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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 논평] 국내 역사교과서에 티베트 독립운동 ‘왜곡’ 
 
국내 한 역사교과서에서 티베트의 독립운동과 관련하여 기술한 부분이, 중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왜곡 수정되었다는 사실이 10월 5일 외교부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국감에서 알려진 바에 따르면, 작년 8월 16일 중국 대사관은 금성출판사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에 기술된 티베트 관련 내용이 잘못되었다며 외교부에 수정 요청을 해왔다. 외교부 담당자는 즉각 교육과학기술부에 수정을 요청했고, 결국 교과서의 내용이 바뀌었다.
 
‘역사 기술’이라는 중요한 문제를 다루면서, 외교부와 교육과학기술부는 중국 측의 요구가 타당한 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나 의견 수렴의 과정도 거치지 않은 채 우리 교과서를 수정한 것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티베트 독립 시위가 현재진행형인데
 
티베트 독립운동과 관련한 교과서의 원래 기술은, 티베트가 “오랫동안 중국에 강제점령”당하였고, 티베트 국민들이 중국 정부로부터 “가혹한 탄압”을 받고 있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수정 후엔 “강제점령” 대신 티베트가 원래부터 “중국의 일부”였다는 중국 측의 주장이 실렸다. “가혹한 탄압”이란 표현도 사라졌다.
 
중국이 티베트를 점령한 지 50년. 수많은 티베트인들이 독립과 자치를 위해 저항하다가 죽음을 당했고, 티베트 고유의 문화가 파괴되었다. 그 후 티베트인들은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를 중심으로 인도 북부에 티베트 망명정부를 세워 독립운동을 계속해오고 있으며, 평화를 염원하는 세계인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 안에 있는 티베트인들의 저항도 끊이지 않고 더 거세지고 있다. 2008년에는 독립운동 49주년을 기념하며 많은 티베트인들이 독립 시위를 벌였고, 중국 정부의 무력진압에 의해 100명 가량 사망하는 참극이 벌어졌다. 올해 들어서도 티베트 수도승들이 중국 정부에 소수민족 차별과 종교 탄압을 중단할 것으로 요구하며 잇따라 분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중국 정부의 요구에 따라 즉각적으로 역사교과서에서 티베트 독립운동 관련한 기술을 수정한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위안부’등 일본의 역사 왜곡에 항의할 자격 있나
 
역사교과서 왜곡 논란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주제이다. 식민지 지배를 당한 피해국의 국민으로서, 가해국 일본의 역사교과서 기술에 대해 오랫동안 문제제기 해왔기 때문이다. 일본의 우익 세력들은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을 조직해 군국주의적이고 자국우월주의적인 관점에서 역사를 왜곡하는 교과서를 편찬해 보급해왔다.
 
그 교과서에 따르면 한일 강제합병은 국제법상 합법적으로 이루어졌다. 식민지 정책이 한국의 근대화에 도움을 주었으며, 징용·징병의 강제성은 없었다.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선 아예 기술조차 되어있지 않다. 일본 사회가 점차 우경화되고 있는 탓인지,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기술은 일본 역사교과서에서 점차 사라져 2012년부터는 아예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일본 우익 세력들이 역사교과서 기술에 힘쓰는 이유는 미래 세대에게 손쉽게 왜곡된 사실을 주입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단지 교과서 몇 줄을 고칠 뿐이지만 그것이 ‘진실’이 된다.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내용이 일본 역사교과서에서 사라지면, 일본의 미래 세대는 끔찍한 전쟁 범죄와 그 피해자들이 존재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자랄 것이다.
 
그 결과 피해자들의 고통은 그대로 남고, 가해자들은 반성할 기회를 잃는다. 정의는 회복되지 못하고 어리석은 역사는 반복된다. 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우리가 줄기차게 일본을 향해 역사를 왜곡시키지 말라고 요구해 온 이유를 생각할 때, 한국 정부가 강대국의 요구에 따라 티베트 독립운동에 대한 역사교과서의 기술을 수정해버린 것은 비겁하고 부정의한 일이다. 티베트 사람들의 미래를 지우는 일이며, 동시에 우리의 미래를 지우는 일이다.
 
한국 정부는 수정된 교과서 기술을 재검토해 ‘사실’이 왜곡된 부분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며, 학생들이 제대로 된 역사를 배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 [일다 논평]을 함께 만드는 사람들 - 박희정(편집장) 조이여울(기자) 정안나(편집위원) 서영미(독자위원) 박김수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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