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30대 여성들이 말하는 ‘여자나이 서른’
SBS의 주말 버라이어티 방송에 출연중인 가수 이효리와 배우 이천희는 똑같이 서른 살이다. 하지만 극 중에서 이들의 나이에 대한 대접은 상반된다. 이천희가 ‘소년 천희’라는 이름을 달며 스무 살의 ‘소녀시대’ 멤버와 러브라인을 형성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게 표현되는 반면, 이효리의 나이는 ‘장년층’ 운운하며 농담의 대상이 된다.
삼십 대 여성인 안정민(33)씨는 이런 모습을 접할 때마다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동년배의 남성과 자신이 다른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납득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자의 나이, 남자의 나이
남자 나이 서른과 여자 나이 서른. 한 쪽은 아직 젊은이고 한쪽은 더 이상 젊지 않다. 생물학적인 나이는 같지만, 사회가 의미 부여하는 의미는 다르다. 이러한 차이는 단지 예능프로에서 ‘웃자고 하는 얘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경민(32)씨는 “서른 즈음부터 ‘서른 넘으면 결혼하기 힘들다’, ‘노산(老産)이다’ 그런 말을 많이 듣는다”고 한다. 소위 ‘결혼적령기’를 지나게 되면 남성들도 결혼 관련된 말들을 주위에서 듣게 되지만, “그런 얘기를 듣는 기준이 여자가 서른이라고 치면 남자는 서른 넷, 서른 다섯 정도”로 차이가 있지 않냐고 말한다.
삼십 대에 접어든 유수림(30)씨도 같은 고민을 전했다. “이십 대 후반만 되어도” 나이에 대한 압박에 노출된다는 것. 유씨는 “여자의 나이 듦은 ‘추함’, 남자의 나이 듦은 ‘중후함’이라 여기는 것 같다”는 의견을 더했다. “남자의 전성기라고 하는 게 40대라고 하는데, 그 이후에 육체적으로 쇠약해지는 시기에도 ‘늙어서 추하다’고 받아들이지 않는” 반면, 여성의 나이 듦은 ‘육체적 매력의 상실’로 여기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다.
안정민(33)씨는 “남자들은 오래 숙성될수록 좋은 ‘와인’ 취급을 해주면서, 여자는 싱싱하지 않으면 안 되는 ‘횟감’ 취급을 한다”는 비유를 들며 씁쓸해했다.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이 그런 것 같다”는 게 안씨의 생각이다.
여자나이 서른이 특별한 이유?
남자의 나이와 여자의 나이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이경민씨는 “여자를 평가하는 기준 자체가 외형적인 부분에 편향되어 있기 때문”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안정민씨는 “요새 외모지상주의가 강해지다 보니 남자도 외모가 중요해졌다고는 하지만, 여자들은 마치 무슨 ‘사명감’처럼 무조건 예쁘고 어려야 되는 부담감이 있다”고 말한다. 남성들은 육체적 매력보다 사회, 경제적인 능력이 더 우선되지만, 여성은 외모에 많은 가치 기준이 부여되고 있다는 말이다.
서른 줄에 들어선 여자들을 ‘퇴물’ 취급하는 분위기는 바꿔 말하면, 10대와 20대 젊은 여성의 육체적 매력만을 가치 있게 평가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여성을 전인격적으로 사고하고 있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런 사회에서 여성들의 ‘나이 듦’은 커다란 가치상실처럼 여겨진다.
여성이 나이 든다는 것은
그렇다면 당사자인 삼십 대 여성들은 자신의 나이에 대해, ‘여자 나이 서른’에 대해 스스로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많은 삼십 대 여성들이 “삼십 대에 들어선 이후 ‘나이’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남성들의 30대가 사회적으로 ‘청년’인 것처럼 “여성들에게도 삼십 대는 성장의 과정”이라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34세인 김현주씨는 예능프로에서 여성연예인의 나이를 소재 삼아 웃음을 주려는 행위에 대해 “버라이어티 쇼의 재미를 주려는 컨셉의 하나라고 보긴 하지만, ‘나이’로 재미를 주려고 하는 게 구태의연하다”고 꼬집는다. ‘나이 듦’의 의미를 정작 여성들은 다르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수림(30)씨도 경험을 통해보았을 때 “나이 드는 것에 대해 긍정적”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20대는 아무것도 안 해봤으니까 고민이 많았다”면, “이제는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못하는 것을 알게 되어서 스스로를 정신적으로 잘 조절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박지희(34)씨는 “이십 대는 이십 대대로, 삼십 대는 삼십 대대로, 또 더 나이 들어서는 그 나이대로 가진 의미와 아름다움이 있을 텐데, 여성이라고 해서 20대의 육체적 젊음과 아름다움만이 가치 있다고 말해지는” 점에 대해 아쉬워했다.
또한 “사회가 너무 ‘나이 듦’의 가치를 부정적인 이미지로 몰고 가는 것은, 그만큼 사회적 성찰이 부족하다는 얘기 아니겠느냐”는 우려를 덧붙였다. 2008/10/13 ⓒ www.ildaro.com
[관련기사] "나이에 적응 못하겠다"
[관련기사] 나이 들어가는 나의 몸
SBS의 주말 버라이어티 방송에 출연중인 가수 이효리와 배우 이천희는 똑같이 서른 살이다. 하지만 극 중에서 이들의 나이에 대한 대접은 상반된다. 이천희가 ‘소년 천희’라는 이름을 달며 스무 살의 ‘소녀시대’ 멤버와 러브라인을 형성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게 표현되는 반면, 이효리의 나이는 ‘장년층’ 운운하며 농담의 대상이 된다.
삼십 대 여성인 안정민(33)씨는 이런 모습을 접할 때마다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동년배의 남성과 자신이 다른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납득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자의 나이, 남자의 나이
남자 나이 서른과 여자 나이 서른. 한 쪽은 아직 젊은이고 한쪽은 더 이상 젊지 않다. 생물학적인 나이는 같지만, 사회가 의미 부여하는 의미는 다르다. 이러한 차이는 단지 예능프로에서 ‘웃자고 하는 얘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경민(32)씨는 “서른 즈음부터 ‘서른 넘으면 결혼하기 힘들다’, ‘노산(老産)이다’ 그런 말을 많이 듣는다”고 한다. 소위 ‘결혼적령기’를 지나게 되면 남성들도 결혼 관련된 말들을 주위에서 듣게 되지만, “그런 얘기를 듣는 기준이 여자가 서른이라고 치면 남자는 서른 넷, 서른 다섯 정도”로 차이가 있지 않냐고 말한다.
삼십 대에 접어든 유수림(30)씨도 같은 고민을 전했다. “이십 대 후반만 되어도” 나이에 대한 압박에 노출된다는 것. 유씨는 “여자의 나이 듦은 ‘추함’, 남자의 나이 듦은 ‘중후함’이라 여기는 것 같다”는 의견을 더했다. “남자의 전성기라고 하는 게 40대라고 하는데, 그 이후에 육체적으로 쇠약해지는 시기에도 ‘늙어서 추하다’고 받아들이지 않는” 반면, 여성의 나이 듦은 ‘육체적 매력의 상실’로 여기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다.
안정민(33)씨는 “남자들은 오래 숙성될수록 좋은 ‘와인’ 취급을 해주면서, 여자는 싱싱하지 않으면 안 되는 ‘횟감’ 취급을 한다”는 비유를 들며 씁쓸해했다.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이 그런 것 같다”는 게 안씨의 생각이다.
여자나이 서른이 특별한 이유?
남자의 나이와 여자의 나이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이경민씨는 “여자를 평가하는 기준 자체가 외형적인 부분에 편향되어 있기 때문”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안정민씨는 “요새 외모지상주의가 강해지다 보니 남자도 외모가 중요해졌다고는 하지만, 여자들은 마치 무슨 ‘사명감’처럼 무조건 예쁘고 어려야 되는 부담감이 있다”고 말한다. 남성들은 육체적 매력보다 사회, 경제적인 능력이 더 우선되지만, 여성은 외모에 많은 가치 기준이 부여되고 있다는 말이다.
서른 줄에 들어선 여자들을 ‘퇴물’ 취급하는 분위기는 바꿔 말하면, 10대와 20대 젊은 여성의 육체적 매력만을 가치 있게 평가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여성을 전인격적으로 사고하고 있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런 사회에서 여성들의 ‘나이 듦’은 커다란 가치상실처럼 여겨진다.
여성이 나이 든다는 것은
그렇다면 당사자인 삼십 대 여성들은 자신의 나이에 대해, ‘여자 나이 서른’에 대해 스스로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많은 삼십 대 여성들이 “삼십 대에 들어선 이후 ‘나이’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남성들의 30대가 사회적으로 ‘청년’인 것처럼 “여성들에게도 삼십 대는 성장의 과정”이라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34세인 김현주씨는 예능프로에서 여성연예인의 나이를 소재 삼아 웃음을 주려는 행위에 대해 “버라이어티 쇼의 재미를 주려는 컨셉의 하나라고 보긴 하지만, ‘나이’로 재미를 주려고 하는 게 구태의연하다”고 꼬집는다. ‘나이 듦’의 의미를 정작 여성들은 다르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수림(30)씨도 경험을 통해보았을 때 “나이 드는 것에 대해 긍정적”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20대는 아무것도 안 해봤으니까 고민이 많았다”면, “이제는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못하는 것을 알게 되어서 스스로를 정신적으로 잘 조절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박지희(34)씨는 “이십 대는 이십 대대로, 삼십 대는 삼십 대대로, 또 더 나이 들어서는 그 나이대로 가진 의미와 아름다움이 있을 텐데, 여성이라고 해서 20대의 육체적 젊음과 아름다움만이 가치 있다고 말해지는” 점에 대해 아쉬워했다.
또한 “사회가 너무 ‘나이 듦’의 가치를 부정적인 이미지로 몰고 가는 것은, 그만큼 사회적 성찰이 부족하다는 얘기 아니겠느냐”는 우려를 덧붙였다.
[관련기사] "나이에 적응 못하겠다"
[관련기사] 나이 들어가는 나의 몸
'저널리즘 새지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입양 활성화 이면…아이 포기하는 비혼모 (2) | 2008.10.22 |
---|---|
‘여성역할’ 과중한 요구가 우울증 심화시켜 (4) | 2008.10.17 |
식량난 속 경제주체가 된 북한여성의 삶 (3) | 2008.10.15 |
‘그룹홈 중요하다’면서, 예산지원 뒷전? (1) | 2008.10.09 |
취중 성폭력은 감형? 오히려 가중처벌해야 (123) | 2008.10.09 |
누가 무지개 걸개를 찢는가 (524) | 2008.10.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