 씨와 시골마을 예술텃밭이 있는 신읍리 동지화 마을의 이장님은 축제 기간 동안 열흘 남짓 만나면서 호형호제하는 관계가 되었고, 나카시마 씨는 그 짧은 만남을 아쉬워하며 이장님 내외분과 부녀회 총무님을 시카노로 초청했다. 5박 6일 간의 일정으로 ‘새’극단의 ‘BIRD Theatre Festival’을 견학하고, 마을 대표를 만나 극단과 마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화천군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아 뛰다의 기획 김민후가 동행할 수 있었고 두 극단, 두 마을, 두 나라의 만남이 더욱 깊어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축제가 바로 그것이 아니던가. 새롭게 만나기. 나와, 너와, 세상과 새롭게 만나는 것. 뛰다는 지금 축제가 남긴 그 커다란 가능태로써의 미래를 바라보며 꿈을 꾸는 중이다.    (황혜란 / '뛰다'의 배우이자 대표) 

* 극단 뛰다의 연극 <내가 그랬다고 너는 말하지 못한다> 공연 소식

- 장소: 서울 문래예술공장 (전화 02-2676-4300)
- 시간: 4월 19일, 20일  8시/ 4월 21일 3시, 7시(2회)/ 4월 22일 4시
 
※ 뛰다의 “시골마을 예술텃밭” 카페 cafe.naver.com/tuida
 
       * 여성저널리스트들의 유쾌한 실험! 인터넷 저널 <일다> 바로가기 

댓글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