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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 박은지의 ‘신체활동과 여성건강 이야기’ (8)
건강하게 나이 들기 ①  절제와 준비를 배우는 노년기 신체활동

 
※ 기획 연재 <박은지의 ‘신체활동과 여성건강 이야기’>는 여성들이 많이 경험하고 있는 질병 및 증상에 대한 이해와, 이를 예방하고 개선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신체활동의 효과에 대해 살펴봅니다. 필자 박은지님은 체육교육과 졸업 후 퍼스널 트레이너와 운동처방사로 일을 한 후, 지금은 연세대학교 체육연구소에서 신체활동이 우리 몸에 미치는 생리학적인 영향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생명이 있는 모든 삶은 시간이 흐르면 언젠가는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신체를 구성하는 근육과 뼈, 내장기관들도 나와 같이 늙어간다. 우리는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 같은 시간을 다시 붙잡을 수 없다. 어떤 약, 어떤 운동이라도 인생의 모래시계를 결코 반대로 돌려놓지는 못한다. 다만 머리 위로 쏟아지는 시간의 무게에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짓눌리느냐 아니면 온몸으로 그것을 당당히 버텨내느냐의 문제라면, 자신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당당히 버티는 시간이 길어지게 할 수는 있다.
 
노화로 인한 '사르코페니아(Sarcopenia)'
 
사르코페니아(sarcopenia)라는 말은 그리스어로 “근육의 부족(poverty of flesh)”을 뜻한다. 나이가 들면 이 사르코페니아로 인해 근육이 줄어들어 심해지면 걷거나 앉는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보행의 자유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근력은 노인 체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계단 오르기, 장거리 걷기, 의자에서 일어서기 같은 활동에는 하체근력이 필요하고, 상체근력은 물건을 나르거나 가방을 들거나 하는 동작에서 필요하다. 근육이 감소하면 근력이 저하되고, 체력도 약해져 신체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고, 신체활동의 부족은 비만, 당뇨, 고혈압과 같은 질환으로 연결될 수 있다.
 
나의 외할아버지의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한 것도 무릎이 안 좋아져 매일하시던 아침 등산을 못하게 되면서부터였다. 부상이나 여러 다른 이유로 인해 움직이지 않게 되면 근육은 무서울 정도로 빨리 줄어든다. 깁스를 한 팔다리가 몇 주 만에 다른 쪽 팔다리보다 눈에 보일 정도로 얇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건강했을 때의 우리 할아버지만큼 키 크고 몸이 좋은 분을 뵌 적이 없다고 생각할 만큼, 할아버지는 누구보다 건강했고 무섭지만 든든한 분이셨다. 그랬던 분이 차츰 쪼그라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슬픈 일이었다. 건강했을 때의 할아버지를 다시 뵐 수 있다면 ‘매일 그렇게 산에 오르지 말라고 했을 텐데. 무리하게 운동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텐데.’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나이가 들수록 운동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와 함께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운동량만큼만 하려는 ‘절제’와 안전한 운동을 위한 ‘준비’의 필요성도 높아진다. 여기서 ‘No pain, No gain’의 원칙은 적합하지 않다. 효과보단 언제나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
 
안전한 운동을 위한 준비물 챙기기

▲ 센터의 처방에 따라 성실하게 운동하던 할머니의 건강이 더 안좋아진 것은, 낡고 크기가 맞지 않는 운동화를 신은 게 원인이었다.   © 일다
 
운동복은 몸을 움직일 때 불편하지 않도록 약간 헐렁한 느낌이 들 정도로 입는 것이 좋고, 바지는 끌리지 않도록 적당한 길이로 조절한다. 계절에 맞는 옷을 입고, 너무 춥거나 더운 날씨에는 실내운동을 한다.
 
어떤 신발을 신느냐도 중요하다. 하이힐을 신고 트레드밀에 올라가는 정도는 아니지만 등산을 할 때 등산화가 아닌 패션 운동화를 신는 사람이 많다. ‘같은 운동화인데 뭐 어때’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겠으나 이것 때문에 넘어지지 않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넘어질 수도 있고, 다칠 수도 있다. 신발은 어떤 운동을 하는지에 따라 선택하고, 항상 맞는 크기의 신발을 신는다. 특히 신발 바닥은 미끄러지지 않는 재질로 준비해야 한다.
 
예전에 어떤 할머니께서, 센터에서 받은 운동처방대로 성실히 운동을 하는데도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몸이 점점 더 안 좋아지던 경우가 있었다. 처음에는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는데 어느 날 그 할머니가 신은 신발을 무심코 보다가 ‘아뿔싸!’ 했다. 할머니께서는 밑창이 다 떨어진 낡은 운동화를 신고 운동을 하시는 것이었다. 크기도 맞지 않는데다 밑창이 덜렁거리는 운동화를 신고 그렇게 열심히 걸으셨으니 몸이 더 아픈 건 당연했다. “버리려니 아까워서…….”하고 웃으셨던 할머니, 신발을 바꾸고 다행히 건강을 찾으실 수 있었다.
 
아령을 사용하는 근육 운동을 할 때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도구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무거운 중량으로 구성된 일반적인 덤벨(아령)과 달리, 고무로 덤벨 전체를 덮어두어 충격에 대한 보호를 감당하고 중량은 0.5~2kg 정도로 가벼운 덤벨을 ‘미용덤벨’이라 한다. 미용덤벨은 꼭 헬스장이 아니어도 사용할 수 있어서 공간의 제약이 적고, 상대적으로 안전해 체력이 약한 사람이나 고령자가 사용하기 적합하다. 미용덤벨이 없다면 혹시라도 덤벨을 놓쳤을 때를 대비해서 중량이 적은 일반 덤벨에 고무로 덤벨 전체를 감싸서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꼭 아령이나 역기가 아니더라도 세라밴드(Thera band)라고 해서 탄력이 있는 밴드를 이용한 근력운동도 매우 효과적이다. 세라밴드는 색깔에 따라 강도가 다른데 나이든 분들에게는 황갈색 또는 노란색을, 젊고 건강한 여성이라면 빨강, 초록, 파란색을 사용하는 것이 적당하다.
 
힘들면 언제든지 그만두기
 
운동을 할 때는 힘들어도 참고 끝까지 해내는 용기보다 힘들다고 느끼면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는 용기가 더 필요하다. 특히 왕년에 운동 좀 했다는 사람들일수록 자신의 체력을 과신하다 큰 불행을 맞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 합기도장에 다닐 때 해병대 출신이라는 할아버지가 등록을 한 적이 있다. 연장자라고 해도 새로운 공간에 처음 들어오면 배우는 입장에서 겸손한 자세로 임하는 것이 상식인데 이분은 첫날부터 좀 달랐다. 동작 하나하나를 가르쳐드릴 때마다 “뭐야, 이렇게 쉬운 거 말고! 내가 특공무술이 3단이야.”하면서 무시했다. 또, 가르쳐주는 내가 여자인 것이 심기가 불편했는지 “여기 얘 말고 사범 없어? 여자애가 손목이 가늘어서 내가 힘껏 잡을 수가 없네.”하고 불평을 했다.

그분은 그렇게 호통을 쳐놓고 여자인 나보다 낙법을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싫었던지, 아무리 말려도 자신은 문제없다며 허리춤까지 오는 장애물을 앞에 놓고 낙법을 했다. 그리고 “윽!” 소리와 함께 다음 날부터 도장을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피트니스센터에서 일할 때는 전직 에어로빅 강사라던 아주머니께서 너무 격하게 싸이클을 타다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구토증상을 보여 응급실에 실려 간 적도 있다.
 
이처럼 젊은 시절 운동선수였거나 체력이 우수했던 경험이 있는 노인일수록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다가 큰일을 당하기 쉽다. 또 노년기에는 처음 해보는 운동을 하는 것보다 자신이 익숙한 움직임을 강화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이전에 경험해보았던 익숙한 운동부터 시작해서 차츰 낯선 동작에 도전하도록 한다.
 
언제나 운동 전에는 준비운동을 통해 체온을 높이고 팔다리를 풀어주자. 그리고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자신을 보호해줄 수 있는 동료와 함께 운동하시길 권한다. (박은지)  *일다 즐겨찾기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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