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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의 일다 논평] 고려대 의대 성폭력 사건 外 
  
[이주의 일다 논평] 코너가 시작되었습니다. 한주 간의 이슈와 사건에 대한 여성주의 저널 일다의 관점을 볼 수 있는 기획 연재가 될 것입니다.

남편에게 살해되는 이주여성들…한국은 어떤 사회인가

 
故 레티김동(베트남) 2007년 3월 대구, 입국 8개월 만에 임신한 채 갇혀있던 아파트 9층에서 밧줄 타고 내려오다 떨어져 사망.
故 후안마이(베트남) 2007년 6월 천안, 입국 한달 만에 남편 구타로 갈비뼈 18대가 부러진 채 사망. 2주 만에 사체 발견.
故 체젠다(캄보디아) 2010년 3월 춘천, 보험금 노린 남편이 수면제 먹이고 방화.
故 탓티황옥(베트남) 2010년 5월 부산, 입국 일주일 만에 정신질환자 남편 칼에 찔려 사망.
故 황티남(베트남) 2011년 5월 경북 청도, 출산 19일 만에 남편의 칼에 난자당해 사망.
 
한국인 남편의 폭력으로 끔찍하게 살해당한 이주여성들 소식이 계속 들려온다. 국제결혼을 통해 홀홀 단신 한국에 온 이주여성들이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소외되어 있으며, 가정폭력에 무방비 노출되어 있는지 알 수 있는 사건들이다. 또한 한국인 남편들이 그녀들의 존재를 얼마나 무시하고 천대했는지도.
 
이주여성들의 죽음은 결코 가해-피해 당사자들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 방방곳곳 이주여성에 대한 인신매매성 광고가 붙도록 용인하고, 농어민 국제결혼 비용을 지원한다며 국제결혼중개업에 더욱 힘 실어준 한국사회가 그녀들의 죽음에 대한 책임이 있다.
 
6월 2일 이주여성들과 지원단체들은 국가윈원위원회 앞에서 <가정폭력으로 사망한 이주여성을 위한 추모제>를 열고, 상업적인 결혼중개업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캄보디아 이주여성 초웁찬 피런씨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던졌다. “한국사람들이 이주여성을 존중하면, 이주여성이 살해당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고려대 성폭력가해자 감싸기…전도유망한 청년은 봐주자?
 
지난달 21일 고려대 의과대학 본과 4학년에 재학 중인 남학생 3명이 동기 여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고 있다. 이들은 함께 여행을 간 숙소에서 술을 마시다 잠을 자기 위해 방으로 들어간 여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동영상까지 촬영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가해자들은 추행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성폭행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으며 피해자는 ‘평소보다 술을 많이 마신 것이 아니었다’며 약물사용 의혹까지 제기한 상태다.
 
사건이 보도된 후 고려대 측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해자 부모들이 의사, 변호사 등 부유한 집안에서 자랐고 성적도 상위권’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졸업을 앞둔 의학도라 처벌 수위를 정하지 못했다’는 요지의 입장을 밝혔다.
 
‘전도유망한’ 청년이라 봐주어야 한다는 태도는 우리 사회에서 낯설지 않다. 2004년 서울의 한 대학에서는 헤어지자는 여성을 한 달간 스토킹 한 끝에 학교까지 찾아와 무자비하게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가해자를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 측에서는 가해자가 ‘사법고시’ 준비생이라는 이유로 과실치상으로 처리했다. 이는 작은 예일 뿐이다.
 
권한이 많으면 이를 남용할 위험도 높아진다. 따라서 사회적 권한이 큰 자리에는 보다 엄격한 도덕성과 책임의식을 요구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어찌된 일인지 그 반대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연예인들에게는 가혹할 정도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반면 의사, 법조인, 국회의원, 대기업 오너와 같은 사람들은 어지간한 일로는 꿈쩍도 않는다.
 
현행법상으로는 가해자들이 실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 받더라도 의대에서 출교조치만 내려지지 않으면 의사면허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이러한 점들 때문에 가해자들의 출교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고려대 정문 앞에서는 ‘가해자 출교’를 촉구하는 1인시위도 이어지고 있다.
 
2006년 고려대는 편입한 재학생들이 총학생회장선거투표권을 요구하며 교수 7명을 17시간 동안 억류한 채 농성을 벌이자, 학생 7명을 소명할 기회도 주지 않고 ‘단호히’ 출교 조치했다. 이번 성폭력 사건에 대한 조치와 비교되는 장면이다. 학교 측은 ‘집안이 부유하고 학교에 반항하지 않는 남학생’만 고려대생이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 [일다 논평]을 함께 만드는 사람들 - 박희정(편집장) 조이여울(기자) 정안나(편집위원) 서영미(독자위원) 박김수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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