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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 20년 이어온 남북연대 가로막는 정부 
[이 주의 일다 논평] 아시아연대회의 ‘북한 접촉 불허’ 유감 

▲ 10차 일본군‘위안부’문제 아시아연대회의를 알리는 포스터   ©정대협
 
8월 12일부터 15일까지 <10차 일본군‘위안부’문제 아시아연대회의>가 개최된다. 아시아연대회의는 1992년 서울에서 1차 회의를 개최한 이래,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시아 피해국들과 세계 각국이 함께해 온 “연대의 장”이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10회를 맞이한 올해 회의가 “지난 20년간의 연대활동을 평가하고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뜻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순조롭게 준비되던 10차 아시아연대회의는 지난 6월 말,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났다. 한국 정부의 ‘접촉 불허’ 지시로, 북한 참석자들을 초청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아시아연대회의는 1993년, 남과 북이 공동으로 참석한 이후 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남북 간 여성들의 연대’를 이어온 장이었다. 이를 통해 2000년 일본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전범 여성국제법정’에서 남북 공동 기소, 2007년 서울에서 열린 8차 아시아연대회의 남북공동결의문 발표 등 역사적인 활동을 펴나갈 수 있었다.

일제 치하에서 남과 북은 한 민족이었고, 현재 북한에도 다수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가 존재하고 있다.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에 있어서, 가장 큰 피해국인 남북의 피해자들이 함께 연대하여 활동하는 것은 그만큼 큰 힘을 가질 뿐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에도 기여하는 바 크다.

그런데 이번 아시아연대회의 “접촉 불허” 조치에 앞서, 지난해 한일강제병합 100년을 맞이해 평양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남북여성토론회’도 통일부의 “행사 축소와 평양 개최 불가” 요구로 무산됐다. 현재 남북관계 제반 사항 등을 고려했을 때 허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대협은 “현 정부의 강경한 태도로 20년의 남북연대가 하루아침에 가로막힌 상황”이라며 우려와 유감을 표했다.

피해할머니들 ‘우리 나라 정부는 뭐하고 있나’

1991년 8월 14일, 김학순 할머니께서 오랜 세월의 침묵을 깨고 용기 있는 증언에 나서면서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세상에 알려졌다. “이 역사를 잊으면 또 당합니다” 라는 김학순 할머니의 호소가 있은 지 20년이다. 그 이듬해 시작된 수요시위도 오는 12월 4일로 1000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일본 정부는 여전히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국가가 주도해 저지른 전쟁범죄’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그에 따른 법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최초 증언자인 김학순 할머니는 이미 고인이 되셨고, 80세가 훌쩍 넘은 피해자들은 “더 이상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음”을 간절히 호소하고 있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은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는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원망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 성미산 부지 공개 및 10차 아시아연대회의 개최를 알리는 기자회견에서, 길원옥 할머니는 다음과 같은 말로 한국정부의 무책임과 외면을 꾸짖었다.

“(수요시위를 시작 한 지) 20년이 뭡니까. 매주 한 번씩 그게 말은 쉽지만 쉽지 않은 일이에요. 백발 늙은이들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거리에 서서 사죄하라고 요청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정부는 감감 무소식입니다.”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이 건립자금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와 정부는 예산 지원 등에 협조하고 있지 않다. 광복회, 순국선열유족회 등이 서대문독립공원 안에 박물관이 세워지는 것을 반대한 것에 대해서도, 서울시는 한 발 물러난 태도로 일관했다. 게다가 정부는 순수한 민간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남북 간 연대활동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한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보여주는 태도는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의 진짜 걸림돌이 누구인가를 되묻게 만든다.

피해당사국인 한국 정부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이 명예를 회복하고 일본 정부로부터 사과와 배상을 받아낼 수 있도록 적극적인 디딤돌이 되어주어야 마땅하다. 최소한 걸림돌이 되어선 안 될 것이다. 피해자들의 고통을 생각한다면, 우리의 역사를 돌아본다면, 지난 20년간 아시아 각국의 ‘위안부’ 피해자들과 활동가들이 각고의 노력으로 쌓아 올린 성과를 무너뜨리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정부는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 연대활동을 가로막는 모든 조치들을 철회하고, 아직도 규명되지 않은 전쟁범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일다 논평]을 함께 만드는 사람들 - 박희정(편집장) 조이여울(기자) 정안나(편집위원) 서영미(독자위원) 박김수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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