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일다> 녹색의 조직 원리는 ‘여성, 그리고 실천’
[탈핵과 녹색당] 이현주 녹색당 창당준비위 운영위원장 인터뷰
‘여성의 정치세력화’는 정치 영역에서 여성들이 ‘동원’되거나 ‘발탁’되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기획하고 운영하며 결정권을 갖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여성의 정치 참여는 10년도 더 된 화두지만, 한국정치에서 여성들이 소외되어 온 역사가 너무 깊기 때문에 아직도 걸음마 단계에 있다.
정당 정치에서 여성의 동등한 참여가 이뤄지려면, 성별 할당과 같은 제도적 규정이 필요할 뿐 아니라, 그 바탕이 되는 정당의 가치와 문화 자체가 여성주의적이어야 가능한 일이다.
남녀동수대표제 등 책임 있는 자리에 여성을!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녹색당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보이는 것은 바로 ‘여성의 참여와 역할’이다.
녹색당은 창당준비위원회 규약에 남녀동수대표제를 규정하고 있다. 지난 10월 30일 녹색당 창당 발기인대회에서, 구의원으로 활동한 적이 있는 풀뿌리운동가 이현주씨(53)가 운영위원장으로 선출됐다. 현재까지 경기, 서울, 부산 지역녹색당에서 남녀 각각 1인이 공동운영위원장으로 뽑혔다. (그 중 한 명은 20대 여성이다.) 선출직인 사무책임자들은 전원 여성이다.
▲ 이현주 녹색당 창당준비위원회 운영위원장 © 일다
이현주 위원장을 찾아가 녹색당 참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녹색정치와 여성’의 연결고리를 쉽게 읽어낼 수 있었다.
이 위원장의 간단한 이력을 살펴보면, 2002년에 무소속으로 서울남서여성민우회 추천을 받아 양천구의회 의원으로 당선되었다. 임기 동안 예결산심의특별위원회 위원을 맡았고, 학교급식을 개선하고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는 운동도 벌였다. 그러나 2006년 다시 출마했을 때는, 기초지방의원까지 ‘정당공천제’가 도입되어 무소속 후보들에게 불리해지면서 낙선했다.
이후 2007년 11월,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지역아동센터 <나무와 숲>을 만들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으며, 서울지역아동센터협의회 회장이기도 하다.
다음은 이현주씨와 만나 지역아동센터 활동을 하며 느낀 점과, 녹색당 창당준비위원회에 운영위원장이 된 계기, 그리고 녹색정치의 조직 원리와 여성의 정치참여에 관해 이야기 나눈 기록이다.
방치된 아이들, ‘간접보호자’가 있어준다면
“마라톤 클럽에 같이 다니던 친구가 사회복지사이면서 미술치료사인데,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복지관에서 아이들을 만나다 보니, 어릴 때부터 방치되었던 부작용이 나중에 나타난다고.”
이것이 지역아동센터 <나무와 숲>의 문을 열게 된 동기라고 한다. 5년이 지난 지금, 지역아동센터가 지역사회와 아이들에게 미친 영향에 대해 이현주씨는 이렇게 설명했다.
“이곳 아이들이 30여명 되고, 근처에 다른 센터도 있어요. 그 아이들과 부모와, 가족들까지 보면 꽤 많은 사람들이 저희와 연결되어 있잖아요. 1학년 때 온 애들이 5학년 되었는데, 같이 키운 거죠. 부모가 없는 아이도 있고, 어디서 보호를 해줄 이가 없는 경우가 많아요. 이곳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얘기를 들어주는 어른들이 있어서 정서적으로 많이 안정되고, 행복하게 지낸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현주씨는 사회구성원들이 자기 아이만이 아니라, 전체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돌봐줄 수 있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공부하다 보니 ‘간접보호자’라는 표현이 있더라고요. 부모가 못해줄 경우라 해도, 간접보호자가 있다면 아이를 잘 양육할 수 있다고. 저도 그런 생각 많이 하게 되었어요. 중산층들이 겉으로 드러나는 행복만 바라보고, 그런 게 안타까워요. 동네에서 힘든 상황에 빠지는 아이들이 없어야 자기 아이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건데, 조금만 주위를 돌아보면 좋을 것 같아요.”
센터를 ‘협동조합’ 구조로 만들게 된 계기도, 더 많은 주민들이 아이들을 보호하고 양육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게 위해서다.
말이 아닌, 실천을 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정치
▲ 10월 30일 녹색당 발기인대회 “Green Party”에서 창당 취지문을 낭독하는 이현주 운영위원장 © 녹색당(준)
지역사회에서 소외된 아이들과 함께하는 삶을 자신의 역할로 삼아온 이현주씨가, 녹색당 창당준비위원회에서 운영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된 배경이 무엇일까. ‘녹색당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녹색당이 꼭 필요해서 참여한다기보다는 오히려 거꾸로인 것 같아요. 풀뿌리 활동을 해오신 분들, 우리 지역에 꼭 필요한 일들을 하는 사람들, 그런 분들이 참여하는 녹색당이기 때문에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그만큼 ‘어떤 사람들이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말로만 하지 않는 당이어야 할 것 같아요. 말로 하는 건 얼마든지 쉽게 할 수 있잖아요. 쉽게 바꿀 수도 있고. 권력이나 이익이나 지위를 추구하기보단, 자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현하기 위해 살아온 사람들. 그런 분들에게서 정책이 나오면 다르겠죠. 선거 때만 움직이는 정치인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실천하는 사람들이 권한을 갖는 정당이기를 바래요.”
이현주씨는 “녹색당의 조직운영 원리는 신뢰”라며, “사람들이 경쟁이나 욕심 없이, 선의로 뜻을 모아 일하면 아무리 어려운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떤 조직에서도 줄 세우기 같은 방식으로는 이루고자 하는 가치를 이루지 못할 거라 봐요. 우리가 가진 힘을 모두 긍정적인 방향으로 모아내야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데, 같이 하는 사람에게 신뢰를 보내주지 않으면 그 사람이 잘할 리가 없거든요. 잘 할 거라 믿고, 부족한 게 있으면 도와주면 되는 거니까요. 그런 분위기가 중요한 것 같아요.”
연대의 끈 잇지 못한 ‘여성정치세력화’ 아쉽다
기존 정치는 “선거 때 누가 출마하느냐”가 중요하지만, 녹색정치는 “일상적으로 중요하다 생각하는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정치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현주씨는 한국 정치인들의 행보에 대해 꼬집는 이야기를 했다.
“그런 말들 하죠. 한번 출마한 사람은 계속 출마한다고. 위로 올라가면 내려오기 어렵다는 거죠. 마치 퇴보하는 것처럼 생각하고. 제가 2006년 이후에 다시 출마하지 않는 것을 주위에서 너무 이상하다는 듯이 보는 거예요. 선거에 떨어졌다 해서, 출마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사람이 하는 일이 없는 것은 아니잖아요. 인생이 불행해지는 것도 아니고요.”
이현주씨는 “정치가 일반인의 삶의 영역과 너무 괴리가 되어있는 것이 문제”라고 말하며, ‘여성의 정치세력화’ 흐름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여성정치인 만들기’라고 좁혀 이야기할 수 있는 한국사회에서의 여성정치세력화 운동의 결과가 “많이 아쉽다”는 것이다.
“여성들이 정치참여 했잖아요. 그걸 계속 연결되는 조직을 전혀 못 만든 게 아쉽더라고요. 물론 여성정치인들이 다들 열심히 하긴 해요. 그런데 뭐가 달라야 하잖아요? 사회에 축적되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개인이 위로 올라가는 것에 그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이현주씨가 기대하는 여성정치세력화의 모델은 여성들이 주도한 일본의 가나가와 네트워크 사례다. ‘지역정당’이라고도 불리는 가나가와 네트워크는, 많은 여성정치인들을 배출하며 일본정치의 성차별, 혈연, 세습과 같은 부조리에 저항했다. 또한 지역사회에 필요한 복지 영역을 개발해 다양한 분야에서 고용(Wokers' collective)을 창출했다는 점이 크게 평가 받는다.
“가나가와 네트워크에 2주간 가본 적이 있는데, 그 사람들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개인이 아니라, 지역 곳곳에 활동의 장이 있는 거죠. 함께하는 사람들이 엄청난 수이고, 몇 십 년 전에 의원으로 출마했던 분이 선거 때마다 와서 자원활동을 하시고, 그렇게 연결되는 모습이 훌륭하더라고요.”
핵발전 멈춰도, 수익 따지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어
▲ 사회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이 녹색정치의 바람을 일으키기를. © 녹색당(준)
녹색당의 창당을 준비하는 지금 시기에, 운영위원장을 맡은 이현주씨는 과연 ‘어떤 미래를 내다보고 있는지’ 전망을 들어보았다.
“어떤 사람들이 보기엔 이상적으로만 보이는 사람들이지만, 실제로 그런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이익 추구하면서 살지 않아도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 원전을 그만둬야 한다고, 성장도 멈추고 돌아봐야 한다고 얘기하는 사람들. 저 사람들이 특이해서 아니라, 그런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으로서 녹색당을 기대해요. 우리 사회에 그런 사람들과, 그런 흐름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고, 그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길 바랍니다.”
우리 사회에 녹색당이 호응을 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을까? 이현주 위원장은 “그렇다” 라고 답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지금 사람들이 사회에 만족하면서 살지 않잖아요. 기대했으나 배신당했고. 노력하지만 힘들고. 사람들의 마음 속 희망이 정치에 급격한 바람을 불게 만들기도 하잖아요. 녹색당이 그 바람을 엮고, 드러내고, 차근차근 끌어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 녹색당(준) 홈페이지 kgreens.org
조이여울 / 미디어 <일다> www.ildaro.com
[탈핵과 녹색당] 이현주 녹색당 창당준비위 운영위원장 인터뷰
‘여성의 정치세력화’는 정치 영역에서 여성들이 ‘동원’되거나 ‘발탁’되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기획하고 운영하며 결정권을 갖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여성의 정치 참여는 10년도 더 된 화두지만, 한국정치에서 여성들이 소외되어 온 역사가 너무 깊기 때문에 아직도 걸음마 단계에 있다.
정당 정치에서 여성의 동등한 참여가 이뤄지려면, 성별 할당과 같은 제도적 규정이 필요할 뿐 아니라, 그 바탕이 되는 정당의 가치와 문화 자체가 여성주의적이어야 가능한 일이다.
남녀동수대표제 등 책임 있는 자리에 여성을!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녹색당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보이는 것은 바로 ‘여성의 참여와 역할’이다.
녹색당은 창당준비위원회 규약에 남녀동수대표제를 규정하고 있다. 지난 10월 30일 녹색당 창당 발기인대회에서, 구의원으로 활동한 적이 있는 풀뿌리운동가 이현주씨(53)가 운영위원장으로 선출됐다. 현재까지 경기, 서울, 부산 지역녹색당에서 남녀 각각 1인이 공동운영위원장으로 뽑혔다. (그 중 한 명은 20대 여성이다.) 선출직인 사무책임자들은 전원 여성이다.
▲ 이현주 녹색당 창당준비위원회 운영위원장 © 일다
이현주 위원장을 찾아가 녹색당 참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녹색정치와 여성’의 연결고리를 쉽게 읽어낼 수 있었다.
이 위원장의 간단한 이력을 살펴보면, 2002년에 무소속으로 서울남서여성민우회 추천을 받아 양천구의회 의원으로 당선되었다. 임기 동안 예결산심의특별위원회 위원을 맡았고, 학교급식을 개선하고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는 운동도 벌였다. 그러나 2006년 다시 출마했을 때는, 기초지방의원까지 ‘정당공천제’가 도입되어 무소속 후보들에게 불리해지면서 낙선했다.
이후 2007년 11월,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지역아동센터 <나무와 숲>을 만들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으며, 서울지역아동센터협의회 회장이기도 하다.
다음은 이현주씨와 만나 지역아동센터 활동을 하며 느낀 점과, 녹색당 창당준비위원회에 운영위원장이 된 계기, 그리고 녹색정치의 조직 원리와 여성의 정치참여에 관해 이야기 나눈 기록이다.
방치된 아이들, ‘간접보호자’가 있어준다면
“마라톤 클럽에 같이 다니던 친구가 사회복지사이면서 미술치료사인데,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복지관에서 아이들을 만나다 보니, 어릴 때부터 방치되었던 부작용이 나중에 나타난다고.”
이것이 지역아동센터 <나무와 숲>의 문을 열게 된 동기라고 한다. 5년이 지난 지금, 지역아동센터가 지역사회와 아이들에게 미친 영향에 대해 이현주씨는 이렇게 설명했다.
“이곳 아이들이 30여명 되고, 근처에 다른 센터도 있어요. 그 아이들과 부모와, 가족들까지 보면 꽤 많은 사람들이 저희와 연결되어 있잖아요. 1학년 때 온 애들이 5학년 되었는데, 같이 키운 거죠. 부모가 없는 아이도 있고, 어디서 보호를 해줄 이가 없는 경우가 많아요. 이곳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얘기를 들어주는 어른들이 있어서 정서적으로 많이 안정되고, 행복하게 지낸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현주씨는 사회구성원들이 자기 아이만이 아니라, 전체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돌봐줄 수 있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공부하다 보니 ‘간접보호자’라는 표현이 있더라고요. 부모가 못해줄 경우라 해도, 간접보호자가 있다면 아이를 잘 양육할 수 있다고. 저도 그런 생각 많이 하게 되었어요. 중산층들이 겉으로 드러나는 행복만 바라보고, 그런 게 안타까워요. 동네에서 힘든 상황에 빠지는 아이들이 없어야 자기 아이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건데, 조금만 주위를 돌아보면 좋을 것 같아요.”
센터를 ‘협동조합’ 구조로 만들게 된 계기도, 더 많은 주민들이 아이들을 보호하고 양육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게 위해서다.
말이 아닌, 실천을 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정치
▲ 10월 30일 녹색당 발기인대회 “Green Party”에서 창당 취지문을 낭독하는 이현주 운영위원장 © 녹색당(준)
지역사회에서 소외된 아이들과 함께하는 삶을 자신의 역할로 삼아온 이현주씨가, 녹색당 창당준비위원회에서 운영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된 배경이 무엇일까. ‘녹색당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녹색당이 꼭 필요해서 참여한다기보다는 오히려 거꾸로인 것 같아요. 풀뿌리 활동을 해오신 분들, 우리 지역에 꼭 필요한 일들을 하는 사람들, 그런 분들이 참여하는 녹색당이기 때문에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그만큼 ‘어떤 사람들이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말로만 하지 않는 당이어야 할 것 같아요. 말로 하는 건 얼마든지 쉽게 할 수 있잖아요. 쉽게 바꿀 수도 있고. 권력이나 이익이나 지위를 추구하기보단, 자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현하기 위해 살아온 사람들. 그런 분들에게서 정책이 나오면 다르겠죠. 선거 때만 움직이는 정치인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실천하는 사람들이 권한을 갖는 정당이기를 바래요.”
이현주씨는 “녹색당의 조직운영 원리는 신뢰”라며, “사람들이 경쟁이나 욕심 없이, 선의로 뜻을 모아 일하면 아무리 어려운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떤 조직에서도 줄 세우기 같은 방식으로는 이루고자 하는 가치를 이루지 못할 거라 봐요. 우리가 가진 힘을 모두 긍정적인 방향으로 모아내야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데, 같이 하는 사람에게 신뢰를 보내주지 않으면 그 사람이 잘할 리가 없거든요. 잘 할 거라 믿고, 부족한 게 있으면 도와주면 되는 거니까요. 그런 분위기가 중요한 것 같아요.”
연대의 끈 잇지 못한 ‘여성정치세력화’ 아쉽다
기존 정치는 “선거 때 누가 출마하느냐”가 중요하지만, 녹색정치는 “일상적으로 중요하다 생각하는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정치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현주씨는 한국 정치인들의 행보에 대해 꼬집는 이야기를 했다.
“그런 말들 하죠. 한번 출마한 사람은 계속 출마한다고. 위로 올라가면 내려오기 어렵다는 거죠. 마치 퇴보하는 것처럼 생각하고. 제가 2006년 이후에 다시 출마하지 않는 것을 주위에서 너무 이상하다는 듯이 보는 거예요. 선거에 떨어졌다 해서, 출마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사람이 하는 일이 없는 것은 아니잖아요. 인생이 불행해지는 것도 아니고요.”
이현주씨는 “정치가 일반인의 삶의 영역과 너무 괴리가 되어있는 것이 문제”라고 말하며, ‘여성의 정치세력화’ 흐름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여성정치인 만들기’라고 좁혀 이야기할 수 있는 한국사회에서의 여성정치세력화 운동의 결과가 “많이 아쉽다”는 것이다.
“여성들이 정치참여 했잖아요. 그걸 계속 연결되는 조직을 전혀 못 만든 게 아쉽더라고요. 물론 여성정치인들이 다들 열심히 하긴 해요. 그런데 뭐가 달라야 하잖아요? 사회에 축적되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개인이 위로 올라가는 것에 그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이현주씨가 기대하는 여성정치세력화의 모델은 여성들이 주도한 일본의 가나가와 네트워크 사례다. ‘지역정당’이라고도 불리는 가나가와 네트워크는, 많은 여성정치인들을 배출하며 일본정치의 성차별, 혈연, 세습과 같은 부조리에 저항했다. 또한 지역사회에 필요한 복지 영역을 개발해 다양한 분야에서 고용(Wokers' collective)을 창출했다는 점이 크게 평가 받는다.
“가나가와 네트워크에 2주간 가본 적이 있는데, 그 사람들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개인이 아니라, 지역 곳곳에 활동의 장이 있는 거죠. 함께하는 사람들이 엄청난 수이고, 몇 십 년 전에 의원으로 출마했던 분이 선거 때마다 와서 자원활동을 하시고, 그렇게 연결되는 모습이 훌륭하더라고요.”
핵발전 멈춰도, 수익 따지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어
▲ 사회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이 녹색정치의 바람을 일으키기를. © 녹색당(준)
녹색당의 창당을 준비하는 지금 시기에, 운영위원장을 맡은 이현주씨는 과연 ‘어떤 미래를 내다보고 있는지’ 전망을 들어보았다.
“어떤 사람들이 보기엔 이상적으로만 보이는 사람들이지만, 실제로 그런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이익 추구하면서 살지 않아도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 원전을 그만둬야 한다고, 성장도 멈추고 돌아봐야 한다고 얘기하는 사람들. 저 사람들이 특이해서 아니라, 그런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으로서 녹색당을 기대해요. 우리 사회에 그런 사람들과, 그런 흐름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고, 그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길 바랍니다.”
우리 사회에 녹색당이 호응을 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을까? 이현주 위원장은 “그렇다” 라고 답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지금 사람들이 사회에 만족하면서 살지 않잖아요. 기대했으나 배신당했고. 노력하지만 힘들고. 사람들의 마음 속 희망이 정치에 급격한 바람을 불게 만들기도 하잖아요. 녹색당이 그 바람을 엮고, 드러내고, 차근차근 끌어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 녹색당(준) 홈페이지 kgreens.org
조이여울 / 미디어 <일다> www.ildaro.com
'저널리즘 새지평 > 기후변화와 에너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대사고’ 제외한 방사선 환경영향평가? “위헌” (0) | 2012.02.13 |
---|---|
제초제 뿌려 캔 감자, 드시겠습니까? (4) | 2012.01.28 |
지금 영덕에서는, 힘겨운 핵발전소 반대투쟁 중 (4) | 2012.01.09 |
한 산골마을에 드리운 역사의 그늘 (0) | 2011.12.21 |
녹색정치를 꿈꾸는 20대들의 목소리 (3) | 2011.12.19 |
“방사능 생선은 누가 다 먹었나?” 국민소송 벌인다 (0) | 2011.1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