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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 최병성의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가 전하는 희망 
 

▲ 꼼꼼한 현장 취재와 치밀한 연구를 통해 '4대강 사업의 모든 것'을 밝힌 최병성의 책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오월의 봄)    

 
무서운 속도로 파헤쳐지는 강과, 하루가 다르게 완공을 향해가는 거대한 댐들 앞에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많은 사람들은 ‘이미 끝난 일’이라 여기며 절망했다. 게다가 완공이 가까워오자, 정부는 또다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지천개발 사업을 예고했다. 그리고 마침내 9월 24일 4대강 16개 댐 중 금강의 세종보가 첫 번째로 개장을 알렸다.
 
같은 날, 환경운동가이자 사진작가인 최병성씨는 4대강 사업의 실체를 집대성한 책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오월의 봄)를 펴내며 절망에 빠진 사람들을 향해 ‘희망’이 있음을 소리 높여 외쳤다.
 
“많은 사람들이 전광석화처럼 하루가 다르게 완공되어가는 4대강 사업을 보며 이젠 4대강을 돌이키기에는 너무 늦었다면 절망하기도 합니다. 과연 4대강 재앙을 막기엔 너무 늦어버린 것일까요? 절대 아닙니다. 4대강엔 아직도 희망이 흐르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이 90%가 아니라, 100% 완공되었다 할지라도 우리는 생명의 강을 다시 회복할 희망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는 최병성씨가 2010년 집필한 <강은 살아 있다>(황소걸음)에 이어 4대강 사업의 진실에 대한 총정리편 격으로 저술한 책이다. 책을 펼치면 그 방대한 자료의 양에 입이 벌어질 지경이다. 정부의 4대강 사업 발표 후 3년이 넘는 시간동안 저자가 현장을 발로 뛰며 수집한 자료와 치밀한 연구를 바탕으로 4대강 사업의 부당함을 조목조목 밝히고 4대강 사업이 초래할 엄청난 재앙을 예견하고 있다.
 
‘상식’이 예견하는 4대강 사업의 재앙
 
올해 6월 25일 오전 4시 경. 경북 칠곡군 약목면 관호리에 위치한 '호국의 다리'(옛 왜관철교) 일부가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정부는 이 붕괴사고의 원인을 23일부터 내리기 시작한 장맛비 탓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호국의 다리’가 무너진 원인은 따로 있었다.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에 대규모 준설이 이루어지면서 유속이 빨라져 강바닥이 깎여나갔기 때문이다. 태풍 매미와 루사 때에도 아무 일 없이 100여년의 세월을 견뎌온 국가 문화재가 낙동강 준설 후 처음 닥친 태풍에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 정도로 준설이 일으킨 영향은 엄청났다.
 
최병성씨는 이미 2009년 8월 26일 '나라발전과 지역경제를 망치는 4대강 사업'이라는 글을 통해 “낙동강 준설로 인해 ‘호국의 다리’가 붕괴될 우려가 있다”며 보수공사를 할 것을 주장했다.
 
다리 붕괴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당시 기사를 찾아내 최병성씨가 다리붕괴를 ‘예언했다’며 놀라워했다. 인터넷에는 '호국의 다리 붕괴 예언'이라는 주제어가 인기 있는 검색어로 등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누리꾼들의 반응에 최병성씨는 “아주 기초적인 상식조차 지키지 않는 광란의 삽질이기에 4대강 사업이 초래할 재앙을 정확히 예견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답했다. 당시 다리 붕괴를 예견한 기사에서는 취수장 사고가 일어날 것도 경고했고, 이 또한 구미취수장의 송수관 파열사고로 현실이 되었다.
 
4대강 사업이 상식과 과학을 위반하며 행해지고 있으므로, 최병성씨는 지극히 ‘기초적인 상식’만 있으면 다음 재앙을 예견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책을 통해 ‘강’의 반대말을 ‘댐’이라고 제시한다. 강의 본질은 ‘흐르는 것’이고, ‘갇힌 물’은 강이 아니라는 말이다. 따라서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것은 강이 아니라, 거대한 16개의 댐에 갇힌 물에 불과하다. 댐에 갇힌 물이 만들어낼 결과는 어떤 것일까. 책에서 예견하고 있는 4대강의 미래를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우선, 4대강에 완성된 거대한 16개 댐의 수문을 닫고 물을 저장하면 물이 썩기 시작한다. 유람선이 떠다닐 물은 넘쳐나지만, 식수로 쓸 맑은 물은 적어져 물 부족 사태를 겪게 될 것이다. 서울시가 1,800억 원을 들여 잠실수중보 근처에 있던 구의·자양취수장을 상류로 이전했듯, 세금을 퍼부어서 취수원을 이전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또한 홍수를 막아주던 강변습지를 파괴해 홍수 위험이 커진다. 언제 어디에서 홍수가 사람들의 삶의 터전을 덮칠지 모를 노릇이다.
 
그보다 더 무서운 재앙은 4대강 사업을 위해 급조된 ‘친수구역특별법’이다. “4대강 사업에 8조원을 뜯긴 수자원 공사가 4대강변 개발을 통해 돈벌이를 할 수 있도록 만든 아주 특별한 악법“이라는 것이 최병성씨의 설명이다.
 
강변에 개발되고 모텔과 식당 등이 들어서면 수질 악화에 한몫을 할 것이다. 또한 수자원공사가 개발 사업에 뛰어들면 부채의 증가로 이어진다. 세계적인 경기악화와 맞물리면 부채는 더욱 증가할 위험이 있다. 이는 공적자금이 투입으로 이어지고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다.
 
최병성씨는 이 모든 일들이 ‘혹시’가 아니라 ‘언제’냐는 시간의 문제일 뿐이라고 단언한다.
 
“강을 흐르게 하면 스스로 치유할 것”

▲  독일 뮌헨을 관통하는 이자강. 2000년부터 원래 하천으로 되돌리는 재자연화 공사를 했고, 여울과 자갈밭을 되찾았다. © 빨간치마네 집 

 
그렇다면 이 참혹한 결과를 멈출 방법은 없는가.
 
정답은 ‘있다’이다, 갇힌 물을 흐르게 하여 강의 원래 속성을 찾아주면 된다. 흐르게 하면 상처 받은 강은 스스로 치유한다. 인간이 무엇을 더 해줄 필요도 없다. 그저 흐르게 하기만 하면 된다. 댐이 완성되어 물을 가둔 후라도 늦지 않다. 이것이 바로 최병성씨가 책을 통해 궁극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희망의 메시지이다.
 
최병성씨는 독일 이자강과 강원도 영월 서강의 선돌의 사례를 통해 구체적인 희망의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150년 전에 운하가 되었던 이자강은 작은 비에도 홍수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생태계가 파괴되는 재앙을 불러왔다. 바로 4대강의 ‘미래’로 예견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10년간의 조사와 또 다시 10년간의 복원공사를 통해 지금은 다시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영월 선돌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2000년 선돌 밑을 흐르는 서강 변에 건설교통부(지금의 국토해양부)가 홍수를 예방한다며 왼쪽 강변에 제방을 쌓았다. 이듬해 이 왼쪽 제방에 부딪힌 물살에 반대편 농경지가 유실되었다. 그러자 건교부는 오른편 농경지에도 제방을 쌓았다. 거대한 제방축조로 아름답던 서강은 무참히 파괴되었다.
 
그러나 강은 물길의 흐름을 거스르는 제방을 무너뜨렸다.
 
제방 붕괴 후 겨우 8년 만에 버드나무가 다시 자라 숲을 이루었다. 그리고 강 중앙에는 제방 공사로 사라졌던 하중도도 다시 생겨났다. 버드나무 군락이 형성되고 습지가 돌아오자 개구리 알이 가득 채워졌다. 강이 다시 살아난 것이다.
 
최병성씨는 이와 같은 사례를 무수히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것이 자연의 이치이기 때문이고, 인간의 탐욕으로 거스르고자 해서 거스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병성 목사가 책 말미에 인용한 마크 트웨인의 말을 다시 옮겨본다.
 
“그 누구도 거침없이 흐르는 강을 길들일 수는 없다. 이리로 흘러라, 저리로 흘러라 하며 복종시킬 수 없다.”  (박희정)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 / 최병성 지음 / 오월의봄 펴냄 / 1만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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