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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과 녹색당] 박혜령 영덕핵발전소 반대위원회 집행위원장 (하) 
 
“시골 지역은 지난 7,8년 동안 시민사회로서의 기능을 급격히 상실했어요. 핵발전소보다도 그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영덕에 핵발전소가 들어서는 것에 반대하는 활동을 하며, 녹색당 창당에 힘을 모으고 있는 귀농인 박혜령씨는 ‘시골은 시민사회로서의 기반이 거의 붕괴된 상황’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소신 밝히는 주민들 불이익, 괴롭힘 당해 

▲박혜령/ 영덕핵발전소 유치 백지화 투쟁위원회 집행위원장 ©일다 
 
영덕은 2005년도에 핵 폐기장 반대운동이 크게 일었던 지역이다. 그런데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해 핵의 위험에 대해 어느 때보다 경계하고 있는 이 시기에, 지역에 핵발전소가 들어선다고 하는데도 주민들 사이에 별 움직임이 없었다니 이상한 일 아닌가?
 
“젊은 사람들은 도시로 빠져 나가고,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이 장사를 하건 뭐를 하건 관공서랑 굉장히 밀접한 생활을 하고 있거든요. 식당만 해도 공무원들 대상으로 하는 장사죠. 지금은 ‘일반’ 농민들 대상으로 한 지원이 없어요. 다 작목반 형태로 묶어서 신청하고, 교육을 받으려고 해도 그렇고. 이런 식으로 농민들은 관을 거쳐야만 일할 수 있는 형태로 되어 있어서, 자유롭게 자기 이야기를 하고 소신을 밝힌다는 것이 굉장히 어려워요.”
 
지연이 강한 시골 사회의 폐쇄성 또한 ‘다른 목소리 내기’를 어렵게 만드는 데 일조했을 것이다.
 
박혜령씨는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만 보면 지역 주민들이 무관심하고 무책임한 것으로 보이지만, 근본적인 문제와 책임은 지역사회를 이렇게 만들어 온 사람들에게 있다”고 말했다.
 
“2005년 이후로 각 단체 장들이 물갈이 되고, 관공서 의견 따를 수 있는 사람들로 배치가 되고, 반대 의견 제시하는 사람에게 감시가 따라 붙고, 위협하고, 못살게 하니까요. 농민회 분들이 수십 년간 일해왔는데 지역에서 좋은 이야기도 못 듣고, 관의 지원에서 배제되기도 하고 그러니까, 자포자기 심정이 된 것 같아요.”
 
그 동안 지방자치단체와 관공서들이 ‘당근과 채찍’ 전략을 통해 주민들을 길들여온 결과는 무서운 지경에 이르렀다.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밝힐 수 없는 사회는 곧 민주주의가 실종된 사회다. 주민들의 입이 막혀버린 시골 지역 사회는 4대강 사업이든, 댐 건설이든, 원자력발전소 유치든 간에,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강행하는 무리한 토건 정책을 막아내기에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강보다 더 많이 파괴되는 것은 사람입니다”
 
박혜령씨는 시골 사람들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이, 그리고 한국의 모든 정치가, 지금이라도 소외된 지방의 이야기를 듣고 농어민들의 삶의 현장에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고 역설했다.
 
“핵발전소 문제가 지역의 문제인가요? 전체의 문제, 공존의 문제잖아요. 10년, 20년, 100년 이후를 넓게 내다볼 수 있는 시야가 필요합니다. 교육의 문제도 마음에 안 들면 ‘내 아이는 외국 보내야지, 대안학교 보내야지’ 이렇게 생각하고 말면, 그건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게 아닐지. 힘들더라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고민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안은 도시와 농촌이 함께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것, 그 어느 때보다 도시와 농촌, 사람과 사람 간의 연대 의식이 절실히 요청되는 시기이다.
 
“농업의 문제, 한미 FTA 문제를 단지 계산기 두드리는 식으로 보고, 정책입안자들만 하는 이야기로 볼 게 아니라, 그것으로 인해 농촌의 문제가 어떻게 불거지게 되는지, 그것이 내 밥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아이들의 미래와 나의 가치, 내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 보았으면 해요.”
 
4대강 사업을 통해 파괴되는 건 “강보다 오히려 사람”이라는 박혜령씨의 말은 더욱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언젠가 시간이 많이 흘러 강이 회복된다 하더라도,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더 크게 다치는 건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강보다 회복 속도가 더디고, 그 상처가 오래간다고 생각해요. 지금 우리가 결정하는 행동, 우리가 가지는 생각들은 결국 화살이 되어 스스로를 향해 다가올 겁니다. 화살이 돌아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을 거예요. 제발 깊이 생각해달라고 부탁하고 싶어요.”

조이여울 기자 / 미디어 <일다>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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